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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2/08 01:38:10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949370415
Subject [일반] <그래비티> - (스포)두고 온 것과 붙잡아야 하는 것, 결국 모든 것은 중력의 문제. (수정됨)
최근 <그래비티>의 IMAX 3D 포맷 재상영을 보고 오랜 고민 끝에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랜 고민을 한 이유는 첫 째로, 이 영화의 많은 것들이 시각적인 부분에 기대고 있다는 점, 그래서, 다시 봤을 때 그 충격을 다시금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걱정했다는 점과 둘 째,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서사 자체는 꽤 단순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금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영화의 패를 읽고 시작하는 셈이니까요.

그럼 제 두 번째 관람의 감상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쩐다.'

<그래비티>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물론 당시에도 매우 좋아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훨씬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를 가진 영화라고 생각이 드네요. 먼저 시각적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스틸 컷이나 혹은 캡쳐로 담을 수 없는 그런 화면이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시네마틱'한 경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든다고 해도, 극장에서만, 큰 화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요. 특히 이러한 장면은 그 모든 여백이 암흑으로 채워지고, 오직 스톤 박사의 모습만 점점 멀어지는 초반부 장면에서 느껴집니다. 사운드도 훌륭하구요.

<그래비티>의 서사는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재탄생'의 서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직접적으로 ISS에 도착했을 때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우주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이 탄생한 인물의 이야기라구요. 하지만 다시 본 영화는 아무래도 연결과 이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두 이야기가 아주 멀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태아의 모습으로 보이는 에어로크 안의 스톤 박사나, 도달하는 지점이 호수 안이라는 점, 개구리와 호수 바깥으로 나와 첫 걸음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재탄생의 서사라는 감상을 주기도 하구요. 동시에 많은 이야기는 연결과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붙잡고, 찾아내고, 또 휘청이는 와중에도 버텨내기 위해 줄을 잇는 것이기도 합니다. 줄을 스스로 놓아버린 유일한 인물은 자기 희생을 위해 줄을 놓았고, 다시금, 희망을 주기 위해 환각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하구요.

네, 결국 영화를 구성하는 건 시각적 효과와 이야기라는 점을 오랜만에 느껴보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여전히 좋은 시각적 효과와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러니컬하게도 영화 내내 부재하던 '중력'이 영화의 제목인 이유는 결국 지구에 두고 온 것, 그리고 내가 붙잡아야할 것, 이 모든 것들이 삶의 동기이자 우리를 삶에 열중하게 하는 중력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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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갈량
22/12/08 08:53
수정 아이콘
저도 다시 보았을때
모든걸 잃은줄 알았지만
사실은 모든것을 넘어 잇고자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
고립을 통해 깨닫고
원초적인 일어섬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로 느껴지더라구요.
aDayInTheLife
22/12/08 09:13
수정 아이콘
말 그대로 성장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다드
22/12/08 09:17
수정 아이콘
뻔하지만 뻔함이 없었어요. 박수나 환호가 없어도 충분히 가슴벅찬 귀환. 돌비로 봤을때도 너무 좋았었는데 글 보니 아이맥스 3D로도 보고싶네요.
aDayInTheLife
22/12/08 09:24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근데 아맥 3d 너무 비싸요…
인민 프로듀서
22/12/08 09:36
수정 아이콘
이 시대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인민 프로듀서
22/12/08 09:41
수정 아이콘
네버마인드 휴스턴, 내 생각에 가능한 결과는 두가지다. 하나는 무사히 착륙해서 끝내주는 썰을 풀어주는거고, 또 하나는 여기서 불타죽는것. 어느쪽이든, 밑져야 본전이지!

왜냐면 어느쪽이든... 개쩌는 여행이 될테니까.
aDayInTheLife
22/12/08 09:51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흐흐
22/12/08 11:00
수정 아이콘
개봉 당시에는 보지 못했고,
14년에 아카데미 수상 기념 재개봉시에 용아맥
18년에 재개봉에도 용아맥
21년에는 메가박스 돌비 뭐시기 관에서 또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의 모든 의미를 담고 있는 '그래비티' 라는 제목이 너무 좋습니다.

이 글 보고 재개봉 정보 찾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aDayInTheLife
22/12/08 11:36
수정 아이콘
매드맥스도 재개봉 중이에요!
아리아
22/12/08 11:31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시각효과도 별로였고
이야기도 단순해서 와닿지는 않는 영화였네요ㅠㅠ
aDayInTheLife
22/12/08 11:37
수정 아이콘
그러실 수 있죠 흐흐 영화의 얼개는 단순한 이야기라고 해도 되니까요.
22/12/08 11:31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내일 아이맥스 재개봉관 갑니다.
리마인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aDayInTheLife
22/12/08 11:36
수정 아이콘
매드맥스도 재개봉 중입니다!
Lena Park
22/12/08 12:57
수정 아이콘
둘다 작은 화면으로봐서,,,ㅠㅠ 아이맥스로 둘다 보긴 스케줄도 그렇고 좀 빡센데...
그래비티 vs 매드맥스 하면 어떤게 좋을까요??
aDayInTheLife
22/12/08 15:50
수정 아이콘
매드맥스는 저도 아이맥스는 아니었는데.. 음..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래비티 쪽 손을 들어주고 싶긴 합니다.
인민 프로듀서
22/12/08 21:40
수정 아이콘
작은 화면으로 보셨으면, 그래비티 아직 안보신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12년째도피중
22/12/08 15:16
수정 아이콘
흑흑흑 지방러는 이럴 때 웁니다.
정말 보고 싶고요. 같이 보러 갔던 분이 너무 좋아하셔서 저까지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라도 다시 큰...화면에서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서울이지. 크크크.
aDayInTheLife
22/12/08 15:50
수정 아이콘
저도 지방러.. 지만 아이맥스로 봤..
12년째도피중
22/12/08 16:41
수정 아이콘
지방러중 최강자인 부산분 아니십니까. 여긴 그냥 촌놈이라고 할께요. 지방도 등급차이가 있지 참. 흑흑.
aDayInTheLife
22/12/08 17:51
수정 아이콘
울산 삽니다.. 학교 땜시 잠깐 부산..
살려야한다
22/12/08 21:25
수정 아이콘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고 영화관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입니다. 흐흐 이번에도 보러 갈 듯
aDayInTheLife
22/12/08 21:26
수정 아이콘
재밌게보세요! 흐흐 역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22/12/09 10: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리마인드 해주신 덕분에 다시 아이맥스로 봤습니다.
제 생각에 한 단어로 영화를 표현하라면 본문 말씀대로 [연결]의 영화네요.
역시 제 인생 영화 탑3 안에 듭니다 흐흐흐.

간만에 행복했네요. 고맙습니다.
aDayInTheLife
22/12/09 11:14
수정 아이콘
재밌게 보셨다니 좋네요 흐흐
피우피우
22/12/09 17:42
수정 아이콘
제가 보고 느꼈던 것과 감상이 비슷해서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이야기가 간결하다고 해서 깊이가 없는 게 아니다." 라는 이동진 평론가의 멘트가 참 인상깊었는데, 그래비티라는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멘트라고 생각합니다.
aDayInTheLife
22/12/09 18:26
수정 아이콘
흐흐 그렇죠. 단순하지만 힘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이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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