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8/08 16:45:49
Name reefer madness
Subject [일반] 퇴사후 세계여행 - 100일 업뎃 (태국라이프)
안녕하세요 캐나다에서 일하다 그만두고(직장, 살던 집 모두 다 버리고) 무작정 세계여행 중인 reefer입니다.

제가 살던 집을 떠나온 지 이제 100일이 넘어서 피지 알에 업뎃도 할 겸 그동안 느낀 점들이나 적어보려고 이렇게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다.

지금은 현재 북부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글을 쓰고 있고요 태국에 온 지는 이제 2주일 조금 넘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도 시작하기 전에 부모님과 함께 파타야에 갔다고 하는데 거의 기억도 안 나지만 다시금(?) 이 나라를 찾아와서 기쁩니다. 제가 어른이 되어서는 캐나다에서 생활한지라 동남아를 제대로 관광하는 거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태국은 정말 톱 3안에 드는 데스티네이션인 거 같습니다. 저의 톱 3에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그리고 한국(제가 한국 안 살아서 저에게는 이곳도 여행지입니다)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나라가 태국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거 같네요.

일단 모든 게 저렴하고 사람들이 너무 릴렉스한 게 마음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릴랙스 해서 좀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너무 해이하지 않으냐라는 의견도 있지만 방문자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스트레스 덜 받고 사는 게 저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들어주네요. 이러한 태도는 제가 주로 방문했던 멕시코랑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후가 그런 성향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싶네요.

멕시코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일단 멕시코에서 TV를 볼 경우, 그것이 광고이든 드라마이든 간에 무조건 일반적인 멕시코인처럼 생긴 사람들은 TV에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스페인의 혈통을 받은 백인에 가까운 이들이 텔레비전에서 다 해 먹죠. 그게 저는 참 이례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타코를 만들어주는 분들, 택시기사님들, 그리고 일상적으로 만나는 멕시코인은 분명 인구의 95%를 차지하는데 그들의 대중매체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거죠.

태국도 멕시코처럼은 아니지만 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는 태국인들은 조금 까무잡잡한데 정작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중국계열로 보이는 좀 드문 태국인들인 거죠. 안타깝게도 여기도 '피부가 연한 자들이 다 해 먹는 구조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정 소수가 많은 권력과 돈을 가진, 부의 격차가 극심한 곳이라고 느낍니다. 일단 태국 GDP가 모로코의 두 배인데 체감상 모로코가 태국보다 못한다는 것을 느낀 지 않았거든요. 사실 그 반대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심스레 여기 현지인들에게 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지금의 왕은 많이 별로고 그전의 왕이 훨씬 더 나았다'라고 말하더군요. 여기서 또 왕권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게 참 한번 잘못 걸리면 커다란 혁명 아니고서는 정권을 바꾸지 못한다는 점에 있어서 많이 답답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최근에 방문한 모로코의 경우 현재의 왕이 인자스럽고 괜찮은데 좀 편찮아서 사람들이 걱정이라고 하네요(왜냐하면 그 동생이 좀 악독 하다고 소문이 나서). 이런저런 왕국들을 방문해보는 것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사실 태국에는 정말로 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많습니다. 좀 신기할정도로 많아요. 그리고 많이들 좀 어려서 같이 이야기가 통하는 베낭여행자들을 많이 못만나고 있는데, 이게 아마 태국이 그만큼 여행하기가 쉬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여기 관광지에서는 다들 영어를 꽤 하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여행을 '매콤한맛'을 조금 원하는 저에게 밋밋한 감도 없지 않아 있네요. 아직 나이가 젊을때 확 인도를 질러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슬슬 금전적인 것도 생각을 해야하는지라 최근에는 웹툰/영상 번역하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 목표는 여행하면서 한달에 1000USD를 벌어보는것. 이렇게 해서 저도 디지털 노마드의 전선에 뛰어드는게 아닌가 생각해보네요. 코로나 이전에도 디지털 노마드들이 있었는데 그때 저로서는 '엄청나게 뛰어난 코딩 엔지니어들이나 그런거 하는거다'라는 생각을 가졌는데요, 이제는 좀 생각을 바꾸게 되었네요. 원격 일들도 많이 생기고요. 앞으로도 최대한 현지인들과 깊게 소통하는 여행자들이 되고 싶습니다. 더 나은 경제 상황에서 여행하는 입장인 만큼 더욱 겸손하고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럼 다음에 또 재미나는 일이나 경험들을 토대로 업데이트 올리겠습니다. 다들 평온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영상 하나 안올리면 섭섭허겠죠? 베낭여행자들의 무덤(죽을때까지 떠나지 않음으로)이라 불리우는 빠이 여행한거를 영상에 담아봤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8/08 16:53
수정 아이콘
예전에 배낭여행시절에 빠이에서 주식하던 형님?분을 본적이 있는데.. 아직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치앙마이까지 가셨으면 치앙라이 매홍손 빠이 다 갈만하고 좋더라구요 (십수년전 기억)
reefer madness
22/08/08 16:55
수정 아이콘
빠이에서 주식이라 하하 왠지 안맞은듯 하면서도 어울리네요.

치앙라이도 생각중입니다!
22/08/08 16:55
수정 아이콘
정말 부러운 용기입니다.. 예전에 제 친구중 한 놈도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와이프와 함께 퇴사하고 그 퇴직금으로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난 녀석이 있었죠.. 그 용기가 정말 너무나 부럽더라구요... 또 다른 친구녀석도 직장을 그만두고 3개월정도 미국과 캐나다 여행 다니던데 그것도 너무 부러웠고.. 저도 더 나이먹기 전에 그런 도전을 한 번 꼭 해보고 싶네요..
reefer madness
22/08/08 17:00
수정 아이콘
와우 와이프랑 함께 세계여행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네요. 저는 아직 솔로라 자유롭게 다니는데 말이죠.
iPhoneXX
22/08/08 16:58
수정 아이콘
그 용기에 진짜 박수쳐드리고 싶네요. 머리 속으로 상상만 하고 있네요 여행을..
reefer madness
22/08/08 17:00
수정 아이콘
정말 감사합니다
페스티
22/08/08 16:59
수정 아이콘
디지털 노마드 로망있네요 흐흐
한달살이
22/08/08 16:59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reefer madness
22/08/08 17:00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22/08/08 17:12
수정 아이콘
좋네요!
22/08/08 17:20
수정 아이콘
태국 정말 여행하기 좋죠 흐흐
태국의 하이쏘들이랑 이야기 해보면 좀 괴리감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아 그리고 태국 내에서 여건이 되신다면 코사무이쪽도 추천해봅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reefer madness
22/08/08 17:26
수정 아이콘
네 추천 감사합니다!
22/08/08 17:21
수정 아이콘
와 대단하십시다. 좋은 추억만 가득한 여행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reefer madness
22/08/08 17:26
수정 아이콘
물론 모든게 평탄하지만 않지요. 감사합니다!
Navigator
22/08/08 17:26
수정 아이콘
아 제목을 잘못봐서 '퇴마 후 세계여행' 이라고 봤네요 허헐
포도씨
22/08/08 17:38
수정 아이콘
저도 태국 세번 다녀왔는데 여행사 최저가 프로그램으로 다녀왔던 첫번째 빼고 두번 다 좋았습니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는 이유가 있는거구나 생각했죠.
Euthanasia
22/08/08 17:39
수정 아이콘
치앙마이에 계시면 근처의 빠이도 한 번 가보세요. 이륜차를 탈줄 아시면 스쿠터를 빌려서 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매운맛 여행을 좋아하시면 북인도, 네팔도 추천드립니다. 요즘 인도는 매운맛 여행지라기엔 많이 바뀌었지만 바라나시는 아직 예전의 그 느낌이 나는 것 같더라고요. 네팔의 포카라 너머 히말라야 산기슭에 있는 작은 마을들도 유명하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해달사랑
22/08/08 17:40
수정 아이콘
글 마지막 영상이 빠이 아닌가요?
Euthanasia
22/08/08 17:43
수정 아이콘
아 그러네요. 밑에 동영상 얘기하길래 그냥 넘겼더니...
reefer madness
22/08/08 17:49
수정 아이콘
아 안그래도 영상에서 친구가 북인도랑 네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꼭 가보고 싶네요.
Euthanasia
22/08/08 18:01
수정 아이콘
꼭 가보세요. 요즘은 식당에 와이파이도 잘 되고 스마트폰도 있어서 매운맛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신다면 대도시 일정은 최대한 짧게 잡고(진짜 인아웃 일박이면 충분), 힌두교 종교유적지들이 있는 곳들이 특색이 좀 더 있고 재밌을 거에요. 대도시는 매연도 심하고 볼 것도 없어요.
reefer madness
22/08/09 00:15
수정 아이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서지훈'카리스
22/08/08 17:40
수정 아이콘
인도도 뭐 좀 내려놓고 인내심만 있으면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reefer madness
22/08/08 17:49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제가 만 34살이라서 예전같지 않네요 몸이..
서지훈'카리스
22/08/17 09:36
수정 아이콘
인도는 하나의 나라지만 지역마다 좀 난이도가 다르죠 북부로 가면 우선 덥지 않으니 난이도가 많이 내려갑니다
트루할러데이
22/08/08 17:50
수정 아이콘
크 좋네요.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건 참 재미있어요 :) 안전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쩌글링
22/08/08 17:51
수정 아이콘
멋있네요. 응원합니다.
메타몽
22/08/08 18:45
수정 아이콘
30대 중반에 자유 여행이라니 정말 부럽네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요즘 태국에서 대마가 일반 음식에도 들어간다고 하니 대마 섭취(?) 조심하세요!
답이머얌
22/08/08 21:04
수정 아이콘
매운맛을 원하시면 관광지로 이름나지 않는 소도시를 다녀보면(특히 이싼 지방이 부리는 곳) 교통, 식사, 언어 모두 힘들어질테니 맛보실 수 있을 것이구요.
이런 매운맛이 아니라 현지인의 바가지와 악다구니 같은 매운 맛이라면 베트남 쪽으로 가면 인도 가기전에 미리 예비 체험 수준으로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들은 적이 있는 도시는 언어와 기반 시설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싱가포르보다 수준은 떨어져도 국제 도시처럼 매우 편리하니까요.

건강 잘 챙기시고,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렌트를 가지고 태국 일주를 해보아도 각 지방마다의 차이점을 느끼시며 재미있는 경험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reefer madness
22/08/08 23:35
수정 아이콘
아 베트남이 살짝 매운맛이군요.
이산도 호기심이 가긴 합니다. 랑종 영화 예고편을 본 상태라 태국 촌이 굉장히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긴 해요.
22/08/09 07:27
수정 아이콘
사진 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261 [일반] [리뷰] 피식대학 05학번 시리즈 - 추억팔이에서 공감 다큐로 [20] 라울리스타9784 22/08/08 9784 15
96260 [일반] 제 외가쪽 사촌동생이 입대 후 최근에 현부심을 받았답니다 [35] 산딸기먹자18140 22/08/08 18140 7
96258 [일반] [일반] 내가 아는 상식이 틀린 것인가? (정치 아니고 자영업 관련입니다) [21] BK_Zju12785 22/08/08 12785 9
96257 [일반] [눈마새/피마새]엘시 에더리의 그녀는 누구였는가 [23] 닉언급금지7161 22/08/08 7161 2
96256 [일반] 퇴사후 세계여행 - 100일 업뎃 (태국라이프) [31] reefer madness7848 22/08/08 7848 6
96254 [일반] 책 후기 - <지구 끝의 온실> [8] aDayInTheLife7707 22/08/08 7707 4
96251 [일반] 실제로 유용하지 않은 윈도우 단축키 Win + D 키 [22] Pika4810333 22/08/08 10333 6
96249 [일반] 컴퓨터 파일 작업시 의외로 안 되는 기능 Pika487399 22/08/08 7399 3
96248 [일반] T-50/FA-50 이야기 3편 - (개발사2) 탐색 개발로 가는 길 [19] 가라한8562 22/08/08 8562 28
96247 [일반] 의사 간호사 협회 1인 시위 논란 [135] 달은다시차오른다18258 22/08/07 18258 16
96245 [일반] [일상] 바람나오는 통풍 매트리스 후기 [17] VictoryFood13369 22/08/07 13369 4
96244 [일반] T-50/FA-50 이야기 2편 - 개발사1 [19] 가라한9358 22/08/07 9358 34
96243 [일반] 읽고 싶은 만화책 목록입니다. [32] 애플댄스8002 22/08/07 8002 0
96242 [일반] 잘차려놓은 비빔밥 한 상 - 넷플릭스 카터 [37] 닉언급금지10609 22/08/07 10609 7
96241 [일반] Wccftech 주인장 핫산. 그래픽카드 제조 준비 확인 [10] SAS Tony Parker 10289 22/08/06 10289 1
96239 [일반] [강스포일러]프레이- 돌아왔구나 프레데터! [13] 꿈꾸는드래곤7484 22/08/06 7484 4
96238 [일반] 의료비 관련 통계를 알고 싶습니다. [22] VictoryFood9567 22/08/06 9567 7
96236 [일반] 의사의 커리어 패스와 기피과 문제 [296] 붉은벽돌19838 22/08/06 19838 25
96235 [일반] 영화 때문에 사귀고, 영화 때문에 헤어진 이야기 [11] 닉언급금지10206 22/08/06 10206 16
96233 [일반] 어제 달려본 소감+다이어트진행상황 (아무래도 우주전쟁님이 날 속인거 같아!) [19] Lord Be Goja10558 22/08/06 10558 21
96232 [일반] 늘 그렇듯 집에서 마시는 별거 없는 혼술 모음입니다.jpg [30] insane12536 22/08/06 12536 21
96231 [일반] [팝송] 테이트 맥 레이 새 앨범 "i used to think i could fly" 김치찌개4843 22/08/06 4843 0
96229 [일반] [역사] 괴뢰국가 만주국의 최고 학부 건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들 [13] comet219062 22/08/05 9062 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