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8/15 23:00:25
Name Nacht
Subject [일반] 광복절맞이 뻘글: 8월 15일이 정말 "그 날"일까요? (수정됨)
안녕하세요. Nacht입니다.

미친듯이 바쁘던 몇 주가 지나가고 드디어 프로젝트가 마감, 겸사겸사 연차써서 일주일 여름휴가를 맞이한 건 좋은데, 제가 사는 나라에서도 코로나 환자는 매일 아~~주 많이 나오는 중이고 게다가 날은 38도를 찍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여친은 이직 직후라 연차도 없어서 혼자 방에서 뒹굴거리다 이렇게 돼지가 될 게 아니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지 않겠능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딱히 생산적인 일이 가능할 리도 만무하고 결국 잉여력을 쥐어짜내서 생각한 테마를 하나, PGR 회원분들과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오늘의 뻘글 주제는 "8월 15일은 정말 광복절일까? 다른나라는 어때?"라는 테마입니다.


1. 한국의 광복절 "8월 15일"

한국의 광복절은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8월 15일입니다.
이는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이 패망하고 한반도가 주권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지정된 법정 공휴일이며. 이에 관련한 법적 근거는 1949년 10월 1일에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그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굳이 어렵게 법률까지 찾아보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싫어도 8월 15일이 무슨날인지는 체감이 가능합니다. 일단 빨간날(씐난다!!!)이며,  TV를 틀면 온갖 광복절 관련 컨텐츠가 넘쳐납니다. 거리에 나서보면 (요새는 줄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 광복절을 기념하곤 하죠. 전국 각지에선 행사가 열리고, 대통령은 연설을 합니다,.


2. 다른 나라들은?

물론 광복절이라는 건 식민지였던 한국이 일제로부터 독립했다는 차원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있어서는 이 비슷한 날의 의미는 제각각입니다. 어떤 나라는 전쟁에서 승리한 승전기념일이 될 것이고, 또 다른 나라에 있어서는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패전기념일....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네요. 여하튼 전쟁이 끝났다는 종전기념일이 될 것입니다. 또 우리와는 입장이 달랐던 식민지 국가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 대표적인 2차대전 관련 주요국들의 기념일을 한 번 볼까요?

A. 일본: 종전기념일, 8월 15일
B. 미국: V-J Day(Victory over Japan Day), 9월 2일. 참고로 V-E Day(Victory over Europe Day)도 있습니다. 5월 8일.
C. 영국+과거 영연방 국가들: V-E Day, 5월 8일. V-J Day는 8월 15일.
D. 이탈리아: 해방일(Liberation Day), 4월 25일
E. 독일: 해방일(Tag der Befreiung), 5월 8일
F. 소련/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일, 9월3일(소련)~9월2일(2010년부터, 러시아)~9월3일(2020년부터, 러시아)
G. 북한: 해방일, 8월 15일
H. 중국: 승전기념일, 9월 3일(2014년부터 제정)

일본이랑 영연방 국가들과는 어느정도 겹치긴 하는데요. ...어라? 뭔가 다 제각각이라는 느낌이 안드십니까? 아니, 일본이 항복한다고 선언한 거 8월 15일 아니었음? 이런 생각 안 드시나요? 이탈리아나 독일이야 그렇다치고, 미국애들은 왜 9월 2일? 러시아는 왜저리 바꿔대? 중국은 뭔 2014년에야 지정을 했대??

이를 위해선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일본제국 패망의 과정

자, 우리는 8월 15일이 한국의 "광복절"이라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8월 15일에 정확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 왜 이 날이 한국의 "광복절"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 의외로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분은 적어도 제 주변에는 드물다는 느낌이 듭니다.

8월 15일은,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에 의해 소위 말하는 "옥음방송(玉音放送)"가 있었던 날입니다. 재위중이던 천황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해지는 일은 전쟁 전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도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혹자는, 이것이 최초로 천황의 목소리가 전 국민에게 방송된 날이라고도 합니다만, 사실은 그 이전에도 방송사고(...)와 같은 형태로 민중에게 천황의 목소리가 들린 적은 있기는 합니다.(1928년 12월 등) 다만, 사고가 아니라 명확하게 천황 본인의 의지로 전문이 방송된 사례로 한정한다면 분명히 이 날, 천황의 연설은 전 국민을 상대로 전해진 최초의 스스로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인즉슨, 연합국 측이 제안한 이른바 '포츠담 선언', 즉 일본이 항복 후 어떠한 체제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내용입니다만 이를 전면 수락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이를 통해 일본은 항복 의사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냥 이렇게 단순하게만은 볼 수 없는 뒷사정이 존재합니다.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인다라는 천황의 의사가 전 국민을 상대로 공표된 시점은 분명 1945년 8월 15일 당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천황이 어전회의에서 포츠담 선언의 내용을 수락할 것을 결정하고 이를 연합국 측에 전달한 것은 그 전날인 8월 14일입니다. 심지어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8월 9일 심야로부터 10일 아침까지 계속된 회의에서 히로히토 천황은 이미 선언의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었다고 합니다.

왜 이때 일찌기 항복이 결정되지 않았나. 이건 그동안 지겹게 보셨겠습니다만 일본 제국군이 반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9-10일에 걸친 회의 시점에서 , 본토 결전을 주장하는 군부측은 천황의 지위는 항복 후에도 보장이 되어야한다고 결사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이었죠. 결국 이 천황의 지위 보전을 조건으로 한 답신을 연합국 측에 전달, 동시에 해외를 타겟으로 한 라디오방송에서도 반복합니다. 그리고 12일 아침, 미국 라디오에서 이에 대한 답신이 공개되는데요. 여기서는 천황의 지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 "일본정부의 최종적인 형태는 일본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긴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최고위측 회의에서는 토론 끝에 정식 답변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신을 보류, 하지만 14일 히로히토 천황이 재차 회의를 소집하여 선언 내용을 수락한다는 방향으로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고 14일 밤에는 연합국 측에 이 답신을 전달합니다.

즉, 15일 라디오를 통해 국민을 상대로 방송된 이른바 "옥음방송"의 내용은, 14일 저녁에 이미 연합국측에 전달된 내용의 사실 추인에 지나지 않았으며, 실제로 연합국 측인 미국 등은 14일 밤에 일본이 요구를 수용했음을 대대적으로 알립니다.

또한 이렇게 대국민 담화의 형태로 항복을 선언한 15일 이후로, 실제로 항복문서에 조인이 이루어진것은 다음달인 9월 2일, 도쿄만에 정박해있던 미해군 미주리함의 갑판 위에서였습니다. 결국 서류상의 정식 종전일은 9월 2일이었던 셈이죠.


4. 왜 다들 날짜가 다를까?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각자 그들이 연합국에 항복하고 문서에 서명한 날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이 두 국가의 기념일은 논쟁의 여지가 적습니다. 하지만 일본+일본과 직접 교전한 국가들에 한해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띄는데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지극히 간단명료하게 9월 2일을 V-J Day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행사도 합니다. 현지거주 지인들에게 물어본바로는 역시나 미국에서는 V-E Day보다는 V-J Day를 좀 더 성대하게 치르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중국의 경우는 다소 복잡한게, 타이완의 경우는 9월 3일을 전승절로 삼고 있습니다만 중국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의 경우, 이 9월 3일을 전승절로 결정한 것은 무려 전쟁으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2014년부터입니다. 이는 중국 내부의 사정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중국 공산당은 당시 국민당과 내전중이었고 가급적 적을 더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공산당의 경우는 일본군 중에서도 중국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관동군과 교전중이었는데요. 관동군은 일본의 항복을 거부하고 가급적 소련에게 항복하는 형태로 전쟁을 끝마치고 싶어했습니다. 이는 즉슨 중국 공산당군과의 교전은 8월 15일 이후로도 이어갔다는 말이 되구요. 공산당은 이를 토대로 "관동군=나쁜 일본인, 일반 일본인=희생자 일본인"이라는 구조를 만들고, 전후처리에 있어서도 관동군 소속의 전쟁포로에게는 형을 선고하는 대신 일반인들에게는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일본이라는 국가 그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는 않으려는 시도를 합니다.

소련의 경우는 여기에 더해 이권이 얽혀있었습니다. 소련이 일본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한 것은 1945년 8월 9일입니다. 심지어, 1945년 9월 2일에는 일본과 현재 러시아의 국경분쟁 지역인 이른바 북방영토 지역에 대해 작전을 시작합니다. 이 북방영토의 점령을 완료한 것이 9월 5일인데요. 연합국 일원으로서 항복조인 자체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던 소련군은 어정쩡하게 9월 3일을 일단 승전기념일로 지정합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왜 승전일을 9월 2일로 앞당겼는지가 의문스러운데요. 사실은 간단합니다. 9월 3일을 승전일로 지명해 유야무야한 태도를 취했던 소련은 어디까지나 소련이고, 러시아는 그와는 관계가 없다, 즉 역사의 단절을 의도한 것이고. 어차피 당시 시점에서 북방영토는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던 상황인 터라 러시아의 지배를 유지하면서도 대의명분을 얻을수 있는(즉 미국 등 서방측 연합국과 동일한) 9월 2일을 승전일로 지명한 것이죠.


5. 그런데... 애당초 일본도 이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여기서부터인데요. 일본조차도 원래부터 8월 15일이 종전기념일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50년까지 전쟁에 관련한 신문들을 살펴보면, 8월 15일을 종전과 연결시키는 논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9월 2일을 종전과 연관짓는 기사가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이는 어느정도는 당시 일본을 신탁통치하고 있던 GHQ=SCAP, 즉 미군정과도 연관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천황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소위 옥음방송과 8월 15일에 대한 보도를 통제하지 않았나 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통해 미군정이 종식되고 일본이 자주권을 되찾은 뒤로, 1954년부터 본격적으로 8월 15일을 종전과 연계시키는 움직임이 눈에띄게 늘어납니다. 일본 국내의 주요 언론인 아사히신문, NHK를 비롯한 언론 각사는 매년 8월 15일에 종전 xx주년이라는 명목하에 각종 특집을 편성. 일본인들 사이에서 "8월 15일이 전쟁이 끝난 날"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킵니다.

그리고 이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일본이 1963년 5월 14일에 결정한 전국전몰자추도식실시요항, 그리고 1982년 4월 13일에 각의결정된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에 의해 제정된 종전기념일, 이라는 것이죠.


6. 한국의 경우는...

일본이 52년까지 8/15에 대한 언급이 극도로 자제되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이 8/15를 국경일로 제정한 것이 49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일본의 움직임과 한국의 국경일 제정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성은 없다고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9월2일로 하느니 그냥 더 빠른 8월 15일이 더 낫지 않느냐(+한국 공식 정부의 탄생이 8월 15일이기도 하고)라는 공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만, 이 역시 하나의 억측에 불과하겠죠.

이상 광복절 맞이 뻘글을 마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월 16일 13시 본문내용 보충]
참고로 일본의 “종전기념일”은 일반에서 사용하는 통칭이며, 정부의 공식 명칭은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이라는 매우매우 긴(…) 명칭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종전기념일 혹은 종전일이라고 호칭하는게 대부분이며, 일부에서는 공식명칭을 줄여 “평화의 날”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일본에서 종전기념일은 언제로 하는게 맞느냐라는 의논은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곤 합니다. 본문에 언급된 8월 15일과 9월 2일 외에,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통해 정식으로 종전선언이 채택됨과 동시에(공산권 국가는 제외) GHQ=SCAP에 의한 미군정의 통치가 끝나고 주권이 일본정부에 반환된 4월 28일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의견은 아마도 한국에서도 역사교과서 문제로 친숙하실 이른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등의 우익측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곤 합니다.


참고문헌

佐藤卓己 「メディアが創った「終戦」記念日 VJ Dayから8・15まで」

「終戦の日」はなぜ8月15日? 「戦争が終わった日」は国によって異なる?(Asahi Globe)
https://globe.asahi.com/article/14694987

https://www.nationalww2museum.org/war/articles/v-j-day

日本人だけが8月15日を「終戦日」とする謎
https://toyokeizai.net/articles/-/80286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대법관
22/08/15 23:04
수정 아이콘
그럼 이참에 9월2일을 제2차 광복절로 공휴일 제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선화
22/08/15 23:07
수정 아이콘
연합국의 승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5월 8일도 기념해야 하는데 어버이날과 겹치니까 하루 미뤄서 5월 9일도 공휴일로 하면 좋겠군요
대법관
22/08/15 23:07
수정 아이콘
국회가 이 글을 얼른 읽어야할텐데..
22/08/15 23:16
수정 아이콘
역시 삼권분립에 충실하시군요
그냥켑스
22/08/15 23:54
수정 아이콘
8월 15일을 정부 수립 기념일로 해서 쉬고,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4월 11일도 정통성 차원에서 쉬고 9월 2일을 광복절로 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답이머얌
22/08/16 01:34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좋은 의견입니다.
Anthony DiNozzo
22/08/17 19:17
수정 아이콘
4.13 : 건국절
8.15 : 광복절
9.2 : 독립전쟁 승전기념일(VJ Day)

이걸로 합시다 크크
22/08/15 23:15
수정 아이콘
북한도 8월 15일을 조국 광복의 날로 제정한걸 보면 당시 한민족 사이에서는 광복은 8월 15일이다.. 이런 내적 합의는 꽤나 퍼져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22/08/15 23:19
수정 아이콘
사실 이해가 가는게 9월2일과 8월 15일의 사이에는 무려 반달의 시간차가 있기는 합니다. 식민지화라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거기서 벗어나는게 식민지 입장에선 바람직하긴 하죠.

다만 그와는 별개로 좀 더 대국적인 시각도 갖추어보면 다각적으로 역사가 보이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당장 저부터도 8월15일이 광복절이라는 데 아무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는데, 알아보고나니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더군요.
SAS Tony Parker
22/08/15 23:18
수정 아이콘
이런글을 쓰는분이 아닌데 귀하군요 크크
여기 국회의원 보좌관도 있을텐데 이거 보고 추진 좀
22/08/15 23:20
수정 아이콘
[이런글을 쓰는분이 아닌데]

이봐요 당신 거기 잠깐 좀 서있어봐
22/08/15 23:18
수정 아이콘
할머니한테 광복절에 어떠셨냐고 물어보니까 광복된줄도 몰랐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22/08/15 23:21
수정 아이콘
사실 옥음방송 못들었다면 그냥 평범한 하루였겠죠.
우리집백구
22/08/15 23:29
수정 아이콘
실제로, 해방됐다고 국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서 만세부르는 사진들 중 상당수는 8월16일에 촬영한 거라고 합니다.
SAS Tony Parker
22/08/15 23:38
수정 아이콘
그때만해도 통신은 고위직이 쓰던거라 모르던게 정상인 시절....
유료도로당
22/08/16 08: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옥음방송을 8.15 정오에 라이브로 듣고 바로 이해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점차 소문이 퍼지면서 8월15일 밤에는(적어도 경성 시민들은) 많이들 알게되었고, 다음날인 8월 16일 조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다들 거리에 쏟아져나와서 만세를 불렀다고하니..

시대상을 고려하면 '8.15에 벌어진 일을 당시에 우리나라는 몰랐다'는건 좀 너무나간것같고 '우리 민족이 광복이라고 느낀 날이 8.15'라고 기념하는게 오히려 가장 적절한듯합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2/08/16 10:59
수정 아이콘
일본 순사 앞잡이 하던 놈들이 해방 되니까 먼저 나서서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다가, 6.25때 인민군 내려오니까 인공기 들고 설쳐 대더라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22/08/15 23:26
수정 아이콘
뭐 적어주신것처럼 옥음방송의 의미가 좀 크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아마 옥음방송 자체는 일본국내 + 식민지였던 조선에도 함께 방송되지 않았나 싶고, 서류상의 종전이야 어쨌건간에 일본의 가장높은사람이 패전을 인정한다는것 자체가 조선인에게 있어서 광복이라는 의미로 다가왔겠죠.
AaronJudge99
22/08/15 23:37
수정 아이콘
아마 최소한 관공서라던가 조선 거주 일본인들은 다 듣고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해요
덴노가 직접 방송한다는데 흐흐
22/08/15 23:40
수정 아이콘
옥음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할정도로 의미있는 방송이니까요. 크크크....
덴노가 가지는 상징성은, 어떤면에선 영국 왕실보다도 윗줄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덴노의 상징성이 신화와 연결되어있다보니, 단순히 인간계(?) 레벨인 영국 왕실보다 더 급이 높을수밖에 없는듯..
AaronJudge99
22/08/15 23:50
수정 아이콘
지금이야 평화헌법도 있고 뭣도 있고 하지만
1945년 당시만 하더라도 자국에서 가지는 위상은 영국 왕실이 가지는 그것하고 비교가 안됐겠죠 크크
22/08/16 10:53
수정 아이콘
옥음방송 자체는 녹화방송이긴 했습니다만 라디오로 송출되었기때문에 한반도에서도 청취는 가능했을겁니다. 당장 한반도에도 많은 일본인들이 와 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일본인들에게도 쇼크였을 정도니 식민지 치하였던 한반도의 조건인들이 느끼는 느낌은 그 이상이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래 대댓글 내용에 대해 첨언하자면 지금이야 천황은 그냥(?) 얼굴마담에 불과하지만(심지어 현재 헌법상 천황에 대해 명시된 규정이 없습니다), 당시의 천황은 ‘대일본제국 헌법’에 의해 국가 최고기관으로 명시된 존재였습니다. 게다가 만세일계라는 지금 보면 당소 허황된 이야기도 (사람들의 본심이 어떠했든지간에 일단 공식적으로는)사실이라는 스탠스였기 때문에, 이 당시의 천황은 단순히 상징성 수준이 아니라 그냥 전제주의 제국의 황제라고 보는 게 더 가깝긴 합니다.
AaronJudge99
22/08/15 23:37
수정 아이콘
오……은근히 복잡한 뒷사정이 있었네요

포츠담 선언을 수락함으로써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8월 15일 vs 진짜 미주리 함상에서 항복조약에 서명한 9월 2일 이렇게 갈리는건 그렇겠구나 싶긴 했는데
각 나라들마다 그 날을 기념일로 지정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건 처음 알았어요
22/08/16 10:5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건 소련이었습니다. 북쪽의 그 조그만 섬이 그렇게나 갖고싶었던 건가…. 영토분쟁이 어디든 다 비슷합니다만, 생각해보면 동네 꼬마들 싸우는 거랑 비슷한데 그 주체가 국가가 되니 거창한 분쟁이 되곤 하죠.
AaronJudge99
22/08/16 22:11
수정 아이콘
나름대로 러일전쟁때 져서 빼앗긴 땅이니까요 크크크
antidote
22/08/15 23:46
수정 아이콘
포츠담 선언에 이미 한반도의 독립이 명시되어 있었으니...
서쪽으로가자
22/08/15 23:49
수정 아이콘
정성스러운 글 잘 봤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22/08/16 00:56
수정 아이콘
러시아가 9월 2일인가요? 러시아 승전기념일은 5월 9일이고 매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행사를 열 정도로 큰 명절일텐데요...
선거관리위원회
22/08/16 01:03
수정 아이콘
아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일이라고 적어주신걸 보니 날짜 자체는 맞겠네요..
하지만 러시아에선 일반적인 평일일 뿐이고 실제 2차대전 관련 기념하는건 5월 9일입니다.
22/08/16 10:59
수정 아이콘
물론 소련/러시아가 대대적으로 행사를 벌이는 건 대독전승기념일이고 이게 감정적으로도 맞습니다. 독일전은 그야말로 소련이 피를 볼데까지 본 전쟁임에 반해, 대일전은 사실상 다 끝나가는 전쟁에 숟가락 얹은 지경의 전선인지라(본문에도 언급했습니다만 참전한 게 무려 45년 8월 9일부터입니다), 이걸 대대적으로 전승행사를 벌인다 한들 민중들 입장에선 별로 실감도 안나겠죠.

다만 대일전을 포함한 2차대전 종식을 어느 시점으로 보느냐는, 소련/러시아에게 있어서는 (이 부분도 본문에 있습니다만)일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북방영토 지배에 관련된 중요한 명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늦추는 게 반드시 필요하기도 합니다. 전쟁이 끝났는데 패전국 공격해서 땅을 빼앗았다… 라고 하면 명분도 체면도 안사니까요.
22/08/16 02:27
수정 아이콘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까지한 글 잘 봤습니다!
연필깎이
22/08/16 03:44
수정 아이콘
그냥 다 공휴일로 만듭시다
Lord Be Goja
22/08/16 11:35
수정 아이콘
아니죠 8월 15일부터 9월2일까지를 휴가기간으로 선포합시다
유럽이랑 미국은 연말 휴가 1달씩 간다던데 여름휴가 2주면 부지런한듯!
22/08/16 08:03
수정 아이콘
8월 15일 정부수립일-공휴일
9월 2일 광복절 - 공휴일!!
겨울삼각형
22/08/16 10:37
수정 아이콘
1945년 8월15일 한반도는

히로시마원폭으로 사망한 이우왕자의 장례식이 있던날이어서
한반도분위기는 매우 침울했다고 합니다.

해방이 되었다는 실감은 다음날인 8월16일이 되어서야..
(소련군이 8월 16일 서울에 해방군으로 입성)
이정재
22/08/16 11:59
수정 아이콘
김두한의 겉모습이 한번에 30년 늙은날이죠
Your Star
22/08/16 12: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에킨즈
22/08/16 12:32
수정 아이콘
꽤 오래전에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815가 기념일인 나라가 적어주신 나라 말고도 인도 폴란드 등 몇개 더 있었는데 인도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했던걸로 기억하네요. 근데 연도는 아마 다를 겁니다.
22/08/16 14:37
수정 아이콘
네 인도의 경우도 8월 15일이긴 한데 일본과는 무관합니다. 어찌보면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겠죠.
앙겔루스 노부스
22/08/18 01:17
수정 아이콘
사실 조선인들 입장에선 명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8월 14일까지만 해도 조선 총독부는 일본에 대해 털끝만큼이라도 반항하는 조선인들을 가차없이 찍어눌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15일 옥음방송 이후로는 더 이상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졌겠죠. 15일 당일의 행정집행에 대해서까지 아는건 아니긴 합니다만서두. 즉, 일본제국에 의해 억압받았던 조선인들이 억압에서 풀려난 순간을 기념한다, 라는 의미라면 조선인들에게는 8월 15일을 기념할 이유가 상당히 크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제국병사들이 언제 반자이를 외치면서 덤벼들지 모르던 상황에서 하룻만에 자유로워진 귀추... 이 아니고 영미병사들에게도 그렇긴 합니다만, 조선인들이 겪는 일본제국이란 것은 아무래도 그들과 같을 수는 없었지 않나 싶다는 점에서 보면 말이죠. 그리고, 2차대전에서 조선의 특수한 상황때문에, 9월 2일 항복문서 서명이란 이벤트는 조선 입장에선 주체도 아니고 피주체도 아닌 상황이라, 이걸 기념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고 보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380 [일반] [웹툰] 용사가 돌아왔다.. 이렇게 수습이 될줄은 몰랐네요. [29] 엔타이어14564 22/08/17 14564 7
96379 [일반] 부모님과 대화를 시작해보자! [30] 저글링앞다리13101 22/08/17 13101 47
96377 [일반] <놉> - 장르 영화로썬 부족하다.(강강스포) [36] aDayInTheLife9192 22/08/17 9192 0
96375 [일반] 비상선언 : 한국 영화 비상!! 쵸비상!! [스포있음] [62] 오곡물티슈21677 22/08/17 21677 29
96374 [일반] 루머: 엔비디아 및 AMD GPU 가격은 8월 말까지 추가 하락 예상, 엔비디아는 재고 정리를 위해 공격적인 가격 인하 발표 예정 외 [54] SAS Tony Parker 12218 22/08/17 12218 3
96373 [일반] 망글로 써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3) [17] 공염불9209 22/08/17 9209 21
96372 [일반] 초보용 일반인 모니터 구매 가이드 [84] 빵pro점쟁이13181 22/08/17 13181 10
96371 [일반]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우는 게시물을 보고 생각난 대화 [418] lux20663 22/08/17 20663 12
96370 [일반] "그래서 누가 칼들고 협박했냐" [156] 노익장20228 22/08/16 20228 83
96368 [일반] 정말 짜증나는 코로나 후유증... [44] 제라그13151 22/08/16 13151 6
96365 [일반] 방콕에서 자고 먹고 [43] chilling12312 22/08/16 12312 26
96362 [일반] 광복절맞이 뻘글: 8월 15일이 정말 "그 날"일까요? [40] Nacht11217 22/08/15 11217 29
96361 [일반] [역사] 광복절 특집(?) 일제 강점기 어느 고학생의 삶 [13] comet2110452 22/08/15 10452 36
96357 [일반] 자뻑에 대한 오지랖 혹은 성토(원래제목:수영장 TPO) [174] 쏘군13461 22/08/15 13461 9
96355 [일반] 라이젠 7천 시리즈에서 DDR5용 메모리 최적화 진행 [13] SAS Tony Parker 8598 22/08/15 8598 0
96354 [일반] 나에게 치매가 온다면 얼마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까 [31] 만수르7814 22/08/15 7814 14
96352 [일반] 엘든링 식 산책 [7] 초모완7377 22/08/15 7377 7
96350 [일반] 차를 계약했습니다. [63] 소이밀크러버12282 22/08/15 12282 9
96349 [일반] [역사] 1936년 일제 고등문관시험 행정/사법/외교 기출문제 [14] comet2111873 22/08/15 11873 13
96347 [일반] [판타지] 행복한 대한민국 [51] Amiel13195 22/08/15 13195 3
96346 [일반] [팝송] 제임스 베이 새 앨범 "Leap" 김치찌개5517 22/08/15 5517 1
96345 [일반] (스포) 헌트 리뷰입니다 [3] 패스파인더7493 22/08/14 7493 2
96343 [일반] 요즘 본 애니 후기(스포) [12] 그때가언제라도7184 22/08/14 718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