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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7/07 11:49:54
Name 陸議
Subject [일반] 삼국지 문장 속에는 미언대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책을 저술하면서 미미한 말 속에 대의를 숨겨두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러한 생각을 한 근본적인 이유는 진수가 젊은 시절 익혔던 학문에 있습니다.

화양국지에 보면 진수에 대해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少受學於散騎常侍譙周,治《尚書》、《三傳》,銳精《史》、《漢》。
젊어서 산기상시 초주에게 학문을 전수받아, 상서와 삼전을 익혔고, 사기와 한서에 정예했다.

진수가 젊어서 익힌 삼전에는 춘추공양전이 있었습니다. 이 경전은 공자가 저술한 춘추에 미언대의가 있다 여기고 그것을 밝혀나가는 방법을 제시한 경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진수의 학문적 배경이 훗날 삼국지를 저술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삼국지 제갈량전에 이러한 문장이 있습니다.

先主外出,亮常鎮守成都,足食足兵。
선주가 외출하면, 제갈량은 항상 성도에 진수하며, 식량을 풍족히 하고, 병사를 풍족히 했다.

이 문장은 제갈량의 뛰어난 행정가로써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이것을 겉뜻으로 보고 있고 진수가 이 문장 속에 숨겨둔 본래의 의미는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어 안연편에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足食足兵,民信之矣。
식량을 풍족히 하고, 병사를 풍족히 하면, 백성들이 그를 믿을 것이다.

논어의 이 구절을 제갈량전과 같이 놓고보면 그 본의가 더욱 확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선주가 외출하면, 백성들은 제갈량을 믿고 따른 것이다. "

강한 군주가 살아 있음에도 그 밑의 재상이 이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제갈량을 더욱 위대한 재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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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21/07/07 12:34
수정 아이콘
훌륭한 안목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21/07/07 12:5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1/07/07 13:03
수정 아이콘
교양으로 좀 들어봤는데 한문 자체가 굉장히 오묘한 학문?이긴 하더라구요. 써있는 글자는 몇개 안되고 직역도 의역도 다 독자 마음에 어디에나 고사가 들어갈 여지가 있어서 내가 보기엔 적당히 끼워맞춘것 같은데도 해설 들어보면 어 그럴싸하네? 혹은 와 그런뜻이 있었구나 등등...여하튼 글 잘 읽었습니다.
21/07/07 13:08
수정 아이콘
똑같은 것을 보고도 모두의 사유가 같지 않으니 이것이 고전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자수도승
21/07/07 13:25
수정 아이콘
조선왕조실록 마냥 DB 만들어서 검색을 수월하게 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는 재미가 더 늘겠군요
우리도 승정원일기조차 아직 끝내지 못했으니 중국 서적들은 더 심하겠지만서도...... 그게 언제쯤 가능할까요
21/07/07 14:34
수정 아이콘
저번에 전문가분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승정원일기만해도 몇십년은 걸린다고 하신 것 같습니다.
Respublica
21/07/07 14:21
수정 아이콘
한문학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해석순 문제도 크고, 고사를 변용하는 경우도 있고... 매력적인 분석이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1/07/07 14:30
수정 아이콘
저도 한문학에서 아직 배워야할게 많은 사람이라 공감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띵호와
21/07/07 14:47
수정 아이콘
와 그걸 그렇게 돌려서 말하는 것이군요...
21/07/07 16:07
수정 아이콘
일단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진수만 알고 있겠죠.
21/07/07 14:56
수정 아이콘
중국에 미언대의 없는 역사는 없죠
21/07/07 16:16
수정 아이콘
최근에야 경전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미언대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보니 역사가 달리보이더군요.
VictoryFood
21/07/07 15:40
수정 아이콘
미언대의를 했음에도 못알아보는 까막눈이었는데 이렇게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21/07/07 16:13
수정 아이콘
제가 알려준다는건 너무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저 제 생각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으나 동감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21/07/07 15:49
수정 아이콘
이런 해석 너무 좋습니다
21/07/07 16: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손금불산입
21/07/07 15:51
수정 아이콘
삼국지도 그렇고 성경도 비슷한 맥락이 많이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21/07/07 16:18
수정 아이콘
확실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에는 이런 장치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류조당
21/07/08 01:18
수정 아이콘
그렇지요. 한 예로 예수가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 나귀 새끼를 타고 들어가는데,
이게 장면만 보면 기왕 탈거면 백마를 타지 왜 폼안나게 나귀 새끼인가 싶은데 예언서에 '왕이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타고 온다'고 되어있거든요.
결국 예수가 왕으로 왔다는 얘기고, 그래서 예루살렘 사람들이 그렇게 우리를 구원해달라고 외치고
예루살렘의 지도자들이 사색이 되어서 뛰어나온거죠. 로마에 반란을 꾀한다고 읽을 수도 있는 대목이기 때문에.
21/07/07 16:08
수정 아이콘
한문학도 아만보 그 자체군요
21/07/07 18:25
수정 아이콘
저도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계층방정
21/07/07 17:46
수정 아이콘
같은 책의 장완전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제갈)양이 자주 밖으로 나가니, (장)완이 항상 음식과 병사를 족히 해 공급해 주었다. (亮數外出,琬常足食足兵以相供給。)
같은 식으로 해석하면 제갈양이 출정하면 백성들은 장완을 믿고 따랐다는 건데, 그보다는 그냥 진수가 글자 그대로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드러나다
21/07/07 18:28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는 오히려 역으로 본문처럼 의미를 "숨겨둔게" 아니라 현재의 인터넷 밈이나 레퍼런스처럼 의미를 "명료하게" 드러낸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현대에 사는 우리가 아닌 당시의 식자라면 논어 레퍼런스는 달달 외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21/07/07 18:31
수정 아이콘
장완이 식량과 병사를 풍족히 공급해주었지만 제갈량은 북벌 내내 식량 부족으로 인해 퇴각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상충적인 내용으로 인해서 저 같은 경우는 해당 문장을 미언대의 형식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21/07/07 18:47
수정 아이콘
그리고 좀 더 심증을 굳혔던 부분은 족식족병이 제갈량과 장완에게만 언급되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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