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지수는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매우 낮습니다.
주식시장의 경우에는 어떤 주식이 100원에 단 1주만 거래되어도 그 주식의 현재가는 100원이 되며, 발행주식 총수는 가격과 상관이 없습니다. 주가지수의 경우도 그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이 얼마건 거래대금이 얼마건 상관없이 단 1주만 거래되어도 그것이 인덱스를 만듭니다. 시장의 시가총액이 1천조원이고 1조원짜리 상장주식이 1천개가 있을 때 각 주식들의 거래대금이 딱 10만원씩에 상승률은 30%라면 인덱스는 +30%가 됩니다.
그러나 주택가격 지수는 그런식으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개별주식의 현재가에 비할만한게 아파트나 빌라의 단지 혹은 특정 동네의 일반적인 가격 정도가 될텐데, 그 동네의 거래가격이 10% 오르더라도 그 동네의 가격지수가 10% 오르지는 않습니다. 동네가 아니라 좀 더 광역으로 갈수록 변동성은 더욱 낮아집니다.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헤도닉회귀모형이니 반복매매지수법이니 하는 것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해서 뭐라고 쓸수는 없는 점을 양해바랍니다.
당연히 개별국가나 그보다 더 광역으로 가면 변동성은 더 낮아집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주거형태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주택을 포함하기 때문에 낮아지는건 어떤 단위든 마찬가지고, 개별국가의 경우에는 원래 변동성이 낮은 농촌지역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렇고, 농촌지역에 상품성이 낮은 집들의 수가 많을수록 더욱 낮아집니다.
농촌 혹은 중소도시들이 차지하는 주택수 비율이 높은 국가라면 더욱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유로존 전체의 경우는 최근 5년여간 30% 정도로 상승률이 매우 낮게 나옵니다.
프랑스와 같은 개별국가는 그보다 좀 더 낮습니다.
유럽지역에 있는 나라들은 대개 이 수준입니다. 최근 5년여간 유로존 평균인 30%를 두고 플러스마이너스 10% 정도에 대체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좀 특이한 나라가 중요 선진국 중 딱 눈에 띄는데가 있긴한데..
독일입니다.
120을 기준으로 보면 70%가 넘으니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싸이트에 나오는 자료 및 다른 곳에 나오는 것들을 보면 독일은 전통적으로 주택가격이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의 격변 수준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최근 수십년간 있었던 적이 없었던 수준의 절대적, 상대적 변동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독일 자체적인 원인으로 주택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어느 시기든 주택가격이 잘 오르는 편에 속하는 영국과 부국인 노르웨이 둘다 유로존 수준과 비슷합니다.
매우 특이한 독일을 제외하면 거의 이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모습이라, 한국 또한 변동률로만 따지면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최근의 상승은 좀 큽니다.
밑에서도 다시 보겠지만 2019년 4분기를 기점으로 해서 서울 및 서울에 준하는(분당, 과천, 위례 등 일부 핵심)곳들을 제외한 보통의 경기도 및 인천을 기준으로 보면 2007~2019년의 장기적인 조정기가 마감된 모습이고, 경기도 외에도 대전 등 여러 곳들이 경기도와 궤를 같이합니다.
2009년 이후 2010년대 초반에 상승이 컸던 지방광역시는 추이가 좀 다르기 때문에 그 점이 위와같이 한국 전체 주택가격지수에 녹아들어가며 2007~2019의 조정기가 조정으로 보이지 않고 완만한 상승의 형태를 만드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표준은 인천 및 경기도 2급 이하 도시들로 보기 때문에 2015년에서 2019년 4분기까지의 시장은 2007년부터의 장기적인 하락 이후 최초의 반등(2015~2017) 및 숨고르기(2018~2019)정도로 봅니다.
어쨌든 변동률이 낮다는 것은 사실이며, 그 수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이한 점이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절대적인 변동률의 수치는 위에서 말했듯 주택가격지수의 특성상 원래 낮게 나오는 것이라 의미가 없으며, 또한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듯 2019년 4분기 이후 최근의 상승률은 누가봐도 지나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큽니다.
최근 상승률이 크든 작든 기간을 최근 5년여 정도로 약간 더 늘려서 본다면 큰 틀에서는 다른 나라와 그럭저럭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최근 상승률이 지나친 점을 무시할수는 없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2019년까지의 완만한 추이가 마냥 이어지기만 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며, 현실에서와 같이 특정 시점 이후 각도가 변화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각도가 현실보다는 좀 더 낮았을 수도 있습니다.
2019년말부터 아파트도 아니고 모든 종류 주택 평균이 20%에 가까운데, 이 20%라는 숫자는 정말로 막대한 수치입니다.
최근 A의 상승은 '전국 모든종류의 주택' 기준 가격지수의 상승 속도가 '서울 아파트'와 거의 같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서울 아파트의 일반적인 가격 변동 상황이 전국 단위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니 이는 별거 아니라고 쉽게 여길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전국 기준으로 볼때 아주 장기적으로 매우 완만하게, 가격의 명목 수치 자체는 지속 상승이지만 시장의 성격은 조정에 가까운 그런 상황을 최근에 탈피하며 완전히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든 것이니, 이를 두고 가격이 안정적이라고 평하는 것은 너무나도 사실과 다르며, 최소한 자화자찬을 하고 있을 그런 상황과는 거리가 멀기에 현재 정부의 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상승의 속도면에서 볼때 가까운 과거로 따지면 김대중 정부 시기인 B에 거의 준하는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B의 시기에 각종 규제를 통해 시장을 억누르려는 실험을 이미 다 해본바 있습니다. 그 결과 그걸로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얻어 나온 것이 '장기주택종합계획'입니다. 특정 정치지도자나 정치집단의 주관적 관점을 통한 직관적 정책 실행이 아니라 전문적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수급에 관한 전망과 계획을 세우고 그에 적합한 정책, 아주 충분히 넉넉한 공급 정책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주택 정책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 첫발을 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일이었고, 당시로서는 충분히 혁신적인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매우 후진적인 사상과 비젼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차기정부에서 등용되어 그러한 혁신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가 과연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성찰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좀 더 나은 뭔가를 만들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이미 진작에 나와있는 교훈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해야 하는데, 그와 너무 정반대였던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좀 더 분해해서 보면 현재 추이가 매우 심상치 않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은 원래 이런식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거니 지금 오르는게 당연하다는건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런식으로 말하려면 애초에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가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계속 집값을 잡겠다고(상승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태도), 투기꾼을 잡겠다고 말하며 주택의 생산 및 구매를 심각하게 저해해놓고는 지금와서 그게 당연한 것이며 한국의 집값 상승은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하면 전혀 앞뒤가 안맞죠.
정부의 역할은 가격을 정부의 뜻대로 조종하는게 아니라 주택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원활케하며 국민의 주택 구매와 이용을 지원(주거복지)하는 것으로 여겼다면 애초에 그런 태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태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 와서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 이라고 말하는 것이 앞뒤가 맞게됩니다.
또한 정부가 주택의 생산과 구매를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정상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승은 그 정책이 시장과 합치하는 긍정적인 것일수도 있습니다. 다른 일반적인 나라들에서 행하는 것과 같은 합리적인 규제 환경하에서 집을 살만한 사람들이 다들 구매를 잘 하게되어 그들이 그간 노동과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금융여력이 자가구매와 보유로 바뀌는 한편 주택의 생산이라는 활동에 투입된다면 현재의 상승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면서 정부의 세입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다같이 좋은 상황이 됩니다.
그런데 위와같이 정부가 그간 목표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가격 추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과가 목표와 다른 그 불일치에 대해서 뭐라고 납득할만한 해석과 평가를 내놓아야 하는데 전혀 그런게 없습니다.
한편으로 현재의 시장은 공급부족이 극심합니다.
작년에 그려놓은 자료인데 업데이트가 귀찮아 재활용하며 최근 부분은 말로 떼우겠습니다.
인허가는 안봐서 모르겠고 미분양은 더 빠졌습니다.
연도별로는 과거 2002년 연중 수치가 역사적 최저치인데 아마 기록이 이번에 갱신이 되었을겁니다.
2020년 9월까지고, 그 이후의 가격은 위에서 본 주택가격지수와 같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지금 어떤 시점에 있고 최근에 실제 가격의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도권 또한 이 그림 이후 미분양이 과거 기록한 최저치를 갱신했고, 그 이후 가격은 최근 상당히 역사적인 수준의 급등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미분양 기준으로는 2002년 무렵과 2020~2021은 굉장히 유사한데, 다만 인허가의 추이가 많이 다릅니다.
물론 2015~2016년에 인허가의 절대치 자체가 워낙 높았던지라 추이가 감소로 나타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감소가 제한적인 수준으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특히 201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2000년대나 2010년대 초반에 비해 멸실되는 주택의 숫자가 확연히 늘어나기 때문에 감소를 최대한 방어하는게 좋습니다.
2002년 당시에는 가격의 폭등과 인허가의 급증, 즉 분양과 착공의 급증이 같이 진행되면서 이후 물량을 소화하는 기간이 진행된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가격 상승에는 인허가의 급증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단히 특이한 일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많이 팔고 싶어하게 마련이고, 많이 팔면 재고(미분양)도 늘어나고 가격은 2003~2004년과 같이 조정이 나오는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러한 리듬을 따른다면 인허가의 감소는 2019년 정도에서 제한되고 올해 즈음에는 급증으로 전환하는게 정상적인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주택의 이런 공급부족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각각 여러가지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시대를 겪기는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공실률이라는 지표를 많이 쓰는 모양입니다.
자가주택 공실률은 뭐라고 할지 몰라서 대충 표현한 말이고, 정확한 의미는 '현재 매물로 나와있으면서(임대가 아니라 판매) 비어있는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구축 공실 매물 + 신축 미분양이 될텐데, 한국은 구축 매물은 있어도 구축 공실 매물 지표는 어디서 본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위의 것은 사상 최저 수준. 아래의 것은 사상 최저까지는 아닙니다.
과거로 따지면 1968~1969 즈음에 비할만 합니다.
이것은 주택 매물의 총량인듯 합니다. 21세기 들어서는 최저치입니다.
정체중인 한국과 달리 미국의 주거용 건축물 민간투자는 최근에 아주 거하게 급증했습니다.
최근 증가 속도가 약간의 증감은 있되 큰틀에서는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1969년 이후와 비슷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됩니다.
한국 또한 최근까지 나온 여러가지 정책들 및 조짐들을 보면 대규모 급증은 필연일것 같은데 과거에 비해서는 후행적인게 아쉽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그리고 아마도 유럽과 일본도 미국과 비슷할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쪽 나라들 기준으로 2000년대의 주택경기는 한 2003년 즈음에 이르러서는 대폭 확장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신규주택의 착공이 2000년대 초반에는 이미 꽤나 높은 수준이었고, 주택 보유율도 마찬가지로 꽤나 높아진 상황이었습니다. 조금은 더 확장될 여지가 있으나 크게 더 별거는 없는 그런 정도였죠.
그러나 지금의 미국 및 세계는 아직 주택의 재고가 미약하여 향후 확장의 여지가 매우 큽니다.
미국 가계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금융 자산의 비중 또한 역사적 최저 수준이라 위쪽으로 여유가 많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외의 여건도 주택과 궤를 같이하여 돌아가는듯 합니다.
지난 글에서 얘기한 세계적 인프라투자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물가의 상승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를 두고 코로나로 인해 공급단에 일시적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것으로만 여기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화폐가치의 변화를 감안하면 그냥 자연스러운 수준의 상승이라고 볼 수 있고, 또한 수요가 아직 본격적 발생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니 향후 인프라투자가 본격화되면 공급단 문제 해소 효과 상쇄를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규제는 인류가 비용과 환경 중에서 양자 택일을 하게 만듭니다. 환경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당연히 비용의 증가는 감내해야 합니다.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공급이 제한적으로 증가, 주로 중국에서 신규기업의 시장 참여가 제한적임을 뜻하기 때문에 그 외의 지역에서 현재까지 장기침체를 겪고 살아남아있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매우 높게 유지되며, 그렇게 경쟁력 높은 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국가는 자산가격이 상승압력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통화가치도 장기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구요.
아무튼 굉장히 재미있는 시대인것 같습니다. 향후 10년간 어떤 상황이 나타날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여러가지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아주 극단적이고 스펙타클한 느낌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