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0/15 15:40:25
Name 사랑하는 오늘
Subject [일반] 주린이의 애널리스트 리포트 읽는 방법
안녕하세요.

피지알에 서식하는 초보 주린이 '오늘'입니다. 저는 5년 정도 주식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제가 시작할 때와 달리 주식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이 좀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 직장인 중에서 주식투자 안하는 사람을 찾는게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 시작할 때는 주식하면 말아먹는다고 말리던 형님이 계신데, 최근에 주식 투자하신다고 물어보시더군요...

근데 주변에서 주식 투자하시는 분들이 잘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절대 대다수 분들이 남의 말만 듣고 무지성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그랬고...) 안타깝습니다. 특히, 증권사 애널리스트 분석을 많이 신뢰하셔서, 거기에 기초하여 투자를 많이 하시는데요. 근데 생각보다 애널리스트 분석을 깊게 안 보시고, 목표주가랑 주요 키워드 문장만 보고 덜컥 투자하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다들 성투하자는 의미에서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대해서 짧은 글을 올립니다.


1. 산업 리포트를 먼저 읽어본다.

사실, 애널리스트는 회사 분석을 할 때, 분석대상 회사 IR팀으로부터 각종 자료를 받아야 되기도 하고, 증권사 IB 쪽에서 분석대상 회사로부터 영업을 해야 하는 것도 있어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하기 힘듭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종목 분석 리포트는 모두 매수 리포트이고, 매도의견은 1년에 두세건, 중립의견도 보기 쉽지 않죠. 그렇지만 애널리스트들도 산업 리포트를 작성할 때는 소신있게 자기 의견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산업의 현황, 비지니스 모델, 전망, 위험요소 등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개별 회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끔씩 발간되는 산업리포트를 정리해보는 것이 개별 기업 리포트를 읽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산업 리포트를 천천히 읽다보면 산업내 밸류체인에 있는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보이고, 어떤 외부 요소에 따라 회사들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을 먼저 분석할 때는 놓치기 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고, 생각지 않았던 산업 내 저평가 회사를 발견할 수도 있는거죠. 그래서 좀 길기는 하지만, 저는 좋은 산업 리포트가 나오면 밑줄치면서 꼼꼼히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렇게 공부해놓은 지식들이 나중에 개별 기업을 분석할 때 도움이 되더군요.

다만, 시황 리포트, 거시경제 관련 리포트는 깊게 팔 필요는 없습니다. 알면 조금 도움이야 될 수도 하겠지만, 투자에 있어서 아주 크리티컬한 요소는 아니거든요.


2. 다양한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읽어본다.

애널리스트들은 각각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주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포스코 같은 회사만 보더라도 어떤 애널리스트는 실적 및 주가의 피크아웃을 외치고, 다른 어떤 애널리스트는 실적의 추가성장과 현주가의 저평가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들 공통적으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죠. 어떤 애널리스트는 철강의 시클리컬한 특성과 중국의 변동성 높은 환경 정책을 근거로 주장하고, 다른 애널리스트는 강한 철강 수요와 함께 중국의 제강량 감소를 근거로 주장을 하는거죠.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비교하고, 각 주장의 근거를 취합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생성할 수 있고, 이것이 투자에 있어서 기초 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매년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선정하거든요. 모든 애널리스트 분석을 전부 검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각 산업에 대한 베스트 애널리스트 2-3 명을 개인적으로 선정하시고,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3. 과거의 리포트를 읽어본다.

다양한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읽어보는 만큼 중요한게, 예전에 발행된 리포트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현시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실전시험이라면, 이건 일종의 기출문제 비슷한거죠. 예를 들어, 2016-2017년에 디램의 폭발적인 사이클을 예상한 증권사는 많지 않았어요. 우리는 결과적으로 2017-2018년에 삼성전자가 디램에서 엄청난 이익을 본 것을 알고 있죠. 그러므로 우리는 거꾸로 2016-2017년 리포트를 검토해보면서 과거 애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디램 메이커의 이익 전망을 추산했는지 검토하고, 그 전망이 맍았다면 맞은 이유를 검토하고, 전망이 틀렸다면  틀린 이유를 정리하는 거죠.

이런게 정말 투자대상 회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회사는 살아있는 생물체나 마찬가지라, 과거의 족적을 보고, 그 과거에 대한 더 먼 과거의 애널리스트의 실적 예상의 적부를 판단함으로써, 회사의 현재 상태를 고찰할 수 있구요. 더불어, 애널리스트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죠. 그래서 역사 공부하듯이 애널리스트 리포트 구해서 읽어보시면 나름 재밌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형사 말고 중소형사 같은 경우는 증권사에서 커버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십년 정도 범위로 리포틑 검색을 하다보면, 중소형주에도 간혹 가다가 몇 년마다 띄엄띄엄 리포트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보통 중소형주는 리포트 발행 시점이 주가 꼭대기 인 경우가 많습니다. 흐흐흐 왜냐면 애널리스트들도 사람들이 읽은 만한 분석글을 올리기 때문에, 주가가 바닥에서 노는 중소형사를 굳이 분석하지는 않거든요.  그러므로 중소형주 투자를 하신다면 거꾸로 리포트 발행 시점을 매도 시작 타이밍으로 잡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결론

요약하자면 개별기업리포트보다 산업리포트 위주로, 다양한 애널리스트의 분석 리포트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집하여 전부 읽는다! 더 간단히 하면 전부 읽어본다!! 입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투자하냐 라고 하실 수 도 있는데, 피같은 돈을 투자하는건데 이 정도 공부도 하지 않고 할 수 는 없는거니까요.

앞으로 허접하지만 뭔가 공유할 것이 있으면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공부하시고 성투하시죠. (그리고 좋은 종목 발견하시면 좀 굽신굽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부스트 글라이드
21/10/15 15:42
수정 아이콘
애널리스트 과거어록과 주사변동사항을 주의깊게 인식하고
내가 보유한 종목을 애널리스트가 유심히 어필하면 그때 판다.
iPhoneXX
21/10/15 15:55
수정 아이콘
좋은 리포트들 많은데 읽어 보는 분들 몇이나 될지 궁금하긴 합니다. 일단 제 주변에는 거의 없던데 크크
사랑하는 오늘
21/10/15 16:18
수정 아이콘
제 주변에도 거의 없습니다. 흐흐흐
걍 묻지마 투자 하는거죠
마스터충달
21/10/15 16:05
수정 아이콘
애널리스트만큼 피지알 친화적인 직업이 없죠.
사랑하는 오늘
21/10/15 16:11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렇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 직업입니다.
마스터충달
21/10/15 16:13
수정 아이콘
분석적이고, 통계적/과학적 근거를 중시하며, 항상 진지한 자세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민감하신거죠?? (크크크)
앙겔루스 노부스
21/10/16 12:45
수정 아이콘
한기범과 대학교수의 공통점 같은 댓글이군요(아재력 과시)
햇여리
21/10/15 16:07
수정 아이콘
3번 중 중소형 상장사 커버 리포트 경우에는 반대로 소외되었던 턴어라운드 중인 종목을 발굴해 내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죠.
사랑하는 오늘
21/10/15 17:38
수정 아이콘
애널리스트 분들은 꼭 턴어라운드하고 몇분기 지나야 리포트를 내시더라구요. 그것도 다 아는 내용을 흐흐흐.
21/10/15 16:29
수정 아이콘
산업리포트는 어디서 읽을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사나없이사나마나
21/10/15 17:05
수정 아이콘
일부 증권사는 https://finance.naver.com/research/http://consensus.hankyung.com/ 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삼성증권 리포트는 삼성증권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몇몇 증권사 것도 못 본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21/10/15 17: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오늘
21/10/15 17:31
수정 아이콘
저는 한경컨센서스에서 주로 확인하고 삼성, Nh, 하나는 증권사 홈피에서 보구 있습니다. 증권사 홈피 가기 귀찮으시면 한경만 들어가도 무방할거 같습니다.
21/10/15 17:33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21/10/15 17:05
수정 아이콘
한경컨센서스와 신영증권에서 주로 레포트를 읽는데 다른 좋은 곳 추천이 있을까요?
사랑하는 오늘
21/10/15 17:35
수정 아이콘
한경컨센서스만 봐도 충분할거 같아요. 요즘 삼프로에 베스트 애널리스트들 많이 부르던데 참조하셔도 될거 같습니다.
제3지대
21/10/15 21:30
수정 아이콘
삼프로 유투브 라이브 보면서 읽었는데 좋네요
메타몽
21/10/16 11:16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작년엔 개별주에 목숨을 걸다가 올해들어 패시브 투자쪽으로 노선변경 및 최근엔 투자를 거의 안하면서 리포트도 안 읽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다시 리포트를 읽어야 겠습니다

주가가 아닌 전체 트렌드 파악용으로요 흐흐
앙겔루스 노부스
21/10/16 12:40
수정 아이콘
아 대학원생의 논문 읽는 법 그런 유우모아 글을 기대했는데 진지한 글이네요. 하긴 유우모아였다면 유게로 갔겠죠 후후. 좋은 글 잘 봤십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759 [일반] [위대한 수업] 오늘 피터 싱어의 4번째 수업이 있었습니다. [110] 통피10820 21/10/15 10820 6
93754 [일반] [뒷부분 약혐주의] 유튜브에서 찾은 시유 「숨바꼭질」 커버들 [6] 카페알파11245 21/10/15 11245 0
93753 [일반] 주린이의 애널리스트 리포트 읽는 방법 [19] 사랑하는 오늘9972 21/10/15 9972 17
93747 [일반] 노래로 이별을 기억하기 [37] seotaiji11369 21/10/14 11369 2
93744 [일반] 토스뱅크 사전신청 가입 대기가 풀렸습니다. [13] 맥스훼인10337 21/10/14 10337 0
93743 [일반] 날 끝장낼 비밀을 디지털로 보관해도 괜찮은 시대는 끝났나 [33] 오곡물티슈15020 21/10/14 15020 5
93742 [일반] 요양병원 54명 집단감염..."간병인이 확진 사실 숨기고 취업" [29] Leeka16987 21/10/14 16987 0
93740 [일반]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논문 쓰는 팁 [66] 해바라기25501 21/10/14 25501 67
93738 [일반] 고3 10월 모의고사 수학영역 공통, 미적분 4점 문제 리뷰 [68] 물맛이좋아요12726 21/10/14 12726 8
93736 [일반] 미스터 우마이, 고로상이라면 이해해 주실거야 + 안산(짤주의) [13] 판을흔들어라10393 21/10/13 10393 6
93734 [일반] 두번째 집을 샀습니다 [55] Goodspeed14034 21/10/13 14034 22
93732 [일반] 마지막 거리두기 조정안 v3 진짜 마지막 파이널 최종본. hwp [98] 오곡물티슈20292 21/10/13 20292 6
93731 [일반] 압력솥으로 라면을 해본 후기 (의식의 흐름 주의) [20] Lord Be Goja12669 21/10/13 12669 9
93730 [일반]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 걱정대로, 예상대로 (스포) [19] aDayInTheLife9619 21/10/13 9619 0
93726 [일반] 격투기 좋아하시는 분 계신가요? [23] 문재인대통령10144 21/10/12 10144 5
93723 [일반] 미국의 최신 핵잠수함의 비밀이 단돈 1억, 싸다 싸 [27] 오곡물티슈14151 21/10/12 14151 0
93722 [일반] 엄마에게 사랑해요! 라고 처음 말했습니다. [46] 엄마 사랑해요11266 21/10/12 11266 98
93721 [일반] 쿠팡이츠 파트너 한달 후기 [35] 트와이스 채영17195 21/10/12 17195 10
93720 [일반] 고전(?) 무협/판타지 소설 추천 10선 [66] Meliora18824 21/10/12 18824 8
93718 [일반] [역사] 언제나 큰손은 있었다 / 국내 증권시장의 역사 ② [5] Fig.115793 21/10/11 15793 9
93717 [일반] 미국/중국 부동산 시장, 철광석 가격 그리고 한국 경제 [15] kien.15577 21/10/11 15577 0
93716 [일반] 40대 초반 유부남의 일상 [50] 바람의 빛19074 21/10/11 19074 37
93715 [일반] 현실에 닥쳐온 트롤리 딜레마.car [71] VictoryFood17637 21/10/11 17637 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