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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0/01 19:09:34
Name 아난
Link #1 유튜브
Subject 귀르가즘 (수정됨)
이 정도 퍼포먼스를 매일 감상할 수 있으면 연애 안 하고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과장된 생각이다. 이 정도 과장이 필요할 정도로 존재 가능한 최고의 마약을 하기라도 한 것 같은 쾌감이 내 온 존재를 휘몰아 친다. 머언 옛날, 팬데믹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낮선 어감을 동반하는 '노래방'이라는 곳에서 후배들이 엄청 부르기 어려운 내지르는 노래들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것을 들을 때마다 어찌 이런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를 수 있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 이럴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한국 사람들 종특인 것 같다.  이렇게 목소리를 절묘하게 내지르는 식의 노래를 나는 일본어나 중국어로는 들어 본적 없다. 목소리 자체의 물리적 매력이 이 정도로 가사의 의미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해서 그 자체의 극렬한 미적 매력을 발산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영어권에, 특히 미국에 그런 식으로 부르는 가수들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문화권이 같고 같은 황인종들의 나라인 근처 나라들에서는 이런 노래를 찾기 어렵다.  

이 노래를 듣는 데서 오는 쾌감은 적당히 매력적인 목소리로 적당히 잘 부른 노래를 듣는 데서 오는 쾌감을 까마득히 초월한다. 흔한 의미의 노래 부르기에 앞서서 완전 목소리의 예술이다.  인간의 목소리가 어떤 악기도 능가하는 악기임을 알려주는 쾌감이다. 이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것은 거의 형이상학적 경험, 하늘에서 당장 구원의 천사가 날아 내려오기라도 할 것 같은 경험이다. 나는 '체리 필터'라는 밴드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이름만 들어 보았고 조유진이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도 없다.  노래는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아리송하다. 일부 멋진 노래들은 분명 처음 들었을 때도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노래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상투적인 멜로디의 노래가 아닌데도 말이다. 이 노래도 그런 노래일 가능성이 분명하게 있다.

압도적인 목소리의 예술의 당당한 과시라는 점 외에 이 퍼포먼스의 또 하나의 묘미는 의심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기대를 부추키고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는 데 있다. 조유진이 완전 독특하게 아름다운 고음으로 기막히게 해낸 강렬한 음악적인 그로울링과 트랜지션에 정신이 혼미해진 청중들은 도대체 누가 이런 경지와 겨룰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혹시' 하는 기대 또한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박기영은 전혀 조유진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확실하게 충족시켰다. 박기영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활짝 날아 올랐다. 제스쳐 마저 당당하고 우아했다. 그리고  조유진처럼 소름끼치는 트랜지션을, 발성의 변화를 보여준다. 잔잔하고 맑은, 청아한, 거의 감미로운 발성에서 시작해서 여전히 맑지만 점점 더 폭발적이 되어가는 'My Love'들로, 막대한 해일 뒤의 또 다른 더 막대한 해일처럼 연달아 휘몰아친다.

나는 그 정도로 탄탄하고 맑은 고음을 웬디에게서 말고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서포트가 되었다는 등, 레조넌트하다는 등 하는 등의 찬사를 받은 그 어떤 고음도  내 귀에는 탄탄하기는 했을 지언정 그 정도로는 맑지는 못했다. 나는 누가 누구를 이겼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다. 이 퍼포먼스는 환상적인 대결이 아니라 환상적인 콜라보였다. 나는 귀르가즘을, 초월을 느꼈다. 그리고 체리 필터/조유진을 - 아직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 발견했고 박기영에 대한 사랑을, 박기영이 이혼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기분이 좋아졌을 정도의 사랑을 재확인했다. 박기영이 재혼했다는 사실을 방금 전 알았지만 그래도 그 사랑은 변함 없다. 사모하는 감정을 절묘하고 은근하게 담은 팬 레터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라도 보내볼까 하는 생각을 철회했을 뿐이다.

이 글은 어느 정도는 과장 내지 호들갑이다. 마지막 문단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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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ong Run
21/10/01 19:10
수정 아이콘
아난님이 특정 사람의 팬임을 자처하실 때마다 그분 팬이 늘어나기보단 안티가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르히아이스
21/10/02 03:50
수정 아이콘
어...
글쓴이를 안보고 내려왔었는데
진짜 부정적 인상이 생길것 같아요
21/10/01 19:17
수정 아이콘
박기영 어쩔...
21/10/01 19:23
수정 아이콘
"박기영이 올라가는 건 이해해도 조유진이 떨어진 건 이해 못 한다."
-안군-
21/10/01 19:35
수정 아이콘
아난님의 보컬 취향이 대충 어떤지는 알겠습니다.
21/10/01 20:08
수정 아이콘
웬디>조유진>박기영>고양이>소향 정도 되는건가요?
라라 안티포바
21/10/01 22:44
수정 아이콘
어허 웬디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부등호 2개이상 추가해주시죠.
시나브로
21/10/01 20:13
수정 아이콘
역시 대프로들이네요. 노래도 유명하고 좋은 노래라 음절 아는 곡이고 정말 좋아요 덕분에 잘 들었습니다.
avatar2004
21/10/01 21:23
수정 아이콘
근데 이분 솔직히 내용을 떠나서 글은 확실히 잘쓰지 않나요..
잠재적가해자
21/10/01 21:37
수정 아이콘
유니크함이라면 조유진씨가 독보적이겠지만 전 아무래도 국밥픽인가봅니다.. 박기영씨가 훨씬 취향이네요 ㅠㅜ
조유진씨는 외국에 특히 영어권 태어났으면 지금보다 훨씬 성공했을거라고 열변 토하던 음악 전공하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이 글 덕분에 크크크
앓아누워
21/10/01 21:57
수정 아이콘
저도 친구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그겁니다 크크
조유진 전성기는 진짜 여자 락보컬로는 모든걸 다 갖춘 만능 사기캐였어서, 심지어 옵션으로 휘슬까지 해버림. 한국 여자 락보컬 역대 최고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지금은 목이 완전히 가버려서 참...슬퍼요
21/10/02 16:27
수정 아이콘
유튜브 댓글란에서 아무도 얘기를 안 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조유진의 음색은 아주 독특한 반면 박기영의 음색은 아무리 듣기 좋아도 그 음색의 맑음 때문에 독특성이 덜한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 박기영은 조유진과 같은 음색 바로 옆에 있는 음색을 낸다는 것입니다. 이 노래를 마음만 먹으면 (거의) 조유진처럼 부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조유진은 이 노래를 박기영처럼 부를 수 없습니다. 박기영을 한국이 가진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만드는 것은 거의 박기영만 갖고 있는 - 혹시 웬디도 갖고 있을까? - 바로 이렇게 목소리를 다채롭게, 온갖 장르에 어울리게 낼 수 있는 능력에 있습니다. 몇몇 댓글은 조유진이 로커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로커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불렀다고들 하는데, 박기영도 로커였죠. 물론 박기영은 완전 소프라노처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소향을 포함해서 한국의 어떤 보컬 테크닉 뛰어난 여자 가수도 '넬라 판타지아'를 박기영만큼 천사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부를 수 없죠.
램프의바바
21/10/01 21: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2집 낭만고양이가 아직 대유행을 하기 직전 학교 축제에서의 체리필터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학교축제에 온 다른 가수를 기대하고 공연장에 갔었지요. 중간쯤에 체리필터가 나왔는데 모르는 그룹이었습니다.
당시 1집이었던 head up을 부르는데 중간 부분 고음에서 앰프가 나가버렸죠.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노래를 다시불렀고, 또 중간 고음부분에서 앰프가 다시금 나가버렸죠.
그렇게 앰프가 세번인가 나가버리는 통에, 한곡을 네번 가까이 연거푸 들은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머리에 각인이 되어버렸고, 공연을 보고오자마자 레코드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
당시 분위기랑 가장 흡사한 라이브공연을 링크걸어봅니다.
대략 2분쯤 나오는 부분에서 앰프가 계속 나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iPmJLYyAtw
.
조유진만 이야기 하면 서운하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박기영의 곡도 한번 추천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puLZ6tEXC8
퍼블레인
21/10/01 21:41
수정 아이콘
박기영의 마지막 사랑이 중국 번안곡으로 인기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복숭아
21/10/01 22:09
수정 아이콘
귀 청소하는 영상인가 싶어 허겁지겁 클릭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ㅜㅜ
2021반드시합격
21/10/01 22: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군에서 제가 왕고 된 이후
청소시간 음악은 무조건 체리필터였습니다.

고양이 오리가 너무 유명해서
다른 명곡들이 가려진 감이 있죠.

<내 안의 폐허에 닿아> 츄라이 츄라이
https://youtu.be/PUR2sq15a7w
오렌지꽃
21/10/01 23:00
수정 아이콘
좋은 노래 추천 감사합니다. 꼭 합격하시길
퍼블레인
21/10/01 23:47
수정 아이콘
받고 <푸른 꽃 흰 나비> 갑니다.
앓아누워
21/10/02 01:32
수정 아이콘
받고 <파리> 갑니다.
정 주지 마!
21/10/01 23:00
수정 아이콘
왜 어그로에 환장했을까 진짜 의문입니다.
척척석사
21/10/02 06:19
수정 아이콘
나이먹고 심심한데 뭘 해서 반응이 뜨거운 걸 보려면 그게 제일 나은 선택이 아닌가 하는 ( . .)
나무12나무21
21/10/02 03:23
수정 아이콘
다른건 다 떠나서 복면가왕 영상은 처음봤는데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네요. 오랫만에 조유진님 노래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아영기사
21/10/02 09:58
수정 아이콘
조유진과 박기영을 1라운드에 붙힌건가요? 너무한데요?
부리뿌리
21/10/02 10:09
수정 아이콘
참 어그로 끌려고 열심이시네. 노래 들어놓고 체리필터 조유진을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른다고요? 크크크
21/10/02 16:06
수정 아이콘
제 귀로는 그 목소리로 남녀구별이 불가능했습니다. 옷이야 분장에 해당되는 것이니 성별과 무관할 것일 수도 있구요. 가슴이 조금 볼록하기는 했는데 그것도 분장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이라는 것을 댓글들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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