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8/10 16:16:19
Name 피잘모모
File #1 EBS.png (22.5 KB), Download : 63
Subject [일반] 수능 D-100



오늘로서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근 몇 년만에 '걱정 없는 수능'을 겪는 듯 하다. 고등학교를 진학한 이후로 내내 불안 요소였지만, 대학 입시를 거친 지금의 나로선 딱히 크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재수라는 길을 선택한 내 친구들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관심은 가지고 있달까.

작년의 내가 '수능 D-100' 를 겪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고등학교 시절 끼고 다녔던 수첩을 오랜만에 꺼내봤다. 읽다보니 피식거리는 내용이 꽤나 많았다. 무의미한 낙서, 친구들이 내 수첩에 해준 싸인(?), 인강 강사 평가글, 공부에 대한 푸념 등... 고작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수첩에는 '어린 티'가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끈건 인강 강사에 대해 리뷰 형식으로 글을 쓴건데, 이 참에 인강 사이트를 오랜만에 접속해보기도 했다. 작년과 똑같은 문구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뭔가 묘했다. 나는 바뀌었는데 인강 사이트들은 그대로였다.

그렇다. 나는 지금 바뀐 상태다. 무엇이 바뀌었나? 고등학생, 특히 고3의 열정이 사라졌다. 그때는 좋든 싫든 친구들과 내내 부대끼면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었다. 입시라는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순간순간의 행복에 주목하면서 이겨냈다. 짤막한 시간들이 소중했던 것 같다. 몇 안 되는 체육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점심 먹고 쉬는 시간엔 수다 떨고, 야자 시간엔 커피 마시면서 공부하던 시간들. 덕분에, 코로나가 앗아갈 뻔한 나의 고3 시절을 온전하게 챙긴 채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대학에 입학한 나는 과연 행복했을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1학기엔 기숙사에서 살아볼 수 있었고, 대학 동기들과 선배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학점도 꽤나 괜찮게 나왔다. 그러나 무엇인가 공허하다.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강의로 한 학기를 보내고, 이번 학기도 불투명한 상황. 대학 새내기 로망이 벌써부터 식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학생이 되었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나.

대학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한 과거의 나 때문일까, 아니면 고등학생 시절 열정과 생기를 간직하지 못한 현재의 나 때문일까. 대학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생각난다. 대학이 종착지가 아니라, 제 2의 출발점이 되야 할텐데.

'수능 D-100' 을 겪었을 당시의 내가 되고 싶다.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리자몽
21/08/10 16:28
수정 아이콘
굳이 수능 D-100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너무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대학생 때 정말 많은 경험을 하세요 사소한 거라도요 그게 평생 남는 추억이자 기억이자 경험입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대학생 분들도 참 힘들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걸 경험하시는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전 대학생 때 너무 의욕없이 보내다보니 경험 자체가 부족했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이런저런 경험이 부족한게 아쉬울 때가 종종 발생해서 꽤나 고생했습니다
개좋은빛살구
21/08/10 16:34
수정 아이콘
아무런 감흥이 없는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저는 되려 점점 쉴틈없이 생활을 이어오다보니
어찌보면 쉬는 방법을 잃어버린것만 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습니다~ 크크
21/08/10 16:39
수정 아이콘
코로나좀 끝났으면
Respublica
21/08/10 16:43
수정 아이콘
저는 100일에도 '망했다', 수능 끝나고도 '망했다'는 생각밖에는 안들더군요. 그래놓고 잠은 잘만 잤지만서도... 크크
아비니시오
21/08/10 16:49
수정 아이콘
코시국의 큰 피해자이시군요... 저는 대학교 1학년, 2학년이 정말 재밌었는데...
21/08/10 16:51
수정 아이콘
고3들이 온갖 장밋빛(?) 미래를 구상할 시기죠. 농사라거나...공장이라거나...유투버라거나...
달달한고양이
21/08/10 17:11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제일 걱정없이 즐거웠던 때가 대학교 1학년 다닐 때 였습니다...지금 시국이 너무 야속하네요 ㅠㅠㅠ 다만 걱정이나 무기력감은 좀 더 미뤄두셔도 됩니다.
라프텔
21/08/10 17:23
수정 아이콘
이글 보고 100일인줄 알았네요. 얼마전까지 가르쳤던 얘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줘야겠습니다.
21/08/10 17:37
수정 아이콘
요즘도 백일주 있는지 모르겠네요 다들 술마시던데
Janzisuka
21/08/10 18:05
수정 아이콘
저는 100일주 마시고 뭔가 더 하기보다는 컨디샨 관리랑 주1회 자체 모의고사 본 기억이에요 어차피 준비한거에서 나오는데 막판에 뭘더 때려넣어봤자 안되고 당시에 이과라 약했던 사탐쪽 그냥 교과서 소설보듯 읽은 기억이엫네용
성야무인
21/08/10 18:36
수정 아이콘
100일때부터

4-5시간만 자고 공부했던 기억밖에 안나네요.

그렇게 하니까 반에서 하위권 놀던 성적이 급상승해서 그래도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갔습니다.
그 닉네임
21/08/10 19:05
수정 아이콘
요즘 코로나때매 반수가 그렇게 많다던데... 제 친구는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 때려치고 수능하러 갔네요
AaronJudge99
21/08/10 19:56
수정 아이콘
아 100일남았네요
이제 피지알은 안들어오는걸로 크크 100일후에 뵙겠습니다 웃으면서 글쓸수있으면 좋갰내요
피잘모모
21/08/10 20:40
수정 아이콘
결심이 훌륭하십니다 :) 저는 수능 사흘 전까지도 피지알 눈팅했었는데 헣헣 꼭 좋은 결과 있길 바래요!!
VictoryFood
21/08/10 22:27
수정 아이콘
'수능 D-100' 을 겪었을 당시의 내가 된 피잘모모는 수능의 열정을 버리고 비트코인을 샀다
2020년 8월 10일 비트코인 최고가 13,997,000원
피잘모모
21/08/11 17:58
수정 아이콘
갸아아아악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496 [정치] 김여정 "종전선언·연락사무소 재설치·남북정상회담 가능" [139] 판을흔들어라16012 21/09/26 16012 0
93487 [일반] 확진자 3천명, 단계적 일상회복의 모습 [167] 여왕의심복30597 21/09/25 30597 143
93484 [일반] 코로나 확진 치료 후기, 대부분은 경증 그러나 잘못 걸리면 진짜 고통을 맛 보는 무서운 코로나 [32] Trader J14227 21/09/25 14227 62
93483 [일반] 인문학계와 문화/예술계 지식인들의 STEM화 (번역) [5] 아난8470 21/09/25 8470 4
93480 [일반] 왜 어른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는거야? [5] 내가아는사람7552 21/09/25 7552 12
93468 [일반] 에버랜드 나이트 사파리, 강력 추천합니다! [23] 설탕가루인형형12228 21/09/24 12228 8
93461 [일반] 전설의 퍼플문 댓글들을 보고 PTSD가 왔습니다. [107] Navigator17938 21/09/24 17938 9
93440 [일반] [웹소설]추석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웹소설 추천 [33] 헤후12451 21/09/21 12451 3
93413 [일반]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79] 김홍기14710 21/09/19 14710 2
93398 [일반] 나 더치커피 좋아하네. [33] Red Key13211 21/09/17 13211 66
93363 [일반] 코로나 19 부스터 백신 접종에 대한 해외 전문가 의견 [34] 여왕의심복15518 21/09/14 15518 76
93339 [일반] 남자에겐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하드보일드 애니 주제가 모음 [42] 라쇼24108 21/09/12 24108 10
93335 [일반] 자랑글) 이게 무슨 일이야.. [143] 비상의꿈22350 21/09/11 22350 128
93243 [일반] 개인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top 10 소개 [36] 깨끗한선율15661 21/09/03 15661 6
93228 [일반] 만화가 열전(5) 청춘과 사랑의 노래, 들리나요? 응답하라 아다치 미츠루 하편 [84] 라쇼17866 21/09/02 17866 25
93212 [일반] 집에서 레몬을 키워 보겠습니다. [51] 영혼의공원12788 21/09/02 12788 29
93199 [일반] 만화가 열전(5) 청춘과 사랑의 노래, 들리나요? 응답하라 아다치 미츠루 상편 [42] 라쇼24510 21/08/31 24510 6
93191 [일반] 오픈마켓서 휴대폰 싸게 못 산다… 시장점검 칼빼든 방통위 [50] 취준공룡죠르디20479 21/08/31 20479 5
93184 [일반] 공식 설정 (Canon)의 역사 [100] Farce15596 21/08/30 15596 27
93180 [일반] 어메이징 로젠택배+경동택배 경험담 [21] 메디락스15142 21/08/30 15142 4
93165 [일반] 백신, 부작용? 그리고 응급실 [7] 로빈14718 21/08/29 14718 12
93108 [일반] 미국의 현재 코로나 상황, 백신 거부자들에 대한 간략 정리 [89] 김은동19161 21/08/25 19161 42
93084 [일반] 독일에서의 두 번째 이직 [40] 타츠야12410 21/08/23 12410 4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