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평가를 보니 '도대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라고도 하는데, 사실 이런 데스 게임류에서 그런게 꼭 필요한가 싶습니다. '큐브'가 무거운 주제 의식이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니까요(관점에 따라서 민주투사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봤자고요).
오징어게임이 일부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저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시나리오가 왜 2008년부터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충무로에서 표류하고 있었는지 단번에 납득이 됩니다.
이런 류의 데스 게임은 두 가지 중 하나가 있어야 됩니다. '캐릭터가 깊이 있거나', 아니면 '트랩/게임이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큐브나 라이어 게임이 있고, 후자는 신이 말하는 대로가 있습니다. 둘 다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도출해낸 사례로 도박묵시록 카이지도 있습니다. (카이지도 후자에 가깝긴 하네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둘 다 별로입니다. 캐릭터는 다 K-드라마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신파 가득한 평면적인 캐릭터입니다. 등장하는 게임은 반 이상이 기존 데스 게임류 드라마/영화에 있는 것들이고, 클리어의 패턴이 굉장히 단조롭습니다. 게임 클리어를 위해 전략적으로 두뇌 게임을 펼친다기 보다는 꼼수나 사기에 가까운 것들만 존재하죠. 무려 서울대 출신 캐릭터, 의사 출신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와, 역시 브레인!' 할만한 머리쓰는 장면은 단언컨데 하나도 안나옵니다.
그렇다보니, 중반쯤 가면은, 게임으로 치면 3라운드 정도에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힘이 빠지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밑천이 그 쯤에서 드러나거든요. 캐릭터도 별 볼 일 없고, 게임도 별 거 없다는 게요. 단조로운 패턴을 6번 반복하니까 당장 한 3-4 라운드쯤 가면 어떻게 이길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게임을 잘 풀어낼 밑천이 없으니, 후반부부터는 모조리 대화로 떼워버립니다. 그런데 얘기했다시피 이 드라마는 캐릭터의 입체성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대화들을 신나게 들어야 합니다. 이게 뭐 다 같이 클리어해서 성공해서 상부상조하는 게임이면 그 대화가 궁금할 수 있는데... 어차피 데스게임이잖아요. 막판에 가면 대부분 다 죽을거란걸 아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형식적 대화가 시청자에게 흥미를 이끌 확률은 더더욱 낮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드라마는 '관찰자'라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을 이원화시키고 스토리에 대한 무게감을 더욱 주려는 아이디어입니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이 사람을 통해서 별 내용이 나오지를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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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원한 관찰자의 역할은 이 게임의 본질을 파고드는 데 있습니다. '데스 게임의 목적' 그리고 '주최자의 정체' 입니다. 그런데 무엇 하나 제대로 밝히지를 못하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만 한껏 보여줍니다. 그래놓고 마지막에 전부 다 공개해버립니다. 이럴거면 위하준은 왜 나온건가요? 시즌2 등장을 위한 포석이라는건데, 이런 내용 정도면 그냥 시즌2 프리퀄 정도로도 해결 가능하지 않나요? 굳이 이 부분들이, 드라마의 30% 분량을 차지하고 내용을 늘려가면서 나왔어야 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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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이란 장르 자체에 생소하신 분들이라면 신선하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기존에 데스 게임류를 어느 정도 알고 계시고, 접하신 분이라면 다소 지루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이러한 장르가 계속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장르가 지속적으로 시도되었으면 합니다.
p.s.
그리고 마지막 장면 김장훈 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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