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4/26 16:40:02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085732171
Subject [일반] 오늘도 무?사히.(일상 잡담)

며칠 전에 감정을 잘 드러내는 법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조금 씁쓸하거나 어두운 일상 글은 연달아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록을 위해 쓰는 느낌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간밤에 응급실을 갔다왔습니다. 이유는 공황 증세가 좀 강하게 와서요. 평소에 뭐 아예 안왔다가 왔다~ 오다가 곧 사라지더라~ 뭐 그 정도의 공황은 왔는데, 잠을 못자고 뒤척이는 상황, 평소의 공황 증세인 오한과 식은 땀, 등등등 에서 한 단계 씩 올라간 증상이 나타나고 있던 중에 한 짤이 떠오르더라구요.


'이대로 그냥 끝났으면 좋겠다.'


그 하이킥 짤이 떠오르고, 한 30초 있다가,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라는 생각에 다시 한 30초를 쓰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침대를 빠져나와 바로 택시를 타고 근처라기엔 좀 먼 종합 병원으로 갔습니다. 응급실이었고, 꽤 큰 병원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주 위급한 분은 없어서 금방 진료를 받고, 신경 안정제 계통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득한 저편에서 새벽 4시 반쯤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억의 저편에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회사에 연락 했던가?'


순간, 저는 묘하게 제가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솔직히, 그렇잖아요. 아직까지 그런 종류의 신경증은 말하기 껄끄러운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게 어떻게 해결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팀 내 카톡을 아주 오랫동안 들여다보다가, 최대한 '개인적인 이유'로 둘러대며 카톡을 닫았습니다.


병가처리가 되어서 오늘은 하루를 쉬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나는 왜 이러지?'와 '이 생각에서 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 두 가지 생각은 모두 (제가 생각하기엔) 정상적인 범주의 생각이고, 할만한 생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두 가지 생각이 상충되는 생각이라는 것 뿐. 그러다보니 두 생각이 서로 꼬리를 잡고 일종의 순환을 이루곤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좀 정리하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저에게 더 이상의 불안 요소가 있냐라고 물으면 '지금 당장은 없지 않나?'가 떠오르긴 합니다. 좋은 비유는 아니라지만 인생을 일련의 퀘스트라고 보면, 지금은 퀘스트 하나를 어떻게든 깨고, 다음 퀘스트를 수락하기 전에 생길 수 있는 숨쉴 공간이기는 하거든요. 그러니까, 시급하게, 뭔가를 해야한다는 제 마음 가짐이나 혹은 제 생각과 태도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긴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주 짤막하게 기쁘고, 아주 짤막하게 슬프고 난 뒤에, 저는 뭔가 중립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주 기쁘거나 아주 슬픈 상태도 없이, 마치 덧나더라도 계속 만지작 거리면 상처가 무뎌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저는 생각해보면 약간 멘탈이 쉽게 깨지는 타입인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조금은 무뎌지게,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쎄요, 오늘은 그게 옳은 방향이었던 것일까 고민을 하게 되는 날입니다. 날이 좋네요. 오늘은 좀 걸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야 겠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04/26 17:02
수정 아이콘
결단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본인 상태를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정신적으로 건강한 편은 아니라서 꽤 오랫동안 고생했습니다만, 어찌저찌 상황도 나아지고 병원의 도움도 받아서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 하루씩만 살아낸다는 느낌으로 생활하니 조금 더 편해지더라구요. 평안하시길..
aDayInTheLife
23/04/26 17:16
수정 아이콘
서로 마음이 평안해지길 바래봅니다..
23/04/26 19:05
수정 아이콘
군대때 비슷하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비록 와닿진 않으시겠지만 모쪼록 따뜻한 마음이 드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aDayInTheLife
23/04/26 19:09
수정 아이콘
응원 감사합니다. 흐으…. 군대 만큼 힘들면서도 또 정리되는 일이 있을까요. 저는 군대에 대해 그래서 참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거 같습니다.
23/04/27 09:05
수정 아이콘
밤중에 공황증세 오면 힘들죠...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그리고 기왕이면 내일과 그 다음 날까지도 무사히 지내봅시다
aDayInTheLife
23/04/27 10:00
수정 아이콘
넵. 주말과 휴일까지 잘 지내보자구요.
-안군-
23/04/27 16:40
수정 아이콘
공황증의 진짜 무서움은 아무 원인이 없어도 찾아온다는 점 같아요. 저도 꽤 오랫동안 공황증으로 고생했는데, 약 처방 받은 이후로 증세가 많이 호전돼서 별 문제없이 지내는 중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aDayInTheLife
23/04/27 17: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밤 중에 갑자기 트리거 없이 찾아오는 건 저도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했었네요. 차차… 나아지겠죠? 흐흐
-안군-
23/04/27 17:39
수정 아이콘
익숙해지기 힘드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공황증이 찾아왔을때, "괜찮아, 조금만 있으면 나아질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견딥니다. 죽을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렇다고 몇시간씩 지속되진 않았거든요. 나아지실 겁니다. 화이팅!
aDayInTheLife
23/04/27 17:41
수정 아이콘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810 [일반] (노스포)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12] Rorschach7337 23/05/18 7337 0
98809 [일반] 나의 주식투자답사기, 손실로 점철된 짧은 기록 [56] 숨결10563 23/05/18 10563 16
98808 [일반] 의대정원을 두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것인가. [354] lexial18126 23/05/18 18126 11
98807 [일반] 발광유발자들 [15] 후추통9353 23/05/18 9353 8
98806 [정치] 尹 "오월 정신 계승한다면 자유민주 위협 세력과 맞서 싸워야" [86] 덴드로븀13551 23/05/18 13551 0
98804 [정치] 소아응급실 당직 교수 분이 사표+기자와 엄마의 억까(추가) [282] 카미트리아19062 23/05/18 19062 0
98803 [정치] 트뤼도 총리 국회연설 중 5.18 언급 부분 [1] 어강됴리7805 23/05/18 7805 0
98802 [정치] 5·18 추모식과 전야제 찾은 전우원 "언젠가는 가족들과 같이 왔으면" [46] Davi4ever8644 23/05/18 8644 0
98801 [일반] 최근 본 만화 이야기 + 메달리스트가 애니화됩니다. [22] Cand7473 23/05/17 7473 1
98800 [일반] GPT4와의 대화 — 니체 초인사상 (40,000자 토크) [22] 번개맞은씨앗8647 23/05/17 8647 10
98799 [정치] 튀르키예 야당지지자들의 분노의 국개론 [37] 기찻길10597 23/05/17 10597 0
98798 [일반] 여러분은 세상이 얼마나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십니까? [348] 모찌피치모찌피치14344 23/05/17 14344 0
98797 [일반] 초등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자식 수학과외하면서 느낀점 몇가지 [82] 오타니13089 23/05/17 13089 92
98796 [일반] 코로나19 신규 확진 2만6147명…전주 대비 2600여명 늘어 [51] 톤업선크림12128 23/05/17 12128 1
98795 [정치] 중국 평론가 "윤대통령에 화난 중국 공산당, 손준호 체포는 계산된 인질외교" [31] 강가딘11160 23/05/17 11160 0
98794 [일반] 부부 둘이서는 아이 하나도 키우기 너무 힘들다. feat. 소아과 오픈런 [109] Hammuzzi12566 23/05/17 12566 26
98792 [일반] 우회전 일시 정지 도입 뒤 사망자 오히려 2배 증가 [68] VictoryFood10905 23/05/17 10905 2
98791 [일반] 어제 잠깐 핫했던 질게글 현황보고입니다. "중고나라 특이한 거래방식" [22] 젤렌스키7009 23/05/17 7009 2
98790 [일반] [역사] 그 많던 아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떡볶이의 역사 [47] Fig.113333 23/05/17 13333 42
98789 [일반] 감기 조심하세요~(감기투병일지) [12] 두부두부5241 23/05/17 5241 2
98788 [일반] 출산률 변화를 위해서는 여자들이 변해야되지 않을까요 [158] 아츄13815 23/05/17 13815 8
98787 [일반] 디스크 관리유틸 hdd센티널 6.01 일반라이센스.무료 (오늘 낮2시까지 배포) [13] Lord Be Goja7120 23/05/17 7120 6
98786 [일반] Hello. HP Victus. 굿 바이 레노버 씽크패드 [24] SAS Tony Parker 7480 23/05/17 7480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