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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05 16:04:22
Name 실제상황입니다
Subject [일반] 참으로 시의적절하구나: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다시 보기 (수정됨)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제가 뭐 이제 와서 에반게리온을 해석해보겠다!라거나 떡밥을 풀어보겠다!라는 건 당연히 아니구요.

신극장판이 마침내 개봉한다길래... 그냥 말그대로 'EOE 다시 한번 봐봤다' 뭐 그런 얘기나 한번 해보려구요.

근데 다시 보기 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영화가 참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디다.

"그러니까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포스터 문구부터가 참 이 시대에 딱 맞지 않습니까?

"진심을 너에게"라는 부제는 또 어떤가요.

진심이라고 하니까 왠지 로맨틱한 느낌도 들고 그러지만

결국 "기분 나빠"라는 게 진심이란 거 아니겠습니까?


여기서부터는 가지를 좀 뻗어서, 전혀 관계 없지만 제가 또 아전인수격으로 관계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 이야기를 몇개 해보겠습니다.

하나는 2년전엔가 봤던 "미드소마"고 또 하나는 얼마 전에 봤던 "이제 그만 끝낼까 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에반게리온의 절망편쯤으로 생각하고 후자를 희망편쯤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타인은 '기분 나쁘다'는 소리지요.

일단 기분 나쁘긴 한데 그래서 뭐 어쩔 거냐고 하는, 그런 영화들이지 않나 싶습니다.

시의적절하게 바꿔 말해보자면 신지는 한남 같은 놈이고 아스카는 페미 같은 년입니다.

그리고 그건 "미드소마"에서 대니와 크리스티안으로, 또 "이제 그만 끝낼까 해"에서는 루시와 제이크로 변주됩니다.

해당 영화들의 구도가 '남과여'일 뿐이고

'흑인과 백인' 혹은 '거지와 부자' 등으로 바꿔봐도 좋겠지요.

뻔한 얘기지만 '너와나'로 대치되는 모든 관계를 함축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들의 본래 의도야 어찌됐든 간에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단 거지요.

뭐 여기서 제가 이 영화들을 정확하게 해석해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 썰이나 풀고 떡밥이나 굴려보자고 글쓰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드소마"의 엔딩은 최악입니다.

"미드소마"는 한마디로 오감도 같은 영화예요.

무섭다고 그러는 애들이 제일 무섭다는 그런 얘기죠.

공포의 대상보다, 공포라는 반응이 더 공포스럽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호러의 형식으로 기시감이 채택된 거죠. 타인은 숨어 있을 때보다 드러나 있을 때가 더 지옥이니까요.

또 그래서 공감이란 게 공포라는 겁니다.

'공감? 공감 같은 얼어죽을 소리 하고 자빠졌네. 여기 느그들이 좋아하는 공감 맛 좀 봐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게 제가 느낀 영화의 주제의식입니다.

'아~ 아~ 앙~ 아앙~ 하앙~ 헤으응~ 엉~ 엉엉~ 엉엉엉ㅠㅠ

이게 느그들이 좋아하는 공감이라는 거여~ 이 광신도 같은 관객 X끼들아~'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게 미드소마가 기괴하고 불쾌한 이유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다시 보고 나서 본 영화이고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EOE를 보고 나서인지 이 영화도 그냥 그런 쪽으로 이해가 되더라구요.

죽음을 앞두고 타인과 화해하는 이야기, 더 나아가 세상과 화해하는 뭐 그런 이야기...

우리는 이제 서로가 서로를 노답이라고 느끼게 됐습니다.
(근데 이제라니요? 그 이제가 언제부터일까요? '너'는 태초부터 혐오스러웠는데요?)

아니 뭐 '나'를 누구로 설정하고 '너'를 누구로 설정하든 간에 말이죠.

혼자 있어도 고독한데, 같이 있으면 더 고독합니다.

같이 있으면 질리고 짜증나고 피곤하거든요. 그래서 끝내버리고 싶죠.

근데요. 그래도 이건 애증일 수 있거든요.

남초 사이트 여초 사이트 가서 굳이 무슨무슨 반응 확인해보고 싶어하고

여당 사이트 말하는 꼬라지들, 야당 사이트 말하는 꼬라지들 궁금해서 굳이 찾아들어갑니다.

굳이 가서 반응 보고 증오들 해댑니다. 헤이터들이 반응 퍼오면 또 좋다고 달려들어요.


아스카의 마지막 대사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죠.

원래는 "너 같은 녀석에게 죽다니 정말 최악이야"가 마지막 대사였다는데

임팩트가 후달리는 것 같아서 고뇌하던 우리의 안노옹이 아스카 담당 성우에게 이렇게 물었댑니다.

"네 집에 들어온 남자가 널 강간할 수도 있는데 하지 않고 자위하면 어떨 것 같아?"

그러자 아스카 성우 왈 "기분 나쁠 것 같은데요"라고 해서 그 대사가 탄생한 거라고 합디다.

근데 웃긴 건요. 그 자위하는 미친놈도 자위 상대를 혐오했을 거거든요. 신지가 아스카를 싫어했듯이요.

바야흐로 츤데레의 탄생이죠.
(제가 봤을 때 츤데레란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싫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게 츤데레의 '근본' 아닐까?)

왜 레이는 비주류가 되었고 왜 아스카가 주류가 될 수밖에 없었나, 저는 여기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아전인수격 해석이니까 레이빠들은 너무 태클걸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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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5 16:19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메카닉+개똥철학은 최고예요. '이젠 그만 끝낼까 해'가 마침 넷플에 있는데 봐보도록 하겠습니다~
21/03/05 18:12
수정 아이콘
아 20년전은 즐거웠죠..
Your Star
21/03/05 18:39
수정 아이콘
아... 아스카가 지금 시대에 주류가... 그러니까 아 여기까지
- 이상 레이로 오타쿠웨이에 입문한 레이빠가
플리트비체
21/03/05 18:47
수정 아이콘
하.. 다시 보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에바가 일본식(?) 철학도 담겨있고 깊이가 있다고 봅니다
어렸을 때는 에바 타는 걸 두려워했던 신지를 개찐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직접 사회생활하다보니 도망치고 싶어하는 심정이 이해되더군요
인류보완계획도 공감이 되구요
Janzisuka
21/03/05 20:02
수정 아이콘
당시 일본 버블경제 이후 사회문제와 분위기도 녹아있더라구요
21/03/05 19:41
수정 아이콘
인류보완계획이 인류를 다 죽이고 새로 시작하는거라니.... 가이닉스 이놈들진짜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했었죠.... 근데 일본에 이런사상(?)이 유행인지 이스7 이스8도 다 이런얘기들이라...
Janzisuka
21/03/05 20:03
수정 아이콘
....앙그라마이뉴! 스펜더마이뉴! 아수라! 뫼비우스!
태정태세비욘세
21/03/05 19:52
수정 아이콘
레이는 역시 아무로레이...
라고 삼촌이 그러는데요?

무비판다? 님의 리뷰가 괜찮습니다.
F1rstchoice
21/03/05 23:25
수정 아이콘
참 예전 일본 만화들은, 혹은 그 작품들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만화들은 파괴적이고 쇼킹한 장면들이 있는 것 같아요.
EOE는 물론이고, 넷플 데빌맨도 그렇고 생각 할 때마다 가슴이 뭔가 먹먹해 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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