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1/17 01:37:09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570448300
Subject [일반] <아워 미드나잇> - 당신들의 밤, 우리들의 낮.(스포)

밤 거리를 다녀본적 있으신가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냥 밤이 아니라 모든 점포가 문을 닫은 심야의 시간대요. 만약, 다녀보신적이 있다면, 그 경험은 상당히 독특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도시의 밤이 얼마나 낮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아마도 글을 읽고 계신 분이 그런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어떤 감정, 상황 때문에 더 특별한 밤이 되었겠지만) 그리고 그 시간대가 감정적으로 얼마나 기묘한 감정을 안겨주는지 아마도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워 미드나잇>은 두 남녀가 서울의 밤을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낮은 그닥 밝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들로, 살아남기만으로도 벅차는 낮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마주친 두 사람은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목적지 없는 밤 중의 걸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처음 대할때, 아마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부분은 흑백이겠죠. 영화는 흑백으로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 참 잘 조율된 흑백이라고 생각해요. 암부가 날아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밝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구요.

개인적으로 그런 점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컬러로 전환된건 주제를 위해서지만 조금은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그림자와 흑백으로 쌓아올린 서사와 주제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포기한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개인적으로는 '힐링' 내지 '위로'에 대해 조금 질려하는 터라 꼬투리를 잡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독특한 점은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단 둘의 공간으로 한정시킨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끔씩 누군가 끼어드는 낮 시간에도, 카메라는 주인공에게 점점 다가가며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고, 밤 장면들은 온전히 둘만 피사체로 존재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사람이 없는 도시의 모습은 생경한 맛이 있죠. 어쩌면 영화의 제 3의 주인공은 비어버린 도시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를 어떻게 짧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희망찬가라기엔 낮 시간의 현실은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절망하기에는 또 그렇습니다. 인터뷰와 관련 영상을 짧게 훑어 보니 인상적인 표현이 있어 빌려오고 싶습니다. '암순응'.

영화는 어쩌면 그 어둠 속에서, 흑백 속에서, 그림자 속에서도 시각을 유지하는, 버텨내는 '암순응'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싶네요.


p.s. 연 이틀 심야영화를 보고 있네요... 프렌치 디스패치도 봐야하는데.

p.s. 2 극장에 저 혼자 있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277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3 [12] Poe5373 25/06/09 5373 43
104276 [일반] 그 남자는 과연 '천명'의 욕심이 없었을까 - 한 중국 교수의 논설 [204] 된장까스11285 25/06/09 11285 10
104275 [일반] 실사화의 어려움 (feat. 드래곤 길들이기), 스포 有 [15] 부대찌개5150 25/06/09 5150 2
104274 [일반] 드라마 광장을 봤습니다(확실하게 스포 포함) [50] 능숙한문제해결사9028 25/06/09 9028 0
104273 [일반] 9살의 이별편지 [10] Secundo5639 25/06/09 5639 21
104271 [일반] 재미있는 컨셉의 웹갤러리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4] 니체4079 25/06/09 4079 3
104270 [일반] 중국 정권변동? [93] 如是我聞16238 25/06/08 16238 2
104268 [일반] Intro. 사랑 유랑(流浪) [1] IoP4289 25/06/07 4289 1
104266 [일반] G7 확장 돌림노래, 그래서 한국이 들어간다는건가? [26] 어강됴리8816 25/06/07 8816 8
104265 [일반] AI 번역 능력 현재 어디까지 왔나 - 테스트 해봤습니다 [31] 여기8079 25/06/07 8079 15
104264 [일반]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를 보고 왔습니다(약 스포) [24] 44년신혼2년9640 25/06/06 9640 1
104263 [일반]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는다 [24] Eternity8966 25/06/06 8966 5
104262 [일반] 일상잡담 [10] 로즈마리5184 25/06/06 5184 20
104261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2 [18] Poe5127 25/06/06 5127 37
104260 [일반] 해변에서 우연히 마작을 하게되다. [8] 가위바위보5786 25/06/06 5786 5
104259 [일반] 광무제를 낳은 용릉후 가문 (10) - 뒤늦은 깨달음, 경시제 유현 (2) [4] 계층방정3264 25/06/05 3264 2
104258 [일반] 개발자, AI보다 싸다. [23] 타츠야12977 25/06/04 12977 4
104257 [일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 해외 생활 넋두리 [31] 쿠쿠다스12311 25/06/04 12311 79
104256 [일반] 웹소설 추천 : 섀도우 슬레이브 [17] 중년의 럴커7538 25/06/04 7538 5
104255 [일반] 영화 [신명] 관람 후기 [22] 아케르나르10045 25/06/04 10045 2
104254 [일반] 프로세카 극장판 감상문 (스포 포함) [3] 일사공사일육5186 25/06/03 5186 0
104253 [일반] 당신이 아무리 일하고 저축해도 확정적으로 "가난" 해지는 이유 [44] 삭제됨10640 25/06/03 10640 5
104252 [일반] <계산할 수 없는> 책 후기 - 계산기의 계산할 수 없는 지평 너머. [2] aDayInTheLife5214 25/06/03 5214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