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7/25 22:38:25
Name 활자중독자
Link #1 https://brunch.co.kr/@4c20fb3d157646f/30
Subject [일반] 반말하는 사람들 (수정됨)
저는 나이에 비해 (비교적) 어려보이는 편입니다. 이게 조금 웃긴 것이, 학창시절에는 노안이라고, 중년의 회사원 같다고 놀림받기 일쑤였거든요.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세월이 흘러 친구들이 하나둘씩 머리가 하얘지거나 벗겨지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게 되자, 비로소 학생틱한 얼굴로 남아있는 제가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더군요.

그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에 비해 비교적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인지,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반말을 듣습니다.  두세 번 이상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반말이 거의 디폴트 옵션이고, 초면에도 은근슬쩍 말이 짧아진다던가, 아예 대놓고 반말로 일관하다가 나중에 실제 나이가 자신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자 머쓱해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이제 일상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저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쌍욕을 삼키곤 합니다.

사실 그다지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사람들이 '손윗사람이 반말하는 것이 뭐 대수인가' 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저는 유난하게도, 반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특히 초면에 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렇게도 고깝습니다.  

생각건대 이런 불편한 마음은, 존대를 한다는 행위가 사회적 위계질서에서 비롯되는 기계적 어법이 아니라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여기는 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혹은 어려서부터 강력한 역할모델 없이 자아를 형성해야 했던 탓에 권위에 순응하기 싫어하는 반항아적 기질이 깊게 자리잡았고, 이에 반말을 위시하여 권위를 내세우는 인간들을 본능적으로 경멸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전문성을 극단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직군에 종사하는 이에게 생물학적 연령만을 내세워 반말을 남발하는 것은 업무 수행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직업적 권위에 도전하는 시도로 여겨지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반발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저는 업무로 만난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 누구라도, 하다못해 스무 살 어린 신입사원에게도 반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나 호칭으로 위계질서를 정하고, 그러한 위계질서로 관계를 정의하게 되는 사회는, 제 입장에서는 건전해 보이지 않습니다.  설령 반말이 친근함의 표시로 사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친근함은 덜 일방적이고 더 호혜적인 방식(예컨대 소고기를 백만원어치 사준다거나)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애초에 돈 한푼 쓰지 않으면서 형 누나 노릇하려는 시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가요.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직책에 '님'자를 붙이지 않는 것도 일종의 반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을 '김 차장' '이 팀장'으로 부를 거라면, 상대방이 자신을 '박 이사' '최 사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제발, 서로 간에 예의 좀 지킵시다.  아니면 다 같이 헤이 브로 왓썹 하는 걸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Yi_JiHwan
22/07/25 22:40
수정 아이콘
다같이 헤이 브로 와쌉 찬성이요
22/07/25 22:41
수정 아이콘
요 브로
22/07/25 22:46
수정 아이콘
저랑 굉장히 테크트리(?)가 비슷하신데(저도 학부생 시절에는 1학년때 복학생이세요? 소리 들었는데 지금은 주변의 그 누구도 제 서류상의 나이라고 상상도 못하시더군요. 물론 제 경우 학부생시절 대비 폭풍 살빠짐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재미있는 사실? 이랄까 작성자분과는 정반대로 전 오히려 저도 반말까고 남도 저에게 반말까는게 그냥 편하더군요. 물론 제가 외국이라 한국과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점은 존재합니다만 전 뭐 저보다 5~10살 어린 친구가 저랑 야자까도 오히려 그게 편합니다. 오히려 존댓말 쓰면 그게 더 벽처럼 느껴지더라구요.
티오 플라토
22/07/25 22:57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직급이나 나이와는 상관 없이 모두가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22/07/25 23: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중학생 시절 교복 입고 모 강연회 갔다가
절 데려갔던 분이 강사분 지인이라
얼떨결에 저녁 식사 자리에 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사님이 식사 자리에서도
제게 꼬박꼬박 존대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교복 입었으니 제 나이가 뻔한데도요.

말씀 편히 하세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큰어머니 같은 인상이셨던 그 강사님
웃으시며 가라사대

저는 저랑 친한 사람 아니면
초등학생에게도 함부로 말하지 않아요

라시더군요.

그 이후로 저도 똑같은 자세로 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지키고 있네요.
멍멍이개
22/07/26 13:35
수정 아이콘
"너 나랑 친하냐?"같은 느낌으로 들리기도 하는군요..
22/07/25 23:05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론 존댓말을 사용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살다보니 존중이란게 어투로만 나타나는건 아니더라구요
This-Plus
22/07/25 23:2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나이 먹을 수록
반말 존댓말 자체는 큰 의미가 없고
근본적으로 이 사람이 나에게 호의가 있느냐 없느냐로 갈리더군요.
트와이스정연
22/07/26 16:23
수정 아이콘
맞죠. 존댓말한다고 친밀감의 한계가 있는 게 아니죠.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입니다. 존댓말하면서도 친구가 될 수 있고, x알친구급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게 안 될 거 같은 분들은 언어에 분명 권력 관계가 녹아 있다고 보는 게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설사왕
22/07/25 23:29
수정 아이콘
회사에서 장애인 봉사 활동을 몇 번 나갔습니다.
시작전에 거기서 일하시는 분이 장애인 분들한테 반말이나 무시하는 뉘앙스로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더군요.
그럼에도 몇몇 회사 사람들이 장애인 분들한테 반말? 반말같은 존댓말을 하더군요.
하물며 일부 장애인들은 본인보다도 나이가 더 많아 보였는데 말이죠.
제가 굉장히 불쾌해 하자 제 눈치를 보고 더 이상 그러지는 않았습니다만 유쾌하지 않은 추억이었습니다.
지구돌기
22/07/25 23:40
수정 아이콘
저도 회사 내에서는 신입사원에게도 존댓말을 씁니다.
반말을 쓰는 건 완전 직속으로 몇년 이상 같이 일한 후배 몇명 말고는 없네요.
왜 존대쓰냐고 정색하던 후배에게 어색하게 말놓기 시작한 적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쉽게 반말쓰는 사람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방구차야
22/07/25 23:45
수정 아이콘
후광효과 무시못합니다. 머리 하얗게 쇠고 얼굴에 주름노안끼 비치면 바로 존칭들어갑니다. 한국사회는 특히나 더 그런듯해요. 얼굴이 선천적 동안이라면 말투나 반응속도로 좀 조절할수 있긴합니다.나에게 반말트면 나를 하대하는게 아니라 내 후광을 하대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맥주귀신
22/07/26 00: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하... 저도 정말 사고방식이 글쓴님하고 똑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에 결국 손절당하게된(?)사람은 저보다 열살 많은 사람이었고 진짜 절대 저한테 존댓말 하던분이엇죠.
그런데 존댓말만 철저할뿐, 일해라절해라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저에게 얼마나 도움이되고 어쩌고 저쩌고. 하도 위세를떨어서 그러지좀 말라고해서 손절을 당했지요.
반대로 처음부터 반말을사용하기는했지만 진짜 또 상대편을 존중할줄아는사람도 엄청 많았구요.
존댓말 반말은 여러가지 표현중에 하나일뿐이라고 봅니다. 가볍게 생각하시기 어려운건알지만 가볍게 생각해보는건 어떠실지요
답이머얌
22/07/26 22:22
수정 아이콘
인생 경험상 예외적인 경우가 아닐까요?
제 경우로는 말짧은 인간이 버르장머리도 짧은 경우가 대다수라서요.
이경규
22/07/26 05:09
수정 아이콘
존댓말하고 거리두고싶은사람이 있고
반말하고 가까워지고싶은사람이 있고
가깝지만 존댓말하는게 편하고 어색하지않은 사람이 있고
여러경우가있지만 반말이냐 존댓말이냐보단 말 너머의 태도가 저한테는 더 중요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새벽목장
22/07/26 08:1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여우별
22/07/26 22:57
수정 아이콘
저도 동의합니다
마스터충달
22/07/26 07:47
수정 아이콘
와썹 브로 대찬성
감자크로켓
22/07/26 09:06
수정 아이콘
말 쉽게 놓는 사람 치고 괜찮은 사람 못 본 것 같습니다. 존중은 직급 나이 상관 없이 모든 사람에게 깔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문계
22/07/26 10:28
수정 아이콘
xxx : 어이?어이가없네 이.....
Faker Senpai
22/07/26 11:14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읽어어요.
헤이 브로 왓썹 하는 사이에도 편하게 대하고 기준이 덜 까다로울 뿐 서로간의 존중과 예의가 있죠.
영어권에 살아서 존대말 신경 안쓰고 살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은 사람사는곳이면 필수 라고 봅니다. 존대말이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게 아니라 껍질뿐이면 불편한옷일뿐이죠.
메가트롤
22/07/26 11:18
수정 아이콘
브로마시아아
葡萄美酒月光杯
22/07/26 11:31
수정 아이콘
존댓말도 뭐같이 하는 사람이 있고 반말도 정겹게 하는 사람도 있죠.
그건 그렇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통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존댓말 반말 차별현상이 있다고 느낍니다.
미국, 유럽은 젊은 사람한테도 존댓말,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는 반말.....
팔라디노
22/07/26 11:49
수정 아이콘
저도 글쓴분과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좀더 어려보여서 반말이 디폴트.. 막상 나이 까보면 오히려 나이가 더 많았던 적도 있고..
그래서 저도 마찬가지로 항상 존대를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당근케익
22/07/27 13:57
수정 아이콘
중학생때 어떤 분이 저한테 계속 존대말하는게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나중에 어른이되면 무조건 나이 어린사람한테도 존대해야지 생각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153 [정치] 국민의 힘 비대위 전환을 노리나? [100] 카루오스13610 22/07/29 13610 0
96152 [정치] 尹 국정 지지율 28%, 취임 두달 반 만에 20%대 추락[한국갤럽] [452] 채프27954 22/07/29 27954 0
96151 [일반] 요즘 본 만화 후기(스포) ​ [6] 그때가언제라도5979 22/07/29 5979 0
96150 [정치] 왜 이준석은 극우 유튜버와 거리를 뒀던 것일까 [69] 에이전트S14154 22/07/29 14154 0
96149 [정치] 정말로 이래서 경찰국을 추진했던것일까? [144] DownTeamisDown15160 22/07/29 15160 0
96148 [일반] 홍콩 아이돌 그룹의 공연 중 끔찍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극극협주의) [13] lasd24113149 22/07/29 13149 2
96146 [일반] <한산: 용의 출현> - 성실하게 쌓아올리다.(약스포) [38] aDayInTheLife6725 22/07/29 6725 3
96145 [정치] 권성동-윤석열 문자의 강기훈, 권성동 정무실장 출신..필리핀 특사 동행 [28] 채프10520 22/07/29 10520 0
96144 [정치] 윤석열 정부의 국민통합위원회 [62] LunaseA14524 22/07/29 14524 0
96143 [정치]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140건 규제 풀어‥사립학교 재산활용 자율화 확대 등 [131] 빼사스16155 22/07/28 16155 0
96142 [정치] 尹문자 유출 뒤 첫 당대표 여론조사, 이준석 지지율 상승(1위), 부정선거 소송 기각 外 [88] 채프16578 22/07/28 16578 0
96141 [일반] 폴란드 방산기념 이모저모 [70] 어강됴리14943 22/07/28 14943 13
96140 [정치] 이준석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무관한 인물인건가요? [380] sionatlasia17614 22/07/28 17614 0
96139 [일반] 이정재 감독의 입봉작 '헌트' 기대 이상이네요 (노스포) [21] BTS8699 22/07/28 8699 0
96138 [일반] 응급실에서 마음껏 소리지르다 [111] League of Legend10148 22/07/28 10148 17
96137 [일반] 대구에 이케아 생긴다 2025년 입점+ 루머: IMAX 재개관? [57] SAS Tony Parker 9338 22/07/28 9338 0
96136 [일반] 물에 빠진 막내 구하려다...진안서 일가족 3명 사망 [61] 톤업선크림12292 22/07/28 12292 1
96135 [정치] '건희사랑' 팬클럽 회장 강신업이 회장직을 내려놓습니다. [53] 눕이애오12276 22/07/28 12276 0
96134 [정치] 이준석이 '내부총질'을 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472] 에이전트S24800 22/07/28 24800 0
96133 [일반] 7월 FOMC 요약: 침체냐 둔화냐를 고민해야될 시기 [27] 김유라9365 22/07/28 9365 11
96132 [일반] 다이어트와 나르시즘. [15] 김아무개5875 22/07/28 5875 16
96131 [일반] 한산 4dx 관람기 : 탑건한테 양보 안 해도 된다 [11] 오곡물티슈7832 22/07/28 7832 0
96130 [일반] 당근을 이용한 다이어트 운동법 [6] B와D사이의C5541 22/07/27 554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