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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3/01 23:50:49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031929647
Subject [일반] <타인의 삶> - 무표정의 울림.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페이퍼, 플리즈>라는 게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가상의 동구권 국가를 배경으로 해 서류작업을 하는 게임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페이퍼, 플리즈>라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게임의 장점은 '몰입감'과 '선택지'에 있을 겁니다. '먹고사니즘'으로 대표될만한 이야기와 도덕적 선택의 딜레마, 게임 상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각자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타인의 삶>은 이러한 어떠한 시스템의 톱니바퀴로 작동하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그 톱니바퀴가 어떻게 시스템 바깥으로 끌려나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누군가를 심문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소위 말하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평범한 누군가가 위험한 수법으로 심문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서부터 영화가 전개 됩니다.


평범한 악이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어떻게 다른 세계와 감응하여 변화하게 되는지에 대한 관찰기에 가까운 영화는, 매우 건조하고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영화는 비슷한 시기를 다룬 <굿바이, 레닌>이나 혹은 다른 영화들과 굉장히 다르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부분, 동시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문에 있습니다. 어찌보면 '독일' 영화라는 측면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오, 혹은 지난 날의 일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영화라는 점입니다. 어떤 '구조'와 그 구조에 헌신하는 평범한 '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그 사람에 대한 가치 판단은 묘하게 관객에게 미뤄놓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요. 과연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가, 주인공의 행동은 정당한가, 주인공의 행적은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적극적인 악과 소극적인 저항은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가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타인의 삶>은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문에 달린 바깥을 내다보는 구멍 같은, 타인의 삶을 통해 세계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그렇게 많은 의문을 관객에게 던져주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저에게 어떤 영화들은 누군가의 얼굴로 기억되곤 합니다. 저에겐 <타인의 삶>은 주인공 비즐러의 무표정한 얼굴로 기억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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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2 07:36
수정 아이콘
강추 +1
aDayInTheLife
23/03/02 07:46
수정 아이콘
정말 좋더라구요.
이쥴레이
23/03/02 08:33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입니다.
아주 우연히 주말에 밤늦은시간 공중파 방송에서
나오길래 아무생각없이 보다가 푹빠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엔딩까지 울림이 있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aDayInTheLife
23/03/02 09:37
수정 아이콘
마지막 대사가 참 좋더라구요.
23/03/02 09:33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머리쓰지 않아도 되면서 서서히 스며들듯 여운에 잠기는 영화입니다
안보신 분들 꼭 보세요
aDayInTheLife
23/03/02 09:37
수정 아이콘
여운이 꽤 오래 남더라구요. 저도 참 좋았습니다.
한 여름의 봄
23/03/02 11:49
수정 아이콘
보고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영화.
aDayInTheLife
23/03/02 12:02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Pathetique
23/03/02 12:17
수정 아이콘
영화를 끝내려면 이렇게 끝내야죠. 영화 전체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인상 깊습니다.
aDayInTheLife
23/03/02 16:12
수정 아이콘
나를 위한 책… 좋았죠.
23/03/03 09:00
수정 아이콘
말씀해주신대로 '페이퍼 플리즈' 같은 관료주의적인 작품이라서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거창한 민주주의에 대한 옹호, 참을 수 없는 압제에 대한 응분보다는 사소한 부조리, 지시의 모순, 체제에 대한 피로감 ("태양이 대답했어요. 시끄러 호네커 선생, 나는 지금 서쪽에 가있다고", "정말 재밌는 농담이군. 소속과 이름이 어떻게 되나? 하하하 농담이야, 웃어 웃어.")이 쌓이면서 주인공이 조그만한 반항을 시작하게 되고, 그게 직간접적으로 (어쩌면 또다른 사람들의 모든 반항이 모여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고 그 후일담까지 다룬다는 점에서는, 그 거대한 서사에 비해서는 건조하다 못해 사무적인 시선까지도 보이지요. 월급쟁이가 이상한 기업에서 일하다가, 당연히 그 회사는 망해버리고, 결국 알바생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

그래도 좋습니다. 책이 한 권 남기라도 했으니까요.
aDayInTheLife
23/03/03 11:49
수정 아이콘
네 뭔가 사무적이고 일상적인 생활… 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오래된 70-80년대 SF의 한 단면이 떠오르는 측면까지 보이더라구요. 최근에 악의 평범성에 대한 tv 클립을 보고서 그런 감정이 더 크게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항. 이라기보단 저는 뭔가 소극적이고 얕은 뭔가가 떠올랐어요. 저항이라기보단 뭔가 애매한 그런 단어들. 그런 상황이 모여서 만드는 성격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책이 남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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