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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6/08 12:14:26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764421011
Subject [일반] <브로커> - 날카롭지만 무딘 칼날. (결말스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한국에서 제작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대사의 품질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마리안느에 대한 진실>로 외국어 영화를 찍어본 적 있는 감독입니다만, 아무래도 우리는 한국어 화자인 만큼, 한국어로 만들어질 첫 영화의 대사의 품질에 대해서는 걱정이 어느 정도는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대사의 품질은 아슬아슬합니다. 솔직히 어떤 부분은 약간 오글거리고 어떤 부분은 괜찮고 그래요.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만한 번역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꾸준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정확하게는 가족과 그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고 해야겠죠. <아무도 모른다>에서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어느 가족>에서 그랬던 것 처럼이요. 이번 <브로커>도 비슷합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이 가족이 허구의 가족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이 유사 가족 관계는 부재를 품고 있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부재, 혹은 가족 전체가 부재하거나 혹은 친딸로 보이는 관계에서는 소통이 없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외부 세계이자 관찰자의 역할인 경찰은 냉담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전작인 <어느 가족>을 떠올렸을 때, 전반부를 긍정하면, 후반부의 날카로운 시선을 이겨내기 힘들고, 후반부를 긍정하면 전반부의 감정을 부정해야하는 딜레마를 보여줬던 반면, 이번 영화에서 수진과 이형사의 시선은 냉담하고 냉정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결말에서는 선인이라고 할 수 없는 상현과 동수 일행의 행동을 따라가기도 하구요.


그렇기에, 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분명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비롯한 따뜻한 이야기를 보여준 적 있고, <브로커>는 그 연장선상에서 다룰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훨씬 더 냉담하고, 훨씬 더 냉정한 시선을 바라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고 해야할까요.


수진과 이형사의 캐릭터가 냉담하고 냉정한 캐릭터, 라고는 했지만 둘의 캐릭터는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수진과 이형사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혹은 수진이 결말부에서 (스포를 써놨으니 과감하게 쓰겠습니다.) 임시적이나마 우성이를 맡는 그런 심리적인 변화가 잘 드러나고 있는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주인공 일행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현과 소영, 그리고 동수의 이야기도 동시에 잘 그려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어쩌면 후에 감독 코멘터리 등을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이 밝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애초에 5(+1)의 이야기를 2시간 안에 푸는 것은 조금 난감한 과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영화는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 분위기, 온기를 품고 있기에 그에 대해 어떤 구원과 새로운 삶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로, 혹은 지나치게 온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아쉬운 이야기로 나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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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3:57
수정 아이콘
마침 쉬는날이라 관람했네요
걱정했던것 보다는 좋았는데, 딱 그정도였던거 같습니다
aDayInTheLife
22/06/08 13:58
수정 아이콘
저는 괜찮다 싶더라도 조금은 아쉽더라구요.
22/06/08 14:20
수정 아이콘
저도 특히 그 부인은 그냥 빼버리고 차라리 남편 이야기에 더 투자했으면 했네요. 남자형사들의 의미없는분량도 줄이고.
안그래도 등장인물이 많은데 중요도 낮은 인물들까지 ...
사다드
22/06/08 14:30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울컥했어요. 그냥 저도 모르게. 생각지고 못했던 결말...헌데 송강호 아저씨 마지막에 꼭 그러실수밖에 없으셨던가..동화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aDayInTheLife
22/06/08 14:41
수정 아이콘
성현이란 캐릭터는 후일담이 참 많을 캐릭터 같아요.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가 무슨 일로 감옥을 다녀왔나 가족은 왜 이혼을 했는가 등등등… 표현의 측면에서도 송강호라는 배우는 대단했구요.
유료도로당
22/06/08 15:41
수정 아이콘
곧 영화를 볼 예정이라 본문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 초기 번역 이후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사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상당히 노력했다고 들었습니다. 배우들이 먼저 나서서 자연스러운 한국식 표현을 적극적으로 수정 제안했고 감독도 적극 수용했다고 하더군요.
aDayInTheLife
22/06/08 15:52
수정 아이콘
그랬군요. 입말로 옮기는게 나름 괜찮게 되었다고 느꼈는데 그런 일이 있었네요.
coolasice
22/06/09 00: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늘 해오던 그 이야기
가족의 형태는 다른 모습일수도 있으며
가족의 정의는 다를 수 있다

저는 그래서 재미도 없었고 감동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감독과 배우들 네임밸류에 속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아무래도 파비엔느에 관한 진실보고도 느꼈던건데
저는 특유의 일본감성이 묻어난 작품이 좋았네요..
aDayInTheLife
22/06/09 01:41
수정 아이콘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묘하게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감각을 좋아하나? 싶습니다. 어느 가족도 그랬고,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그랬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그랬거든요. 근데 이번 영화에서 온기는 느껴졌지만 서늘한 무엇인가가 빠진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Nasty breaking B
22/06/10 22:25
수정 아이콘
예고편 보고 굉장히 싸했는데, 아니길 바랐지만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나 봅니다.
개인적으론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도 그닥이었는데 그보다도 더 못 미치는 작품이 나올 줄은...
aDayInTheLife
22/06/11 05:19
수정 아이콘
파비안느는 제가 못보긴 했네요 흐흐….
이게 망작이냐! 하면 아닌거 같긴 한데 아쉬움은 좀 짙게 남더라구요.
Sensatez
22/06/12 20:16
수정 아이콘
원 대사가 일본어라는 게 티가 많이 나는 것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행동도 한국 스타일은 아니라는 게 꽤 느껴지더라구요. 그 정점은 송강호 딸내미가 더 이상 찾아오지 말아주십시오 라면서 고개 숙이는 장면... 인물들이 '미안'이라는 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aDayInTheLife
22/06/12 20:43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도 생각보다는? 그런 느낌이 좀 덜 나더라구요. 어느 정도는 괜찮다 싶은 정도의 느낌이긴 했습니다.
초보저그
22/06/13 11:50
수정 아이콘
언어문제와 칸느에서도 평이 갈린다는 말을 듣고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결과물이 좋지는 않네요. 뭔가 서사가 잘 연결되지 않고 어설픈데, 장면 장면 배우들 연기로 커버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유는 진짜 연기를 잘 하는군요. 제일 붕 뜨기 쉬운 캐릭터인데, 쟁쟁한 출연진들 중에서 송강호 다음으로 연기를 잘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aDayInTheLife
22/06/13 14:28
수정 아이콘
왜 평이 갈렸는지는 알거 같은 느낌이 좀 들더라구요. 조금 더 날카로웠으면, 온기를 덜어내고 들여다 봤으면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연기는 전반적으로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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