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9/15 17:04:35
Name AaronJudge99
Subject [일반] 스포)영알못 대학생의 매우매우늦은 헌트 후기 (수정됨)
코로나 이후로 한동안 영화관을 안 가다, 저번에 탑건 매버릭이 입소문이 너무나도 좋길래 부모님 손 잡고 갔다 감격에 차 나온 지 어언 3개월.
저는 그 이후로 영화관에 간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유독 경로의존성이 높은 탓인지, 한번 발을 끊으면 관성적으로 계속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개학하고 교수님께서 주신 '영화 관람 후 비평문 써오기' 과제를 받아들고, 동기들과 함께 털레털레 근처 메가박스에 들렀습니다

사실 강원도라 별로 기대는 안 했는데 영화관 깔끔하고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없었습니다. 좀 많이......330석 중 저희 일행 포함해서 대략 10명? 15명? 정도만 찼으니까요.

오랜만에 들어온 영화관의 향취와 손에 한아름 안아든 최애 반반팝콘과 환타를 먹으면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영화가 시작하더군요.
처음에 워싱턴에서의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으로 시작하던데, 초반부 대사가 영 안 들렸습니다. 웅얼웅얼..해외팀은 뭐하구 웅얼웅얼...
다시금 우리나라 영화의 대사 음향 문제가 심각하긴 심각하구나...느꼈네요. 그래도 잠깐 안들렸고 이후부턴 잘 들려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건 영화관의 빵빵한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음향과 함께 펼쳐지는 황홀한 볼거리였습니다. 돈 많이 썼겠네..란 생각이 절로 드는 액션신이었어요. 첩보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5 이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눈이 즐거워지더라구요.

중간에 박평호와 엮인 젊은 여대생이 나오는데, 와 보면 볼 수록 고우셨습니다. 저는 처음엔 당연히 딸이겠거니 싶었는데, '아저씨'라고 부르는 대목에서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영화긴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1980년대에 두고 있는데, 그 당시 풍경을 잘 재현해낸 것 같아서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택시운전사나 1987에서 보던 '80년대스러운' 장면이 많이 보였어요.

아무래도 1980년대의 정보기관을 다룬 영화다 보니까 야만적이고 우악스러운 장면들이 많이 나오겠구나 싶긴 했는데 직접 그 끔찍한 장면들을 보다 보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고 눈을 꾹 감게 됐습니다. 저런 시대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요. 괜히 남산에 가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말로는 '조사'라고는 하지만....어후....

해외팀과 국내팀 간에 서로를 '남산'에서 '조사'하려고 이 악물고 달려드는 경쟁을 한 것도 뭔가 아이러니하더라고요. 박정희 정권 당시에 2인자 자리를 놓고 죽어라 싸우던 김재규와 차지철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음향도 좋고 액션도 좋고 특수효과도 좋고 다 좋은데....스토리가 좀 어려웠네요. 뭔가 갸우뚱? 하게 하는 장면이라고 할까요?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가 많았습니다.
박평호가 동림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보안사에 잡혀갔을때 폭행하고 인두로 지지는 걸 보면서 '와 군인들 간첩한텐 진짜 가차없네' 했는데 '당성 테스트'.....라면서 풀어주는 장면에서 또 놀랐습니다. 무슨 테스트를 그렇게 험악하게 하는지 원 크크....두 번 하면 죽겠어요 아주.
또 마지막에 모든 일이 끝나고 박평호가 절로 와서 조유정을 만날때 저는 둘이 감격의 상봉을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근데 갑자기 총을 집어드네?? 뭐야 얘도 간첩이었어?? 그렇게 박평호가 죽으니까 갑자기 머리가 팍 식더라고요
내가 영화를 대충 봤나...싶기도 했고요 크크...얘가 왜 이런 행동을 했지? 이런 의문을 던졌을 때 제 뇌에 입력된 정보만으로는 딱히 답이 안 나왔습니다

근데 그래서 재미없었냐? 하면 재밌었습니다. 만원의 가치는 충분히 하는 영화였어요.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 만큼 흡입력 있고 몰입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예상되는 전개는 '뻔한' 클리셰 범벅이라고도 생각될 수 있기에, 관객들 통수치는 전개가 막 나쁘지는 않다 생각합니다. 근데 전 좀 어렵게 느껴졌네요 크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시린비
22/09/15 17: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3년 전 일본에서 박평호의 정보원 조원식이 죽을 때 “사실은 본인은 박평호의 감시역이었고, 누군가가 다시 올 것이다”라는 식의 말을 했고, 조유정은 그 조원식의 자식이라는 포지션에 있었죠.

여튼 내용만 너무 집어넣은듯한 영화라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정신없다는 평이 어울릴듯 합니다.
어머니도 재미는 있었지만 너무 몰아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하셨었고
게다가 시대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몇몇부분은 실화가 있었다는 이유로 굳이 넣은듯한 부분들이 있었던듯
AaronJudge99
22/09/15 17:22
수정 아이콘
그랬었군요....
그 대사를 제대로 못 들었던 스노우볼이 여기까지 크크 ㅜ
저는 헉 총맞았어 아저씨 죽나? ㅠㅠ 이런 생각만 했지 대사엔 귀를 잘 못기울였었거든요
22/09/15 18:50
수정 아이콘
그 대사는 아마 총 맞는 씬에서 안 나오고 후반부에 회상씬에서 나올겁니다. 크크 아마 그 여대생한테 총 맞는 장면 직전에 회상씬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AaronJudge99
22/09/15 20:00
수정 아이콘
!!! 감사합니다
Equalright
22/09/15 17:29
수정 아이콘
대학교수가 간첩이었나요? 대학교수는 그때 나오고 안나오는걸로 아는데..
AaronJudge99
22/09/15 17:35
수정 아이콘
민초단장김채원
22/09/15 17:30
수정 아이콘
처음 고문당한 대학교수는 간첩이 아니라 억울하게 누명쓴게 맞습니다. 어떤 장면을 보고 간첩이라고 오해하셨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조유정이 간첩이라는 사실은 이성민배우가 연기한 조원식이 죽을 때 하는 대사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북한에서 보낸 박평호의 감시역이었으며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누군가가 또 올거라고 하면서 죽는데 그게 조유정...
화장까지 다 끝난 후에야 딸이라면서 찾아와서 슬픈 기색도 없이 유골함을 대충 챙겨갔던 이유가 진짜 딸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AaronJudge99
22/09/15 17:35
수정 아이콘
어?? 방콕에서 박평호한테 속삭이다 총맞은 사람 보고 교수라 생각했는데….
제가 오해했던 모양입니다 ㅠㅠ


그랬군요……..설명 감사합니다
민초단장김채원
22/09/15 17:42
수정 아이콘
그 사람은 워싱턴 사건때 등장했던 기자입니다.
인간실격
22/09/15 17:50
수정 아이콘
헌트라 그래서 당연히 매즈 미켈슨 주연의 작품을 생각했는데 동명작품이 많네요 크크 저도 늙었나봅니다
AaronJudge99
22/09/15 17:59
수정 아이콘
아 그것도 진짜 명작이죠
이쥴레이
22/09/15 19:52
수정 아이콘
요근래 본 영화중 가장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가장 한국근현대사와 잘 믹스한 영화죠.
피지알 안 합니다
22/09/15 20:23
수정 아이콘
저는 처녀작에 대한 욕심이 보여서 좋은 점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뭔가 각잡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영화 곳곳에서 느꼈네요. 대신에 약간 투머치했고 그래서 친절하지 못한 영화라는 느낌도 있었네요.
AaronJudge99
22/09/15 22:30
수정 아이콘
저는 이거 이정재 입봉작인거 모르고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크크
닉언급금지
22/09/15 22:40
수정 아이콘
헌트에서 제일 전율이었던 장면은 그 미그기 끌고 대령인가가 귀순하는 장면...
학교에서 갑자기 사이렌 울리고
전투기들 엄청나게 날아다니고
무서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976 [일반] 헌재 “8촌 내 혼인금지는 합헌…혼인무효는 불합치” [78] VictoryFood16258 22/10/27 16258 0
96960 [일반] [노스포] 사이버펑크 : 엣지러너 [30] 겨울삼각형11338 22/10/25 11338 5
96870 [일반] 암환자 병간호 기록. [57] Sputnik13833 22/10/14 13833 116
96839 [일반] [창작] 문제의 핵심 1편 [3] Farce10790 22/10/10 10790 6
96829 [일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 [163] 트랜스휴머니즘19916 22/10/09 19916 8
96806 [일반] 부산국제영화제 후기. (사진과 스포 다량 함유!) [8] aDayInTheLife10508 22/10/07 10508 0
96800 [일반] 드디어 애플페이가 11월 30일 (예정?) 에 상륙합니다. [100] Leeka15392 22/10/06 15392 2
96785 [일반] [테크히스토리] 너의 마음을 Unlock / 자물쇠의 역사 [10] Fig.148585 22/10/05 48585 10
96757 [일반] [직장생활] 면접을 보고 느낀 점 [18] 라울리스타13501 22/09/30 13501 12
96713 [일반] 낡은 손목 시계 - 完 [4] aura7815 22/09/28 7815 7
96703 [일반] 낡은 손목 시계 - 5 [3] aura7391 22/09/27 7391 4
96695 [일반] 염철론 - 중국 통일왕조들의 근본 사상이 유교가 된 이유 [31] 딸기우유먹보10239 22/09/26 10239 9
96685 [일반] [일상글] 24개월을 앞두고. [26] Hammuzzi8260 22/09/26 8260 50
96677 [일반] [스포많음]사이버펑크 엣지러너를 보고 [40] 헤후17902 22/09/25 17902 6
96674 [일반] 2022년 9월 25일자 중고 그래픽카드 시세 [27] 귀여운 고양이12057 22/09/25 12057 12
96633 [일반] 9월 FOMC 요약: 희망이 보이나, 방심하지 않겠다 [41] 김유라20124 22/09/22 20124 16
96610 [일반] 엄마의 잔소리 [6] SAS Tony Parker 8650 22/09/20 8650 28
96602 [일반] 결석제거 수술을 했습니다. [20] 이니12115 22/09/19 12115 11
96599 [일반] [무협] 자하를 만난 연신 [14] theo11405 22/09/19 11405 8
96590 [일반] '길을 뚫다': 아즈텍 멸망사 하편 [24] Farce24048 22/09/17 24048 45
96577 [일반] 스포)영알못 대학생의 매우매우늦은 헌트 후기 [15] AaronJudge9910630 22/09/15 10630 0
96568 [일반] (노스포)사이버펑크 엣지러너 - 다시 나온 게임기반 수작 애니메이션 [27] 카트만두에서만두11155 22/09/14 11155 4
96564 [일반] 저성장, 저출산 시대와 보건의료의 미래 [78] 여왕의심복17943 22/09/13 17943 10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