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3/12 11:44:37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클럽하우스 후기: 탈북청년들과의 대화

클럽하우스의 장점 중 하나는 평소 만날 수 없는 분들과 자유롭게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그저 전화 통화 하듯이 서로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댓글과는 다른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요즘 탈북자 출신 청년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부쩍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 중 몇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사업가 탈북 청년들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던 한 탈북청년은 의류 관련 사업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탈북한 지 꽤 되었고, 한국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나 시민단체 쪽으로 가지 않고 자기 사업을 차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그는 자유를 찾아 한국에 왔는데,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자기를 구속하고 속박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그는 OOO씨가 가 아니라 탈북자 누구누구라고 인식되었고, 또 이를 이용하여 이득을 보려고 하는 각종 정치단체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는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는 우리나라 정치판의 고질병인데, 한 사람을 온전한 개인으로 인정해주는 게 아니라 그저 이용하기 좋은 하나의 도구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진정한 자유를 찾고, 자기가 어디어디 소속의 누구누구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OOO라고 불리기 원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사업이야 말로 진정한 자유와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더 많은 탈북청년들이 자기 사업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와 함께 방송했던 다른 탈북여성은 미국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그는 미국의 유명 요리경연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또한 자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또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음식을 컨셉으로 프랜차이즈를 차리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는 정치와 같은 거창한 것은 모르겠고 일단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북한음식을 매개로 더 많은 한국사람들과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말투가 꽤나 유쾌하고 밝아 왠지 크게 성공할 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 정치에 관심 있는 탈북 청년

다른 탈북청년은 김일성대학 출신으로 북경에서 유학까지 한 경험이 있는 엘리트 출신이었습니다. 해외유학이 극히 드문 북한에서 해외유학 기회를 받았다는 것은 그가 체제 안에서도 굉장히 특권층이었음을 암시하는 것이죠. 그가 탈북할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북경에서 남한 출신 학생들과 몰래 교류하면서 읽었던 책들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북한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서양 철학책이나 정치학 책을 몰래 읽으면서 진정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북한체제에 대한 환멸감이 깊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북한 보위부가 자기가 불온서적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탈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한국 들어와 정치학을 공부하였으며 정치활동도 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바른정당 소속 청년아카데미에서 활동하였으며, 또 현재에는 유튜브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가 정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자기 롤모델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라고 말했는데, 메르켈도 동독 출신 정치인으로 성공한 것처럼, 자기도 북한 출신 정치인으로서,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원칙과 신념에 따라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3. 예술활동으로 북한 비판에 앞장 서는 청년

다른 청년 한명은 래퍼이자 화가입니다. 그는 빼어난 그림솜씨로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묘사하는데, 국내와 해외에서 전시회도 개최했다고 합니다. 패션감각도 뛰어나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면 힙합청년 같은 인상입니다. 실제로 래퍼로도 활동하고 있으니까 퍽 어울린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래피티 같은 것을 그릴 거 같은 인상인데, 그의 그림은 의외로 섬세합니다. 그는 예술활동을 통해 북한체제의 만행을 규탄하면서 이를 한국과 세계 곳곳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다른 탈북자들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실제로 고통스러운 광경을 다수 목격해서 그런지 그의 그림에는 더욱 힘과 감정이 실려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사회가 북한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북한주민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4. NGO 활동을 하는 탈북청년

다른 탈북청년들은 북한주민들의 현실을 세계 곳곳에 알리고, 또 이들의 정착을 돕는 NGO 활동에 투신하고 있습니다. 탈북 후 영국에서 5년 이상 수학한 한 청년은 상당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그때 영국에서 만난 인권운동가들과 교류한 경험으로 한국에서 NGO 스타트업을 차려 탈북인들이 마주하는 생활 속에서의 어려움, 가령 각종 금융 관련 지식이나 또는 각종 제도의 이해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 인맥을 형성하여 미국과 영국에서도 세미나를 개최하고 또 서방세계의 NGO들과도 같이 하면서 탈북자들이 새로운 세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또 준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Liberty in North Korea (LINK)라는 단체에는 한국계 영국인이 주도하고 있는데 그는 영국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으며, 젊은 탈북자들도 이 단체에 소속되어 탈북활동을 돕고 있으며 또 탈북희망자가 부패한 브로커에 의해 사기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탈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러한 NGO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북한주민과 북한정부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고, 북한은 2천5백만명을 인질로 삼고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탈북자들 대부분 서로 생각이 다르겠지만, 이들 또한 적지 않게 통일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먼저 한국사람들이 탈북자를 볼 때 북한 출신 탈북자라기보다 청진 출신 박나래 평양 출신 김혁수 등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출신 누구누구, 청주 출신 누구누구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래도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서로 통하는 정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품기도 했습니다.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정말 지옥도 같은 곳에서 살아남아 한국까지 온 깡(?)이 있어서 그런지 소위 말하는 "기업가적 정신(?)"이 굉장히 투철하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깡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아이디어가 모이면 정말 크게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무튼 이들이 모두 우리 사회에서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3/12 11:46
수정 아이콘
유투브 보다보니 탈북민중 유투브 하는 사람이 꽤나 되는거 같아요
척척석사
21/03/12 11:50
수정 아이콘
강춘혁씨도 클럽하우스 하시는군요 쇼미였나 나왔던거같은데 탈북래퍼
21/03/12 11:55
수정 아이콘
클럽하우스가 보편화된 매체는 아닌데, 특정 주제로 대화를 하려면 합의된 시간에 세미나처럼 모여야 하는 건가요? 확실히 요즘 트렌드이긴 한데 사용층이 한정되어 있는데도 학문이나 세부분야 대화가 빈도있게 오가는 거로 보이네요.
aurelius
21/03/12 11:57
수정 아이콘
자신이 팔로우 하는 사람들에 따라 표출되는 방이 다 다릅니다. 그리고 스케줄을 조회하면 몇시에 어떤 방송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자기가 누구를 팔로우 하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게 표출됩니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유명인들을 팔로우하는 게 중요합니다.
21/03/12 11:58
수정 아이콘
아하 팔로우 관계로 본인이 네트워킹하는게 핵심이군요. 이해가 갔습니다. 감사합니다.
녹차김밥
21/03/12 11:56
수정 아이콘
2번분 유튜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공개하기 애매하시면 쪽지로라도 부탁드립니다.
aurelius
21/03/12 11:59
수정 아이콘
이미 언론에도 자주 언급되었으니 여기에 말씀드려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김금혁씨의 난세일기입니다. 참고로 한국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도 자주하는 편이니 감안하고 시청하시면 되겠습니다.
녹차김밥
21/03/12 12:0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김솔라
21/03/12 11:58
수정 아이콘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같은 사람으로써 탈북자들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차단하려고 가입함
21/03/12 12:39
수정 아이콘
뭐 언제가 될지, 과연 오기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몇십년 내로 통일이 된다면, 미리 남에서 자리잡은 탈북자분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거 같아요.
음란파괴왕
21/03/12 13:06
수정 아이콘
우리야 넘어온 사람들을 보니까 체감이 안되겠지만 보통 3번중 1번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북송되거나 중국에서 노예로 팔리거나 하니 다들 깡이 장난없을거 같긴합니다.
-안군-
21/03/12 14:08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목숨을 걸어봤던 사람들이니 왠만한 리스크는 우습게 보일지도...
기사조련가
21/03/12 13:40
수정 아이콘
탈북인중에 요식업으로 창업해서 프렌차이즈 차린 기업가가 많았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말로가 안좋더군요. 30프로는 사기당해 망하고 30프로는 시대에 뒤떨어져 망하고 나머지는 맛없어서 망하고.
차단하려고 가입함
21/03/12 13:55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5-0rcRGahPc

이 영상 굉장히 인상깊게 봤는데, 역시 망하는 분들도 엄청 많은가보네요.
뜨와에므와
21/03/12 13:59
수정 아이콘
이제 굳이 북한음식을? 이런 시대죠
김용이나 전철우 같은 사람들이야 시기 잘 타서 꿀 많이 빨았지만
북한 음식보다 맛있는게 한가득인데 관심받기 힘들죠
21/03/12 15:10
수정 아이콘
애초에 북한 음식이라는게 남한이랑 별로 다르지가 않습니다.
해외의 북한 식당 메뉴나 남한의 북한 가정식 전문점 메뉴들을 봐도 남한 사람 입장에서 특이하게 보이는게 전혀 없어요.
그런데 안나오는 진짜 북한 가정식 중에 좀 특별한게 있을지는 몰라도 그게 아이템이 될 그런건 아니겠죠. 그리고 특별해봐야 어차피 한국음식 기본을 바탕으로 해서 약간 특별한 구석이 있다 정도일테구요.
나주꿀
21/03/12 14:36
수정 아이콘
북한 사람들이 남한 와서 음식 먹어보면 미치도록 달대요.
그래서 북한 스타일 대로 음식을 하면 남한 사람 입맛엔 밍밍하거나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Respublica
21/03/12 14:33
수정 아이콘
북한의 가혹한 체제, 남한의 냉혹한 경쟁. 둘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도 몇몇 본 것 같습니다. 고생끝에 값진 자유를 찾았으니, 아무쪼록 모두 잘 되시면 좋겠네요.
toheaven
21/03/12 14:35
수정 아이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뭔가 끌려서 가져왔어요. 그외도 여럿 끌리는 문장도 있었고.
아 그렇구나 어떤 사람의 세계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거 좋아해요. 그럼 책? 글쎄...그리고 책도 많이 읽지 않아서..
제밌고도 유익하고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toheaven
21/03/12 15: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유명인들을 팔로우하는 게 중요합니다.'
https://pgr21.com/freedom/90832#4216853
그렇구나 저도 뭔가 이해가 되는 듯하네요.
감사합니다.
둥두두둥둥
21/03/12 15:09
수정 아이콘
항상 꾸준히 써주시는 글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이치블루
21/03/12 19:2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1074 [일반] [외교] 미국-EU 공동성명과 EU의 대중국정책? [35] aurelius11252 21/03/25 11252 12
91038 [일반] [외교] 미국 외교일정 vs 중국 외교일정 (업데이트) [43] aurelius11437 21/03/23 11437 1
91030 [일반] [외교] 중국, EU 의원 10명 제재한다고 밝혀 [61] aurelius13531 21/03/23 13531 8
91027 [일반] [외교] 알라스카 미중회담을 통해 보는 중국의 세계관 [53] aurelius13286 21/03/22 13286 13
91018 [일반] [칼럼] 대만에서의 위기가 미국패권을 종식시킬 것인가? [34] aurelius13277 21/03/22 13277 12
91009 [일반] [외교] 미일, 대만 긴급사태 시 협력 검토 중 [39] aurelius11297 21/03/21 11297 9
90985 [일반] 주 프랑스 중국대사관의 국격 클라스 [74] aurelius16794 21/03/19 16794 17
90976 [일반] [기사] 북한,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 단절 선언 [15] aurelius9955 21/03/19 9955 4
90932 [일반] [번역] 미일공동성명이 이례적으로 강한 워딩을 사용한 이유는? [213] aurelius16395 21/03/17 16395 16
90929 [일반] [외교] 영국, 새 국가전략백서(Integrated Review) 발간 [18] aurelius10294 21/03/17 10294 6
90926 [일반] [외교] 美 日 장관 2+2 공동성명 전문 [125] aurelius16146 21/03/16 16146 7
90917 [정치] 美, 호주에 대한 경제보복 철회 않으면 미중관계 개선 불가 [88] aurelius15332 21/03/16 15332 0
90910 [정치] 北김여정, 한미연합훈련 비난…“3년전 봄 다시 오기 어려울 것” [84] aurelius13626 21/03/16 13626 0
90893 [일반] [번역] 美 국무장관, 국방장관 공동명의 칼럼 [16] aurelius11146 21/03/15 11146 10
90855 [정치] [외교] 블링컨, 대만 민주주의정상회의 초청 검토 중 [30] aurelius9642 21/03/13 9642 0
90850 [정치] [외교] 쿼드(Quad) 정상회의 개최 결과 [45] aurelius12077 21/03/13 12077 0
90832 [일반] [단상] 클럽하우스 후기: 탈북청년들과의 대화 [22] aurelius10960 21/03/12 10960 22
90815 [일반] [외교] 프랑스 대통령, 일본에 3.11 대지진 추모 메시지 발송 [19] aurelius9408 21/03/11 9408 2
90813 [정치] [외교] 美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권고하는 대북정책은? [75] aurelius12772 21/03/11 12772 0
90797 [정치] [도서] 세습중산층사회, 세대갈등에 대한 훌륭한 보고서 [46] aurelius12492 21/03/10 12492 0
90789 [일반] [시사] 美인도태평양사령관, 서태평양에 공격 미사일 배치 촉구 [27] aurelius10375 21/03/10 10375 2
90781 [정치] [외교] “文정부, 반중협력체 ‘쿼드 플러스’ 참여 고심”…대통령 직속 기구 인사가 밝혀 [149] aurelius19026 21/03/09 19026 0
90776 [정치] [역사] NL 운동권의 역사와 현재 [66] aurelius15478 21/03/09 1547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