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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01 11:09:35
Name 다록알
File #1 내러티브.jpg (102.4 KB), Download : 0
Subject [일반] 내러티브 & 넘버스 독후감: 기업 평가와 투자 (수정됨)


다모다란은 뉴욕대 교수이며 기업평가의 대가로 잘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을 크게 두 부족으로 구분짓습니다.

먼저 스토리텔러는 말 그대로 이야기꾼입니다. 숫자나 복잡한 그래프보다는 직관과 감성에 더 의존하는 사람들이죠. 반면 넘버크런쳐는 데이터와 수치 안에 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TV를 켜면 보이는 유명 셀럽 및 출연자들은 대부분 스토리텔러입니다. 왜냐하면 스토리텔러가 하는 말은 대부분 재미있고, 몰입되고, 때론 감동을 주고,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텔링 능력이 결여된 노잼 넘버크런쳐들은 대중들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 책 초반부의 주제는 제대로 된 기업 평가를 위해선 두 부족의 능력을 다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세지 자체는 상당히 진부합니다. 제 밥벌이인 연구활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철학입니다. 과학자들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논문화하고, 발표하고, 이를 통해 펀드를 따오는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극한의 넘버크런칭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연구 뿐 아니라 장사도 마찬가지이며, 넘버크런칭을 내공이란 단어로 치환한다면 예술인들에게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 봅니다.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스토리텔러는 롱런할 수 없으며, 만약 롱런하게 된다면 사기꾼, 약팔이, 혹은 사이비 교주가 되겠죠. 여하튼 내용물과 포장지 둘다 중요하다는 뻔한 이야기가 책의 초반부에 필요 이상으로 강조된 느낌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다소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다모다란의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집필 당시 (2014년?) 아마존, 애플, 우버, 알리바바 등의 핫한 기업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한 그의 평가는 해당 기업들의 현재 시가총액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그가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로 평가했던 기업들의 가치보다 현재 시가총액이 대부분 훨씬 더 커져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가 택한 넘버크런칭 기반의 접근 방식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고, 다른 한편으론 그렇게 열심히 분석해봐야 미래 예측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단 생각을 했습니다.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 별 투자자의 스타일을 정리한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동안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라이프 사이클별 ceo 유형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애플의 스타트업, 유년기 성장, 고성장을 모두 겪은 스티브 잡스는 확실히 '비전 제시자'이자 '사업 구축자'이자 '기회파악자'였습니다. 애플의 성숙기 성장을 넘어 성숙기 안정을 견인하고 있는 팀쿡은 '방어자'이자 '현실주의자'일까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삼성의 이병철, 이건희 등을 다모다란이 만든 틀에 맞춰 분석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였습니다.

책을 보며 제 투자 스타일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모다란의 선택과 집중형 투자 스타일은 제 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저는 선택과 집중형 투자 방식을 잡스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1970년대에 20대 청년들 중 미래에 성공할 사람을 골라야 했다면, 스티브 잡스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었을까요? 물론 잡스의 주변에서 그를 열심히 관찰하며 포텐셜을 충분히 느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소위 초일류 명문대 학생도 아니었고, 그나마도 수업 땡땡이 치다 중퇴한 잡스의 이력서만으로는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예컨대 하버드대학 학점 4.0 엘리트만 뽑아서 단순 무식하게 분산 투자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합니다. 저는 이를 하버드4.0 전략이라 부르는데, 이 전략은 대박이 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크게 실패할 위험은 없습니다. 하버드4.0 전략만으로 불안하다면 MIT 학생들을 추가해도 되고, 인종, 나이, 집안 배경 등을 변수로 넣을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제가 믿었던 똘똘한 한 청년이 호기롭게 창업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아 파산할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어느날 갑자기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변변치 않은 집안 출신의 대학 중퇴자가 차고에서 기계장비를 다루는 모습이나(스티브 잡스), 남들 신상 훔쳐보는 웹페이지 만들다가 학교 중퇴한 모습(마크 주커버그)에서 숨겨진 내러티브와 포텐셜을 찾아내려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됩니다.

기대만큼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었으나, 분명 얻어갈 점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기업 분석을 하게 된다면 한번쯤 다시 한번쯤 집어서 읽어볼 것 같습니다. 다모다란의 미래 예측은 맞지 않았으나 이 사람의 집요하고 철저한 넘버크런칭 능력엔 어느정도 믿음이 생겼고, 그에따라 그의 다른 책(투자철학)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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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피치모찌피치
21/03/01 11:55
수정 아이콘
저도 다모다란 책을 보고 주식을 하지는 않습니다만(주식은 심장이 시키니까요), 가치평가 관련 서적들을 보고 실제로 가치평가해보면 뭔가 전문가가 된 것 같아 재밌더라고요.
다록알
21/03/01 13:57
수정 아이콘
투자 서적 읽는건 자기만의 투자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되더라고요.
부기영화
21/03/01 21:00
수정 아이콘
재미있어 보이네요. 스타트업 투자나 벤처캐피털에서 재미있어할 책인 것 같네요.
다록알
21/03/01 22:16
수정 아이콘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괜찮은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VC들의 마인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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