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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1/14 19:04:03
Name esotere
Subject [스포]섬광의 하사웨이 – 샤아의 역습 v2: 어째서 냉전 말의 이야기가 지금 되풀이되는가 (수정됨)
1863년 USS 와이오밍의 시모노세키 포격 이래 일본의 근대사는 뼈아픈 패배와 그를 계기로 한 성장의 연속이라 볼 수 있다. 도쿠가와의 유약함은 시모노세키에서의 패배로 이어졌고, 이는 흑선내항을 거쳐 메이지 유신을 만들었다. 동아시아에서 욱일승천의 기세를 자랑하던 대일본제국은 2차대전 말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재앙을 겪었지만, 이후 한국전 특수를 이용해 경제를 재생시키고 1980년대에는 미국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상기에 서술된 일련의 인과에서 드러나는 일본의 근대사의 특이점은 일본국민이 국가적인 합심을 통해 일본의 전망을 공유하여 같이 나아감에 있다. 이는 메이지 유신의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메이지 유신의 일본은 전 국민이 합심하여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였고, 문명개화를 이루었다. 비슷하게, 전후의 일본은 ‘개선’이란 기치 하에서 정진하여 세계의 제조업을 지배하는데에 성공했다. 일본인은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그들이 속한 집단에서 찾았으며, 이런 집단적인 사고는 그들이 집단적인 행동이란 개념을 구상하는 것에 공헌했을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이 시대의 일본인들에게는 기업적 행동, 국가적 행동, 전지구적 행동이라는 개념이 크게 낯설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1988년, 냉전의 황혼기에 영화관에 등장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는 이질적인 작품이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였어야 할 이 로보트가 나오는 만화영화는 어울리지 않게도 체제전복에 관한 이야기다. 이 만화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샤아는 제도를 무너트리려는 반동분자다. “인간은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샤아는 이야기한다. 예컨대, 극 중 지구로서 상징되는 [체제]는 지배계급이 수백년간 발달시켜 온 것이고, 철저하게 그들을 위하여 설계된 것이다. 때문에,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인류는 체제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체제를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인류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샤아의 행동은 섬뜩하리만큼 급진적이다. 지구에 행성에 준하는 거대한 돌덩이를 떨어트려 지구에 핵겨울을 불러오겠다는 메타포는 체제의 완전전복을 통해 자연상태로 되돌아가자는 것을 은유한다. 변증법적 유물론에 따라 인류가 다음 단계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체제를 다시 수립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샤아의 이런 급진적인 이상은 상기에 언급한 집단적 행동, 이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즉 인류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서 정당화된다. 일본이 도쿠가와 막부를 몰아내고 메이지 천황 아래에서 발전을 이루어냈듯, 전후 일본이 군부의 지배하에서 벗어나 미국의 영향 하에 현대 일본을 싹틔웠듯, 인류도 합심하여 구체제를 몰아내고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여 인류 전반적인 개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 가정에 대해 ‘과연 이것이 정당한 가정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1988년은 냉전에서 공산진영의 패배가 거의 확실시되는 시점이었다. 동독은 시간이 지날 수록 움츠러들었고, 동독은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을 막는 데에 급급했다. 공산혁명 초 공산주의적 정책을 시행한 인도와 중국은 결국 경제난에 자본주의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전쟁 직후 남한에 대해 근소우위를 점하던 북한은 70년대에 이르러 남한에게 크게 뒤쳐지기 시작했고, 80년에는 그 갭이 더더욱 커졌다. 이같은 공산혁명의 실패에서 피어나는 의문이란 것은, 예컨대 이런 것일 것이다: “만약 체제전복이 인류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체제전복이라는 것은 인텔리겐치아들의 헛된 이상 하에 일어나는 불필요한 희생일 것이다.” 체제전복은 단순히 동일하게 부패한 새로운 정권이 새로운 자들에게 이권을 나누어 주는 결과로 이어졌고, 단순히 새로운 이들이 구체제와 다르지 않은, 혹은 더더욱 야만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억압을 가하는 귀결을 낳았을 뿐이었다. 이 측의 주장은 극중에서 다른 하나의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로 화한다. 아무로 레이는 샤아의 이상은 자아도취라고 일갈하고, 체제전복은 무의미한 희생만 야기할 것이라고 샤아에게 경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극 중 샤아도 아무로의 이런 입장에 일부 동의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샤아는 자신의 계획을 이행한다. 체제전복 자체는 무의미할 수 있지만, 인류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고, 그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인류에게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샤아는 자신의 행동이 일부 선민의식적인 거만에서 비롯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지만, 자신의 이 행동이 결국에는 인류에게 이득이 될 것임을 믿는다. 일본이 도쿠가와 300년의 체제를 부수기 위해서 흑선내항이라는 메시지가 필요했듯이, 중요한 메시지 없이 인류는 절대로 혼자서 깨닫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에 반하는 아무로는 개인으로서는 훌륭한 인물이지만 큰 그림 하에서는 단기적 희생을 피하기 위해 불의한 체제를 수호하는, 결과적으로는 불의한 행동을 하는 이라고 샤아는 비판한다.

1988년의 샤아의 역습은 아무로의 손을 들어줬다. 샤아의 접근방식은 너무 급진적이고 성공의 보장이 없기에 일단의 희생을 줄이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2021년의 섬광의 하사웨이는 샤아의 역습과 완전히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다만 다른 점도 있다: 체제는 변하지 않았고, 인류는 나아가지 않았다. 이후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결국 샤아의 혜안이 일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말일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무언가는 해야 한다. 그것이 샤아의 급진적인 방식은 아닐 지라도, 가만히 있는 것은 답이 아니다.’ 라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2020년대의 마프티는 새 시대의 샤아로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그때 내가 옳았지?’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다시 찾아온 것인가? 후편에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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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21/11/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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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관점의 해석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21/11/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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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류지나
21/11/1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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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치자면 체제를 뒤엎기 위해서 핵미사일을 떨구려다 실패한 놈인데..... 너무 이상론이라고 생각합니다.
21/11/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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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맞습니다. 자본(또는 권력)의 집중이란 어려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볼 수 있을 지 사색하면서 나오게 된 문학가의 비약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11/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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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도 끝나고 공산주의도 끝났지만 급속도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류가 또 새로운 오함마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여튼 극우와 극좌들이 판치기 좋은 시절인 것 같긴 합니다. 그나저나 어느 유나바머 추종자가 문득 떠오르는 글이네요. 기계문명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자! 안 그러면 모두 죽는다!
척척석사
21/11/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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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그거 댓글쓸라고 내려봤더니 바로 있네요 크크 유나바머맨~
abc초콜릿
21/11/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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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인구가 3천만 이하로 줄어야 할텐데 그러면 현재 인구 75억 중에서 74억 7천만은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차라리 파시스트나 공산주의자들이 제정신이지
21/11/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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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의 오함마는 파시즘인 것 같습니다. 이데올로기의 파산상태에서 등장하는 가장 일반적인 극단이지요. 플라톤의 국가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가장 클래식한 극단이기도 하구요.
abc초콜릿
21/11/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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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에서도 토미노에 대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Q: 역샤의 아무로와 샤아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언쟁하는 장면에서 아무로는 이상론을 말하지만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사야는 지구보전을 최우선으로 여겨 운석을 떨궈 지구에 사는 인류를 숙청한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강행합니다. 샤아의 사상이나 행동은 찬반이 갈리겠지만 그저 반대할 뿐이지 해결책을 명시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논파당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토미노: 바로 그렇습니다. 아무로의 이상론으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상론이 아닌 방법론을 제시한 샤아는 결국 무척 과격한 행동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컨대 인류를 숙청할 수밖에 없다고, 그런 생각에 다다르고만 것이죠.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80억 가까이 팽챙했는데 20년에서 30년 후에는 100억명에 도달한다는 추정도 나와있죠.

우주세기에서 샤아의 급진적인 혁명은 현실 역사에서 급진적이다 못해 막장으로 치닫다가 스스로 망해버린 일본 좌익운동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온건 개혁을 추구하는 아무로의 노선 역시 우주세기가 진행될수록 부정됩니다. 아무로든 브라이트든 결국 썩어문드러지는 지구연방을 개혁한다는 건 해내지 못하고 전쟁터에서 소모품으로 갈려나가고 연방은 그대로 부정부패한 상태로 남아 그 질긴 명줄만 계속 이어갑니다.
토미노가 딱히 샤아와 같은 급진적인 혁명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동시에 체제를 유지한 채로 개혁한다는 보수혁명적인 낭만에도 냉담한 사람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래도 저래도 다 안 돼"라는 체념에 가까운 쪽이죠
황금경 엘드리치
21/11/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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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토미노 옹은 진짜 상당히 염세적인 분이고 우주세기에도 그게 엄청 짙게 드러나있죠. 과격한 것도 안 되지만, 조금씩 나아지자? 그런 것도 안 될거다 라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확.. 지금 논의되는 하사웨이도 소설 기준으로 결과적으론 작중 역사에서 아무 의미 없는 동란 사건이 되어버렸고.
abc초콜릿
21/11/1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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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섬하에서의 하사웨이가 마프티로서 하는 짓이 현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가장 명확한 장면이 택시기사랑 얘기하는 장면이죠.
"마프티는 천년후를 생각하는 거죠"라고 했을 때 택시기사가 "천년 후라니 마프티란 양반 참 여유롭나보다. 우리 같은 사람은 당장 오늘 벌어먹기도 힘든데. 내일도 생각할 여유가 없슈"라고 자르죠.

사실 현실의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이나 모택동은 각각 즉각 평화, 농토 분배 등 시대의 요구가 뭔지 정확하게 꿰뚫고 그것을 이념으로 끌어내 대중을 집결시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근데 일본 전공투의 극좌들은 미시마 유키오와의 대담 같은 걸 보면 알 수 있지만 현실감각도 없고 선동 방법도 모르는 주제에 과격하기만 했고 그 때문에 처절하게 망했죠. 혁명을 한다는 놈들이 혁명을 함으로써 어떠한 세상을 만들 거란 비전을 대중에게 이해도 못 시키는데 혁명이 될 리가 없겠죠.

역샤에서도 샤아가 미친짓 하는데 아무로가 "샤아는 우리랑 같이 티탄즈랑 싸우면서 연방 애들한테 질린 거지"라고 실드 아닌 실드를 쳐주고 미라이는 "샤아는 너무 순수한 사람이야"라고 하고 아무로 꿈에 나온 라라아도 같은 말을 해요.
인도귀신은 뭐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나무위키에서는 진짜 라라아가 아니라 아무로의 심층의식이 라라아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란 건데 샤아가 하는 짓거리가 진짜 밉고 죽여버리고 싶은데("샤아는 否定해!") 그러면서도 샤아가 왜 그러는지 이해한다는 건데 ("아니, 그 사람은 순수한 거야", "순수해?!") 사실 이 순수하다는 게 말이 그렇지 샤아도 하사웨이도 나쁘게 말하면 자신들이 한 짓이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닥칠 지는 생각 안 하고 그 다음에 더한 후폭풍이 닥칠 게 뻔한데 그에 대한 안배도 없이 일단 지르고 보다가 말아먹는다는 거죠.

근데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를 보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는 뉴타입이란 것들이 자기들끼리 "네 말은 알겠는데, X까!" 식으로 이 악물고 불통인 거 보면 토미노 영감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한테 어지간히 시달린 건지...
그나마 마지막에 전설로 남은 "라라아는 내 어머니가 되어 줄 수 있는 여성이었다!"가 그 때야말로 샤아가 진심을 아무로에게 털어놓는 장면이겠지만 아무로도 기가 차서 말을 못하는 결말이니. 차라리 벨토치카 칠드런에서 동생 사진을 보면서 "그래, 이렇게 된 게 잘 된 거다."로 끝나는 게 차라리 어른스럽습니다.
21/11/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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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못 봤는데 어떤 생각으로 각본을 썼는지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네요. 아래 달아주신 댓글은 또 굉장히 흥미롭고 공감이 갑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21/11/14 20:23
수정 아이콘
섬광의 하사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저는 우주세기를 OVA만 본 입장이라 그런가 좀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소설 원작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중간중간 내러티브들이 너무 비는 것 같은 느낌... 기기가 마프티를 알아차리는것도 좀 핍진성이 없고 영상은 참 좋은데 마프티가 이렇게 바꾸자! 뭘 바꾸자! 왜 때문에 바꿔야한다!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영화 내내 뭘 하자! 라는 느낌이 없는 느낌..
abc초콜릿
21/11/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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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 부분들은 소설에서도 그런 거 없어요. 기기가 마프티라는 걸 알아채는 것도 그냥 뉴타입이니까 감으로 알았다가 전부고 마프티도 딱히 뭘 어떻게, 왜 바꿔야 한다 이런 거 없어요. 그냥 인류가 지구에 살면 지구가 오염되니 인류는 죄다 우주이민 해야 하고 지구연방정부는 부패했으니 부패한 정치인들은 전부 조진다. 이게 다입니다.

역샤에서 샤아가 하는 행동도 지극히 뜬금 없고 이유도 묘사 안 하고 그러는데 하사웨이도 마찬가집니다. 오히려 원래 소설로 나왔던 거라 스폰서한테 휘둘릴 것도 없이 자기 멋대로 만든 거라 그런 경향이 더 심해요. 엄밀히 말하면 일본에서의 극좌운동도 대중이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일본 극좌파들은 대중혁명을 한다면서 하는 짓거리는 현학적이기 그지 없었음) 짓거리를 하면서 극단화 되기만 하다가 말아먹었는데 그걸 형상화한 인물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해가 안 된다면 이해하지 말라고 만든 캐릭터라서 그래요
공기청정기
21/11/15 00:27
수정 아이콘
영감님 글솜씨야 본인도 이건 아니다 하고 접은 수준이라
...(...)
갸르릉
21/11/15 01: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원래 토미노 작품들이 좀 이해가 안되는 면이 있기도 하고..아마 느끼신 부분은 이 작품이 역습의 샤아랑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니가 싶습니다. 어차피 샤아가 전작에서 다 한 말을 다시 반복을 하는거라..그런데 역샤의 샤아 자체가 시리즈 물에서의 개연성이 0점이고 그냥 토미노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집어넣은 인물입니다. 그러니 토미노 = 샤아 = 하사웨이...고 이 분 인터뷰들을 보다 보면 문제의식은 뚜렷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명확하지가 않아서..캐릭터가 그렇게 표현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21/11/16 11:20
수정 아이콘
우주세기를 OVA로만 보셨으면 아무래도 뉴타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큰 생각이 없으셨을 것 같네요. 작중 기기의 행보는 기기가 뉴타입이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 되는 전개라서 말씀하신 부분이 맞습니다. 섬광의 하사웨이는 새로 입문하는 시청자들에게 여러모로 불친절한 점이 많은 편입니다.
21/11/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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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우주세기를 봐야지 봐야지 했다가 이제는 하사웨이까지 애니화가 되는 시대에 와버렸군요, 크크. 간접적으로 이런 저런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덕분에 우주세기를 접하고 또 밈을 소비하고 있습니다만, 똑바로 본적이 없는 저는 아쉬움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몰아보기에는, 여러 시즌과 다양한 극장판의 애니메이션은 요구되는 여유가 길어졌습니다 흑흑)

다만 적어주신 내용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대한 제 생각과 정말로 비슷해서, 조금 적어보고 싶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는 정말 기묘한 작품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진지한 밀리터리 첩보물인척 우기지만, 실상은 초능력, 사이보그 사무라이, 음모론 같은 'B급 소재'가 항상 어느 정도 섞여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재는 궁극적으로 '냉전시대'를 다루는 작품의 주제정신을 잘 잡아주면서 시리즈의 매력을 유지시켜줬습니다. 얄팍하고 아동만화의 철부지 없는 빌런 같은 존재들이, '핵'이라는 것을 손에 쥐고, 도저히 진지할 수 없는 궤변을 내뱉는 꼴을 보면서, 작품 자체가 부조리한 진지함과 시대 배경을 멋지게 다뤘거든요.

적어주신 내용을 보면서, 이번 슈로대 30에서도 재발견(?)된 샤아의 모습 역시, 신냉전 시대에 다시 등장한 원조 냉전 빌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런 형태의 악역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적어도 제가 감명 깊게 본 건담G, 건담W, 건담OO에서도 '훌륭한 파일럿이지만 정치가는 아닌 소년들에게 주어지는, 정치적인 폭력 도구인 로봇'이라는 소재가 고찰되니까요. 에반게리온이나 슈퍼로봇 (마징가까지 안가도 똑같이 토미노 감독이 만든 이데온처럼), 아니 하다 못해 요즘 진격의 거인도 '인류의 존망을 건~'이라는 형태로 보다 추상화되고 더 철학적인 서사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건담은 말씀드린 흔한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국가끼리의 전쟁물이라는 주제에 '집착'하다시피합니다. 아니면 이번에 하사웨이가 보여주듯이, '오해를 낳는 국가체제를 해체한다!'라는 막연한 좌파통합주의에 집착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편 통합 국가를 주장하던 소련이 붕괴하고, 그것의 후계자라면서 가진 것은 민족주의 밖에 없는 중국이 잠재적국이 되어가는 신냉전에서, 이런 '냉전 빌런'이 어떻게 재평가를 받을지 참 궁금해집니다. 저는 그 실마리를 '데스 스트랜딩'에서 보았습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4편과 5편에서 냉전과 애국자들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세계는 이념에 노예로부터 해방되면서 오히려 컬트적인 믿음에 휘둘리고 개개인끼리 파편화 되면서 핵과 메탈기어의 확산이 이루어지는, 기존의 시리즈의 노력이 허망해지는 냉소적인 결말로 나아갔던 히데오 코지마였지만, 막상 코로나 직전에 등장한 신작 데스 스트랜딩은 다시 뿔뿔이 쪼개진 사람들은 거창한 선동이나 국가기구 없이 그냥 한 명의 배달부와 배달을 통해서 얼마나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소재로 다루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라지만 실상은 '핵 발사용 보행병기', 즉 우주세기의 '아토믹 바주카'와 상징성이 동일하죠)인 '메탈기어'가 없는 세상, 또는 메탈기어 이후의 세상을 다룬 작품이 배달부 게임이었는데, 건담 시리즈는 냉전이 끝나도 로봇에서 내리지 못할 것이니 다른 종류의 이야기를 적어야만 하겠지요. 으으, 우주세기의 이야기가 지금의 시대에 맞춰서 더 달려나가기 전에, 빨리 기존 이야기를 복습해야겠군요!
21/11/16 11:56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적어주셨네요. 악역을 다루는 데에 있어 메탈기어 시리즈와 건담이 다른 점은 메탈기어의 빌런은 확실하게 나쁜 놈으로 표현되지만, 건담에서의 굵직굵직한 악역들은 일반적으로 다 어느정도 공감대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왕가재건의 꿈을 가지고 전쟁을 이용하는 밀리아르도 피스크래프트라던가, 지구오염을 막으려는 마스터 아시아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거기에서 더 넘어가 선악의 구분이 더 교묘하게 나타나는 역습의 샤아라던가 주인공이 빌런 역할인 섬광의 하사웨이 같은 경우엔 빌런이라는 단어가 적절핝 지도 약간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 캐릭터들은 작중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그 문제해결법에 있어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타인'으로서 기능하는 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정치적인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성적 타인을 간단하게 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지 싶습니다. 이런 경우에, 이들이 추후 재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는 그들의 접근방식이 일부 옳은 면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본문에서도 언급된 내용이지만 '샤아가 극단적이긴 했지만 이해는 된다'는게 섬광의 하사웨이의 전제이듯 말이죠.

건담 입문에 부담을 가지신다면 제 개인적인 생각은 z 극장판 3편, 역습의 샤아 정도만 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합쳐서 10시간 정도 되지 않나 싶네요. 어차피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게 저것들이고, 시간을 좀 더 들여 TVA판을 보시려면 Z를 시청하시는 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건담은 지금 보기엔 좀 너무 구시대적입니다. Z는 그에 비해 더 세련된 면이 있어서 지금 보기에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보고요, 나머지 건담 시리즈는 세계관을 이해하는데에는 크게 필요 없다고 보는 편입니다. 이것들을 보고 관심이 생기면 한 번 볼 만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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