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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02 20:58:59
Name 라쇼
Subject 만화가 열전(5) 청춘과 사랑의 노래, 들리나요? 응답하라 아다치 미츠루 하편 (수정됨)
저번 글에선 아다치 미츠루 만화 중 애니화된 작품의 노래를 올렸었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노래와 리뷰를 따로 작성했는데도 분량이 많네요. 오늘 올릴 글은 아다치 미츠루와 그의 작품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저의 주관적인 감상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에 따라 비판도 나오는데 해당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걱정되는군요. 혹여라도 제가 쓴 감상과 의견이 달라서 거슬리더라도 이 만화도 모르는 녀석! 하고 관대하게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믹스는 아직 연재중인 작품이라 스포가 섞여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스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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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 1951년 2월 9일 출생 현재 70세)

아다치 미츠루는 군마현 이세사키시 출신으로 삼남 일녀 중 막내입니다. 먼저 만화가로 데뷔한 세살 터울 형 아다치 츠토무와 함께 군마의 천재 형제라고 불렸다고도 하죠. 아다치 미츠루는 어릴 적 부터 대본소 만화에 탐닉하며 만화잡지에서 공모전이 있을 때마다 빼먹지 않고 투고를 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부터 뛰어난 만화가가 될 자질이 보였던 것이죠.

형 츠토무처럼 만화가가 될 꿈을 가지고 있었던 아다치 미츠루는는 마에바시 상업 고등학교에 입학해 미술을 배웁니다. 그리고 재학중에 데즈카 오사무가 창간한 잡지 COM에 투고한 만화 '벌레와 소년'이 신인상 가작 2위에 입선하죠. 프로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아다치 미츠루는 도쿄에 상경하려 했으나,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칩니다. 그런 동생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 사람은 형 아다치 츠토무였죠. 고등학생때 프로 만화가로 데뷔했다가 그만두고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었던 츠토무는 자기가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동생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부모님을 설득합니다. 형의 설득 덕분에 도쿄에 올라온 아다치 미츠루는 소년 선데이에 연재하던 만화가 이시이 이사미의 어시스턴트가 되어 만화 인생을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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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시절

계속 설명하기에 앞서 아다치 미츠루의 형 얘기가 나온김에, 아다치 츠토무의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츠토무는 동생이 도쿄로 올라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직장을 그만두고 만화계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아카츠카 프로덕션의 어시로 들어가서 아카츠카 문하생 사천왕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아카츠카 후지오의 총애를 받죠. 이 아카츠카 후지오는 일본 개그만화의 대부로 오소마츠군(리메이크 오소마츠상), 비밀의 앗코쨩, 천재 바카본 등을 그린 만화가입니다. 츠토무는 개그 만화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서 아카츠카는 후계자처럼 아꼈으나, 문제는 아다치 츠토무가 타고난 한량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혹시 디시인사이드에서 잠깐 유행했었던 연장아빠(렌짱파파 連ちゃんパパ)라는 만화를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파칭코에 중독된 밑바닥 삶을 보여주는 막장물인데 이 연장아빠를 그린 작가 아리마 타케시가 아다치 츠토무의 어시 출신입니다. 연장아빠가 코로나 사태로 재발굴되어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아리마 타케시는 인터뷰에서 연장아빠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아다치 츠토무라고 밝힙니다. 연장아빠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이 정말 막장도가 심한 캐릭터인데 그 실제 모델이라니 츠토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상상도 가지 않네요.

재능은 있었지만 성실함은 부족했던 아다치 츠토무는 마작과 파칭코, 여자와 술에 빠져 삽니다. 돈이 떨어지면 동생 아다치 미츠루의 화실에 찾아와서 어시를 하거나 매니저 일을 하곤 했었죠. 이런 한심한 형이라면 형제간에 사이가 나빴을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위에 설명했듯이 아다치 츠토무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인생을 열어준 은인이기도 합니다. 형이 호랑방탕한 한량이거나 말거나 두 형제의 우애는 굳건했지요.

터치에 등장하는 우에스기 타츠야, 카즈야 형제는 츠토무, 미츠루 형제를 투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못난 형과 잘난 동생이란 조합을 떠올려보면 설득력이 있네요. 아다치 미츠루도 형의 영향을 받아서 마작을 좋아하지만 형처럼 도박에 빠져 살진 않았습니다. 타고난 성실함으로 데뷔부터 현재까지 50년 동안 만화가로써 작품 활동을 했죠. 형 츠토무는 2004년 위암으로 사망합니다. 형이 죽었을 때 아다치 미츠루의 마음 속은 애증이었을 지,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형이 떠나버린 슬픔으로 비탄에 젖었을지 진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래 링크로 가면 연장아빠 작가 아리마 타케시의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아다치 츠토무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니 관심 가시는 분은 읽어보세요.

http://maidsuki.egloos.com/4453168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다치 미츠루는 70년 디럭스 소년 선데이에서 단편 '사라진 폭음'이란 작품으로 만화가 데뷔를 합니다. 이후 당시에 유행하던 극화풍의 소년 만화를 그려보지만 성과는 신통찮았습니다. 일상을 무대로 섬세한 감정선 연출에 강한 작가다 보니 투박한 열혈 근성물과 적성이 맞지 않았던 것이죠. 70년대는 따로 스토리작가를 두고 그림만 그립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작가 사사키 마모루나 낚시 바보 일지(국내명 못말리는 낚시광)의 작가 야마사키 쥬조 등이 스토리를 담당했었죠.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만화가 경력을 쌓던 아다치 미츠루는 78년 스토리와 그림을 모두 담당한 나인을 연재합니다. 순정만화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소년만화의 유쾌한 분위기를 조합한 실험적인 작품이었죠. 나인과 햇살이 좋아 두 작품이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아다치 미츠루는 평생의 역작이자 대표작인 터치를 탄생시키기에 이릅니다.

6,70년대 일본 만화계는 거인의 별, 내일의 죠로 대표되는 열혈 근성 만화가 주름잡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이 터치는 열혈근성물과는 정반대인 순정만화에 가까운 감성이었죠. 남자들의 성역인 스포츠에 연애가 끼어든다? 당시로썬 보도듣도 못한 발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듯이, 터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엔 10년간 성공하지 못한 만화가의 뼈를 깍는 노력이 숨어있었죠.

터치는 아다치 월드로 대표되는 만화의 기틀을 완성시킨 작품입니다. 그때문인지 좀 삐딱하게 바라보는 독자들은 터치 이후의 아다치 만화들을 자가복제라고 폄하하기도 하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터치가 보여준 만화 연출의 완성도가 너무나 뛰어나서 그 이상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늘 주인공과 히로인이 같은 얼굴에 비슷한 이야기를 해도 질리지가 않는 건 아다치 미츠루가 천재적인 이야기 꾼이기 때문이죠.

저는 지금까지 만화를 보면서 아다치 미츠루보다 심리 묘사를 잘하는 작가를 본적이 없습니다. 심리묘사와 감정선 연출에 강한 여성작가들도 아다치 미츠루를 못따라가더군요. 그래서인지 혹자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두고 남성향 순정만화라고도 하고, 다른 어떤이는 만화의 형식을 빌린 문학이라고도 합니다.

요즘에 와선 재미를 추구한 웹소설 때문에 문학소설이 경원시 되는 느낌도 있지만,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로 표현된 훌륭한 문학 소설은 말초적인 재미가 가져다주는 그 이상의 감동을 안겨다 줍니다. 이런 문학소설의 섬세한 필체를 만화로 표현했다고 팬들에게 일컬어지는 것은 만화가로서 엄청난 찬사라고 할 수 있죠.

어쩌면 아다치 미츠루가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엔 작가의 성실함과 재능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소년만화에서 문학의 감수성을 보여준다는 희귀한 메리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다치 미츠루는 작품성으로나 상업적인 성공 척도로써나 독보적인 인물입니다. 1990년에 단행본 발행 부수, 1억부 돌파, 2008년에는 2억부를 달성했으니까요. 당시 기준으로 그 대단하다는 토리야마 아키라나, 이노우에 타케히코도 달성하지 못한 업적입니다. 만화사상 최초로 2억부 판매 작가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죠.(이 부분은 나무위키에서 본 거라 저도 정확하진 않습니다. 확실한 정보가 있으면 수정하겠습니다.)

지금도 터치의 후속작 믹스를 연재 중인데, 70을 넘은 노작가의 창작열은 꺼질 줄을 모릅니다. 재능과 성실함을 겸비한 아다치 미츠루란 작가는 후배 작가들에게 만화가의 모범을 보여주는 이상적인 모델과도 같습니다. 그의 만화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아다치 미츠루 선생님, 좋은 작품을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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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히다카 노리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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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루미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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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 X 아오야마 고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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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의 두 히로인 와카마츠 미유키와 카시마 미유키


우선 미유키를 재밌게 봤던 분들께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첫 작품부터 쓴소리를 하려니 저도 썩 내키지 않는 군요. 미유키는 명작이란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본문에 소개할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실망했던 만화입니다. 그 이유는 미유키를 읽고나서 어떤 장점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비유를 들자면 오렌지로드와 메종일각과 유사한 러브코메디 만화이지만, 아유카와 마도카 같은 매력적인 히로인도 메종일각 엔딩의 감동도 없었습니다. 명작이라면 가져야 할 미유키만의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죠.

미유키의 의의를 찾자면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간의 금단의 사랑을 만화 역사상 최초로 다루었다는 점입니다. 미유키 이전에 근친간 사랑을 소재로한 연애만화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서도, 대중에게 화제를 불러모았던 유명한 만화는 미유키 뿐이었죠. 여기에 아다치 미츠루의 후속작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삼각관계도 첨가됩니다. 여동생 와카마츠 미유키와 여친 카시마 미유키의 삼각관계 연애구도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이건 페이크입니다. 주인공 와카마츠 마사토는 카시마 미유키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러브 스토리 플롯으로 보자면 주인공과 여동생간에 사랑의 금기라는 갈등을 다루고 있을 뿐, 주인공이 여동생과 여친 사이에서 고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죠. 이를 증명하는게 여동생 미유키가 서툰 솜씨로 짜다가 망친 스웨터를 여친 미유키가 고쳐주려 했는데, 주인공이 거칠게 뺏으면서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장면입니다. 숨겨두었던 주인공의 본심이 드러나는 장면이라 자못 섬뜩하기까지 하죠.

주인공과 여동생은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기에 배려하는 마음에서 본심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여동생을 여자로 보고 고백하게되면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동생이 알게되어 세상에서 외톨이가 되어버릴까 걱정합니다. 여동생 미유키는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알고 배려해주느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죠. 스토리 중반에 여동생이 주인공과 혈연지간이 아니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장면도 나오고, 주인공도 어렴풋이 눈치채지만 스토리의 결말 부분까지 끝내 인정하지 않고 지지부진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후반에 주인공 남매의 얽힌 사랑을 해결해줄 장치로 연적이 등장하는데, 분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갈등이 해소 될 지 궁금해지더군요. 근데 마지막 권에서도 주인공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여동생과 사랑의 라이벌이 결혼식을 발표하는 장면까지 오니 뭔가 싸한 느낌이 들더군요. 옛날 통속극 드라마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채가는 구닥다리 같은 진부한 얘기 말이죠. 설마 아무리 옛날 만화라지만 그런 전개로 가겠어? 라고 했었는데 정말 그런 전개로 가더군요... 무려 국민영웅인 축구스타의 결혼식 발표 자리에서 질질 짜며 여동생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차마 계속 볼 수가 없어서 책을 덮었습니다. 아무리 만화가 나온 시대를 감안해도 이건 좀 아니다란 생각만 들더라고요.

제가 미유키에서 실망했던 점은 바로 주인공 와카마츠 마사토가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과 달리 매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무색무취의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상남자스러운 쿠니미 히로나, 키타무라 코우를 보다가 미유키 주인공을 보려니 너무 비교가 되더군요. 다른 작가의 만화지만 마사토와 비슷하게 한심한 남자였던 메종일각의 고다이 유사쿠 마저도, 결말에 가서는 오토나시 쿄코의 아픈 상처인 전 남편 소이치로까지 포용할 정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메종일각의 엔딩이 더욱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는 것이죠. 그러나 미유키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도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었습니다. 적어도 주인공이 여친 카시마 미유키에게 먼저 사실을 고백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주인공에 대한 평가가 더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주인공이 여동생을 좋아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완결을 몇페이지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야 깨닫고, 남친에게 사전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상황에서 덜컥 여동생이 좋다고 고백하다니, 카시마 미유키가 얼마나 벙쪘을 지 상상도 가지 않더군요. 이래저래 정말 비호감인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과 여동생의 알콩달콩한 사랑이나, 아니면 금단의 사랑을 해야만 하는 갈등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으련만, 그 비중을 이상한 조역들이 까먹더군요. 스무살 가까이 나이 차이나는 제자에게 들이대는 노총각 교사나, 결혼해서 딸도 있는 중년 경찰이 딸과 동갑 뻘인 여동생 미유키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이 과연 필요한 장면이었을까 궁금합니다. 그나마 동급생인 류이치가 치근덕 대는게 선녀로 보일 정도더군요. 물론 그 시절이 민폐형 개그 캐릭터들의 에로 개그를 자주 활용하는 시대긴 했죠. 타카하시 루미코의 시끌별 녀석들, 메종일각, 란마1/2에서도 비슷하게 활용했었으니까요. 감초 조역들의 분량을 줄이고 주인공 남매나 카시마 미유키의 비중을 더 늘려줬으면 좋으련만, 러브 코메디를 표방한 나머지 쓸데 없이 조역들의 분량이 많은게 살짝 불만이었습니다. 후속작 러프에서 미유키 민폐 삼인조와 같은 짓을 벌이는 케이스케의 아버지에게 히로인 니노미야 아미가 변태 중년이라고 대차게 까는 셀프 디스 장면이 웃기더라고요 크크크.

혹평만 잔뜩 늘어놨지만 서두에 말했다시피 명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가 컷던 탓에 실망도 컷을 뿐, 무난하게 볼만한 만화인 건 사실입니다. 기왕 남매간 사랑이라는 금기 요소를 건드렸으니 좀 더 막장 요소를 집어 넣어서 퇴폐미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다치 미츠루가 스스로 밝히길 편집부의 요망으로 변태 만화를 그리려 했다 그러던데, 진베처럼 막나갔으면 좋았겠다란 아쉬움도 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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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의 주인공 우에스키 타츠야와 히로인 아사쿠라 미나미



"우에스기 타츠야는 아사쿠라 미나미를 사랑합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터치는 아다치 미츠루 만화 중에서도 역대 최고 작품으로 꼽히지만, H2를 먼저보고 터치를 나중에 본다면 재미가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H2가 가진 야구 만화의 극적 재미나 더욱 심화된 연애 구도와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터치 쪽이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죠. 하지만 터치는 아다치 월드의 형식을 완성한 작품이기에 가지는 의미가 매우 큽니다.  비약을 좀 보태서 터치 이후에 나온 아다치 미츠루 야구 만화들은 터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변주에 그친 파생작이라고 할 수 있죠. 다시 말해서 만화의 재미로 따지자면 H2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먼저 나온 터치가 있는 한 아다치 미츠루의 최고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없다고 봅니다. 적절한 비유일 진 모르겠는데 스타크래프트로 예를 들자면 임요환보다 실적이나 실력이 더 뛰어난 프로게이머가 있을지 몰라도, 임요환이 가장 위대한 프로게이머다란 사실은 변함 없는 것과 같이 말이죠.

터치 이전까지 일본 스포츠 만화는 근성 열혈물 일색이었습니다. 아다치 미츠루는 여기에 순정만화의 요소를 도입하여 스포츠와 연애를 결합하는 스토리를 시도하죠. 대충 차이점을 예로 들면 첫째, 근성과 열혈로 똘똘 뭉친 기존 스포츠물 주인공과 달리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의 주인공. 둘째, 특훈과 각성으로 순식간에 파워업하여 과장된 기술을 사용함에서 3년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성장함. 셋째, 교활한 악당 라이벌에서 매력과 실력을 겸비한 선의의 라이벌 등장 같은 부분이 매번 똑같은 근성 열혈 스포츠 만화만 보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거기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어디까지나 곁다리에 불과한 히로인의 비중을 확 늘려서 연애 스토리가 보강되었다는 점이죠.

이 청춘 연애 스포츠 물이란 새로운 장르는 아다치 미츠루가 터치 이전에도 나인과 햇살이 좋아란 두 작품에서 먼저 시도했었긴 합니다. 하지만 터치만한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했고, 소녀만화잡지에서 연재를 한 경험과 나인, 햇살이 좋아를 그리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피드백을 얻었기에 터치라는 불후의 명작이 탄생된 것이죠.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스토리텔링과 연출을 최초로 확립한 만화라는 점과 주인공 우에스기 타츠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 터치를 별로 안 좋게 평가하던 분들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H2의 주인공 쿠니미 히로는 성장했다는 연출이 나오긴 하지만 처음부터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완성형 주인공이라서 성장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반면 우에스기 타츠야는 긴 빌드업을 통해 의욕 없고 게으름 부리기 좋아하던 주인공이 뛰어난 투수로 변모하는 장면에서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죠. 이런 느긋한 성장 스토리는 지금에 와선 별로 선호되진 않지만 주인공이 성장 과정을 눈여겨 본다면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설명이 길어지는데 작품 스토리 얘기를 해보자면, 터치 7권까지는 이렇다 할 재미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못난 쌍둥이 형과 잘난 동생, 그리고 소꿉친구의 삼각관계를 다루는데 희안하게도 소꿉친구 아사쿠라 미나미는 잘난 동생 우에스기 카즈야보다 못난 우에스기 타츠야를 좋아합니다. 자기를 좋아하는 두 형제의 마음을 알면서도 미나미는 오직 타츠야만 바라보죠. 카즈야는 미나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형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타츠야는 동생이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뛰어나다는 점에 열등감을 느낍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참 끈적끈적한 관계인데, 사실 이 삼각관계는 페이크입니다. 타츠야와 같이 주인공으로 보이던 카즈야는 7권이나 지날 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형을 각성시킬 일종의 스토리 장치였을 뿐이죠. 느긋하게 진행되던 스토리는 카즈야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르러 급격히 변화됩니다.

터치의 진정한 스토리의 중심은 세상을 떠난 카즈야에 대한 타츠야와 미나미의 부채의식입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걸 자각하면서도 두사람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죠. 카즈야가 죽고나서 타츠야의 열등감은 더욱 심해집니다. 더 잘난 동생이 죽을 만큼 노력했는데도 얻지 못한 미나미의 사랑을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얻었으니까요. 미나미는 미나미대로 카즈야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자기 꿈을 이뤄줄 상대로만 대한 것에 죄의식을 느낍니다. 짙게 드리워진 카즈야의 그림자가 타츠야와 미나미 두 사람을 속박해서 작중 스토리 내내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아다치 미츠루는 이후 작품에서도 레귤러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전개의 급반전을 유발하곤 하는데, 이게 터치에서 처음 시도된 스토리 텔링이었죠.

카즈야의 죽음 이후 흐리멍텅하게만 살아오던 타츠야도 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여타 열혈 근성물 주인공과 다르게 한 순간에 각성해서 180도로 사람이 달라지진 않죠. 저는 오히려 이점이 현실적이어서 좋았습니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누적된 성격은 만화처럼 단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죠. 사이다 전개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이 부분도 불호로 작용하겠지만서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목표를 향해 변화하는 타츠야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타츠야를 응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카즈야가 달성하지 못한 갑자원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하고, 동생의 그림자를 떨쳐낸 타츠야가 자신감 넘치게 미나미에게 고백하는 명장면을 보면 마음을 울리는 깊은 감동이 느껴지더군요. 스포츠 물이 주인공의 성장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을 주목해보면 터치는 H2보다 더 훌륭한 청춘 성장물 만화입니다.

물론 터치는 H2보다 약점이 많습니다. 주인공 팀 내 조역들의 개성이 단조롭기도 하고, 빌드업 구간이 길어서 솔직히 말해 지루합니다. 터치의 참 재미를 느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죠. 저는 처음에 비중있게 나온 친구 하라다 쇼헤이가 타츠야와 배터리를 이뤄서 갑자원까지 진출 할 줄 알았는데 어라? 이 캐릭터 별로 하는게 없네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닌지 위키를 찾아보니 일본에서도 하라다 쇼헤이가 타츠야와 함께 활약하리라 예상했는데 아니어서 의외였다는 반응이 많더군요. 사람의 생각은 다들 비슷한가 봅니다.

그리고 히로인 아사쿠라 미나미도 H2나 크로스 게임의 히로인 보다 매력있는 부분이 뭐지라고 의아해하는 분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H2 히로인 아마미야 히카리가 어장관리라고 욕먹기엔 억울한 면이 많다는 점과 달리, 미나미는 카즈야에게 대하는 행동이 좀 가혹하거든요. 나는 타츠야를 사랑하지만 갑자원에 데려가는 꿈은 카즈야가 이루어줘라고 하는 미나미의 심리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미나미가 80년대에 선호되던 전형적인 야마토 나데시코(요조숙녀) 타입 히로인이기도 하고, 우에스기 형제 못지 않게 재능이 넘쳐서 체조대회 우승을 하기도 하죠. 미나미 때문에 일본 서브컬쳐계에 리듬체조 붐이 일기도 했고요. 하지만 미나미가 아다치 월드에서 히로인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한다는게 좀 납득이 안가긴 합니다. 사견이지만 아사쿠라 미나미는 애니의 수혜를 받은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터치 애니가 원작 만화 못지 않은, 아니 어떻게 보면 원작보다 더 뛰어난 퀄리티로 나왔고, 아사쿠라 미나미 역할을 맡은 히다카 노리코의 연기가 너무나도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터치 애니를 다 본 건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몇몇 영상을 보니 히다카 노리코가 미나미를 연기한 목소리가 참 좋더군요. 미나미는 항상 타츠야를 애칭으로 탓쨩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진짜 나긋나긋하게 부릅니다. 어떤 목소리인지 한 번 들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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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라 미나미 역을 맡은 성우 히다카 노리코


터치


아사쿠라 미나미 탓쨩


히다카 노리코 믹스 광고 탓쨩


히다카 노리코 목소리 연기


젊은 시절 히다카 노리코의 사진을 찾아보니 헤어 스타일이 비슷해서일까 애니에 나오는 아사쿠라 미나미와 이미지가 흡사하더군요. 거기에 미나미 목소리로 말하기까지 하면 만화에서 현실로 나온 듯한 착각이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 영상은 히다카 노리코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연기한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즉석에서 내는데, 퉁명스러운 텐도 아카네의 목소리와 나긋나긋한 아사쿠라 미나미의 목소리가 교차하는게 신기하면서도 재밌네요.

여담으로 조역 캐릭터의 개성이 약한 터치이지만, 매력있는 조역이 등장하긴 합니다. 바로 폭력감독 카시와바 에이지로랑 얄밉게 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서브 히로인 닛타 유카입니다. 지금에서야 이녀석도 나쁘진 않았어는 낡아빠진 진부한 클리셰지만, 천편일률적으로 스테레오 타입 악역만 나오던 당시 일본 만화계에선 상당히 신선한 캐릭터였습니다. 개인적인 은원 때문에 학생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인물이지만 오히려 이 가혹한 폭력이 메이세이 야구부원들의 기량을 늘리는 쪽으로 기여하고 야구부원들이 참스승으로 여기며 감사해 한다는게 좀 블랙유머 같아서 웃기더군요. 타츠야의 진정성 느껴지는 야구 사랑에서 자신도 야구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독으로서 제몫을 톡톡히 해내는 부분도 볼만한 장면이었습니다. 터치를 늦게 본 한국 독자라면 별로 감정이입을 할만한 여지가 없는 캐릭터지만 터치가 연재되던 당시 일본에선 꽤 인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서브 히로인 닛타 유카도 사실 히로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인 조역에 불과하고, 후속작에서 조역 여캐 얼굴로 계속 재탕되죠. 근데 H2의 미호와 같이 얄미운 짓만 벌이는 사랑의 훼방꾼 포지션이지만 캐릭터 디자인이 동글동글해서 그런가 개인적으론 참 귀여웠습니다. 태생이 주인공과 맺어지지 못할 조역 캐릭터라서 안타깝긴 하지만 좀 더 밀어줬어도 좋았을텐데란 아쉬움이 약간 남더군요. 믹스 회상 장면에서 실루엣으로 나올 뿐이지만 닛타 유카가 재등장하니 무척 반갑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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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의 주인공 야마토 케이스케와 히로인 니노미야 아미



"아- 아- 여기는 니노미야 아미. 들리나요? 지금은 8월 25일 금요일, 오후 9시 25분 31초. 32초, 33... 기온 28℃, 맑음. 미풍- 들리나요? 당신을 좋아합니다. 여기는 니노미야 아미. 야마토 케이스케, 응답하라."



러프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중에서 카츠와 함께 유이하게 야구 소재가 아닌 스포츠 만화입니다. 물이 주 배경으로 나오는 수영 만화라서 한 여름의 열기가 느껴지는 다른 만화와 다르게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죠.

주인공 야마토 케이스케와 히로인 니노미야 아미는 서로 원수집안 사이입니다. 니노미야는 케이스케를 보자마자 대뜸 살인자라고 할 정도죠. 선대부터 가업에 은원이 있는 사연 탓에 두 사람의 첫인상은 아주 안좋습니다.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서로를 알아가면서 편견을 깨고 상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어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명작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부터 이어져온 러브 스토리의 유구한 전통이죠.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궁합이 잘맞는 주인공 커플을 보면 달달하다 못해 당뇨에 걸릴 정도입니다. 알콩달콩한 러브 스토리 연출 면으로 보자면 러프 초중반부가 아다치 미츠루 작품 중에선 최고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거기다 러브 코메디 만화에서 빠지면 섭섭한 어릴적의 운명적인 상대라는 클리셰도 어김 없이 등장하죠. 아마 이 클리셰도 러프가 처음 다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케이스케와 아미는 집안끼리 사이가 나쁘지만, 어릴적엔 무술 도장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댁에서 같이 머물며 함께 목욕도 하고 장난도 치며 자란 소꿉친구입니다. 니노미야 아미는 케이스케에게 안 좋은 첫인상을 품고 있지만, 그가 보여주는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성격에 관심을 보이다가, 어릴 적 기억을 되찾으면서 마음이 기울기 시작하죠. 케이스케와 아미가 차근차근 사랑을 쌓아가는 스토리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스토리 중반부턴 라이벌 나카니시 히로키와의 삼각관계가 진행되면서 초반의 달달하고 유쾌한 분위기와 달리 조금 무거운 분위기로 전개가 바뀝니다. 케이스케 아버지의 말대로 뭘해도 적당히, 다치지 않고 걱정시키지 않는 성격인 케이스케는 나카니시 히로키를 동경의 대상으로 여길 뿐 승부욕을 불태우지 않죠. 하지만 바닷가로 놀러가 아미가 사고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케이스케의 마음가짐도 커다란 변화를 겪습니다. 물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워진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케이스케와 나카니시 두 사람은 동시에 바다로 뛰어듭니다. 케이스케는 단 한 끗 차이로 나카니시에게 뒤쳐져서 아미를 구해내지 못하죠. 사랑하는 아미를 자기 손으로 구하지 못했다는 충격과, 하필이면 경쟁자인 나카니시 히로키에게 졌다는 사실이 케이스케의 평온한 마음에 격렬한 불꽃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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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니시 히로키를 명확한 경쟁자로 인식한 케이스케는 그 사건 이후부터 몰라볼 정도로 성적이 늘어납니다. 황금빛 투구가 간지나는 조홍 장군님 말씀대로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죠. 케이스케는 승부욕을 불태우며 리벤치 매치를 노리지만, 나카니시 히로키는 니노미야 아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습니다. 라이벌의 부상으로 주인공과 라이벌의 대결이 무산되는 의외의 전개는 아다치 미츠루가 심심찮게 써먹는 스토리 텔링이죠.

자기 때문에 나카니시가 재기 불능에 빠졌다고 생각한 아미는 나카니시의 재활을 돕느라 케이스케와의 사이가 소원해집니다. 초반의 유쾌한 러브스토리와 달리 후반 삼각관계 구도의 갈등은 좀 답답한 구석이 느껴지죠. 처음에는 아미를 때리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던 나카니시는 극적으로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고 전국대회 챔피언이 된 케이스케와 재대결을 추진합니다. 그리고는 바닷가에서 결판짓지 못한 승부를 판가름 내자고 하죠.

결과는 누가 이겼을까요? 러프는 케이스케와 나카니시의 승부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끝이 납니다. 위에 올린 대사는 엔딩 장면에서 니노미야 아미가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한 사랑 고백인데, 사실 승부의 결과 따윈 야마토 케이스케와 니노미야 아미 두 사람의 사랑엔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이었죠. 엔딩의 복선은 사랑을 걸고 승부했다가 케이스케에게 패배한 세리자와 유이지를 코야나기 카오리가 선택한 장면에서 이미 암시됩니다. 나카니시는 가족과도 같은 친한 오빠이고, 자기 때문에 부상한했다는 사실에 부채감을 느끼지만, 니노미야 아미가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는 야마토 케이스케였죠.

승부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 갑작스러운 결말,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로 흘러나오는 아미의 고백은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팬들이 꼽는 최고의 엔딩입니다. 여백의 미라는 표현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훌륭한 결말이죠. 그래도 누가 이겼을 지 궁금하긴 한데 과연 누가 이겼을까요? 니노미야 아미가 선택한 야마토 케이스케는 당하고 가만히 있을 남자가 아니죠. 할 때는 하는 멋진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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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의 주인공 쿠니미 히로, 타치바나 히데오, 코가 하루카, 아마미야 히카리


"화살은 자신의 마음, 표적은 상대의 마음. 먼저, 화살. 자신의 마음이 바르고 정직할 것. 그리고 표적, 겉모습만 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똑바로 볼 것. 서둘러선 안됩니다. 기력이 충실해지고 화살이 저절로 떠날 때를 기다리세요. 모두들 알겠지요. 쏜 다음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거예요. 한 번 떠난 화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 팔리고 없었어. 중2가 될 때까지 코흘리개 꼬마였어. 겨우 키가 보통쯤 커서 슬슬 여자친구라도 하나 사귀어 볼까 싶을땐 쓸 만한 여잔 모두 첫사랑 진행 중."

"내 사춘기가 늦었을 뿐이야."

"힘내, 지지 마."





H2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중에서 최고의 작품은 아닐지언정 가장 재밌는 만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야구 스포츠물로서의 재미, 러브 스토리로서의 재미,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고 훌륭하니까요. 전작 터치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극적 재미에 집중한 흔적이 역력히 보입니다. 사실 H2가 터치보다 먼저 나왔으면 아다치 미츠루의 최고 대표작이 되고도 남을 작품이에요. 하지만 아다치 월드의 기틀을 완성한 터치가 있는 한 H2는 만년 콩이 될 수 밖에 없는 신세죠. 아아, 아다치 미츠루는 H2를 그리고도 어찌하여 터치를 연재했단 말인가!

우선 어떤 부분이 터치보다 재밌냐고 말씀을 드리자면 H2는 지루한 구간이 없어요. 쿠니미 히로는 처음부터 완성형 주인공이라 성장에 필요한 빌드업 구간이 전혀 없습니다. 1권부터 축구부놈들의 만행에 분노해 강속구를 시원스럽게 던져주죠. 돌팔이 의사에게 속았다는 걸 알고 본격적으로 야구부 재건 활동에 들어가서부터는 쉴새 없이 야구 시합을 하고, 연습을 하고, 또 야구 시합을 합니다. 그냥 스킵해버려도 될 예선 시합에도 그 시합만의 시나리오가 있다는게 참 재밌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터치에선 메이세이고 야구부가 거의 우에스기 타츠야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원맨 팀이었다면, H2의 센카와 고교는 역대 아다치 월드 야구부 중에서 가장 실력 좋은 선수만 모아 놓은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다, 야나기, 키네, 슈우지, 오타케, 시마까지 하나 같이 실력도 좋으면서 캐릭터의 개성도 확실합니다. 센카와 야구부의 캐미만 봐도 H2가 진짜 재밌는 야구만화임을 알 수 있죠. 그리고 저마다 자기들은 병풍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주장하듯이 조역만의 서브 스토리가 있습니다. 야나기는 야구를 싫어하는 아버지, 센카와 교장을 설득하는 시합이 있었고, 오타케와 시마는 히로타의 스파이로 센카와 야구부에 잠입했다가 동료들과 함께 하는 야구의 참 재미를 깨닫고 나서 갱생하죠. 노다야 히로와는 뗄 수 없는 이상적인 마누라고요 크크크. 그리고 스토리 후반 투수로 등판해 완투를 해내는 키네의 모습은 은은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야구 스포츠물로 보자면 스테이지 설계도 기막힙니다. 중간 보스 히로타와, 최종 보스 히데오가 있죠. 중반에 히카리의 생일에 승리를 선물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던지느라 피까지 흘려가면서 사력을 다하는 히로의 모습도 사나이 가슴을 울립니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이자 고교야구 생애 최대의 라이벌 히데오와의 대결. 최종 무대에서 주인공과 라이벌의 대결을 이렇게 훌륭히 표현한 만화는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작품 중에서도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다치 미츠루는 최종 대결의 결과를 알려주지 않거나, 다른 전개로 새버리는 스토리 텔링을 구사하곤 하는데 H2엔 그런게 없어요. 가슴 뜨겁게, 손에 땀을 쥐도록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보여줍니다.

스포츠 만화로서도 훌륭하지만 뭐니뭐니해도 H2의 백미는 사각관계 구도의 러브 스토리일 것입니다. 전작 터치에서 타츠야와 미나미가 서로를 사랑함에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갈등을 벌인 것은 죽은 카즈야의 그림자라는 심리 내면의 문제였지만, H2는 보다 외부적인 요소가 갈등으로 작용하고 있죠. 그것은 바로 히로의 첫사랑인 아마미야 히카리에게 이미 임자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히로의 최대 라이벌 타치바나 히데오가요.

H2의 러브 스토리 플롯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루어 질 수 없는 어긋난 사랑.' 입니다. 그냥 슥하고 지나가는 엑스트라지만 궁도부 선생님의 대사는 히로와 히카리의 사랑에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죠.

"한 번 떠난 화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H2를 계속 읽게 만드는 러브 스토리 플롯의 궁금증은 바로 이겁니다. 히로는 히카리를 사랑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히카리는 히로와 어릴때부터 너무 가까운 사이였기에 히로가 성장하고서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히카리에게는 타치바나 히데오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히로와 히데오는 둘도 없는 친한 친구다. 그렇다면 히로와 히카리는 이 관계를 파탄내서라도 서로를 원하여 사랑을 이룰 것인가? 사랑이 이루어 질 것인가, 아니면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인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가 독자들의 시선을 책에서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어찌보면 불륜 치정극에 가까운 플롯입니다. 하지만 H2는 청춘 연애 야구만화죠. 달콥쌉싸름한 풋풋한 연애를 보여줘야 합니다. 아마미야 히카리는 일부 독자들의 오해와는 달리 나름 중심을 잘 잡은 편입니다. 분명 히로를 사랑한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긴 합니다. 하지만 히로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히데오도 사랑하죠. 어머니의 죽음 후 히로와 데이트를 하고 나서 작별을 고하는 "안녕." 이라는 대사와 히데오와의 마지막 시합을 앞두고 응원을 해달라는 히로에게 "힘내, 지지마." 라고 한 번 더 의사를 확실하게 표시합니다. 전자의 안녕은 히데오를 사랑한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고, 후자의 힘내 지지마는 히로가 져서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지마라는 의미겠죠. 히로에게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상처를 주는 말을 계속 해야만 했던 히카리는 눈물을 보입니다. 그제야 히카리의 진심을 깨달은 히로도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죠.

히카리의 '힘내, 지지마.' 란 대사 때문에 히데오와 히로의 승부에서 진쪽을 선택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는 독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승패와는 상관 없이 히카리가 히데오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확신합니다. 이건 전작 러프에서도 한 번 써먹었던 연출이지요. 뭔가 사랑을 걸고 일생일대의 대결을 벌이는 것 같지만 그저 맥거핀일 뿐 누구를 선택할 지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히카리의 생일날 악전고투를 하고도 패배한 히로가 눈물을 보였을 때 히카리가 안아주던 장면이 있기도 하고, 작중에서 히카리는 진쪽을 달래주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죠. 그래서 진쪽을 선택한다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이미 안녕과 힘내, 지지마란 대사에서 히카리는 확실하게 히데오를 선택했다고 의사표시를 했다고 봅니다. 만약 히로가 패배했더라면 모성애가 강한 히카리의 성격 상 한 번 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겠죠. 그러니 몇 번씩이나 히로에게 지지마라고 말했을테고요.

한편 마음을 정리한 것은 히카리 뿐만이 아닙니다. 히로는 H2 전체 스토리에서 단 한 번도 히데오와 히카리의 관계에 선을 넘은 적이 없죠.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히카리에게 히데오를 소개할 것이다라는 대사는 히로가 히카리를 사랑하긴 하지만 현실을 파악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연인 코가 하루카에게 마음을 허락하죠. 히카리가 준 샴푸 대신 하루카가 사온 샴푸를 쓴다거나, 하루카를 치한 유학생에게서 구해주고 고백하는 I love you, 스튜어디스가 되라거나 오래 살아라라고 말하는 등, 히카리와의 관계를 접고 하루카와 새로운 사랑을 싹틔우겠다는 의지가 여러 곳에서 엿보입니다.

입장을 정리한 두 사람이긴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히로와 히카리는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입니다. 산전수전 다겪은 어른들도 실연을 해서 마음을 정리했다 해도 내면에선 고뇌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데 하물며 아직 어린 주인공들은 어떻겠습니까. 히로와 히카리가 현실을 깨달았으면서도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부딪치고 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기에 히로와 히카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히데오의 질투심은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임계점을 넘고 폭발합니다. 사실 히로, 히카리가 좀 오해를 살만한 장면을 많이 보여주긴 했죠. 보통 사람 같으면 히로의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부터 했을텐데, 마지막 시합까지 참은 히데오가 보살이긴 합니다. 그러나 히데오는 히카리와 히로의 진심을 깨닫진 못했죠. 질투와 의심이라는 네거티브한 감정을 극복하고 히카리와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 히데오는 히카리를 걸고 승부를 하자고 합니다.

히카리에게 차이고 나서 노다로부터 이 말을 전해들은 히로는 분노하죠. 이 눈새 자식이! 이러고 말이에요. 똥싼 놈이 방귀 뀐 놈에게 화내는 꼴이군요. 여하튼 시합 당일 히데오와 마주친 히로는 도발을 가해 히데오의 활활 타오르는 마음에 기름을 끼얹습니다. "나는 히카리를 정말 좋아해."  언뜻 히로가 여자친구를 뺏어가려는 금태양 같은 대사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히로의 돌발행동은 히데오의 승부욕을 자극해 잠재능력을 100% 끌어내게끔 만드는 데 그 의도가 있습니다. 일부러 히로가 져줬다고 생각해서 계속 히카리를 의심하는 히데오의 어두운 감정을 거둬내기 위해 악역을 자청한 것이죠.

히로는 히데오의 타구가 바람 때문에 파울로 빗겨가는 걸 보고 하늘도 내가 이기기를 바라는 것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정리했다 한들 히로도 사람인 이상 일말의 미련은 남아 있엇던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 공을 던집니다. 히데오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고 아웃이 되면서, 히로와 히카리는 동시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끝났구나 하는 회한과 슬픔이 어린 눈물이죠.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유년기의 끝이라고 해야 할 까요.

히로와 히카리의 러브 스토리는 새드 엔딩입니다. 여러 대사로 계속 암시되었듯이 두 사람의 어긋난 사랑은 이루어 질 수 가 없죠. 히데오를 만나기 전의 히카리와 히데오를 만나고 나서의 히카리가 다른 사람이듯이, 이미 쏘아져 버린 화살은 돌이 킬 수 가 없습니다. 우울해질 뻔한 엔딩인데 코가 하루카라는 히로인이 있기에 H2의 결말은 그렇게 어둡지 않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러브스토리 중심 축에서 빗겨나가 있는 캐릭터인 하루카는 새드 엔딩의 완충작용을 할 포지션으로 기획된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일부러 달달한 장면도 넣어주고, 구애를 하는 남자들이 많지만 일편단심으로 히로를 좋아하는 착한 아가씨로 설정한 것도 같고요. 히데오와 히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어장관리 아니냐는 의혹을 산 히카리와 달리 좀 더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상이기도 합니다.

유일한 흠까지는 아니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H2의 엔딩은 깔끔하지만 새드엔딩인 탓에 러프나 크로스게임에 비해 결말의 여운이 길게 남진 않습니다. 만화적 재미야 H2가 더 뛰어나긴 한데 최고의 엔딩까지 보여달라고 하면 너무 욕심이 많은 걸 까요. 애니나 드라마에서 if엔딩을 잘 표현해주었으면 좋겠건만 영상화 복이 지지리도 없죠. 아다치 미츠루 만화 중에서 새로 리메이크 되기를 가장 고대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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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의 주인공 사토야마 카츠키와 히로인 미즈타니 카츠키

카츠는 아다치 미츠루의 유일한 복싱 만화이기에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으레 권투 만화하면 내일의 죠나 더 파이팅 같이 사나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열혈 만화를 떠올리기 십상이나, 심리묘사에 강하고 정적인 연출에 소녀만화 감성이 녹아 있는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 권투라? 이거 과연 어떤 만화일지 궁금해지는 것이죠.

카츠를 연재하면서 아다치 미츠루의 작화 스타일도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여캐의 눈이 커지고 머리카락에도 윤기가 들어가는게 이전보다 뽀샤시한 느낌이 나죠. 거기다 요조숙녀 타입의 기존 히로인과 달리 씩씩한 복싱소녀인 히로인 미즈타니 카츠키도 매력넘치는 캐릭터입니다. 작화 뿐만이 아니라 스토리도 흥미진진하죠. 친구 따라서 얼떨결에 복싱 체육관에 가입한 주인공 사토야마 카츠키는 건강미 넘치는 소녀 미즈타니 카츠키에게 한눈에 반합니다. 비록 여자에 관심이 가서 불순한 동기로 시작한 복싱이지만,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는 놀라운 재능을 품고 있습니다. 복싱 경력도 한참 앞서고 재능도 있는 히로인이 주인공과 연습 시합을 갖는데, 이제 갓 복싱을 배운 주인공이 시합에선 졌지만 승부에선 이기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히로인은 주인공이 가진 가능성을 알아보고 매니저를 자처하죠.

주인공은 도대체 어떻게 권투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을까요? 주인공의 아버지 래빗 사카구치가 22전 22전 12승 1KO 10무 무패의 경력을 가진 권투선수라서 그 재능을 물려받은 것일까요? 아니오, 주인공은 아버지와 달리 상대를 한 방에 ko 시킬 수 있는 강펀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거기엔 바로 출생의 비밀이 도사리고 있었죠. 사실 주인공의 현재 아버지는 친부모가 아닙니다. 오히려 친아버지인 천재 복서 아카마츠 류스케와의 시합하여 죽게 만든 상대 선수였죠.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 뿐이지만 주인공의 양아버지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숨진 아카마츠 류스케의 연인에게 진심어린 사죄 끝에 희망을 잃은 그녀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그리고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카마츠의 아이마저 자신의 아이 같이 훌륭하게 키워내죠. 양아버지 래빗 사카구치는 모든 진실을 알게된 아들 카츠키에게 담담하게 과거의 사연을 얘기합니다. 마치 자신을 원수라고 생각하여 원망해도 받아들이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카츠키는 양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또 하나의 아버지라며 자기를 훌륭하게 키워냈지 않냐며 양아버지가 오랜 세월동안 품고있던 응어리를 풀어주죠. 참으로 멋진 부자사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호부호자라고 해야 할 까요.

이제 출생의 비밀을 깨달은 주인공이 비운의 천재복서 아카마츠 류스케의 의지를 이어 받아 세계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하는 스토리로 전개되지 않겠나하고 기대를 해보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 만화는 내일의 죠도, 더 파이팅도 아니기 때문이죠. 카츠는 재밌는 만화이긴 합니다만, 스포츠물로서나 러브 코메디로서나 약간 뒷심이 부족한 작품입니다. 왜그런고 하니 설명을 해보도록 하죠.

우선 전작보다 라이벌이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초반 라이벌인 키모토는 외모도 멋있게 나오고 히로인과 소꿉친구라는 포지션이 있어서 기존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서 나오는 라이벌 상에 어울리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얘는 좀 부족하다 생각했는 지 너무 빨리 퇴장시키더군요. 중간에 교체된 새로운 라이벌 미사키 신이치가 등장합니다. 무려 일학년에 158km/h의 공을 던지며 고시엔을 제패한 천재 야구선수인데, 돌연 복싱을 하겠다며 종목을 바꿔서 세간의 이목을 한몸에 집중시킨 스포츠 스타죠.

네, 여기까지 배경설정은 좋습니다. 엄친아라는 걸 강조하며 주인공과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는데, 좀 주인공과 얽힌 사연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미사키 신이치의 할아버지가 죽은 주인공의 아버지 아카마츠 류스케의 후원회장이었고 열렬한 팬이었기에, 그가 사망한 날에 태어난 손자를 아카마츠의 환생으로 여기며 복싱 선수가 되라고 줄곧 말해왔었고, 어릴때부터 아카마츠 류스케의 시합이 녹화된 비디오를 계속 되감아 보면서 그의 복싱 스타일을 완전히 체득한 천재 복서가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거기에 미사키 등장 이전 부터 나도 라이벌이다 하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던 우치다 진이란 캐릭터도 미사키와 절친 사이였고, 친구와 함께 아카마츠의 열혈 팬이었단 설정이 추가로 붙죠.

설정은 그럴듯한데 고작 비디오로 시합 장면 좀 봤다고 주인공을 숙명의 상대로 여긴다고? 주인공은 친아버지가 사망한 출생의 비밀을 알고도 어른스럽게 넘어가는데?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차라리 히로인의 소꿉친구였던 키모토를 더 늦게 등장시키더라도 이쪽을 메인 라이벌로 푸쉬해주는게 더 좋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이 생각에 더욱 무게를 실어준 건 미사키 신이치 이놈이 너무 히로인에게 치근덕 거려요. 갑툭튀해서 천재다 하고 띄워주는 놈이 주인공에게 경쟁심을 불태우는 의도도 조금 이상하고, 히로인이 별 관심 없다는데도 끈적거리게 달라붙는 모습이 영 비호감이었단 이야기죠. 작가는 꾸준히 이녀석도 좋은 놈이야하고,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려 애를 쓰지만 글쎄요, 첫인상 부터가 별로니 영 호감이 가지 않더군요.

라이벌의 호오는 그렇다치고, 스포츠 물로 보자면 카츠의 후반부는 전개가 영 맥빠집니다.. 잔뜩 나도 라이벌이야 하고 어필하던 우치다 진도 좀 허무하게 퇴장해버리고, 미사키 신이치와의 최종 시합도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타이틀 매치가 아닌 체육관 안에서 벌이는 연습시합이었죠. 우치다의 아버지가 미사키의 아버지에게 사기를 쳐서 재산을 뺏았기에, 우치다가 빌어먹을 아버지에게 한 방 먹여서 소년원에 갔고, 돈이 필요해진 미사키가 다시 야구로 복귀한다는 나름 개연성있는 전개긴 했지만, 이건 복싱 만화잖아요?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야구 만화는 고등학교 3년간 노력의 결실을 검증받는 최종 무대인 고시엔이 있기에 스토리를 따라가던 독자들이 가슴을 뜨겁게 하며 몰입할 수 있었는데, 카츠도 복싱 만화라면 적어도 일본 타이틀 매치에서 라이벌과의 최종승부를 벌여야 하지 않았나 그런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친아버지가 시합 도중 사망해서 프로로 전향하지 못한다는 이유가 있긴 한데, 마지막 시합이 고작 연습시합이라니 후끈하게 엔진 시동이 걸리며 달아올리다 픽하고 꺼져버리는 그런 맥빠지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한편 러브 스토리를 보더라도 뒷심이 약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중후반에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고백하면서 두 사람은 공인 커플이 된 거나 다름 없어집니다. 미사키 신이치가 찝적거리지만 부상 입은 것 때문에 불쌀해서 조금 챙겨줄 뿐 히로인은 언제나 주인공 러브러브 일직선이었죠. 후반에 주인공의 아버지를 동경하던 히로인의 연적 난조 리코가 등장하지만 얘도 별다른 갈등 요소를 부추키진 못합니다. 갈등이 없다면 주인공과 히로인의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라도 보여줘야 할 텐데 그마저도 없죠.

결론을 내리자면 카츠는 복싱물이라는 아다치 월드 내에서 희소성을 가지고 있고, 초중반까진 출생의 비밀로 스토리가 흥미진진했으나 뒷심부족으로 완성도가 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아주 조금만 더 아다치 미츠루 선생님이 카츠에 혼을 불태워주셨다면 명작 권투 만화가 탄생했을텐데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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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의 주인공 키타무라 코우와 히로인 츠키시마 아오바



"코우가 투수고 아카이시가 포수. 무대는 초만원을 이룬 갑자원."



미소라와 카츠의 흥행 부진으로 이제 아다치 미츠루도 슬슬 한 물 간건가 하는 반응이 나돌던 적도 있었죠. 카츠는 미소라와 같이 묶어 평가하기엔 아까운 나름 양질의 작품이었으나 성적은 그저 그랬습니다. 팬들이 작가의 기량 저하를 우려할 때 아다치 미츠루는 나 아직 살아있다! 라고 주장하듯이 신작 크로스 게임을 선보이죠.

크로스 게임은 여러모로 아다치 월드에서 차별점이 있는 신선한 시도가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우선 첫째, 여캐의 비중이 늘어났는데 히로인 츠키시마 아오바는 키타무라 코우와 동반 주인공이라 할 만큼 작가의 푸쉬를 많이 받습니다. 전작 카츠의 미즈타니 카츠키가 아오바랑 비슷한 면모가 있는데, 카츠의 주인공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하자마자 권투를 포기한 카츠키와 달리, 아오바는 스토리가 끝날때까지 야구를 단념하지 않죠. 오히려 그만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키타무라 코우의 스승 같은 위치까지 선점합니다. 그리고 아다치 월드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츤데레 히로인입니다. 지금이야 유행이 지난 히로인 타입이지만, 크로스 게임이 연재되던 시기는 토라도라 같이 츤데레 여주인공이 인기를 끌었었죠. 아다치 선생도 최신 트렌드에 탑승해야했다고 할 까요? 작가의 나이와 경력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시도입니다. 식객 오봉주의 말대로 일신우일신이죠.

그리고 둘째, 마누라로 지칭되는 포수는 항상 조역 포지션에만 그쳐야 했습니다. 좋은 친구는 되지만 연애 파트 분량을 눈곱만큼도 주어지지 않았죠. 근데 크로스 게임의 포수 아카이시는 조역치고는 상당한 수혜를 입습니다. 첫사랑 와카바와 맺어지진 못했지만 아카네라는 서브 히로인의 사랑을 얻었으니까요. 마지막 세번째 차이점은 4번타자 아즈마 유헤이입니다. 아다치의 야구만화에선 강타자가 항상 부재하고 있었죠. 나름 장타력은 훌륭한 오타케나, 히로 같은 선수도 있었지만, 히데오와 동급으로 취급받을 만한 타자는 주인공에 팀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아즈마 유헤이는 히데오와 견줘볼만한 훌륭한 타자였죠. 거기다 사랑의 라이벌 포지션도 나올랑말랑 하지만 결국 코우와 아오바의 사랑을 응원해주는 좋은 친구의 위치를 고수합니다. H2에선 중학교 시절을 보여주지 않아서 히로와 히데오가 같이 팀을 먹으면 어땟을까 하는 궁금증을 크로스 게임에서 풀어준 것이죠.

크로스 게임은 터치에서 사용됐던 레귤러 캐릭터의 죽음으로 스토리의 급반전을 노리는 패턴을 재활용합니다. H2에서도 히카리의 어머니로 쓰이긴 하지만 터치나 크로스 게임처럼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하진 않죠. 첫 1권에선 코우와 와카바의 귀여운 어린아이들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 사랑스러움에 일상 치유물인가 하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갑작스러운 반전이 찾아오죠. 1권 막바지에서 와카바의 죽음에 어찌해야 될지 몰라 야시장 축제를 방황하던 코우가 울며 와카바의 명복을 비는 아키이시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립니다. 히로인 와카바도 작중에서 딱 두번 눈물을 보이는데 와카바가 죽고 배팅센터에서 공을 치면서 우는 장면과, 엔딩에서 코우의 품에 안기며 우는 장면 밖에 없죠. 우에스기 카즈야의 죽음이 타츠야와 미나미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스토리를 이끌어 갔듯이, 와카바의 죽음 또한 크로스 게임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츠키시마 와카바는 죽기 전에 두가지 말을 남깁니다. 하나는 위에 적은 대사 코우가 투수, 아카이시가 포수. 무대는 초만원을 이룬 갑자원인데 그런 꿈을 꾸었다고 여행을 떠나기전 아카이시에게 말해주죠. 코우와 아카이시에겐 갑자원에게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겁니다. 세상을 떠나버린 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어 주는 것 말이죠. 나머지 하나는 동생 아오바에게 한 말입니다. '뺏으면 안돼.' 아오바는 좋아하는 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코우를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두 자매는 모이기만 하면 코우 얘기만 하죠. 와카바는 코우를 칭찬하기 바쁘고, 아오바는 험담하기 바쁩니다. 악플도 관심이라 했던가요. 동생이 코우에게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여자의 직감으로 깨달은 와카바가 견제 차원에서 했던 말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뺏으면 안되는 아오바가 본심을 숨겨야만 하는 사랑의 장벽이 됩니다. 터치에서 카즈야에 대한 죄의식이 타츠야 미나미 커플의 사랑을 방해했던 것처럼 말이죠.

크로스 게임은 터치나 H2에 비해서 볼륨이 작은 편입니다. 실제로 권수 분량이 적기도 하고, 야구 시합도 별로 안나와요. 동네 야구 시합에서 아오바에게 콜드패 당하고 아오바를 동경해서 야구를 시작하게 된 장면과, 악역 감독 다이몬의 야구팀과 가건물 야구부의 대결, 그리고 류오고교와의 1차전 패배, 그리고 갑자원 진출을 두고 다투는 류오고교와의 2차전 등이 주요 경기일 뿐이죠.

이렇게 스토리가 짧은 편인데 크로스 게임의 재미는 타 작품에 비해 뒤쳐지지 않습니다. 주인공 키타무라 코우가 우에스기 타츠야나, 쿠니미 히로에 절대 빠지지 않는 멋진 상남자이니까요. 코우는 와카바와 약속했던 스무살까지 생일 선물을 챙겨주는 것을 잊지 않고 반드시 챙깁니다. 고양이 주전자를 얻기 위해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시도리사의 시종 노릇까지 하니까요. 그리고 두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갖은 힘을 다해 노력합니다. 와카바의 초만원을 이룬 갑자원에 투수로 가는 것과, 아오바의 160km/h의 공을 던지는 남자가 되는 것 말이죠. 아오바가 한 말은 약속이라기 보다 실현되리라 생각 조차 안해서 그런 남자가 아니면 좋아할 생각도 없다는 말이었지만, 코우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행으로 옮겼던 것이죠.

아오바는 코우를 볼 때마다 항상 찌푸린 얼굴에 퉁명스럽게 대답하지만, 그녀가 향하는 시선은 언제나 코우였습니다. 나중에 일기로 사실이 밝혀지지만 험담을 하면서도 언제나 관심사는 코우 뿐이었지요. 여기에 와카바와 똑같이 닮은 서브 히로인 아카네가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와카바가 살아있었다면 저렇게 성장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될 만큼 똑같이 생긴 아카네는 운명이 이끌기라도 한 듯이 코우와 가까워지죠. 코우와 와카네를 보면서 마음이 답답해진 아오바는 코우에게 살짝 본심을 꺼내 봅니다. 아카네 언니를 좋아해? 응, 좋아해. 그럼 나는? 거기에 코우는 이렇게 대답하죠. "거짓말 해도 돼?"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망의 갑자원 진출 결승전. 류오 고교와의 리밴지 매치에서 코우의 구속은 점점 빨라집니다. 156, 157, 158... 정말 160km/h의 공을 던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코우의 강속구가 불을 뿜죠. 라이벌 미시마 케이타로를 아웃시킨 마지막 공은 아다치 월드 속의 모든 투수보다 빠른 공이었습니다. 160km/h이 상징하는 꿈의 투구. 그리고 아오바의 이상형. 코우는 해냈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어올립니다.

"갑자원에 간다. 160km/h를 던진다. 그리고, 츠키시마 아오바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키타무라 코우의 고백. 저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중에서 이 고백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얼마나 멋진 남자입니까. 코우라면 할 수 있어라고 언제나 믿어주던 와카바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역시 와카바가 남자보는 눈이 확실하군요. 시합이 끝나고 아즈마는 코우에게 아오바를 힘껏 안아주라고 말합니다. 코우는 아즈마의 말대로 아오바와 포옹을 하죠. 매번 본심을 꽁꽁 숨겨두고 철벽을 펼치던 아오바도 이 어택만은 버틸 수 없었을까요. 갑자기 불꽃 따귀를 때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너 같은 애는 정말 싫다고 했지?! 줄곧... 줄곧... 싫어했단 말이야!"

싫다고 화를 내면서 아주 서럽게 펑펑 울죠. 아오바는 왜 고백을 받으면서도 계속 싫다고 할까요. 그건 엔딩 장면에서 알 수 있습니다. 코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몰래 한장 더 받아오거나, 맞잡은 손을 빼지 않는 등 츤데레의 매력이 아주 폭발하죠.

"그래. 전부 지켜봤는걸. 와카바를 잃은 슬픔의 크기도, 즐거웠던 추억도, 아무리 고집을 부리고 거짓말을 해도, 이 녀석만큼은, 오래 전부터….
역시 이 녀석은 싫어. 세상에서 제일, 싫어...."


크로스 게임 스토리의 키워드는 '거짓말' 입니다. 작중에서도 코우와 와카바는 서로 성격이 닮은 꼴이라고 나오죠. 중요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엔딩장면이 나오면서 흐르는 노래 제목이 '사랑하는 소녀' 인데 정말이지 코우와 깨소금을 뿌리는 아오바는 너무나 사랑스럽군요. 아오바는 처음부터 거짓말쟁이입니다. 크로스 게임을 다시 읽게된다면 싫어를 좋아라고 바꿔서 읽어보세요.



크로스 게임 명장면 160km를 던진다. 그리고...


크로스 게임 엔딩 사랑하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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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의 주인공 타치바나 토우마, 소이치로, 오토미 삼남매


믹스는 터치에서 26년이 흐른 뒤의 시점을 다룬 속편입니다. 주인공 타치바나 토우마, 소이치로, 오토미 남매는 전작 터치의 주인공과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터치에서 등장했던 조역들이 다수 재출연하지요.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라는 소재를 다뤄서인지 미유키의 등장인물도 다시 나옵니다.

야구를 하는 형제는 터치에서, 피가 이어지지 않는 남매간의 사랑은 미유키에서 가져온 설정이지요. 터치와 미유키에서 비중있게 나왔던 조역 하라다 쇼헤이와 마사키 유이치도 세월이 흐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우에스기 타츠야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지만 라이벌 취급도 받지 못했던 니시무라 이사미가 자기 어릴적이랑 붕어빵으로 닮은 아들을 데리고 세이난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나오기도 하죠.

전작 터치에서 카즈야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우에스기 형제가 같이 팀을 이루는 광경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이, 아다치 미츠루는 토우마 소이치로 형제의 투수와 포수 배터리로 상상만하던 드림팀을 보여줍니다. 늘상 뚱뚱한 절친이 담당하는 역할이 포수였는데 잘생긴 의형제 소이치로가 포수를 맡는 것도 꽤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되네요.

터치 결말에서 우승 트로피로 우에스기 타츠야의 메이세이 고교가 갑자원 우승을 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긴 하지만, 어떻게 훌륭한 피칭을 해서 우승을 했는지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진 않았죠. 카츠 같은 작품에서 갑자원에 진출하고도 이겨나갔다고 알려주긴 하지만, 믹스에선 비디오 테잎을 통해 우에스기 타츠야의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타치바나 형제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도 비디오 테잎에 녹화된 타츠야의 투구 모습에 반해서였죠.

이렇듯 믹스는 아다치 미츠루가 자신의 만화 팬들에게 선사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입니다. 아다치 월드 팬들이라면 익숙할 소재와 설정은 모조리 때려박은 느낌이죠. 우에스기 타츠야와 아사쿠라 미나미는 등장하지 않지만 터치에서 나왔던 조역들의 회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오긴 합니다. 사실 이런 속편에 전작의 주인공이 화려했던 전성기의 모습도 빛바래지고 나이들고 약해져버린 모습으로 나오면 아무래도 팬들의 실망감도 커지게 마련이죠. 다시 등장하면 반갑기야 할 테지만 쉽사리 등장시키기엔 득보단 실이 많은 선택이라고 보기에 우에스기 타츠야가 다시 등장하지 않는 것은 작가가 좋은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봤던 팬들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볼만한 만화이긴 한데, 터치부터 시작해 계속 반복해온 스토리와 연출을 감내하기엔 믹스만이 가진 뚜렷한 장점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크로스 게임까지만 하더라도 해당 작품이 가진 고유한 장점이 있었으니까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기에 섵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진행된 스토리 전개만을 봤을 땐 재밌게 볼만은 하나, 아다치 만화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서 읽을만한 작품인가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아니다란 쪽에 무게가 더 쏠리네요.

특히 초반 2권은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2021년에 와서까지 사실 이녀석도 좋은 녀석이었어하고 아무 매력도 없는 악역의 사연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악역의 사연을 늘어 놓느라 주인공 형제가 활약할 귀중한 페이지를 낭비한 건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 군요. H2에서 아주 타이트할 정도로 알차게 스토리를 전개시키던 연출을 떠올려 보면 작가가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감을 잃었나란 생각까지 미치게 됩니다.

뭐, 초반 2권을 빼면 믹스의 스토리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과연 50년 내공이 쌓인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가 아니랄까봐 재밌습니다. 캐릭터도 매력있고 야구시합도 흥미진진합니다. 그러나 전작 미유키에서 가져온 남매간의 사랑을 러브스토리의 중심 축으로 다시 채용한 것 까진 좋은데, 17권까지 나왔는데도 러브 스토리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더군요. 토우마, 오토미 남매가 서로를 가족 이상의 소중한 존재로 생각한다는 애틋한 장면을 수시로 보여주긴 하는데, 뭔가 이성으로 의식하지는 않더군요. 그러니 갈등도 없고 미유키 시즌2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거기다 서브 히로인 오야마 하루카는 토우마와 소꿉친구라는 설정까지 넣었음에도 러브 스토리 면에서 별 비중은 없고 오히려 서브 주인공 소이치로의 짝으로 맺어주려는 기미가 보이더군요.

딱 까놓고 말하면 이런 겁니다. 야구 스포츠 만화로 보자면 터치나 H2, 크로스 게임보다 나은 점을 찾지 못하겠고, 러브 코메디 만화로 보자니 연애 진도가 나가지가 않아요. 뭐, 남매간 사랑이 제대로 건들기엔 좀 미묘한 소재이긴 합니다만, 야구 스토리로도 나쁘진 않은데 고만고만하고, 러브 스토리도 딱히 전작보다 나은게 없다는게 믹스의 가장 큰 단점이죠. 팬들에겐 추억을 되살려주는 좋은 작품이겠으나 아다치 만화를 처음 보는 신규 독자에겐 이렇다 할 메리트가 없어 보입니다. 무난하게 재밌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명성에 걸맞는 장점이 보이지 않음. 이게 제가 생각하는 믹스의 정확한 평가겠네요. 70이 넘는 연로한 나이에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해주는 것만해도 감지덕지일텐데 제가 너무 투정만 부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만화가는 던전밥의 쿠이 료코, 파이어펀치, 체인소맨의 후지모토 타츠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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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2 21:08
수정 아이콘
아다치 3부작
터치 러프 H2를 모두 좋아하는 1인으로서 추천부터 박고 정독합니다
21/09/02 22:32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길게만 적어놔서 귀중한 시간을 뺏지나 않을까 염려되는군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기운이 납니다.
삭제됨
21/09/02 21:46
수정 아이콘
미유키...는 저도 보다 말았네요.

단편집 말고는 스포츠 이외 소재로 그린 만화들
진베, 미소라, 큐앤에이 다 별로였던 거 보면
역시 아다치는 스포츠가 딱이야(...)
21/09/02 22:31
수정 아이콘
본문에는 없지만 일곱빛깔 무지개도 나름 괜찮지 않았나요? 크크크. 진베 큐앤에이도 그냥저냥 볼만했습니다.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서 스포츠가 빠지면 조미료를 안 넣은 것처럼 심심하긴 하죠.
21/09/02 22:05
수정 아이콘
"...여기는 니노미야 아미. 야마토 케이스케, 응답하라."

아다치 미츠루 작품뿐만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가 읽은 모든 만화 중 최고의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연애할 때 살짝 비슷하게 따라해본 적도 있네요 헤헷)
21/09/02 22:29
수정 아이콘
저는 크로스 게임 엔딩을 좀 더 좋아합니다만 러프 엔딩이 아다치 만화 중에서 최고의 엔딩인 건 이견의 여지가 없죠.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나서 몰려오는 그 여운이란... 그야말로 청춘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고란고란해
21/09/02 22:07
수정 아이콘
제일 좋아하는 건 H2지만, 가장 완성도 높은 건 역시 러프라고 생각합니다. 터치와 H2보다 분량도 적으면서 주인공의 '성장'과 '연애'가 완벽한 밸런스를 맞춰 진행되거든요. 터치가 '연애'보다는 '성장'쪽에, H2는 반대로 '성장' 보다는 '연애'쪽에 밸런스가 쏠린 느낌이거든요. 뭐, 뭐를 읽든 1권 잡으면 멈출 수 없는 건 맞지만..
21/09/02 22:28
수정 아이콘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러프는 아주 짜임새가 좋은 만화죠. 성장과 연애 어느 파트도 부족한 부분이 없습니다. 타이트하게 군더더기 없이 완결까지 그려낸 명작 만화에요.
묵언수행 1일째
21/09/02 22:21
수정 아이콘
미유키는 80년대 최정성기였던 아다치 미치루의 초기 대표작이라 지금 보면 이게 왜 대단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 당시로는 이런 소재와 감각으로 만화를 그렸던 작가들이 없었으니 당시로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거기에 미유키가 급하게 마무리 되면서 더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 이게 아마 터치를 연재하게 되면서 미유키를 급마무리한 걸로 알아요.
21/09/02 22:26
수정 아이콘
미유키도 터치처럼 시대상을 감안하고 봐야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작품인데, 제가 안좋은 쪽으로만 설명하긴 했습니다. 엔딩이 부실한게 터치 연재 때문이었군요. 몰랐던 사실이네요. 저의 감상이야 어쨋든 미유키가 러브코메디 만화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만화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근데 너무 명작이다라고 칭찬만 하는 얘기만 듣다가 정작 보고나니 실망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ㅜㅜ
21/09/02 22:54
수정 아이콘
전 h2보단 터치가 훨씬 낫던데... 일단 h2는 주인공들이 처음부터 잘하죠.그리고 조강지처 나두고 계속 그 히카리에게 미련두는 히로도 그닥 공감되게 그려지지 않은거같고..유일하게 터치보다 나은점이라면 야구의 재미는 좀더 세심하게 표현되었달까여.
대신 터치는 카즈야의 대타로 포텐만보고 억지로데려와 서서히 실력을키워가면서 패배도 겪어보고 하면서 결국 성장하는 모습이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첨부터 완성되어있던 h2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메이세이라는 팀이 메이세이에 복수심을 갖고있던 카시와바감독을 서서히 동화시키면서 하나의 완성된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마지막의 스미공고전에서 정점을 찍죠..
이 스미공고전에서 카시와바감독의 "갑자원..가는거지?"이거랑..마지막의 병원에서 "여름을 좋아합니다."이 대사는 드라마적 감동이 h2와는 비교가 안될정도였음.
야구만화로 봤을때는 h2가 나을지몰라도 청춘 성장드라마로 봤을때는 터치가 훨씬 감동적이었고 우수한 만화라고 생각해여.
주연들은 물론이고 조연들 하나하나도 훨씬 캐릭터가 살아있고 매력적이었던..
21/09/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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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준으로 보기엔 H2쪽이 더 독자들 취향이 맞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 적어 봤습니다. 터치는 밥에 뜸을 들이듯 긴 호흡으로 감상해야 재미가 느껴지는 만화죠. 본문에 적엇듯이요. 작품의 감상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제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터치도 H2도 모두 훌륭한 명작이지요.
21/09/02 23:04
수정 아이콘
저는 러프=터치 > 크로스게임 > h2 순이네여.
마그너스
21/09/03 08:43
수정 아이콘
저도 시간이 갈수록 h2는 손이 안 가더군요 러프 터치가 더 손이 가요
21/09/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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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는 말할것도 없고 h2보다는 터치에 더 드라마적인 재미가 더 많은것 같습니다. 주요 조연들의 캐릭터성도 살아있었고요. H2는 너무 히로와 히카리 둘의 애정도에 스토리가 몰빵이 되어있는데 또 거기에 야구까지 섞어서 음..이도저도 아닌 느낌..
그리움 그 뒤
21/09/0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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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는 평가가 필요없는 사랑입니다.
터치, H2, 러프, 터치, H2, 러프, 터치, H2, 러프
특히 러프, 러프, 러프
판사님 이 글은 술 먹고 센치해진 제가 쓴 글이 아니라 옆을 지나가던 고양이가 에잉~ 하면서 혀를 차면서 앞발로 쓴 댓글입니다.
21/09/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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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슬며시 크로스게임을 밀어봅니다 크크크크
21/09/0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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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크로스게임에 한표. 세련미가 있습니다.
다만 저는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만은 별로였어요. 지나치게 후반부에, 지나치게 툭 하고 튀어나왔거든요.
21/09/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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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제 덕질글에 글곰님이 댓글을 다 달아주시고 반갑습니다. 크로스게임의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는 말씀하신대로 너무 늦게 갑자기 튀어나온 감이 있죠. 스토리 초반부터 착실하게 빌드업 했으면 더 좋았으리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루히로
21/09/0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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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게.. 그 앞에 나온 말들이 거짓말이었어? 하고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저기 복선을 많이 깔아두는데,
1회차 볼때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던 것이, 두번읽고 세번읽을때 확 느껴지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걸 너무도 직접적으로 언급한게 좀 거시기 하지만서도...
21/09/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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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를 해적판 1탄 크로스로드로 접해서 보고 갠적으로 아다치 만화중 넘버원으로 꼽긴 하지만은 아마 이걸 4대작품이다 명작이다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본다면 라쇼님처럼 실망할수도 있겠구나 싶긴 하더라고요. 제 친구가 천궁(레인보우스토리 해적판제목) 너무 기대안하고 보면 생각보다 괜찮다길래 거의 70퍼센트까지 뭐 이런 내용이 다있네 하다가 막판 결말부분에 감동의 쓰나미를 느꼈던 것처럼 기대치가 높나 낮냐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수 있죠. 사실 터치나 h2를 보면서도 만화 내용보다 순정만화같은 한컷 한컷 복선과 표정 찾는 재미로 봤었는데 미유키는 스포츠가 빠진 만화다 보니 그런부분을 좀 더 많이 느낄수 있어서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주인공이 진짜 평범하다는 점이 뭔가 감정이입도 되기도 하고요, 예전에 드라마 느낌 아시려나 모르겠네요, 미유키를 약간 표절한듯한 시비도 붙기도 했고 매체들이 요소요소를 좀 베끼는 부분이 많아서 미유키 내용이 진부적으로 느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1/09/0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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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대치가 높았기에 필요이상으로 미유키를 낮게 평가한 감이 있습니다. 미유키가 터치보다 먼저 섬세한 심리묘사를 연출한 작품이라 감정선에 집중했더라면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명작까지는 아니다라는게 제 솔직한 감상인데 그렇다고 못만든 만화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평균이상은 가는 작품인데 제가 기준을 너무 높게 잡았나봐요.
쓸때없이힘만듬
21/09/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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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무 더 써주세요.. 부족해요.. 너무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21/09/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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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연재글은 계속 쓸 예정입니다. 잘부탁드려요 크크크
21/09/0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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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박사논문급 수준글 잘 봤습니다!!
전 '너의 승리야! 히로' 단원(히로가 히카리 생일선물로 승리를 선사하기 위해 이를 악물어가며 분투하고 패배후 바닷가에서 히카리에게 위로받는 모습을 하루카에게 들키는 부분), 오직 그 하나 때문에 H2를 최고로 칩니다. 진짜 만화를 문학작품 수준으로 승화시킨 느낌
21/09/03 00:48
수정 아이콘
하루카 매력적인 히로인이죠. 메인 플롯이 히로와 히카리의 사랑을 다뤄서 그렇지 히로인의 매력만 따지자면 히카리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다치 미츠루 만화는 문학작품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명작들이 많죠.
버드맨
21/09/0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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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외전으로 쇼트프로그램도 부디 부탁드립니다. 큰 바람입니다.
21/09/0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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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프로그램의 이야기도 익히 들어서 이번 기회에 보려고 했는데 리디북스 e북으로 없더라고요. 동네 만화방가도 안보이고요. 나중에 보게 되면 본문에 올리지 않은 만화와 같이 리뷰해보겠습니다. 지금 쓰지 못해서 죄송해요 ㅜㅜ
마리아 호아키나
21/09/0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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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성인지감수성으로 보면 미유키는 변태가 즐비한 이상한 만화죠. 시대적으로 공감도 안되고..
하지만 전 미유키의 마지막 4~5장을 위해 처음부터 읽습니다. 저에게만큼은 러프와 쌍벽을 이루는 엔딩이에요.
21/09/0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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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곡 추억이 가득 가사가 나오면서 끝나는 엔딩은 괜찮게 봤습니다. 아다치 미츠루가 변태 만화를 그리려고 했다니 그런가보다 해야죠 크크. 딱히 옛날식 에로 개그를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죠. 근데 분량 잡아먹는게 조금 그랬어요. 저의 좁은 식견으로 비평을 해서, 미유키를 재밌게 본 분들의 추억을 훼손시키지나 않을까 두렵군요. 혹여라도 속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ㅜㅜ
마리아 호아키나
21/09/0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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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로 의견을 나누는데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정성스레 올린 글에 태클건것 같아서 제가 더 죄송하네요.

그리고 종종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어느새 머리가 희끗해지는 나이가 되다보니 그때가 더 그립네요..
21/09/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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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인지 감수성으로 보면 러프도 만만치 않죠 미유키는 소심한 남주가 끝내 용기를 내는 모습이 저랑 오버랩이 되서 그런지 엔딩이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마리아 호아키나
21/09/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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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읽은 만화중에 주인공이 평범했던 첫 작품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그저그랬는데 엔딩은 오히려 더 뭉클했던거 같네요.
21/09/02 23:54
수정 아이콘
아다치 미츠루 팬으로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감정처리나 대사가 좋더라구요 h2는 시간이 날때마다 다시 보는데 언제나 재밌습니다 특히 키네의 완투승 장면은 아다치 미츠루가 캐릭터를 얼마나 아끼는지가 보여서 참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이렇게 정성들여서 쓴 리뷰글 덕분에 다시 한번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라쇼님께 감사드립니다
21/09/0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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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말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H2가 대단한 점은 키네 같이 조역으로 소비하고 지나칠만한 캐릭터도 서브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죠. 그 전부터 키네가 가벼운 언행과 다르게 노력파라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줘서 키네 완투 명장면에 개연성을 부여해 주었지요. 아다치 미츠루는 스토리텔링이 대단한 작가입니다.
멸천도
21/09/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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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는 말씀하신대로 심리묘사가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점도 매우 좋은데
거기에 추가로 저는 아다치처럼 여백(배경?)을 잘쓰는 만화가를 본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21/09/0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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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사이에 자연풍경 컷으로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연출이 유명하죠. 아다치 스타일을 따라하려는 창작자들이 많았는데 아다치 미츠루만큼 잘 구사하진 못하더라고요.
12년째도피중
21/09/03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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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연출은 어디서 써먹어보려고 해도 그게 미묘하게 안맞습니다.
요새 만화들에서는 어려워요. 그림체는 다르지만 비슷한 템포로 구성한 작가가 있었는데 바로 한소리 들었죠. 저는 나름 재밌게 봤지만...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다양성보다 뭔가 일률적인 걸 요구받는 느낌이라 안타깝습니다. 뭐...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거라고 별다르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죠.
21/09/0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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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오시나하고 기다렸습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연출이란게 참 따라하기 어렵죠. 날고 긴다는 애니메이션 감독들도 쩔쩔 매는게 아다치 만화니까요. 그만큼 명성에 비해 애니 복이 없기도 합니다.
작가의 다양성이라... 수익을 내서 생존해야하는 프로작가에게 가혹하기 그지 없는 말이죠. 돈도 안되고 관심도 못받는 가시밭길을 얼마나 계속 걸어가야 부와 명예가 기다리는 영광의 문이 보일런지요. 그 시련을 이겨내고 뚝심있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작가가 대성하기 마련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의 고통을 알기에 돈과 타협한 젊은 작가를 비난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지금도 가난과 창작의 고통과 싸우는 창작자들을 조용히 응원해야죠. 한국 만화계에도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12년째도피중
21/09/03 02:45
수정 아이콘
그게.... 한 번은 시장에 선보이기라도 해야하는데 그 단계로 가지도 못하고 포트폴리오 단계에서 잘리는 꼴을 많이 봐서요.
물론 대부분은 잘릴만하니까 잘립니다만... 최근에 주술회전 코믹스를 읽었는데 이거 1권 내용으로 포트폴리오 했으면 바로 잘렸겠다 싶었어요.
여하튼 다음편 파이어펀치와 체인소맨도 기대하겠습니다. 라쇼님 덕에 제 유튜브 추천에 자꾸 옛날 애니곡만 뜹니다. 크크크 최근 것들 위주로 봐야하는데... 손이 자꾸 거기로 가네요.
21/09/03 03: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뽕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 말하기 조심스러워 집니다만, 일본 창작물보다 한국 창작물이 소재의 다양성 면에서 폐쇄적인 건 맞죠. 이세계물이나 빙의 회귀 웹소설에 제가 큰 매력을 못느끼는게 획일적인 소재 때문입니다. 물론 그 비슷해보이는 작품속에서도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머리를 쥐어짜내서 작품을 만드는지는 알죠. 좋은 소설들도 많고요. 하지만 장르가 좀 다양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비주류라도 다양하게 창작물을 밀어주기엔 돈이 안되고 그렇다고 돈되는 것만 통과시키면 그게 그거인 이름만 바꾼 복제품이 나오고, 서브컬쳐계의 딜레마로군요.
가끔 요즘 애니를 챙겨보긴 하는데 나이먹어서 그런가 자꾸 옛날 애니 노래만 듣네요. 제가 올리는 글이 그런 부작용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무섭군요 유튜브 알고리즘...
마그너스
21/09/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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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의견 제시해보자면 예전에는 일본이 컨텐츠의 다양성이나 퀄이 높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이세계물만 넘쳐나네요 뭐 점프 같은 메이저 잡지로 가면 좀 다를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은 좀 아쉬워요ㅜㅠ
21/09/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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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일본 만화계도 질적 하향화로 몸살을 앓고 있죠. 주간 소년 점프 같은 경우도 귀멸이나 주술회전 같은 작품이 없었다면 명맥 유지도 힘들었을테니까요. 아다치의 주 연재처인 소년 선데이도 코난이 가장 노릇하게된지도 오래됐고요. 이세계물만 주구장창 찍어내는 것도 수요가 넘처나니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걔중엔 좋은 작품도 드물게 나오니 꼭 나쁜 현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데, 장르의 획일화가 창작물의 수명을 갉아먹는 것만 같아서 좀 걱정되더라고요. 추리, 미스테리, 호러나 시대극 같은 마이너한 장르에도 양질의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비주류 소재이지만 필력하나로 독자들을 휘어잡은 괴담동 같은 웹소설은 저도 높이 평가하고 싶더군요. 점점 뛰어난 창작자가 만든 작품을 보기 힘들어지는 시기인데, 창작열을 불태우는 신예 작가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시니스터
21/09/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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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웹툰시장에 자꾸 자본 들어오고 하면서 드라마랑도 연계되고하니까
나빌레라 같은 웹툰이 흥하고 드라마화도 되지않겠습니까

한국 창작물은 지금이 최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원 폭력물이 지금도 1위먹는거 같긴 하지만요 흐흐
21/09/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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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덴마 이후로 거의 보지 않아서 제가 잘 모르긴합니다. 이따금 칼부림을 보는게 전부네요.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웹툰 원작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받는 다는 소식은 저도 들었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네요. 뭐, 학원폭력물도 그나이대 독자들이 보기에 가장 재밌으니 인기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크크. 그래도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봤으면 싶기도 하네요. 말하고 보니 꼰대 같기도 하네요;
21/09/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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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첨언하자면 장르적 다양성이 예전보다 줄었나 하면 좀 의문이 듭니다. 웹툰이든 일본만화든 개성있는 콘텐츠는 쭉 나왔다고 봐요. 단지 그 개성이 인기를 얻느냐 아니냐의 트렌드가 바뀐거구요
StondColdSaidSo
21/09/03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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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21/09/0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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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시각에 제 글을 읽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21/09/0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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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향 순정만화.. 보다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아다치작품들을 욕했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생각해보면 굉장히 공감가는 비판이어서, 그래서 재밌게 읽었구나 싶더라구요.
21/09/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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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성향 순정만화라는 일부 팬들의 반응도 나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순정만화의 장점인 섬세한 심리묘사와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그만큼 소년만화로 잘 표현했다는 소리니까요. 제가 미유키나 몇몇 작품들을 감히 비평하긴 했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깔 정도라면 까지 못할 만화가 세상에 있을까 싶어요 크크크. 옳은 말도 있는 건설적인 비판이라면 작품 토론도 하고 좋은 일이지요. 무조건적인 찬양보다야 훨씬 낫다고 봅니다.
21/09/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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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친구는 참고로 여성이었습니다. 아다치월드의 여성캐릭터들과 연애선을 남자의 판타지, 로망의 집약체로 생각하더라구요.

순정만화의 걸작이고 아마 제기억으로 최고로 많이 팔린 작품인 "꽃보다 남자" 를 볼때...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그 근본적으로 남자시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 있잖아요? 순정만화 특유의 남성 캐릭터들.
여성독자가 볼때 아다치 작품들이 그런식으로 받아들여질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래서 재밌는거인걸 크크..
베르톨트
21/09/0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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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들이 빠진 게 아쉽네요.
카츠 이전 복싱이 소재였던 슬로우 스텝이나 위에 얘기들이 나오는 천궁 같은 중편들과
쇼트프로그램, 진베 같은 단편들도 제 청춘의 한 획이라 크..
21/09/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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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진베나 큐앤에이는 예전에 봤는데 언급하신 나머지 중단편들은 e북이 없어서 보지를 못했네요. 아다치 미츠루는 작가 경력도 어마어마하고 작품수도 많아서 리뷰할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나중에 보게되면 다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21/09/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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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러프 H2로 대표되는 아다치미츠루는 최애 만화가입니다
다른작품들도 재밌게 봤는데 저는 카츠의 설정이 색다르고 재밌었습니다 오코노미야끼 먹고싶네요 크
21/09/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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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는 아다치가 그린 복싱만화라 더욱 색다르죠 크크크. 저도 오코노미야끼 먹은 적이 오래됐는데 말씀하시니 갑자기 생각나네요.
21/09/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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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위주 아웃복싱
무패의복서
메이웨더
21/09/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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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래빗 사카구치가 딱 메이웨더인데 작중에서 저평가 받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복서로서는 완전체 아닙니까 크크크. 펀치력이 아마추어를 겨우 벗어난 수준이란 단점이 붙긴 하지만, 득점위주 복싱에서 큰 문제가 될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카츠가 내일의 죠를 오마쥬한 부분이 있어서 서로 치고 받는 인파이터에 대한 환상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 만화로 보기엔 아웃복서는 쫌스러워 보이긴 하지만요.
21/09/0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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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h2는 뭘 먼저 봤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기도 하죠.
크로스게임은 애니가 잔잔하니 참 좋았습니다.
어째 제 선호도는 크로스게임 h2 터치순인거 같기도
러프야 더 말할것도 없고 카츠가 언급된게 반갑네요. 말씀대로 힘빠진게 아쉽지만 커플링이 재미있었던
21/09/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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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팬덤의 반응이 그렇더라고요. 터치를 먼져보면 터치쪽을, H2를 먼저 본 사람은 H2를 더 선호하죠. 국내에선 터치가 늦게 정발돼서 그런가 H2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죠. 본문엔 제가 H2가 만화적 재미는 더 좋다라고 적긴 했습니다만 꼭 우열을 가릴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다 훌륭한 명작이죠. 저랑 선호도가 비슷하시네요 크크크. 카츠는 더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중반부터 힘이 빠져버린게 참 아쉽습니다.
21/09/03 08:27
수정 아이콘
전 H2를 드라마로 입문해서 하루카가 너무 좋았슾셒... 나중에 만화 보면서 히로 왜 안 하루카냐고 소리치면서 봤었네요 크크크크
21/09/03 09:39
수정 아이콘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하루카의 비중이 높아졌다죠? 원작 만화에선 중심 스토리에서 살짝 겉도는 느낌이라 하루카의 비중을 더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착하고 참한 아가씨에요 하루카는. 이시하라 사토미도 하루카의 배역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텐
21/09/03 08:56
수정 아이콘
저도 H2, 터치, 러프 전부 소장중에 미유키가 무슨 아다치 4대만화라고 해서 고민도 안하고 전권 샀다가 쓴맛 씨게 봤네요.
와 정말 시대 감안하고 명작은 윗 작품들과 달리 미유키는 너무 너무 별로였습니다.

작품중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과 딱 그 시대에만 통하는 작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유키는 완벽하게 후자였어요.
21/09/03 09:44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미유키는 시대를 초월해서 독자를 공감시킬만한 장점이 보이지 않더군요. 남매간의 사랑을 최초로 다뤄서 후대 창작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 작품이 나온 시기에 독창적인 연출을 선보여서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반열에 오를만 하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 다시 보려니 걸리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더라고요. 개인적으론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컷지만 리뷰하면서 미유키를 좋게 본 추억이 있는 분들껜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애기찌와
21/09/03 09:04
수정 아이콘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은 정말 사랑입니다..ㅠㅠ

지금 다섯살 딸아이 키우고 있는데 중학생정도 올라가면 여자 아이라 스포츠에 관심이 없을거 같아 러프정도는 꼭 보여줄 예정입니다!!
21/09/03 09:47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보고 이해만한다면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청소년의 정서발달에 도움될 훌륭한 명작이죠.
모나크모나크
21/09/03 09:11
수정 아이콘
저는 러프가 가장 좋았는데 평가는 H2나 터치가 더 좋은가 봐요.
승부과 관련 없이 미리 메시지를 보내놓는 아미가 참 똑똑하다 생각했고 마지막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이 정말 좋았어요.
21/09/03 09:49
수정 아이콘
터치, H2, 러프는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죠. 그럴 필요도 없고요 크크크. 상업적으론 터치, H2가 훨씬 성공했지만 러프의 짜임새는 아다치 월드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취향은 크로스게임 엔딩이지만 러프 엔딩은 아다치 작품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죠.
무적LG오지환
21/09/03 09:12
수정 아이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h2, 완성도가 제일 좋은 작품은 러프라고 생각합니다.

갑자원 본선 무대를 그려줘서 그런가 여름마다 매미 소리 들으며 h2 정주행하는게 습관이 됐습니다.
21/09/03 09:51
수정 아이콘
H2 말고는 갑자원 본선 시합을 보여주는 만화가 없죠. 터치도 그래서 감질나는데 후속작들에서 조각맞추듯 보여주더군요. 저도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여름이 되면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이 떠오르더라고요.
21/09/03 09:49
수정 아이콘
H2로 입문해서 h2를 제일 좋아합니다.
터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정말 좋습니다.평이 조금 안좋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 터치TV판과 만화책을 보기전에 극장판을 봤는데,
기대없이 무심하게 보다가 마지막에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H2를 대여점에서 빌려보다가 너무 좋았어서, '미소라'를 서점에서 구입했었지요. 완결까지 전부 사모은 유일한 만화책입니다.
짧아서 다행이었죠. 너무 재미없었지만 억울해서 계속 샀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권을 보긴 봐야겠는데 대여점에는 안들어왔었거든요.
21/09/03 09:53
수정 아이콘
맞아요, 터치는 극장판 애니도 있었죠. 터치 애니를 정주행하고 싶은데 너무 옛날 애니라 볼 수 있는 곳이 없네요. 더 일찍 터치 애니를 봤더라면 감동도 두배가 됐을텐데 말이에요. 아쉽습니다. 미소라를 재미없게 보셨으면서도 계속 사모으셨다니, 참된 아다치 미츠루팬이시군요. 대단하십니다.
21/09/03 10:35
수정 아이콘
보면서 리뷰는 이렇게 써야 하는데 제 글실력이나 만화 내공이나 참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네요. 잘 읽었습니다!
21/09/03 11:40
수정 아이콘
과분한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lasd241님께서 올려주시는 웹툰리뷰글에 댓글은 달지 못했지만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일본 만화만 보지말고 웹툰도 봐야하는데 마음처럼 행동하지를 못하네요.
꿈트리
21/09/03 10:39
수정 아이콘
제가 거의 모든 작품을 본 만화가가 허영만 화백과 아다치미츠루인데,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1/09/03 11:43
수정 아이콘
허영만의 작품도 훌륭하죠. 타짜, 식객은 불후의 명작 아니겠습니까. 그 외에도 뛰어난 작품들이 숱하게 많죠. 귀중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열혈둥이
21/09/03 11:00
수정 아이콘
저는 터치와 H2를 이렇게 비유합니다.
갤럭시S2 와 노트2
H2가 확실히 그림체도 그렇고 연출 , 스토리 등등이 훨씬 세련됐어요. 그러니 H2보고나서 터치를 보면 촌스럽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오리지널에는 오리지널만의 감성이 있기에 터치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매력이 있어요.
특히 터치를 먼저 본사람은 H2는 그냥 아류지 라고 생각할수밖에 없죠.

다른 좋아하는 만화가가 없는것도 아닌데 유독 이사람이 죽으면 이 그림체와 이 연출과 이 감성은 영영 사라지겠지?
싶어서 슬퍼지는 작가가 아다치 미츠루입니다.
21/09/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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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비유이십니다. 터치가 옛날 만화라 촌스러울지언정 오리지널이 가지는 힘이 분명히 존재하죠. H2도 터치의 그늘에서 벗어 날 순 없지만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진 좋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어느걸 먼저 봤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뿐이지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임은 부정 할 수 없습니다.
만화가는 유독 다른 창작업계보다 후진 양성이 힘든 직종인데, 어시라는 도제 시스템이 있지만 문하에서 만화 연출을 배웠다고 해서 스승의 장점을 물려받아 더욱 발전시키는 청출어람 급의 작가가 나오는 건 드문 일이더군요. 특히나 아다치 미츠루의 연출과 스토리텔링은 따라한다고 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아다치 미츠루가 세상을 떠난다면 문학과 비견되는 아다치 작품 특유의 감수성을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침울해집니다.
이로치
21/09/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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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와 크로스게임을 아다치 미츠루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해서 이번 화 연재글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던전밥과 체인소맨도 좋아하는 작품들인데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1/09/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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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밥 작가와 체인소맨 작가는 실력이 출중하고 만화도 재밌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요즘 만화가이기도 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열심히 써볼게요!
카라멜푸딩
21/09/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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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 잘 읽었어요. 뜨거운 한낮에 윙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매미소리 들으며 H2 읽던 기억이 퐁퐁 나서 넘 좋았어요.
21/09/0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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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여름에 읽기 좋더라고요.
판을흔들어라
21/09/0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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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는 예전에 12권(마지막권)만 없었는데 11권까지 읽어도 재밌더라구요. 당시 한창 러브코미디 읽을 때라 그런것도 같습니다.(피가 이어지지 않은 여동생도 있는데 부모의 부재의 상황에서 금전걱정 없음이란 설정도 미유키부터라더군요. 여기에 한 건물에 몰아넣은게 메존일각이라면 둘을 합치면 러브히나가 되지 않을지)
터치의 경우 전 타츠야가 카즈야에게 열등감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게을러지게 된게 천성도 있겠지만 뭐든 잘했던 어린시절 자기가 잘해서 미나미한테 이것저것 받자 뒤에서 열심히하는 동생을 보면서 점점 적당히하는 것으로 보였거든요. 그게 꽤 오래가서 문제였지. 사실 미나미야 안 흔들린거고 타츠야 혼자서 계속 갈팡질팡 한거죠. 미나미 아버지와의 대화도 그렇고. 뭐가 됐단 읽을때마다 새롭운 작품이라 이렇게 서로의 해석을 얘기하고 재밌어 하는게 아다치 작품의 묘미 같습니다. 한가지 터치에서 정말 즐겼던 설정은 원래 좋아하던 둘을 오해하는 주변인이었네요. 특히 미나미가 엄청난 피해자였죠. 미나미의 매력이란게 야마토 나데시코 같으면서도 유카의 무술 자랑에 꽁무니 빼면서 도망가는 그런 면이라고 봐요. 평면적인 거 같으면서도 입체적인.
H2와 러프에 다 말했으니 마지막으로 카츠를 말하면 중후반 가서 긴장감이 사라진게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도 카츠키가 애인이냐는 말에 "예, 그런데요"하는 대사가 기억에 남네요. 아다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여주인공의 당돌함이 느껴져서.
21/09/0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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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물들에게 계속 동생과 비교당하는 타츠야를 보니 카즈야에게 악감정은 없더라도 타츠야가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겠다 싶긴 했어요. 미나미 마저도 장난식으로 타츠야는 못났다고 그럴정도 였으니까요 크크.
본문엔 열등감이란 한 단어로 몽뚱그리긴 했지만, 카즈야 사후 타츠야의 내면 심리는 복합적인 이유가 섞여 있죠. 동생이 못 이룬 꿈을 이어 받아 이루어 주려는 것. 이건 제목 터치를 상징하는 것이죠. 타츠야가 카즈야에게 바톤 터치하다. 그리고 카즈야가 열심히 노력해도 얻지 못한 미나미의 사랑을 아직 부족한 자신이 가지기엔 이르다라는 생각이 타츠야를 갈팡질팡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동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자신감을 얻을 때까지의 여정이 터치의 스토리겠죠. 미나미 또한 카즈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을 테지만 말씀하신대로 타츠야가 진작에 다가왔다면 받아줬을거에요. 그래서 저는 미나미가 좀 차가운 성격이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여하튼 유카에게 도망가던 미나미는 귀엽더라고요. 완벽해보이던 미나미에게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죠.
lck우승기원
21/09/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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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크로스게임을 만화방에서 초등학교 때 처음보았고 완결을 기다리면서 아다치의 다른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H2-터치-러프 순으로 보게 되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그 먹먹한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흐흐.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보면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느낌입니다.

이후 아다치에 빠져서 징베, 쇼트프로그램, 카츠, 미유키, 일곱빛깔무지개 들도 보았네요. 아다치 특유의 감정표현은 자질구레한 설명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와닿는 것 같습니다.

믹스도 어서 완결되면 좋겠네요.

저는 크로스게임 아오바 - H2 하루카 - 터치 미나미 순으로 매력있더라구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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