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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22 23:19:53
Name 루저
Subject [넷플릭스 정이] 볼만한 수준 보다는 훨씬 더 괜찮았던 영화
애초 예고편부터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AI 사이보그가 된 여전사가 전투를 벌이고 그러다 자기 존재를 각성하고 분노하는 모성애 가득한 중년 여배우의 1인 SF 액션 영화인 거같은데 꽤나 진부해 보였죠. 역시나 공개 후 온라인에 혹평은 쏟아졌고 연상호가 또 '반도' 했구나 생각으로 보지 않고 있던 정이를 미국 넷플릭스 1위 소식에 예고편에서 미처 놓쳤던 감독의 철학이 느껴지며 정자세로 시청해봤습니다.

영화 초반 20여분에 왜 혹평을 받았는지 바로 느낌이 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미래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류는 우주로 이주하고 거기서 전쟁이 벌어졌다는 따위의 뻔한 설정들이 자막으로 깔리고 바로 전혀 인상 깊지 않은 CG 액션씬이 이어집니다. 제작비를 감안하면 할리우드 SF 수준의 CG 퀄리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를 보완할만한 인상적인 연출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전무합니다. 뻔한 설정에 평이한 액션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지옥'에서의 그 빛나는 '시연'씬을 만든 같은 감독이 맞나 의심스럽더군요. 오히려 CG 퀄리티 자체는 나쁘지 않고 자연스럽기는 했습니다. 김현주의 액션 연기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고 이어지는 억지 텐션 캐릭터들의 일상 연기들도 거부감이 컸습니다. 좋은 배우들을 이런 식으로 소모시키는 게 안타깝더군요.


그러나 20여분이 지나자 이제 영화는 지금까지의 설정을 내버려 두고 전혀 다른 얘기를 시작합니다. 여전사 AI 사이보그가 나오는 우주 전쟁 서사시 같았던 초반부는 훼이크였고 연구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AI 윤리를 다룬 모녀간의 가족극이었던거죠. 예고편부터 기획되었던 낚시였고, 평이한 액션씬과 억지텐션 연기는 이후의 전개를 의한 의도였으며, 무엇보다도 김현주가 주연인 여전사의 1인 액션 SF 영화 같은 것도 아닙니다. 초반 20분에 동종 영화들의 클리세들을 쏟아 부은 후 김현주의 놀라운 반쪽 연기(실제로는 신체의 약 1/4 정도의 연기)와 함께, 뻔한 클리세 투성이 영화에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들이 첨가되기 시작합니다.

A. B, C로 구분되는 AI 체계와 그 예시 장면들은 AI 윤리를 다루는 수많은 영화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언급했듯 얼굴만이 활용되는 김현주의 사이보그 연기와 이를 활용하는 연출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구요.

여기에 모성애와 결합된 비극적인 드라마는 강수연의 훌륭한 연기를 밑바탕 삼아 신파로 빠지지 않고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시청자들이 이런 장르에 기대해왔던 액션 연출을 끝까지 감추다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드디어 보여줍니다. 감독의 용기 있는 인내심이었습니다. 배우 김현주의 피부와 외모는 사라지고 이제는 차가운 금속만이 남은 사이보그의 모노레일 액션신씬은 기계적이고 냉정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인간적인 처연함을 보여주며 이 영화의 비극을 마무리하죠. 썩토에 올라온 해외 언론의 비평들만 대충 살펴봤는데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있어도 마지막 액션씬에 대한 평가 만큼은 대부분 호평이더군요.


물론, 그렇다 해도 정이가 걸작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여러 SF 영화들의 짜집기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고 해도 반박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영화만의 고유한 매력과 연상호 감독의 연출 실력이 빛나는 장면들은 최소한 부분적이라도 분명히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의 개연성이 탄탄하여 결말까지 훌륭하게 스토리를 빌드업해 나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연휴에 무난히 볼만한 킬링타임용 정도 보다는 분명히 더 높은 성취를 이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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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3 00: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절대 이 영화 좋게 평 못하겠네요 얼마나 SF장르를 얕보았으면 이렇게 얄팍한 이해와 설정으로 장르영화를 만드는지
로보캅 있으니 우린 여주인공으로 하자 거기에 모두가 좋아하는 K신파 한숟갈 캬야 주모 한잔 주소
도대체 아무리 내전이라도 우주 전쟁 스케일인데 전장의 아이돌 여용병 하나에 전쟁이 끝나는 설정이라니, SF니까 괜찬지? 수준입니다
이게 고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라는게 화날 정도의 배우들 연기에 한숨만 나옵니다
거기에 연구소장은 회장 복사 주제에 전설의 전장의 아이돌과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각성함! 원래 전투용 바디 였음?

거기에 메카 디자인은 각종 기존 SF 파쿠리에 파쿠리 독창성이라곤 1도 없고 에휴 말을 말아야지

기억남는 장면은 그저 대역 배우 몸매 뿐 입니다.
넷플이 하나만 걸려라 하고 돈 뿌리는 건 잘 아는데 좀 제작에 관여 좀 해야할듯
23/01/23 00:23
수정 아이콘
전장의 아이돌 용병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전에 실패한 이후 영혼 마저 팔려나간 패잔병 신세일뿐이고, 이런 일개 용병 따위와 관계 없이 세상은 움직이며 결국 리얼돌로 전락해버릴 수 밖에 없던 무력함이 저는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거같아요.
23/01/23 00:27
수정 아이콘
그럼 차라리 처음부터 리얼돌로 만들어 가면서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거였으면 나았을 겁니다
비록 합법적으로 판매 되었으지만 인간의 뇌를 가지고 AI를 만들어 상품화 시키는게 맞느건가 하는 주제라면요
저기서 탈출만 하면 전쟁이 끝났을 거라느니 이제 이 전투 AI로 전쟁을 끝낼 거라는 개똥같은 설정 빼버리고요
사울 굿맨
23/01/23 10:46
수정 아이콘
회장 뇌를 복제한건대, 기억은 다 지워놓고서는 '나 같지가 않아' 한다는 거 부터가...
Mephisto
23/01/23 00:17
수정 아이콘
영화로서는 잘만들어진 하지만 SF로서는 모자란 작품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죠.
그리고 해외는 다양한 SF장르를 다양히 경험했기에 저런 로봇들의 격투 액션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이 없지만 우리나라 영화씬 생각해보면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 안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액션하면 지겨울 정도로 보던 장면을 SF에서 또 보고 싶진 않거든요.
유러피언드림
23/01/23 00:22
수정 아이콘
잘 쳐줘도 1.5/5 이상은 못주겠네요. 영화 내용에 몰입하기 보다는 피식피식 썩소 나오게 만드는 수준의 유머, 대사, 스토리, 클리쉐..
영화관 가서 봤으면 입에서 험한소리 나올 뻔했습니다.
인생은에너지
23/01/23 01:07
수정 아이콘
기대치를 엄청 떨어트리고 봐서 그런지 저도 그냥그냥 볼만했습니다. 요즘 봤던 영화들이 하나같이 만족스럽지가 않았던 것도 한몫한거 같아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23/01/23 01:13
수정 아이콘
14000원 주고 봤다면...?
23/01/23 18:59
수정 아이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른 곳에서 봤는데 그럼 반대로 14000원이나 주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1000만이나 되는 국내 영화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날로 공개되었을 때 정이처럼 미국 1위를 2일 연속으로 할 수 있겠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닐 겁니다.
만찐두빵
23/01/23 08:13
수정 아이콘
그냥 딱 넷플 영화 수준 극장에서는 절대 안봄. 어쨋든 흥행은 초대박 낫으니 연상호는 좋겠네요. 지옥, 기생수 메인에 꼽사리로 쉬어가는 영화였는데
사울 굿맨
23/01/23 10: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로봇들 맨손 격투씬 때깔은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보다도 낫더군요. 그 거 하나 볼만 했습니다.
총격씬에서는 오히려 타격감이 훨씬 더 떨어지는... 차라리 총대신 쇠파이프 같은 걸로 싸웠으면 어땠으려나 합니다.
23/01/23 12: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다른것보다 SF라서 평가가 더 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명절 코믹 영화나 첩보, 드라마 장르의 상업 영화였다면 그냥 저냥 볼만했다고 말 할 수 있을만한 연출과 대사들이지만 엄연히 장르물이라고 홍보를 한 순간부터 혹평을 피할 수 없어요.
태양의맛썬칩
23/01/23 13:18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의 ‘호평’ 항목과 내용이 동일하네요. 위키 내용을 본인이 쓰신건가요?
23/01/23 15:56
수정 아이콘
제 글 그대로 복사해 간 거같아요. 저는 나무위키 보기만 하지 편집할 줄은 몰라서.. 복사해 간 게 화나는 것 보다는 비문도 많은데 그대로 가지고 가서 좀 쪽팔린데 저거 지우게 하려면 절차가 복잡할까요? 호평 참고할 글이 거의 없어서 제 글 퍼간 거같긴 한데..
23/01/23 17:37
수정 아이콘
보니까 편집 역사를 확인 해 볼 수 있어 살펴봤는데 최초에는 거의 원문이 올라갔다가 점차 수정되면서 글이 진화하고 있군요. 현재 최종본은 확실히 제가 쓴 원문보다 매끄럽게 읽혀지네요. 어쨌든 수정된 시간들 쭉 살펴보면 PGR에 올린 제 글이 먼저인 건 확인이 될 겁니다.
지탄다 에루
23/01/23 13:41
수정 아이콘
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OTT 킬링타임용으로요.
흠잡을데는 많지만 팝콘영화라 생각하면 뭐..
물론 영화관가서 보진 않겠지만요. 근데 영화관 개봉영화도 이것보다 못한 것들도 있으니까요.
23/01/23 13:47
수정 아이콘
디스토피아와 AI에 대한 거대 세계관이 아니라 모자의 관계를 통한 윤리적 고찰이라는 선택과 집중이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SF 장르는 눈높이가 너무 높아요. 블레이드 러너+공각기동대+인터스텔라 급 정도되야 호평이 쏟아질 겁니다.
23/01/23 17:30
수정 아이콘
감독 인터뷰를 보니까 제작비 문제도 있고 애초부터 SF 멜로(남녀간이 사랑이 아니더라도)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공각기동대나 배틀엔젤을 기대하고 봤다면 실망스러웠겠지만 더문, 엑스마키나 같은 작품들을 생각하고 봤다면 꽤 볼만했던 영화가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찐두빵
23/01/23 19:39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제작비가 200억 따리라 어쩔수없죠.
23/01/23 19:3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연상호 감독 필모 중에서는 제일 나았습니다.
EurobeatMIX
23/01/24 00:45
수정 아이콘
하도 말이 많아서 방금 봤는데 설정과 전개에 빈틈이 좀 있어서 SF를 각잡고 보던 사람들은 이게뭐야 싶은거고 그냥 영화로 봤으면 똥이다 라고 할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써주신대로 뭔가 액션성에 기대감이 들도록 사전에 조성된게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장르 자체를 그쪽으로 오해하게 된 것 같아요.
23/01/25 01:42
수정 아이콘
그냥 재미로 보면 되는데 하나하나 심각 하게 따지시는분이 많이 까면 항상 그작품 대박 나던데 정이도 대박 행진인가 보네요.
23/01/26 03:30
수정 아이콘
상대적으로 저예산 SF치고는 CG가 어색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잘 만든 거 같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안에 하나의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액션과 드라마가 골고루 섞여 있어서 재밌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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