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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1/14 14:06:32
Name 헐렁이
Subject [일반] 권력을 거스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 - 오늘 두 사람
연일 우울한 기사만 쏟아집니다.

종부세 위헌판결로 법 이전에 상식이 모자라는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합헌. 행정수도 이전은 관습헌법을 들어 위헌이더니 이게 3번째군요. 내 생각과는 정확하게 반대네요. 뭐 금용종합과세 세대별 과세 위헌 판결이 이미 있긴 하지만...

먼저 한 사람은 미네르바라는 사람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촛불시위 때 명령 불복종을 선언한 이길준 의병이구요.

둘 다 철저하게 권력에 밟혔다라고 하면 맞을까요?

미네르바에게 친절히 국가가 가진 통계자료를 알려주고 싶다는 핑계를 대면서 개인 뒷조사를 열심히 하셨더군요. 예의 그 뻔한 얘기, 정확하지 않은 예측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변명을 하면서 말이죠. '정확한'이라는 단어, 꼬투리 잡기엔 정말 좋은 단어죠. 세상에 정확한 말은 단 하나 뿐입니다. 동어반복이죠. 말인 말이다. 사과는 사과다. 공룡같은 경제를 100%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죠. 주가 예측을 보세요. 백날 틀리는게 그런 것들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예측이 맞나 틀리나가 아니라 예측의 근거와 그 개연성이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위험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겁니다. 누구는 3000천 포인트 간다 5000포인트 간다, 펀드를 사라는 식으로 아예 코치(?)까지 했다 망신을 당한 마당에 누가 누굴 나무란다는 건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확실한 예제가 된다고 봅니다.

이길준 의경. "법률에 따른 경찰의 기본 임무를 따르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라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문의 핵심인데요. 시간을 돌려서 5.18 민주화 운동 때 총을 쏘길 거부한 병사가 있다면 그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 병사도 처벌되야 하나요? 한 곳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기념지를 방문해 머리를 숙이고, 또 다른 곳에서는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합니다. 행정과 사법의 불일치. 이게 3권 분립입니까. 확실한 것은 사법의 영역만큼은 분명히 독재시대 한 가운데에 머무른 채로 당당하게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면으로 법치를 부정해도 직접 견제할 수단이 있나요? 가령 이 판결 내린 판사 지금도 판사인가요? 내가 보기엔 퇴출 1호감인데.

"재능과 재력이 있는 사람에게 재능과 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
"사재를 환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
-정몽구 회장 797억 횡령사건 판결 중 일부-

아무튼 다시 한번 느낀 것 하나.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 한 이래로, 이 땅에서 혁명은 커녕 지배층의 눈 밖에 나는 일은 확실한 보복으로 끝났다는 것을 말이죠. 오늘 두 사람의 경우 하나는 조용한 협박으로 하나는 합법적인 처벌로 끝을 맺네요. (이말을 누가 했더라. 제 기억엔 박노자의 글에서 읽었던 것으로 압니다. 원문을 찾아보려 했으나 없네요. 원문이 어디 있는지 아시는 분께선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력감이 듭니다. 그냥 기억을 나누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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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주의
08/11/14 14:09
수정 아이콘
첫 글부터 뻘플이긴 하지만 대마도가 아니고 위화도가 아닌가요..

그리고 이나라에서 살려면 저같은 서민은 그냥 쥐죽은 듯이 조용히 회사 열심히 다니는 길뿐이 없네요..
헐렁이
08/11/14 14:11
수정 아이콘
에구 부끄러워라 수정했어요
남자라면스윙
08/11/14 14:14
수정 아이콘
미네르바건은 사법당국이 문제가 있는게 확실하지만, 개인적으로 양심선언 의경은 징역살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드워드엘릭
08/11/14 14:21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 스윙 님
제 의견은 '양심선언 의경'은 현재 시점으로 징역을 살겠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그만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08/11/14 14:23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스윙님// "재능과 재력이 있는 사람에게 재능과 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
"사재를 환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

마지막에 저런 판결문이 있는데 저런 분들이 더 징역 살아야 마땅한거 아닙니까?

힘없는게 죄네요 그냥
리롱기
08/11/14 14:25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스윙 님//
어떤 이유에서인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네요. 뭐 태클 같은건 아니구요;;
음.. 자신이 선택해서 지원한 의경이니만큼 의경의 업무에 관한 본연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유이신가요?
08/11/14 14:28
수정 아이콘
게다가 이길준 의병은 '나 이생활 못하겠으니 때려치우겠다'라고 한것도 아닙니다.
보직변경을 요구한것이지요. 현행법상 그건 안되겠네~ 라고 하면서 그에 대한 '보복'으로 징역을 때린겁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혼자 튀는 녀석이 나오면 자신들의 집권에 악영향을 미칠때니 미리미리 손을 봐둔것에 불과합니다.

상대에 따라 '법에 대한 해석'자체가 바뀐다 사실이 얼마나 사법부가 웃긴짓을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것이죠.

정말 국민이랑 해보자는건지...
남자라면스윙
08/11/14 14:30
수정 아이콘
리롱기님// 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론 그게 가장 큰 거 같네요. 자기가 선택해서 간거.

Yang님// 전 때려치우겠다로 봤습니다. 외박후 미복귀하고 계속 업무를 거부했다고 알고있습니다.
남자라면스윙
08/11/14 14:38
수정 아이콘
첨언하자면 양심 선언 의경은 국가권력(혹은 병역제도)의 희생양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이명박정부의 희생양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노무현(끌어들여서 죄송합니다만 --;)정부에서도 굉장히 과격했던 FTA반대 농민시위가 있었고 거기에 따른 과격진압도 있었죠(사진 찾아보시면 상당히 처참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복무했던 의경이 이길준의경처럼 양심선언하고 병역거부했어도 지금이랑 다른 결과가 나왔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군대니깐요.
08/11/14 14:38
수정 아이콘
mix.up님//
사실 위의 판결보다 더 어이 없는 것이 말씀하신 재벌을 비롯한 권력층을 대상으로 한 판결들이죠.
정몽구씨야 과거의 관습에 기반한 것도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김승연씨 사건의 판결 같은 경우 더 어이가 없죠. 게다가 정치권들은 어찌나 빨리도 사면복권을 시켜주는지....

언젠가부터 광복절과 3.1절이 독립 운동 하신분을 위한 날이 아니라 비리 정치인 및 재벌 인사 사면 복권을 위한 날로 바뀌었죠. 사면 복권은 대통령 당 1번 정도로 제한해야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래야 최소한 몇 년이라도 법적 처벌을 받기라도 하죠.
Grateful Days~
08/11/14 15:02
수정 아이콘
있는 인간들이 만들어대는,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한 법체계하에서 결국 그걸 뒤집어 엎는건 쿠테타 밖에 없는건가요 -_-;;
퍼플레인
08/11/14 15:02
수정 아이콘
주식조작한 대통령 사위 처벌소식은 소리소문없이 묻혔고, 대통령의 아들은 바로 그 사위가 임원으로 근무하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했습니다. 영부인 사촌의 친인척비리는 징역 3년에 추징금 31억으로 막을 내렸고, 김민석 최고위원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환경연합에도 뭇매가 쏟아졌지만(개인적으로 이건 대운하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정택 교육감은 여전히 '좌편향 교과서의 해악'을 외치고 다닙니다. 성추행한 여당 의원과 학력을 뻥친 여당의원은 금배지를 유지하고 있으되 국졸이 부끄러워 고졸로 기재한 어느 의원은 금배지를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몇몇 양심적이고 대쪽같이 살고자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판검사변호사 여러분께는 참으로 죄송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미 그 스스로 권위와 명예를 바닥에 내려쳤습니다. 판결문에 '메주는 콩으로 쑨다'라고 써놓는다고 해도 그 신뢰가 회복되려면 참으로 많은 노력과 세월이 들 것만 같습니다.
바람소리
08/11/14 15:06
수정 아이콘
퍼플레인님// 공감 백만표입니다. 글 참 잘쓰세요~
08/11/14 15:10
수정 아이콘
퍼플레인님//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불륜대사
08/11/14 15:11
수정 아이콘
탈영한데다가 부대복귀의 의사마저 없는데 유죄 나왔겠죠.
상관명령이 명백한 범죄행위를 시킨게 아닌이상 상관의 명령에
불봉족한 것도 당연히 범죄겠고요.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서 맘대로 불복종해도 문제가 없다면 군대
체제가 안 돌아갑니다.

그리고 어차피 부대복귀의 의사가 없다고 했으니 실형 안 살아도
또 잡혀 오게 됩니다.
간단히 1년6개월 실형 때려서 의경제대 시켜준거죠.
최소한 의경은 안해도 되니가.
여호와의 증인이 군대 대신 실형받고 감옥 가는 거랑 비슷한거죠.

대체복무제와 마찬가지고로 기본적으로 제도의 불비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피해라고 봅니다. 의경을 자원을 받던지 없애던지 하기 전까지는.
퍼플레인
08/11/14 15:26
수정 아이콘
yoosh6님//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한데, 한층 더 심해진 느낌입니다. '문과생인 저도 산소가 H2O라는 건 압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달까요.
王非好信主
08/11/14 15:28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스윙님// 저 역시 직접 경험하진 않았습니다만, 부안의 현장에 있었던 의경? 전경?이 휴가를 나와 당시에 현장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낫과 호미등으로 확실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저사람은 왜 날 죽이려할까'라고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다더군요. 이 표현은 과장이 아니고, 텍스트로 옮기면서 부드럽게 표현한 겁니다. 실제로 매우 겁이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물론 엄연히 군대에서 명령불복종은 처벌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1년반의 징역은 분명 과한 평가라 생각됩니다. 군대가 아니라서 군법회부가 안된건진 모르겠으나... 보통 탈영하면(탈영병은 대부분이 '당연스럽게도' 복귀의사가 없습니다.) 1년반씩 징역살이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또 이길준 의병이 괜한 치기에서가 아니라 징역을 각오한 행동이었기를 바라고, 그런 행동에 대해 대단하다 생각합니다.(물론 생각보다 과한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 같지만...) 어쨌든 속내는 모르는 것이니까요.


불륜대사님// 그 부분은 모르던 부분이네요. 그런데 1년6개월 징역살면 의경제대인가요? 제가 알기론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서.
연휘군
08/11/14 15:29
수정 아이콘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오히려 당사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게다가 본인의 신념도 신념이지만 국방의 의무를 실질적으로 거부했죠. 처벌이 없는게 이상한겁니다.
만약 후자같은 경우가 처벌 없이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생겨버리면 대한민국의 적잖은 개념없는 군장병들의
탈영사례가 지금보다 급격히 늘어날 수 있거든요.
불륜대사
08/11/14 15:30
수정 아이콘
王非好信主님//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원하지 않는 시위진압 때문에 이 사건에 이르게 된 점, 법정에서도 부대 복귀를 명백히 거부하고 있는 점, 또 전투경찰대법 시행령에 따라 1년6월의 실형을 받을 경우 퇴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08/11/14 15:33
수정 아이콘
王非好信主님//
1년 6개월 이상 징역이 병역 면제(?) 사유입니다. 그래서 여호와의 증인 같은 병역 거부자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병역 면제 최소형인 1년 6개월 징역형을 내립니다.
화이트푸
08/11/14 15:40
수정 아이콘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1년 6개월 형 이상을 받으면 원래 군대를 가지 않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1년 6개월 실형으로... 퇴직이 된다라는 의미가 아닌지..(제 의견대로라면 퇴직은 좀 아닌거 같네요;;)
여호와 증인의 형살이도 그래서 1년 6개월로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요? 확실하게 알려 주세요 ^^;;
08/11/14 15:42
수정 아이콘
제 관점으로는 이길준 의경의 경우를 5.18사태와 비유할 수 있을가 싶습니다.

이길준 의경은 예전 양심선언 인터뷰에서 스스로 "저는 지금 현역 의경으로 복무를 하다 특별 외박을 나와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병역거부를 하겠다고 선언하려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전의경들이 시위자들을 군홧발로 밟고 방패로 내리찍는 것은 분명히 잘 못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길준의경의 경우는 현재의 시위진압은 법률에 맞지 않으니 개선하자는 주장을 펼친 게 아니라, 촛불시위를 진압하는 자체가 자신의 양심에 걸려서 의경으로서의 병역을 거부하겠다고 한 것이죠.

그런데 만약 북한과의 전쟁이 터졌고. 북한군을 향해 발포하라고 상관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어떤 군인이 "같은 민족이자 존엄한 생명을 내 손으로 살상하는 일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군인으로서의 병역을 거부하겠다고 나오면 어쩌시겠습니까?

물론 시위진압은 조금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의경이 자신의 양심상 시위진압 못 하겠다는 것을 용인하는 판례가 나오면
군인이 전쟁 터졌을 때 그의 양심상 북한군에게 총 못 쏘겠다고 하는 것도 용인해야 할 상황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슬레이어스박
08/11/14 15:51
수정 아이콘
아마 '이경'이라는 완전 말단 계급의 의무경이 양심선언을 해서 더 고와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말년휴가 나와서 징역을 무릅쓰고 미복귀 후 양심선언을 할 인내심만 있었다면 국민적 공감을 많이 얻었을텐데요.
nicewing
08/11/14 15:57
수정 아이콘
의경으로 간다는 것은 시위 진압을 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가는 것이고,
군인으로 간다는 것은 남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가는 것이죠.

다만 그 전제가 절대적이냐, 라는 의문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 났는데 불필요하게 항복한 적군을 사살한다든지, 민간인을 학살하게 된다면, 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군인이니깐, 명령에 따라야 하니깐, 따라야 할까요?

물론 촛불 시위에 대한 진압이 그 정도 레벨로 양심에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의경에게는 시위 진압을 거부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요인이 되었겠죠.

현실적으로는 의경에게 1년 반의 징역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군인이 전쟁 중에 항명을 하면 군법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왜 그들이 명령을 거부했느냐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이 사회는 발전할 수 없겠죠.
08/11/14 16:49
수정 아이콘
만약에 어느 회사원이 양심고백을 했다고 칩시다.
"난 회사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을 하고픈데, 회사의 방침은 이윤추구라 그러지 못 하게 한다. 그래서 양심상 그런 취지의 상사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이 회사에서 근무할 것을 거부한다"

과연 이 양심고백이 이빨이 박히는 이야기일까요?그냥 웃긴 이야기 아닌가요? 자신이 회사가 이윤추구가 목적인 것도 모르고 입사를 했다는 이야기밖에 더 되겠습니까?

물론 이 비유가 비약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길준의 의경의 경우, 그 양심고백이라는 것도 내용을 가만히 보면은

자기도 촛불시위를 하고픈데, 군인의 신분인지라 시위를 진압할수 밖에 없었고, 이 게 양심에 걸려서 의경으로서의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몰래 때려라"라는 부당한 명령을 내렸다는 것도 "교양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식으로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명령을 내렸냐고 제대로 말하지도 못 했고, 삶의 정당성이니 머니 온갖 치장을 다 해놨어도, 결국 하고싶은 말은 "나도 군복벗고 촛불시위하고 싶다" 정도일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진압 몇 번 나가보고.. 같이 한솥밥 먹던(짧게나마!!) 동료들 수령으로 내던지면서까지(이런 일 벌어지면 부대 전체가 얼어붙고, 가장먼저 떨어지는 게 대원들 회출, 외박, 휴가 금지령입니다) 하고 싶다는 말이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그런데 여기서 모순은 그럼 누가 의경가라고 강요를 했습니까? 그리고 의경이 시위진압한다는 걸 몰랐답니까?

이길준의경의 행동이 용감하게 보이나요?
전 그냥 성인답지 않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막말로, 양심선언 안 하고 그냥 묵묵히 군생활하는 다른 의경들은 그럼 양심이 없는 분들이라 그렇습니까?
이길준 의경을 본인의 뜻대로 보직변경을 시켜준다면 말그대로 다른 의경들은 "양심불량자"로 만들어버리는 결과아닌가요?

그리고 시위대와 원초적으로 맞딱뜨리는 기동대에 배정받은 것도 아니고
평상시 2선 3선에 배치되는 방범순찰대에 발령받고서는 이제 겨우! 몇 달 군생활한 이경이..
시위진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 그 말 그대로 "양심선언"이라고 와닿지도 않습니다.
무지개를 넘어
08/11/14 16:56
수정 아이콘
2번째 케이스는 정말로 법원에서 정석으로 처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군복무 자체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상황이면
여호와의 증인들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상황과 같은 것이고 이 경우에는 군면제가 되는 최소실형은 1년 6월형을 준 것이죠.

예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경우에 항명죄로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내부
의 논의가 있게 되고 그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게 되면서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실에서 가장 편의를 봐줄 수 있는 1년 6월형으로
고정해서 판결을 내리게 된 거죠.

사실 이 분의 경우 보직변경을 원한 것을 보니 육군으로는 병역의무를 할 의지가 있는 것 같았는데 의경에서 육군으로 변경이 군법상
안 되는 건지, 또 그 과정에서 병역 자체에 대한 거부를 하게 된 것인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군요.

양심적 병역거부하는 분들은 예전에 제가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만나고 조사한 적이 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형제가 나란히 감옥으로
가게 되는 현실이. 놀라운 것은 그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 하고 부모님들 역시 대견해 한다는 것이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은 한번 비교형량을 해보시면 좋겠네요. 감옥에 1년 6개월 갈지, 군복무를 할지 선택하라면 자신은
과연 감옥행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지.
폭창이
08/11/14 17:26
수정 아이콘
Nam's님//비유에만 비약이 있는 게 아니십니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축약하는 놀라운 능력에는 화까지 납니다.
[삶의 정당성이니 머니 온갖 치장을 다 해놨어도, 결국 하고싶은 말은 "나도 군복벗고 촛불시위하고 싶다" 정도일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
[그런데 여기서 모순은 그럼 누가 의경가라고 강요를 했습니까? 그리고 의경이 시위진압한다는 걸 몰랐답니까?]
[평상시 2선 3선에 배치되서 망이나 보는 방범순찰대 배치되서 이제 몇 달 군생활한 이경의 저런 발언이 그 말 그대로 "양심선언"이라고 와닿기나 하나요?]

저 논리가 수긍되려면 큰 전제가 하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치기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실례다.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다.'. 맞는 말입니다. 근데 저 의경이 자신의 치기로 저런 행동을 했다는 증거가 어디있습니까? "내가 보기에는 말은 휘황찬란하게 하지만 결국 촛불집회하고 싶어서 저러는 것이다.". 남스님이 보기에 그러면 다 그런 겁니까? 남스님이 보기에만 그러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징역을 택한 사람의 의도를 순식간에 '군복벗고 촛불집회하고 싶어서'라고 바꾸어도 되는 거군요? 근데 저 사람은 징역을 받았는데요?

결국 남에게 피해를 입혔으니 치기어린, 어른답지 못한 경솔한 행동이라구요? 주위의 '한솥밥 먹던' 전우들을 '군복벗고 촛불집회 하고 싶어서' '수렁으로 내몰았다'구요? 말 포장하지 마십시오. 남스님의 축약법대로라면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나대지 말라"이거 아닙니까? 의경가라고 안했다구요? 의경이 저렇게 시민 때려잡는게 그러면 정상입니까? 정상이라면 저런 경우까지 예측하나요?
잘못된 게 있으면 잘못된 게 바뀌어야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서' 입 다물고, 묵묵하게 견디는 게 그렇게나 어른스러운 겁니까?

우리들은 언제까지, '나대지 말라'라는 말 속에서, 서로의 정신을 옭아매야 합니까?
연휘군
08/11/14 18:00
수정 아이콘
폭창이님// '나대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엄연히 정해진 규정이 있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그 규정을 어겼다면 그 의지가 어떤 취지에서 비롯된것이건간에
처벌을 받는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똑같이 폭창이님께서도 남스님의 글에 담긴 의도를 마음대로 해석하고 축약하고 계십니다.
'너의 글은 이것이 잘못되었다.' 라는 것을 '그와 같은 방법으로' 비판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22raptor
08/11/14 18:06
수정 아이콘
폭창이님// 노무현대통령의 대선출마 연설이 생각납니다.

" "모난돌이 정맞는다 나서지마라"라고 우리의 어머니들께서는.."
wish burn
08/11/14 18:08
수정 아이콘
저도 이길준의경의 행동은 좋게 보이지 않네요. 군필자의 눈으로 봐서일까요?
08/11/14 18:17
수정 아이콘
이길준 의경 같은 경우가 전형적인 군대 부적격자로서 애당초 군대에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군이건 의경이건, 아무튼 그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조직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좀 꺼림칙하더라도 명령이라면 받아들이고 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게 설사 군, 경의 상관이 한 명령이라서 따르지 않으면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나는 그 명령을 따르진 못하겠다' 라고 선언할 정도의 양심(법률적 의미에서의)을 가진 사람이라면 애당초 군대에 보내질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옥은 정말로 끔찍한 곳인데, 그 곳엘 1년 6월동안 가더라도 상관의 명령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건, 그 사람의 처사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사람의 양심에 분명히 반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겠지요.
(자유민주국가에서 양심의 자유의 핵심 중 하나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못마땅'하게 생각할 만한 사람의 양심을 지켜주는 것이니까요)
공안 9과
08/11/14 19:16
수정 아이콘
몇몇 분이 의병이라고 하길래 저 친구를 '의로운 병사'로 부르는줄 알았습니다.-_-;
저 친구 처벌 안하면 내년 봄, 본격적으로 상황시즌(춘투,농민대회...)이 시작되자마자 수 천명이 양심선언 할겁니다.
의경가서 막내시절에 고참들한테 처맞으면서 '그냥 육군 갈껄' 생각 안해본 사람 없을 겁니다.
시위대 앞에 방패들고 서서 'X팔 X같다' 생각 안해본 사람 없을 겁니다.
거기도 군대입니다. 까라면 까야죠.
cadenza79
08/11/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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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이님 생각과 정확하게 반대면 모두 상식이 모자라는 사람인가요?
대단한 자신감이시네요. 내 생각은 모두 다 상식에 딱 맞는 것이다.
비록 헐렁이님과 생각은 반대지만, 바로 그런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금 파란집에 앉아 있으니 나라가 이모양인 겁니다.

의경 사건은 봐 준 게 맞는 거 같은데요. 예전에 제가 살던 동네에서 병역거부하려고 문신했다가 잡혀들어간 사람이 4명 있었어요. 그 중에 3명은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한명은 예술로 했네 뭐네 하면서 우기다가 1심에서 1년 5개월 받았다고 하더군요. 나머지 3명은 집행유예로 나오구요. 그 한명도 나중에 2심에서 잘못했다고 군대 가겠다고 싹싹 빌어서 집행유예 받고 나오긴 했지만요.
08/11/1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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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창이
저는 뭐가 그리 양심에 걸리는 명령이었는지 그 이길준의경의 "양심선언"이라는 거, 아무리 되짚어봐도 도무지 공감이 안 가는 사람입니다.
"몰래 때려라라는 이야기가 교양시간에 나온다"라는 부정확하기 그지없는! 뜨끄미지근한 이야기 하나로 그 양심선언이라는 게 신빙성이 부여되는 겁니까?
"난 차라리 징역을 살겠다"라고 주장한 것도 아니고, 마이크 잡고 "병역을 거부한다"라고 말했던 사람이 그 행동의 책임을 지고 결과적으로 병역대신 징역을 살게 되었을 뿐입니다.
폭창이 님이 이길준의경이 병역 대신 징역을 "선택"한 마냥 생각하시고 싶으시다면, 저도 더 할말은 없습니다.

꼭 서로의 생각이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깐요.

그리고 행여 타인의 생각이 폭창이 님 생각과 다르다 하여, 그 의견을 마음껏 축약하시고 해석하시진 말아주십사 합니다.
님 생각과 다른 의견이 "나대면" 님도 그리 흥분을 해대시지 않습니까? 실로 자가당착이란 말이 떠오로는군요.

님 스스로가 '나대지 말라'라는 말 속에서, 님 스스로의 정신을 옭아매진 않기를 바랍니다..
헐렁이
08/11/15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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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를 하셔도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네요. 진지함을 약간 줄이기 위해 '뻘줌한' 사실을 밝히면, 위화도 회군을 대마도 회군이라 적었습니다. 흐흐흐

이길준 의경이 행동은 분명히 의경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하지만 그가 거부로서 지키고자 한 가치는 적어도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시민의 자유와 안전이었죠. 내적으로는 양심의 자유라 하는데 줄곧 잘 알려진 종교적 양심의 자유도 아니고 무분별한 폭력에서 자신의 인격을 지킬 권리를 달라는 요구였지요. 아무튼 여기에 대한 판단은 각자 가지고 계실 겁니다.

다만 5.18을 추모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당시 정권의 (아직도 누가 지시했는지 불분명한) 명령에 대하여, 지휘권자의 한 사람이라도 또는 대치하고 있던 병사 중 한 사람이라도 명령을 거부했다면 하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판결의 내용을 여기에 대입해 보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렇게 해석해야 하나요?

부당한 희생자가 나오게 만든 것은 맞다. 시민을 향한 발포 명령은 분명히 잘못된 명령이었다. 그러나 군인과 경찰은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총을 쏜 사람은 아무런 죄가 없으며, 총을 쏘지 않은 사람은 실형을 받아야 한다.

지금 이길준 의경과 같은 사람이 결국 실형을 살게 된다면, 5.18의 비극은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 시민의 안전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명령은, 권력과 시민의 갈등이 첨예할 수록 나오기가 쉽습니다. 그 수많은 지휘계통 중에서 누가 극단적 판단을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죠. 대통령 혼자 나는 그런 명령 내리지 않겠다 다짐해도 극단적 명령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일단 명령이 발생하면 그것은 막힘없이 수행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희생자 명단에 당신 또는 당신 가족의 이름이 올라가는 한이 있어도, 그 일을 수행한 사람들은 하달된 명령에 따른 것 뿐이고 그것으로 끝납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을 찾는 노력은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사과의 기본 조건은 재발방지. 국가의 체계적 폭력에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자연스레 재발방지도 약속되고 이것으로 해피엔딩인가요?

뭐 어쩌면 지금쯤 그 충실해야 할 '기본임무'란 내용에서 '시민을 향한 발포명령거부'는 예외항목으로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판결의 일부만을 봤을 때 형식은 대체로 이렇지 않나요? 기본임무를 시민의 안전을 저해하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일은 100% 없습니다. 기본임무의 표현 자체야 언제나 민주주의 헌법정신과 합치되는 내용일 뿐이고 따라서 그렇게 쓰여진 기본임무의 오류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고의적인 거부는 언제나 명령위반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대포를 쏴서 사람 고막을 터뜨리고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을 떨어뜨리고, 군화발로 짓밟고 하는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찍는 부조리한 일들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지만 그런 일들은 당연히 '기본임무'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길준 의경이 거부한 것은 '기본임무'가 아니라 그런 일들일 겁니다. 법은 기본임무에 대한 판단을 얘기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이런 느낌입니다.

일부 분유에 멜라민이 들어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 때문에 분유를 아기에게 먹이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분유가 아기의 기본 식사로 법률에 정해진 이상, 분유를 먹이기를 중단한 것은 양육을 방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실형을 선고한다.

이길준 의경에 대판 판결이 판사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면 다시 재판을 받으면 될 일이지만, 법적논리가 정말 저 모양 저 꼴이라면 문제가 상당한 겁니다. 법은 시민의 안전과 정권의 안위가 충돌할 때, 정권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길준 의경이 양치기 소년인지 아닌지는 어쩌면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은 아직도 독재의 질서와 저항의 무질서 중에서 단지 질서라는 이유로 독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불륜대사
08/11/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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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이님//
5.18 발포는 발포 자체가 불법이었습니다.
발포명령 자체가 불법이라는 거죠.
불법인 명령에 따를 필요도 없고, 따라서도 안되는 겁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받는 불이익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요.

하지만 시위진압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불법폭력진압은 당연히 불법입니다. 따라서 그런 진압명령은 안 지키면
되는 겁니다. 즉 개인이 정상적인 진압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만약 그것으로 인해서 불이익을 받았다면 그걸 따지러 법원에 오는 것이
맞는 거죠. 현실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겠지만요.

법원의 일관된 태도는 이것입니다.
"불법임이 명확한 상관의 지시에 따를 필요는 없고,
또한 따랐다고 해서 자신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즉 고문을 하라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서 고문하면 고문한 사람은
그냥 형사처벌 받는 겁니다. 물론 지시에 불응해서 고문안했다고 해서
명령불복종으로 처벌되지도 않습니다.
헐렁이
08/11/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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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대사/
5.18 발포는 발포 자체가 불법이었습니다.
맞죠. 그런데 이 얘기는 그 일이 있은 후 시간이 얼마나 흘러서 가능하게 되었습니까? 10년? 20년?

불법인 명령에 따를 필요도 없고 따라서도 안된다는 그 당연한 얘기가
정작 법원에서 꼭 해결해줘야 할 때는 항상 직무 배임에 대한 형식논리로 들어가곤 해서요.

현실적으로 받는 불이익 문제는 별론이라고 하셨지만 그게 중요한 겁니다.
법이 그런 불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보호해야 하는데 짐짓 상관없는 척 방기하면서 사실상 권력의 사적 보복을 보장해주고 있지요.

5.18 당시 병사 중에 발포명령 거부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받을 현실적 불이익은 '불이익'이란 경제학 냄새가 나는 단어로는 좀 부족할 것 같은데요. 구사일생 살아서 법원으로 왔을 때 그는 어떤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당시 현장의 명령은 '무고한 시민을 총으로 쏴도 된다'는 식은 물론 아니었겠죠.
적어도 '북괴의 사주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괴뢰 집단'으로부터 부득이하게 자위권을 발동한다는 식의 해석 정도는 붙여주었겠죠.

"22일이 되어서야(사건 발생4일 후) 광주는 큰 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신문들은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났음을 강조하는 데 애를 썼다. 22일자 <동아일보>엔 '북동 궁광식품에 난입, 빵 5천개 탈취, 버스 2대 군 지프 탈취, 대형 버스 3대 등 버스 7대 탈취' 등 '폭동' 상황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금성센터를 '경상도 사람이 경영한다'며 난입, 냉장고 등 탈취소각' 등 지역 감정을 유발하는 글도 보인다.

여기서 '금성센터...' 부분은 기자가 확인한 내용인지, 아니면 기자의 조작인지, 그도 아니면 계엄사의 보도자료였는지 궁금하다. 전라도-경상도 감정을 그 당시 과연 누가 조작했을까.

22일 이후 뉴스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광주와 북한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괴방송 광주사태만 집중적 선동'(동아일보)을 비롯 '한국방송 못믿으니 이북방송 들으라 권유하기도'(서울신문), '남파 북괴간첩 1명 검거... 광주 등 소요지역 선동 노려'(한국일보) '시위선동 간첩 검거, 광주잠입기도... 군중에 먹일 환각제 소지'(동아일보) 등의 기사가 보도됐다."



불법폭력진압은 당연히 불법이라고 하셨지요?
시위대와 충돌하는 장면에서 불법적인 폭력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마치 합법적인 양 물대포를 쏘는 장면 그 자체도 이미 경찰청 훈령 위반이더군요.
아예 물대포 사용 규칙에 사람에 대해 직접적인 방사는 금지한다고 해놨던데 물대포를 물총으로 착각하고 있던데요.
훈령 위반이라는 시민들의 지적에 대해 경찰청장의 지시가 새로 내려왔다는 핑계를 부랴부랴 내놓고, 안전한 도구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덧붙여주네요. 엄청난 수압을 가진 물줄기를 얼굴로 직접 받아내도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정도는 되야 경찰 간부가 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런 몰상식한 일들을 거부한 댓가는 1년 6개월 실형이네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길준 의경이 거부한 일들은 상식 밖의 이런 일들 일테죠.
하지만 법원은 이렇게 얘기한 겁니다. 예를 들자면 뭐 이런 거죠.

경찰청장의 지시가 있기에 물대포 직사는 합법이고, 그것의 수압이 시민들의 안전에 실제 위협이 되는가는 따져볼 문제가 아니며, 시위진압시 폭력이 발생했다고 하여도 그것은 각각의 우발적 상황으로 기본임무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당신은 단지 의경으로서의 기본임무를 거부한 것에 불과하여 실형이 불가피 하다.

다시 한번 다른 식으로 이야기 해볼까요.

제가 느끼는 법원의 일관된 태도는 이것입니다.
"불법임이 명확한 상관의 지시에 따를 필요는 없고, 또한 따랐다고 해서 자신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시 자체가 불법이어야 하며 그 실질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관계 없다."

뭐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지요. 명령을 메타언어로 간주하고 해석했을 때 불법임이 밝혀져야 한다는 의미로 실질적으로 현실에서 그 명령이 지시하고 있는 대상언어로서의 불법성은 문제삼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조폭이 아닌이상(어쩌면 조폭조차) 어떤 공식조직도 공식체계를 통해 내려오는 명령에 '정면으로 법에 저촉되는' 일을 포함시키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고문을 예로 드셨지만 정부의 공식일지에 아무개를 고문할 것 이런 식으로 작성된 것은 단 한 장도 없을 겁니다.
단지 몇 월 몇 일 XX사건 심리 담당 누구누구로 표현될 뿐이죠. 이런 껍데기에서 어떤 수로 불법을 증명합니까?

위안부의 존재를 일제의 공식문서에서 증명해내겠다는 발상과 별반 다르지 않죠. '군인의 절박한 성욕 해소를 위해 전쟁터로 강제로 끌고간 식민지 여성의 집단'이라고 쓰여진 글귀는 단 한 줄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료실증주의의 함정이고 이 부분이 일본 극우와 국내 친일파들이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할 때 요긴하게 써먹는 부분입니다.

5.18도 그래요. 공개된 명령서를 보니 18일 이후에도 절대 발포금지입니다. 상황이 모두 정리된 22일 이후에나 발포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명령이 등장하죠. 그리고 애초에 발포명령은 공식적으로는 해당 부대 지휘관의 권한에 의거, 예외규정인 폭도 및 게릴라에 대한 자위권 발동으로 시작한 겁니다. 법이 판단할 것은 5.18 당시 희생자들을 '폭도 및 게릴라' 로 규정하는 것이 정당하였는가 하는 부분이겠죠. 그런데 법은 이 부분을 그렇게 성실히 해석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사실 판사가 그 부분에 대해 애써 고민할 필요도 없네요. 애당초 희생자들이 나아가야 할 선은 '시민들이 명백히 폭도가 아님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우발적 행동을 저지하는데 발포명령이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고의적으로 발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준'까지 내려와야 함을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공식명령은 언제나 기존의 합법적인 체계로 내려옵니다.
그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뒤틀릴지 뻔히 눈에 보여서 그걸 거부하면 명령불복종으로 끝나는 것이구요. 현행 판례에선 '양심선언'이, 또는 '내부고발자'가 실제로 거부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공식명령의 형식 또는 논리구성에 대한 불법성 여부고 여기서 불법적 요소를 찾아내라는 건 지나치게 순진한 요구죠. 억울한 사람들이 달을 가리키고 달을 봐달라고 하면 법원은 손가락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다는 말입니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 뒤에도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의 막연한 믿음 - 판사가 사심없이 법적 논리에만 따라주면 사회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생각 -과는 별개로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불륜대사
08/11/17 15:03
수정 아이콘
5.18때랑 지금이랑 똑같이 생각하면 곤란하죠.
그때는 이미 3권 분립이 의미가 없는 독재시대였으니까요.
어차피 그때는 법을 성실해석해봐야 옷벗고 나오는 수 밖에
없던 시절 아닙니까?
요즘에 그런 일 벌어지면 난리납니다.

이길준씨가 거부한 일이 상식밖의 일뿐이라는 전제가 틀렸다고 봅니다.
그는 일체의 의경업무를 거부한 겁니다.
훈령에 거부한 물대포 발사 거부로 인해서 징역형이 떨어졌다는 근거가
있나요? 물대포건을 제외한 나머지 임무는 수행했어야 하는 건데
일체의 수행을 거부한 겁니다.

그리고 명령이 왜 공식문서로만 내려옵니까?
당연히 구두로도 내려옵니다.
뇌물죄는 누가 뇌물을 공식문서로 주고 받아서
잡아갑니까?


이길준씨건은 그 판사가 아니라 제가 판사라도 그렇게 실형이
나갈건입니다. 아마 대한민국 판사나 법대교수 누가 맡아도
그 결정 나갈겁니다. 그렇게 판결 안 내리는 사람 자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상관이 구타명령을 내렸다고 난 그런짓 못하겠다고
탈영해버리면 무죄라는 논리랑 다를바 없는 논리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무죄 다음에는 징역 1년6월이
가장 가벼운 형벌입니다.
unluckyboy
08/11/18 15:09
수정 아이콘
불륜대사님// 요즘에 그런일 벌어져도 그리 난리는 나지 않는거 같습니다. 좀 더 모양새있고 깔끔하게 가지만 지금의 체제가 그때와 확연히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틀리다라고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중간에 써주신 이야기는 중간 상황 전개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머라 말하지 못하겠군요.

상관이 구타명령을 내렸다고 탈영하면 그에 따른 형벌의 수위가 달라집니다.
그와 비슷한 상관의 명령때문에 훈련중 잔류시에 탈영한 사람이 있었는데 경감조치되어 2주 군기교육대처벌로 끝나더군요.
원인 제공자는 2년 징역 갔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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