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정말 많은 것들을 팔아요. 소금, 설탕, 쌀 같은 필수품도 판매하고 노래와 미술품 같은 예술, 조금 민망한 유흥도 취급하죠. 제가 애용하는 무파마도, 꿈도 못꾸는 강남의 부동산도 시장에서 거래돼요.
하지만 뭐든지 파는 건 아니에요. 정확하겐 팔 수야 있겠지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들도 많아요. 장기매매도 안되고, 매춘도 허용되지 않고, 마약도 안돼요. 누군가는 이것들 모두가 거래되는 세상을 꿈꾸지만요.
그런데 '누군가가 없는 공간'도 상품일까요? 가령 많은 이들이 흑인을 싫어하는 사회에서 흑인이 없는 '안락한' 카페는 허용되어야 할까요? 분명 수요도 많이 있을텐데요.
신경정신적 장애인이 없는 공간은 어떨까요? 조현병 환자가 불안하진 않으세요? 저학력의 노동자들은 어떠세요? 식당 옆자리의 불쾌하고 저급한 토픽이 내 귀에 들려오는 게 꺼림직하진 않으신가요? 아이들이 들을 수도 있는데요. 옆자리에 성소수자가 앉아 있는건요?
이미 누군가를 배제하는 상품들은 있어요. 가본 적은 없지만 클럽에선 물관리를 한다고 못난이들의 입장을 통제한대요. 저는 못가본 게 아니라 안 가본거라 잘 모르겠지만요. 특정한 결혼정보회사에서도 학벌과 직업괴 부모로 컷트라인을 정한대요. 대머리는 거르지 않아 다행이에요.
과거 유럽연합의 차별금지관련 법안을 읽었을 때, 성별과 인종, 학력 등을 근거로 다르게 취급하는 건 금지되지만 그게 상품의 성격과 불가분적일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가령 보험 같은 경우에 성별에 따라 사고 발생 가능성이 다르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되면 그 둘을 나누어 가격책정을 다르게 하는 것은 정당하다고요.
다만 설령 통계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가령 이슬람계에게 세를 주었더니 그 건물의 공실률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그걸로 차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해요. 상품과 불가분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시선에 허용하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불러 온다고 해도 그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요.
그렇다면 앞선 사례들을 이렇게 구분할수도 있을거에요. 클럽이나 결정사에선 그런 구별 자체가 상품의 핵심이고 본질이지만, 식당과 카페는 음식과 커피 아니냐구요. 그런데 전 앞에서 '누군가가 없는 공간'이라고 했어요. 흑인과 정신병자와 저학력자가 없는 공간이 핵심이고 음식과 커피는 부가서비스일수도(그리 주장할수도) 있지 않나요?
노키즈존은 개인이 선택하지 못하는 나이란 요소로 입장을 거부해요. 당연히 차별이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을거에요. 노키즈존에 합리적 이유-안전이나 자영업자의 위험기피-도 있고, 소비자들 중에서도 평온한 서비스를 기대하며 박수치는 이들도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언젠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니 불변의 요소인 성별과 인종과는 조금 다르다는 항변도 해요. 하지만 아이가 소아암 등을 앓아 앞으로 볼 수 있는 가을이 몇 번 남지 않았다면 어쩌죠?
저는 가방끈도 짧고 머리도 나빠 이것의 논리적 해결책을 모르겠어요. 감정적으로도 오락가락해요. 식당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무책임한 부모들을 보면 "노키즈존! 반드시 노키즈존!"을 외치다가도 만약 제 조카가 그것 때문에 식당출입이 금지당한다고 생각하면 "차별철폐!"라고 소리칠거에요.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은 이래요. 누가 차별받고 배제된다는 건 사회마다 다를거에요. 국내에서 외국인 전용은 차별이란 말을 듣는 경우가 드물지만 일본에서 한국인 출입금지는 차별이라 느낄거에요. 일본에선 한국계에 대해 역사적으로 배제하고 억압한 역사가 있고 여전히 혐한이 스피커를 차지하고 있으니 한국계는 차별받는 집단으로 간주해도 될거에요.
그리고 한국인 출입금지는 그러한 차별의 연장선에 있어요. 그것이 설령 상품의 본질이라 할지라도 그 상품 자체가 사회적 차별을 유지/강화하고, 소수집단을 억압해요. 법학을 몰라 인용하기 조심스럽지만 전 근본 없는 무학(무식한 학사)이니 '사회유해성이 크다'고 말할래요.
한국에서의 이슬람교도, 장애인, 저소득층도 마찬가지일거에요. 그들의 출입금지는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구조를 그대로 답습해요. 그들은 차별받아왔고, 지금도 그러해요. 따라서 그들을 배제하는 상품이 설령 그것의 본질이라 할지라도 허용해선 안될거에요.
그럼 어린인 어떨까요? 이 지점에서 어린이들에 대한 학대를 훈육으로 포장했던 역사나, 암암리에 자행되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교사들의 폭언과 폭행을 이유로 그들을 차별받는 소수자 집단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을거에요.
다만 전 그들을 차별받는 사회적 집단이라 부르기엔 망설여져요.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어요. 장애인이나 저학력자, 성소수자와 어린이가 다른 지점은 분명 존재하고 그러기에 차별받는 집단이 아니라고 느껴요. 그러니까 그들을 배제하는 사회적 여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하게도) 통계가 없으니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결국 제 결론은 그래요. 노키즈존은 기존의 사회적 차별을 받는 집단을 억압하고 그것을 재생산하지도 않으며, '아이가 없이 서비스 받는 공간'이 상품의 본질일 수 있으니 허용해야 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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