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2/12 02:55:38
Name Respublica
Subject [일반] 마시멜로 이야기에 대한 단상
어릴 때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마시멜로를 받은 아이들에게 15분을 기다렸을 때 하나 더 준다고 약속했을 때,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보다 기다려서 하나를 더 받은 아이들이 더 성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최저시급에 대하여 잘 아는 아이였다면 아마도 15분따위 기다리지 않고 실험을 마쳤을 테지요. 8000 * 15/60 = 2000원...이면 싸구려 마시멜로 한봉지를 달달하게 먹을 수 있죠... (피실험자들의 평균 연령이 4세정도인걸로 알고 있기에 아주 영특한 아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크크크)

아무튼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위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말해주는 '어둡고 깊은 진실'을 혼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달아 버린 것에 대한 글입니다.

지금을 희생하여 미래를 위하려는 태도, 짧게 말하여 인내심이 성공한 인생을 사는 데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논지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잠깐 생각하다기 저는 보상으로 마시멜로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마시멜로는 '주어진 보상'이고 또 하나의 마시멜로는 '예측된 보상'입니다. 실험자들은 하나의 마시멜로를 통해 아이들에게 후의 추가적인 보상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 보이려 한 것입니다.

만약 주어지는 보상이 다이아몬드 반지처럼 (4살 아이들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가치를 명확히 이해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지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낮은 허황된 보상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아이들은 과연 성공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와 개인에 대한 과신, 혹은 과도한 의심은 성공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역경을 견뎌내는 인내, 원대한 미래의 목표를 위해 막대한 현재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에 주어진 자원들을 과도하게 투자하는 허황된 인내가 아닌, 미약한 고통과 비례하는 작은 현실적인 보상을 위해 인내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다면 적어도 압도적인 성공과 압도적인 실패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평균 이상은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쓸데없이 비대한 목표에 허망한 기대와 노력보다, 작고 현실적인 목표들을 조금씩 이루어 볼까 합니다.
일일신우일신. 작은 한보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가고자 했던 그 자리에 서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gr21 회원분들 모두 새해에는 좋은 일들과 함께 천천히 또 즐겁게 나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Bonne année!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서쪽으로가자
21/02/12 08:49
수정 아이콘
그 연령의 아이들이 15분 일해서 2천원 벌 수 있는 일을 가지긴 어려울테니 (...)
어쩌면 일해서 돈을 벌어서 마시멜로를 사 먹을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을 수도 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spublica
21/02/12 21:10
수정 아이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피해망상
21/02/12 08:53
수정 아이콘
저는 마시멜로 하나 더 준다는 어른을 믿을 수 있는가? 하고 그냥 바로 [[하나 받을 때 인투마이포켓 하고 처먹는게 이득]] 일수도 있다 생각한 적이...
Respublica
21/02/12 21:12
수정 아이콘
허황된 기대보다는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멍멍이개
21/02/12 09:27
수정 아이콘
죽어서 마시멜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빨랑 받고 먹고 배부르는게 이득입니다
Respublica
21/02/12 21:13
수정 아이콘
크크 맞습니다. 마시멜로 하나 더먹나 덜먹나 인생에는 별로 중요치 않죠.
마스터충달
21/02/12 12:24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실험'이 이미 존재합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먹는 경향이 컸고, 부유한 환경의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참는 경향이 강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에게는 (마시멜로냐 다이아냐 상관없이) 예측된 보상이라는 것 자체가 허황된 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당장 이득을 취하는 게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고, 그런 경험을 이미 충분히 겪은 아이들인 셈이죠. (아직 아이인데... ㅜㅜ 슬프다...)
Respublica
21/02/12 21:14
수정 아이콘
사실 이런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기회에 조급하여 오히려 부자가 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입죠.
abc초콜릿
21/02/12 12:59
수정 아이콘
저것 때문에 나중에 추가 실험을 했었습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사탕을 준다 해놓고 실제로 사탕을 준 팀과 안 준 팀이 있었죠.

당연하겠지망 사탕을 못 받았던 팀에서 15분을 기다리지 않는 아이의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아이들도 한번 약속을 어긴 사람은 두번도 어긴다는 것, 그런 사람 믿었다간 눈앞의 마시멜로도 날아갈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이 실험의 결론은 아이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들에게 한 약속은 무조건 지켜라. 그래야 아이들도 미래의 보상을 믿고 현재 참는다는 것이었죠
티모대위
21/02/12 14:48
수정 아이콘
어른 입장에서는 이 결과가 정말로 중요하네요
-안군-
21/02/12 17:12
수정 아이콘
역시나 학습과 경험이 천성보다 더 중요했군요...
Respublica
21/02/12 21:26
수정 아이콘
중요한 이야기네요. 사실 신뢰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기대는 허황되기 마련이죠. 그런 것도 아이들이 인지한다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될 것 같네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1/02/12 18:08
수정 아이콘
윗분들 말씀대로 마시멜로 이야기는 ...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 다만 ... 부모가 신뢰성이 있는가, 혹은 부모가 아이가 바른 행동을 했을 때 적합한 보상을 줄 수 있는 형편이 되는가.. 라는게 아이의 천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고...

더 무서운것은, 마시멜로 이야기가 교묘하게 경제적부로 대물림되어지는 환경과, 노력/인내심/자기절제와 같은 인성의 인과관계를 교묘하게 뒤집음으로서, 가난의 탈출이 사회시스템보다 개인의 노력여하에 더 달려있다는 방향성을 설득하는 기제로 사용되어온 점이겠죠.....
Respublica
21/02/12 21:28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경제력보다는, 부모의 교육적인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금전적인 면이 부모의 교육태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1/02/12 22:11
수정 아이콘
아. 좋은 덧붙임 감사합니다. 저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0484 [일반] 삼성 갤럭시 s10 유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조심하세요. [90] 먹어도배고프다18421 21/02/18 18421 4
90483 [일반] '잘생겼다 혹은 예쁘다'의 가치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60] 나주꿀12697 21/02/18 12697 2
90482 [정치] [진중권의 퍼스펙티브] "우린 불법사찰 DNA 없다? 靑의 해괴한 나르시시즘" [70] TAEYEON11566 21/02/18 11566 0
90481 [정치] 실거래가 신고 시점을 등기 이후로 하는 법안 발의. [43] 맥스훼인10306 21/02/18 10306 0
90480 [일반] 코나 EV배터리 리콜 결정 [28] 허느9809 21/02/18 9809 0
90479 [일반]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EU의 최대 교역국으로 등극했다고 합니다 [33] elaborate12340 21/02/18 12340 0
90478 [일반] 생각이 많으니 잠이 안온다 / 미니멀라이프 [8] 비후간휴8007 21/02/18 8007 2
90477 [정치] 한국산 특수주사기 미국 FDA 정식승인, 미국&일본에서 대량주문 [44] 아롱이다롱이14441 21/02/18 14441 0
90476 [일반] 펌)여자 때문에 쿠팡 알바 그만둔 썰...txt [157] 마늘빵32960 21/02/17 32960 44
90475 [정치] 학력고사 세대가 본 조국딸과 나경원딸 [89] 소주꼬뿌15219 21/02/17 15219 0
90474 [일반] 도대체 중국은 누가, 어떻게 통치하는가? - 중국의 엘리트 정치 [12] 모모스201317751 21/02/17 17751 3
90473 [일반] 홍콩매체 "코로나 진원지 中후베이 노인 15만여명 사라져" [33] 아롱이다롱이12194 21/02/17 12194 3
90472 [일반] 40대, 혹 그 이상인 분들은 어디서 재미/의미를 찾으시나요? [76] 흥선대원군15270 21/02/17 15270 11
90471 [정치] 오세훈 "2032년 서울 올림픽 유치" [114] 발적화14711 21/02/17 14711 0
90470 [일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30주년 기념 브금 모음 [28] 라쇼12496 21/02/17 12496 8
90469 [정치] [교육]서울시 학생인권종합계획 2기 [18] 라이언 덕후10268 21/02/17 10268 0
90468 [일반] LG케어 서비스를 받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22] 대장햄토리8971 21/02/17 8971 0
90467 [정치] 현 초6부터 고교학점제 전면도입..3년간 192학점 채워야 졸업(종합) [150] 죽력고14850 21/02/17 14850 0
90466 [일반] 현재 전세계 백신 접종자수와 접종률 [24] 판을흔들어라13802 21/02/17 13802 1
90465 [일반] 미국인 4명 중 1명은 천동설을 믿는다고 [35] 아난10975 21/02/17 10975 3
90464 [정치] [교통]서울시 교통은 지옥으로 가고 있는가? [8] 라이언 덕후11112 21/02/17 11112 0
90462 [일반] 10년간 서울의 인구는 감소, 세대수는 증가. [10] Leeka9475 21/02/17 9475 1
90461 [일반] 비타민 D3의 COVID-19 치료 효과 (논문 개요 번역) [22] 아난8968 21/02/17 8968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