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7/06 01:56:39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148127978
Subject [일반] <보 이즈 어프레이드> -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노스포)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방금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호러 장르를 좋아하진 않아(라고 쓰고 겁이 많아) 전작을 스킵하고 처음 접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인데... 이걸 솔직히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 영화를 단순히 '호러' 장르라고 말하긴 참 애매할 것 같습니다. 장르 여러가지를 엮어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고, 애초에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혹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고, 어디까지는 믿을 수 없는 지에 대해서 말하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굉장히 난해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하나의 영화와 하나의 음반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영화 <퍼니 게임>, 하나는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입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굉장히 연극적인 구조를 띄고 있고, 굉장히 의도된 '불쾌감'을 안겨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떠오른 영화가 <퍼니 게임>이었습니다. 끝난 줄 알았지만 끝나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라고 해야할까요.


이 떠오르는 이유는 연속된 (형태는 다른 방식이지만) 폭력이라는 측면이었습니다. 동시에, '부재'라는 주제 혹은 소재에서요.


그러니까, '부재'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제시되는 아버지의 부재나, 혹은 블랙 코미디로 쓰이긴 하지만 '머리'의 부재, 혹은 아들의 부재, 경험의 부재 등등등... 영화에서 '부재'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모든 것의 시작도, '물'이 없거나, 혹은 '열쇠'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부재는 결국 결핍, 혹은 과잉을 낳습니다. 말 그대로, 없기 때문에 부족하거나 혹은 없는 걸 채우기 위해 더 하거나 하는 식으로요. 영화의 이야기는 그닥 믿을 수 없습니다만, 영화의 정서는, 혹은 영화의 분위기는 믿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이 불쾌감과 불안감은 진짜라고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기괴하고 독특한 이야기, 혹은 작으면서도 거대한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거나 혹은 '말도 안되는 개소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불신, 불안, 결핍, 과잉이라는 키워드를 빼곡하게 채워넣은 채로 3시간 가까운 시간을 빼곡하게 채워넣는 이야기는 어떤 측면에선 대단한 작품으로 읽히지만, 이 정도를 위해서 이렇게 채워넣었나 싶기도 한 양가적인 감정을 줍니다.


네, 이 영화의 또 다른 하나의 키워드는 양가적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사랑하는 만큼, 혹은 아끼는 만큼, 영향을 주고 받게 되고, 성인이 되서도 그 그림자에 묻혀버린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는 영화에서 저는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의 얼굴을 생각하게 됩니다. 때때로는 <그녀>에서 덜 자란 어른 같은 모습을, 어떤 장면에서는 트라우마와 고통 속에 파묻힌 <조커>를, 어떤 장면에서는 역시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글래디에이터>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는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의 풀 패키지 영화이기도 해요. 흐흐


이 영화를 선뜻 누군가에게 추천하거나, 혹은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느끼는 독특한 점은, 이 영화의 핵심이자 근본은 결국 혼란과 불안이라는 점이 아닐까하는 점입니다. 이 믿을 수 없고, 어떤 측면에서 모든 것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한 부분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라는 측면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만찐두빵
23/07/06 03:18
수정 아이콘
내일 보러가는데 기대되네요. 아리 애스터 감독 영화들을 전부 좋아해서.. 유튜브에 있는 아리애스터 감독의 단편 영화 존슨 집안의 기묘한 일 추천 드립니다. 한글자막도 있어요
aDayInTheLife
23/07/06 06:41
수정 아이콘
으어ㅓㅓㅓ….. 근데 이 감독 영화가 호러는 아닌데 찝찝하고 불쾌해서 또 봐야할지, 정확하게는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크킄
23/07/06 06:36
수정 아이콘
평해주신 게 딱 아리 에스터 감독 영화네요 저는 미드 소마가 진짜 너무 불쾌했어요. 딱히 무섭거나 공포라기보단 정말 불쾌의 영역. 그런데 자꾸 생각은 나더라구요. 왜 돈을 주고 불쾌함을 맛보러 가야하는지는 아직 스스로도 의문이라, 이 감독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aDayInTheLife
23/07/06 06:42
수정 아이콘
미드소마… 유전… 아으 저는 도저히 못 보겠더라구요. 크크
적어도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고, 어떻게 전달해야하는 지는 확실히 아는 감독인 거 같아요.
타란티노
23/07/06 07:27
수정 아이콘
다른건 둘째치고 전작들하고는 결이 좀 달랐는데도 소름 돋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불쾌한 쭈뼛함들은 어후.. 너무 좋았습니다 크크
aDayInTheLife
23/07/06 07:38
수정 아이콘
잘 의도된, 그리고 충실하게 만들어진 불쾌함이라고 해야할 거 같아요. 크크
아이폰12PRO
23/07/06 08:07
수정 아이콘
이게 호불호가 되게 갈리던데... 러닝타임도 3시간이라 좀 빡세긴한데 일단 무조건 보러가야죠.

유전 - 미드소마 감독인데요 크크
aDayInTheLife
23/07/06 08:10
수정 아이콘
호불호 갈릴 수 밖에 없어요 크크크 선형성? 논리성? 오로지 분위기와 정서 몰빵 영화라..
덴드로븀
23/07/06 10:37
수정 아이콘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03&aid=0011953722
[아리 애스터 "이 영화가 바로 나다"] 2023.07.05.
"12년 전 쓴 시나리오 다듬어 영화화 해"
"가장 나다운 영화…날 깊이 파고 들어가"
["내 두려움 활용한 이 작품 코미디 영화"]

감독 피셜 장르를 [코미디]라고 했습니다? 크크크

유전/미드소마를 보면서 불편하지만 그래도 영화로는 잘 만들긴 했다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aDayInTheLife
23/07/06 10:38
수정 아이콘
의도된 기괴함과 의도된 불편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잘 만들었다, 싶긴 합니다. 조금은 혼란스러운 서사긴 하지만요.
이경규
23/07/06 12:18
수정 아이콘
3시간 치곤 집중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섹스신이 나올줄은 상상못했지만
aDayInTheLife
23/07/06 12:35
수정 아이콘
흐흐 굉장히 의식의 흐름 대로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영화죠.
앙겔루스 노부스
23/07/07 00:59
수정 아이콘
볼까말까 고민중인데, 이런 반응 의외실지 모르겠지만, 되게 보고 싶게 영화평을 쓰셨네요. 님 덕분에 보러 가기로 맘 먹었습니다 후후
aDayInTheLife
23/07/07 06:50
수정 아이콘
흐흐흐흐 재밌게 보십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142 [일반] <보 이즈 어프레이드> -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노스포) [14] aDayInTheLife8317 23/07/06 8317 2
99140 [일반] 21세기 데스메탈 명곡 다섯개 추천해봅니다. [16] 요하네9152 23/07/05 9152 11
99136 [일반] '아이돌'이 상품화된 성 아닌가요? [145] biangle15637 23/07/05 15637 2
99133 [일반] IPTV로 범죄도시3가 풀려서 보고 후기 작성합니다. [21] EZrock9639 23/07/05 9639 1
99130 [일반] 뉴욕타임스 6.28. 일자 기사 번역(AI 탐지기는 AI 사진을 구별할 수 있을까?) [2] 오후2시7552 23/07/04 7552 1
99129 [일반] “왜 분홍색은 여자색인가요?” “남자는 예쁘면 안 되거든요.” [62] 계층방정12423 23/07/04 12423 12
99127 [일반] 980pro 최저가 외 [23] Lord Be Goja8269 23/07/04 8269 2
99126 [일반] 왜 십대 때 듣던 음악을 못 잊는가? [78] 두괴즐11006 23/07/04 11006 10
99124 [일반] 삼성 반도체 핵심 직원 2년 이직 금지 조치 정당 [131] 굄성14808 23/07/04 14808 4
99122 [일반] 한국에서 추방되었던 파키스탄 노만 근황의 근황 [120] 10222451 23/07/03 22451 8
99121 [일반] 지난 9년간 자동차보험 의료비 중 한방 비중 변화 [64] VictoryFood17373 23/07/02 17373 19
99120 [일반] 불안과 선택의 순간. [17] aDayInTheLife10542 23/07/02 10542 16
99119 [일반] 현행 벌점 부여 방식에 대한 잡설 [77] StayAway12054 23/07/02 12054 16
99118 [일반] 일뽕이 인터넷에서 문제시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121] 헤일로13132 23/07/02 13132 1
99117 [일반] 연년생 자매 육아, 요즘은 그래도 살만합니다. [48] 착한아이11022 23/07/02 11022 41
99115 [일반]  6월 무역수지, 16개월만에 흑자 전환, 한전 3분기 흑자전망 [28] dbq12312423 23/07/02 12423 6
99114 [일반] 캣맘(대디)이 설치한 집들을 신고해봤습니다. [41] 아이스베어12581 23/07/02 12581 34
99113 [일반] 2년만에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2] insane10295 23/07/01 10295 11
99112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태신자 초청(대형교회편) +다 놔두고 옮긴 이유 [14] SAS Tony Parker 10270 23/07/01 10270 3
99111 [일반] 펩 과르디올라는 어떻게 지금 이 시대의 축구를 바꿨는가. [25] Yureka9581 23/07/01 9581 28
99109 [일반] 신해철 노래 가사로 이미지 만들기 [1] 닉언급금지8160 23/07/01 8160 4
99108 [일반] 소곱창 집에서 화상을 입어서 치료비 배상 청구를 했습니다. (후기 1) [62] 광개토태왕13076 23/07/01 13076 2
99107 [일반] 고속도로 1차로 정속주행 차량 8월부터 범칙금.gisa [84] VictoryFood10556 23/07/01 10556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