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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0/26 23:55:37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549431196
Subject [일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 진실과 사실, 허상 사이.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1370년대 부터 1380년대 사이에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여기서 '실화'라는 단어는 굉장히 애매하고 오묘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세개의 시선으로 하나의 흐름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의도적으로, 세번째 장을 가리고, 세번째 장을 이야기의 비장의 수로 쓰는 구성을 짜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어찌보면 일종의 속임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첫번째 카루주의 이야기, 두번째 르 그리의 이야기를 보면 관객들은 어떤 종류의 '진실'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세번재 이야기, 마르그리트 부인의 (그리고,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야기를 보면 이야기를 보는 틀이 달라지게 되거든요. 물론 개인적인 의문은 품을 수 있습니다.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한 책을 영화화했기에, 사실로부터 영화까지의 거리는 꽤 먼 셈이고, 그렇기에 이게 '진실'맞나? 싶은 생각은 들 수 있겠지만요.

개인적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님의 역사물을 볼때 마다 호불호가 갈릴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때때로 주인공 캐릭터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이나, <킹덤 오브 헤븐>의 주인공이나 어떤 측면에선 당시 급진적인 사상이라기 보단,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이 느끼기에 '민주적'이고 '공정한' 캐릭터가 되는 측면에 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도 몰입을 잘 하게 되다가도 한 부분에서 '잠깐?'하고 멈춰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대사 한 줄이 좀 걸리더라고요. 중세시대 여성이 하기엔 너무 급진적이지 않나? 싶은 대사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명예와 기사도에 대한 물음인 동시에, 여성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화의 무게 때문에 완전히 영화적인 엔딩을 안겨주거나 혹은 감정적인 마무리를 줄 수는 없었지만요. 그 '기사도 정신'이니 혹은 '명예'라는 것은 실제의 삶과 생활에는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큰 의문을 던져줍니다. 때때로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 조롱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영화의 중심 갈등은 두 캐릭터지만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마르그리트입니다. 미묘하게 어긋난 두 개의 관점은 영화의 핵심을 빗겨나가고 있지만, 마르그리트의 이야기는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짚자면, 영화에서 마르그리트가 전면에 나서는 시간이 좀 짧습니다. 객체에서 주체로 올라오는 임팩트는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지만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에서 극을 주도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아요.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2/3을 투자해서 두 캐릭터의 갈등을 묘사한 뒤, 마지막 1/3에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 마르그리트를 중심에 내놓는 영화거든요. 하지만 이 마지막 1/3 지점에서도 중간까지는 마르그리트는 수동적 캐릭터로, 봤었던 이야기의 반복입니다. 좋은 구성이라고 얘기했지만, 이야기가 조금은 느슨해지는 지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본인의 필모그래피에 <델마와 루이스>를 잇는 한 줄을 더 써넣었습니다. 물론 불후의 명장면과 함께 남은 <델마와 루이스>만큼 좋은 영화는 아닐진 몰라도 이번 영화도 꽤 만족스럽게 보실 분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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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ty breaking B
21/10/27 00: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마르그리트 시점의 경우 니콜 홀로프세너라는 여성 각본가가 주로 작업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페미니즘적 뉘앙스가 군데군데 묻어나더군요. 어떤 장면들에서는 다소 전형적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크게 과하다고 느껴지진 않았기에 몰입을 해치진 않았습니다.

여하튼 굉장히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중세 시대극 느낌도 너무 잘 살렸고, 흥미로운 각본에 훌륭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 마지막 결투씬의 팽팽한 긴장감과 감정선 표현까지 흠잡을 데가 거의 없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나온 영화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aDayInTheLife
21/10/27 00:16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를 보니 따로 (남여파트) 썼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긴 했는데 한군데 대사가 좀 걸리긴 하더라고요.
중세하면 떠오르는 축축하고 음침한 분위기도 잘 살린 것 같았습니다.
그냥켑스
21/10/27 00:16
수정 아이콘
저는 진짜 좋게 봤습니다. 중세를 그대로 옮겨온거 같은 비쥬얼에 영화가 담은 주제까지 좋았습니다.
aDayInTheLife
21/10/27 00:17
수정 아이콘
영화 재밌던데 너무 일찍 내리는 분위기라 아쉽더라고요..
21/10/27 01:18
수정 아이콘
동시대에 나온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의 바스 부인 같은 캐릭터를 보면 중세시대라고 사람 생각하는 게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이죠
aDayInTheLife
21/10/27 07:44
수정 아이콘
제가 너무 그럴거야 라는 편견을 가지고 본걸까요. 흐흐
21/10/27 01:33
수정 아이콘
중세시대로 여행 제대로 갔다 왔습니다
aDayInTheLife
21/10/27 07:44
수정 아이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장점 중 하나가 어느 공간이든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드는것 같아요.
21/10/27 03:25
수정 아이콘
전쟁영화인줄 알고 아무것도 모른채 봤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1~2장 지나면서 설마설마하던게 3장에서 제대로...
aDayInTheLife
21/10/27 07:45
수정 아이콘
예고편 보니 조금은 그렇더라고요. 크크 3장이 핵심인것 같습니다.
21/10/27 06:38
수정 아이콘
시대극의 묘미는 현실 반영이죠.
aDayInTheLife
21/10/27 07:45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크크
호랑이기운
21/10/27 12:04
수정 아이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저 진실이 진짜 진실인지는 모르죠
좋은 영화가 듄에 가려져서 많이 못보는거같아 아쉬울따름입니다
aDayInTheLife
21/10/27 12:07
수정 아이콘
그렇죠. 크크 그 부분이 인상적인 부분인거 같습니다. 진실과 사실의 간극이라는 점이요. 듄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 영화가 관심을 못받는 것도 아쉽네요.
21/10/27 13:37
수정 아이콘
마지막 장 진실이라는 부제가 따라 떠오를 때 살짝 아쉬웠습니다. 챕터 1,2,3이 고른 격을 갖춘 채로 미묘하게 상충하길 바랬는데 결국 챕터3의 여성주의가 진짜 주제고 그걸 현대인의 시각에서 준엄히 심판하는 이야기구나 싶었거든요(너무 티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마지막의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문구도 엥..? 싶더라구요 크크

그래도 결코 큰 흠도 아니고, 중세 분위기에 취해서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aDayInTheLife
21/10/27 13:47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3장에 많은 무게가 쏠린 구성이긴 하죠. 크크 묘하게 현대적인 느낌도 저는 리들리 스콧 감독 주인공 특성 같아요.
21/11/10 13:31
수정 아이콘
지금 보고 왔는데 리들리 스콧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지 했는데, 그만한 장면들은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웠어요..
더 아쉬운건 일본이라서 잘 읽지도 못하는 일본어 자막으로 봐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에요...ㅠㅠ
할아버지 영원히 건강하셔서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 주셔야 해요!!
aDayInTheLife
21/11/10 14:46
수정 아이콘
일본이시군요. 흐흐 할아버지 영화 떡밥 뿌려놓은건 많은데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서 찍어주셔야 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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