고교재학시 ‘스타’ 접속 학업 ‘뒷전’ 게임 ‘몰입’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실업계 고등학교인 산본공고에 진학했다. 민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거셌다.
“친구녀석이 몇 일 동안 ‘스타’를 함께 하자고 졸랐어요. 마지못해 PC방에 가서 한 게임을 해봤는데...” PC게임이란 걸 처음 접했다.
그래픽과 웅장한 음악, 다양한 유닛들이 등장하는 ‘스타’에 빠져든 건 이때부터다. 테란으로 게임을 시작했고 이후 몇 달 간격으로 저그와 프로토스를 익혔다. “이상하게 다른 종족들과 달리 프로토스가 땡기더라구요. 음악도 그렇고 유닛 하나 하나에도 신비감이 느껴졌어요.”
민이는 ‘스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쑥쑥 실력이 늘었다. 이미 동네에서는 민이를 당할 자가 아무도 없었고 누구든 선뜻 내기 스타를 하자고 덤벼드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엔 너무 복잡해서 무지 헤맸는데 몇 일 하다보니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여지 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스타’에 흠뻑 빠진 거죠.”
이후 열혈 축구매니아였던 민이가 게임매니아로 탈바꿈했다. “게임을 하느라 늘 꿈쩍하지 않고 앉아만 있다보니 아주 가끔씩 친구들과 공을 차도 체력이 딸려서 뛸 수가 없었어요.”
밤낮으로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자연히 학업생활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아신 어머니께 혼 줄이 났지만 고집불통 민이를 말릴 자는 아무도 없었다. 가끔 형에게 걸리면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
“형은 무식하게 폭력을 휘둘러요. 날라차기 한 방이면 그대로 나가떨어지곤 했는데 그래도 게임에 대한 제 열정만은 쓰러트리지 못했죠.” 하지만 PC방에서 살다시피 하다보니 게임비가 만만치 않았다. 돈을 아끼기 위해 굶어가며 게임하기 일쑤.
“가족들 중 유일하게 어머니만이 제 편에 서서 게임비 후원도 해 주셨어요.” 애지중지 아끼는 막둥이가 그토록 좋아하니 어머니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학교에서는 툭하며 지각을 일삼았다. 그럴 때마다 “야! 네가 대학생이냐?”는 담임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선생님들은 민이를 ‘대학생’이라 불렀다. 다행히 실업계 고등학교라 어느 정도는 너그러이 넘어가 주셨다.
문제는 고3이 되어서다. 엄한 담임선생님을 만난 탓에 험난한 고3을 보낸 것. 매일 지각하는 것도 모자라 어쩔 땐 종례시간이 다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등교할 때도 있었다. 때문에 담임 선생님께 하루가 멀다하고 매타작을 당했다.
“그래도 어떡해요. 맞고 혼나는 것도 두렵지 않을 만큼 게임이 좋은걸요.” 민이는 졸업할 무렵 담임선생님의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한테 엄청 많이 혼나고 맞았으니 이 다음에 성공해서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나 찾아 줄거냐?”는...
[사진 설명]
제겐 온통 어릴 적 사진뿐이에요. 그래도 이번 기회에 그때 그 시절을 더듬어볼 수 있어서 기분이 묘하네요.
[왼쪽] 이 사진은 87년 7월에 유치원에서 여름캠프를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촛불잔치를 준비하는 모습인데 선생님께서 제 초에 불을 붙여 주시고 계시네요.
[가운데] 이건 방송국 스튜디오에 견학을 갔을 때 모습입니다. 맨 우측에 노란색 쟈켓을 입은 귀여운 녀석이 바로 저랍니다.
[오른쪽] 이 사진은 좀 쑥스러운데요. 재롱잔치 때 꼭두각시 무용을 했을 때 찍은 거에요. 오른 쪽이 바로 저에요.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게 너무 즐겁고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어떠냐구요? 헤헤헤 비밀!
정리=김수연 기자 < jagiya@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