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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27 01:38:56
Name 어...
Subject [일반] 감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좀 전에 우연히 메가tv에서 하는 감기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봤는데요
보고나니 기분이 참 착잡하더군요
감기를 치료하는 약은 개발된 적이 없다는 얘기는 전에도 들었던 터라 알고는 있었는데
감기증상에 대한 약처방에 대한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다큐의 진행은 이렇습니다

일반적인 초기 감기증상(기침, 열, 맑은 가래)등의 환자가 병원을 찾습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의 몇 개국 병원에 동일한 증상의 환자가 진료를 받았는데
한국의 의사는 평균 5알정도의 감기약을 하루 세번먹는 3일치의 약을 처방해줬습니다
헌데 한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이 초기 감기증상에 약처방을 하지 않더군요(다큐의 내용이 그랬습니다)
그냥 푹 쉬고 잘먹으면 저절로 난다라는 진료소견이 전부였습니다

또 한국의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감기에 걸리면 어떻하냐는 설문결과
대부분이 부모님과 병원에 가서 약을 먹는다였는데
다큐에서 예로 나온 유럽의 어느 국가(네덜란드로 기억;;) 초등학교생들에게 물으니
그냥 푹 쉰다의 대답이 대부분이더군요

다큐에 나온 외국의 의사들에게 약 처방이 없는 이유를 물으니 모두 같은 대답입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는 치료약이 없고 인간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기에
굳이 심한 상태가 아니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을 처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외국의 의사들에게 한국에서 같은 증상의 감기로 처방받는 약을 보여줬습니다
어이없어 하는 의사도 있고 믿기 힘들다는 의사도 있고...뭐 반응이 대부분 비슷하더군요
(한국에서 처방받은 약의 종류를 보고 신기해 하는 그 표정들이란 참...)
특히 한국에선 많은 감기증상에 처방되는 항생제에 대해선 더 우려하는 목소리들이었습니다
감기에 소용도 없고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위험한 약을 함부로 처방한다는 것과
항생제의 남용으로 무너질 면역체계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어떤이는 한국의 감기약 시장이 왜 그리 큰지 알 것 같다는 멘트도 하고
또 어떤이는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리베이트에 대한 질문도 하고
여튼 보는 내내 기분이 참 착잡하네요

다른 문제라면 혼자 생각도 정리해 보고 혹은 이런 저런 자료도 찾아보고 하겠지만 의료부분은 그게 참 어려운거 같습니다
제가 본 다큐의 내용이 혹시 과장된 것은 아닐지...내용 전부가 진실인건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게 말입니다

감기에도 약을 권하는 의사(혹은 사회) 와
감기에는 약을 권하지 않은 의사(혹은 사회)...
어떤게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 제가 판단할 능력은 안 되겠지만
최소한 감기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어설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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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7 01:42
수정 아이콘
저는 의사와 병원이 싫습니다. 그래서 병원 가기도 싫구요. 예비군 연기 때문에 아무 진단서나 하나 받으러 간거 빼고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에 간게 10년이 넘었네요. 감기 걸리면 쌍화탕 하나 먹고 푹 자는게 최고죠.
arq.Gstar
08/10/27 01:44
수정 아이콘
의학이 제 전공이 아니지만.. 감기약이라는거...없다고 알고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듯 합니다.)

그냥 잘먹고 푹 쉬는게 제일 좋은듯 싶습니다.
08/10/27 01:55
수정 아이콘
푹 쉬면 낫고 안 먹는게 좋은거라는 거 알지만...
당장 쏟아지는 기침과 흘러내리는 콧물 그리고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온몸
학교를 다니던가 직장을 다니던가 무슨 이유로든 푹 쉴 수 없는 사람에게는
당장의 증상을 치료하는게 우선이라서 먹지요.
08/10/27 01:56
수정 아이콘
아.. 물론 저도 감기약 먹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Shearer1
08/10/27 02:10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이야기들을 예전에 알고나서 감기걸리도 약 안먹습니다. 어차피 며칠지나고 쉬면 낫는데요 뭐...-_-
오름 엠바르
08/10/27 02:14
수정 아이콘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감기치료제가 아니라 증상완화제인걸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게 항생제때문에라도 자주 먹어 도움될 게 요~~맨큼도 없다는 사실 역시 잘 아실거구요.
다만 한국적인 풍토에서 '감기에 걸려서 이틀간 학교(혹은 회사)를 빠지고 집에서 푹 쉬겠다'라는
사고방식이 전혀~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먹히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거죠.

집에서 하루만이라도 푹 쉴 수 있다면 누가 그 독한 감기약 주워 먹고 싶겠습니까.
08/10/27 02:16
수정 아이콘
감기 virus에 대한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치료는 가능하죠

의학적으로 콧물, 기침, 열 등등... 이런 증상에 대한 완화는 가능합니다
항생제는 일부 bacteria에 의한 감염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을 때 쓰는게 맞겠죠
bacteria 감염으로는 심한 합병증이 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냥 보이는 증상으로 이게 virus인지 bacteria 동반인지 잘 모릅니다

제도적으로 살펴보죠
이게 감기에 약을 권하는 사회와 약을 권하지 않는 사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제가 영상을 직접본게 아니지만 비교한 국가가 어느나라이냐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만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이고 일하는 만큼 돈버는 제도입니다
감기환자왔는데 그냥 쉬세요~ 이러면 환자를 봐도 본게 아닌겁니다
항생제처방했다고 돈을 더버는건 물론아니지만;;
아무 처방없이 쉬세요라는 건 이게 의학적 근거에 의한 충고이든 머든 상관없이
의사는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반면 유럽쪽은 인두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의사가 그지역 인구가 1000명이라고 하면
그사람들을 1년간 보는대가로 1년에 1000만원을 받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환자를 덜 볼수록 의사입장에서는 편합니다
가벼운 감기같은 경우 당연히 쉬라는 말로 돌려보내는게 의사입장에서도 좋은거죠
어차피 같은 돈을 받는데 굳이 이처방 저처방 하는게 아무 이익이 안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현실적으로 돌아와서
감기에 걸린 한국사람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 푹쉬면 낳는다는 말을 들으러 오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증상이라도 낳게 할려고 오는거 아닌가요?
푹쉬면 감기 낳는거 사람들 다 알고있습니다
근데 그렇게 편하게 쉴수 없으니까, 아니면 그냥 쉬면서 기다리기엔
증상이 심하니까 병원에 오는겁니다

물론 항생제를 필요없는데 쓰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감기에 대해
약을 처방하는 우리나라 의사는 모두 나쁘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좋아보이지 않네요

우리나라 의대도 유럽이나 미국의 의대도 아프리카에 의대도
같은 text book들을 가지고 공부해서 의사가 됩니다
나라마다 이런 의사들의 진료행태가 달라지는 건
단순히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 사회 system의 차이로 접근하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08/10/27 02:25
수정 아이콘
1. 병원가서 감기라고 약 한톨 안주고 3000원 받는다고 해봐요. 다들 화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의 문화적 차이를 생각해보세요. 그동네는 대충 말 몇마디하고 돈받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나라라구요.

2. 그동네는 의료비가 워낙 비싸잖아요. 우리나라처럼 감기같은 것으로 의료비가 세어나가기 시작한다면 정말 작살날 겁니다.

3. 항생제 남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저놈들도 예전에 다 겪었던 문제였습니다. 저놈들도 그거 뜯어고치겠다고 고생 좀 했다죠. 시작은 저놈들이, 완성은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이제와서 지들은 전혀 아닌척..

4. 저도 의대 들어가기 전까지는 감기에 약따위 안먹었습니다만. 막상 약에 마음대로 손댈 수 있게되니 조금만 아파도 약에 손이 가집니다. 이건 뭐, 아무리 감기라지만 먹으면 증상이 확 좋아지는데 뭐하러 꾹참고 있나요? -_-; 아예 그래서 집에 감기약 좋은놈으로 한통 들여놓고 삽니다.

ps. 아..저는 상비약으로 술마신다음날 먹을 약도 준비해놓습니다..... 약 효과를 한 번 보게 되면 계속 손이 가진다는..
The Drizzle
08/10/27 02:35
수정 아이콘
감기약 안내서에 보면 '감기의 제증상 완화' 라고 쓰여있습니다. 단순증상 완화효과일 뿐입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한국사람들이 감기약을 먹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감기를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기걸린 상태로 일상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 약을 먹는 것입니다.
감기에 걸려도 학교를 가야되고, 일을 해야 되고, 돈을 벌어야 합니다. 기침, 콧물, 가래, 두통 등이 있는데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약을 먹을 수 밖에요...
Hellruin
08/10/27 02:49
수정 아이콘
몸살감기를 일주일동안 심하게 앓은적이 있는데 약한번 안먹고 버텼습니다 ^^;
저절로 나은 이후로 지금까지 5년정도 감기는 잊어버리고 살고 있어요.
adolescent
08/10/27 03:01
수정 아이콘
한국은 공기도 안좋고
인구밀도가 높아
이런저런 잔병이 많은거 같네요.
evergreen
08/10/27 03:44
수정 아이콘
어쩔수 없이 먹는거죠. 요즘도 모르고 먹는 사람이 있나요?

콧물 질질 흘리면서 회사나 학교에서 어떻게 있나요. 그렇다고 감기 좀 걸렸다고 집에가서 푹쉰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사실 다큐가 지적하는게 틀린건 아니지만 억지성이 큰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뭐든지 먹지말라, 뭐든지 하지말라 어떻게 삽니까.
낭만토스
08/10/27 07:12
수정 아이콘
감기에 대한 근본적 치료는 불가능하죠. 그러나 증상치료는 가능합니다. 열을 내린다든지, 콧물을 멈추게 해준다든지 말이죠.

그런데 사실 바쁜 현대인의 생활패턴으로는 저런다고 푹 쉬자니 답이 없죠 -_-;;

물론 저런 증상을 이유로 계속 약을 먹으면 오히려 몸의 자생능력이 떨어지고 면역력도 오히려 감소하고 약에 의지하는 몸이 되버리기 때문에

나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어떤 현직의사의 말이었습니다. 그 말인 즉슨

'자기도 감기에 약이 따로 없는 것 알고 있다. 그런데 감기로 병원을 찾은 손님에게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자가 뭐 이딴 병원이 다 있어 라면서 항의 하기 때문에 그냥 어쩔 수 없이 처방한다'

라고 말 하는 것을 봤습니다 -_-;;


참 아이러니 합니다.
08/10/27 08:2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감기환자 안 받으면 문닫을 병원 엄청 많을 겁니다.
08/10/27 08:32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 계속 약을 먹는다고 몸의 자생능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 근거 없는 소리구요. 약에 의지하는 몸이 되버리는 것이 아니라 약에 의지하는 정신이 되어버린다고 하면 어느 정도 맞는다고 할 수 있겠죠. 정신적 의존성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님이 하신 말씀은 제 말 고스란히 딴 거 같지만 약간 해석을 바꾸셨네요? 어떻게 보기에는 분란의 소지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도 않았고 감기 치료제는 없어도 증상 완화제는 있다구요.
(A+이랑 A0랑 A-랑 같나요?)
낭만토스
08/10/27 08:50
수정 아이콘
렐랴님// 죄송하지만 댓글은 읽지 않았습니다. 이제 읽습니다. (읽고 수정) 저도 증상완화제는 있다고 했습니다만? -_-; 제가 의사가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는 제시못하지만 그런 정신적인 효과가 굉장하게 영향이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천한 지식이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다죠?
그리고 특정대상에게 답글을 달 때에 그 대상아이디 옆에 C 모양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님// 하고 뜹니다.
nicewing
08/10/27 09:17
수정 아이콘
증상완화제라는 것이 결국 기침 억제하고 가래 억제하는 것인데 (항히스타민제)

이 것이 겉으로 보이는 불편함은 억제할 수 있지만 몸의 정상적인 균배출을 방해해서 오히려 더 큰 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생제를 습관적으로 쓰는 것이죠.

항히스타민제에 대한 의존보다도, 항생제 남용이 더 무섭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의사의 양심에서 찾으면 절대 해결이 안되죠.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유럽의 인두제와 달리 행위별 수가제인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적인 문제도 있고

(60년 전 항생제가 막 쓰이기 시작할 때 항생제 펑펑 남용해서 내성균 잔뜩 만든 것이 유럽 의사인 것을 생각하면 그들도

제도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지 절대적인 양심의 지성이 아닙니다. -_-;;)

감기 때문에 며칠 푹 쉬는 게 불가능한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도 있죠.

(유럽처럼 감기 때문에 며칠 쉰다고 하면 돌아왔을 때 책상이 사라져 있는 우리나라.)
08/10/27 09:52
수정 아이콘
글쎼요.. 결국 쉴만큼 쉬어야 낫는것이고.. 당장 편하려고 약 드시지만, 약먹고 억지로 버티면서 일하느라 더 안낫고 오래 고생하시는 경우가 많으시죠..
virus인지 bacteria 동반인지 알수 없는 경우도 있겟지만.. 사실 초기 감기 증상으로 오시는 분들에 항생제 쓸 이유는 없겠고요
쉴수 없는 사회 분위기라던가.. 약을 처방할수 밖에 없는 의사분들 사정도 있지만..
이제는 고쳐 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겟죠.. 어쩔수 없다 계속 필요없는 약이지만 먹겟다.. 이런건 아니라고 봅니다.
김연우
08/10/27 10:36
수정 아이콘
오름 엠바르님의 의견에 아무래도 귀를 귀울이게 되는군요. 감기 걸렸다고 하루 쉰다고 했다간 어떤 눈초리 받을지 뻔하죠.
08/10/27 10:37
수정 아이콘
글쓴이 입니다
사회적인 풍토...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땅에서 살고 있는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음에도 환자가 원하고 사회가 원한다 하여
내방한 환자를 설득할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인이야 직장생활등의 이유로 약처방을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어린 소아과 환자의 경우 부모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거 아닐까요?
제도탓, 사회풍토탓...등등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다고 의료행위의 주역인 의사분들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얘기할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면에서도 가장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는 부분도 결국 의사분들이지 않을까 하네요(의사분들이 주역이니까요)
08/10/27 10:59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님//
언급하신대로 감기약의 효과 중에서 젤 큰게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도 큽니다. 사실 감기약 뿐 아니라 특정 질병을 해결할만한 약이란게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약의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치료받고 있고, 따라서 낫을 수 있다는 심리적 효과가 곁들여 지기때문입니다.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허접한 논문일수록 더욱)들의 상당수는.. 딱 봐도 플라시보 효과 수준에 표준편차 수준의 플러스 알파를 적절한 통계처리를 통한 뻥튀기라는..
08/10/27 11:12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님// 우와 진짜네? 처음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후후~ 근데 저랑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가 보군요. -_- 낭만토스님이 하신 말씀 저 이야기 한 것인줄 알았다는..?
Timeless
08/10/27 11:49
수정 아이콘
어...님//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하셨는데(아마도 증상치료 하지 않고, 휴식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릅니다. 콧물, 기침, 가래, 목아픔 등 어느것 하나 불편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약을 쓰든 쓰지 않든 일주일이면 나으니까 이런 불편은 그냥 감수해야 할까요? 저 역시 제가 감기 걸렸을 때 증상에 맞게 약 먹습니다.

그리고 저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보건지소에서 근무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제 자신의 '이윤' 상관없이, 또 환자분들 '약제비' 상관없이 원하는대로 시간도 충분하게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을 찾는 감기 환자는 대부분 '기대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감기 환자들이 선호하는 순서가 주사 > 약 > 조언(medical advice) 입니다. '주사'를 기대하고 왔는데 '약'을 받았을 경우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는데, 만약에 '조언'만 해주었을 경우는 반발이 거셉니다. 저는 보건지소에서 '주사 약제'까지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 '약 + 조언' 만 해드리는데 환자들의 만족도가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감기 환자가 저에게 안와도 아무런 상관없기 때문에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만 일반 병의원들은 어떨까요? 환자를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바로 도태됩니다. 그러다보니 융단폭격(과잉 처방; 먹고 증상이 좋아질 수 밖에 없는)을 하는 병의원도 분명히 생겨나게 되었고, 이것은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또한 한국의료계의 큰 문제점인 저수가 때문에 '박리다매' 할 수 밖에 없어 적절한 조언도 힘든 환경입니다.

이런 제반 상황에서 감기 처방을 줄이려면 의사 개개인의 양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영국 같이 사회주의 체제로 바꾸거나 어떤 장치(예를 들어 감기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게 하여 환자측에서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가 필요하겠지요.

어쨌든 언급하신 방송은 한국의 사회적 풍토, 감기에 대한 인식, 의료 환경 등은 고려하지 않고 다른 나라랑 단순 비교를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08/10/27 11:58
수정 아이콘
지난번에도 비슷한 글이 한번 올라왔고, 댓글들도 비스무리하게 흘러갔던 기억이 있군요.

사실, 제일 이해가 안가는건, 이걸 가지고 의사 탓한다는게 제일 이해가 안갑니다. 전국민이 감기 걸리면 병원 찾고, 제도적으로도 감기환자 안보면 망하는 병원이 많도록 만들어 두고(왜냐면, 한국 의료보험 수가제도가 좀 X같거든요. 그리고는 언론 플레이로 '한국 의사들 욕심이 많아서 수가 올려달라고 주장한다'고 말하던데요.), 국민들이 감기 걸려도 쉴 수 없도록 만들어 두고, 더군다나 의사가 환자에게 '집에가서 그냥 쉬시면 됩니다'라고 하면 욕하면서 감기약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감기약은 안먹어야 하는데, 처방해주는 의사가 문제다>....응?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의사 개인이 무슨짓을 해봐야,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만들어둔 시스템+범국민적 인식이 문제인 건 답이 안나옵니다. 아니, 의사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의협이 시도해도 답이 안나오는데요, 뭘. (아, 물론 이건 의사의 주장입니다. 꼭 이게 100% 맞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의료 체제의 모든문제는 일단 보험 제도바꾸기 전에는 답이 없다'가 맞습니다.)

ps. 플라시보 효과도 물론 있습니다만, 약 효과는 따로 있습니다. 약 개발할 때도 당연히 플라시보랑도 비교를 해보거든요. 흔히들 아시는 이부프로펜만 하더라도 통증 개선에서 플라시보와 비교해서 세배 정도의 효과가 나온걸로 알고 있구요.
08/10/27 12:16
수정 아이콘
S_Kun님//
약 효과가 물론 있으니 판매까지 되는 것이겠지요. 플라시보 효과도 Control 실험을 하는 것 압니다. (제 전공이 bioorganic chemistry입니다.) 그러나 플라시보 효과의 영향력이 약의 효과에서 끼치는 영향이 대단히 큰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판매까지 되는 약은 후보 물질 중에 100만개 중에 하나 정도에 불과하기에 훨씬 낫겠지만, 논문에 보고 되는(특히 환자들을 대상으로한 임상) 결과의 경우 통계를 이용한 일종의 착시(?)를 이용해 과대 포장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Anarchie
08/10/27 13:36
수정 아이콘
여러분... 한의원 가셔도 몇천원짜리 감기약 있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학생때는 감기 하나에 목숨을 걸고 공부하는데 왜 임상에서는 써먹을 수 있는 환자가 오지 않더냔말이다...
이럴수가...
nicewing
08/10/27 14:21
수정 아이콘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이 약에서 크긴 한데,

그 플라세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약을 쓰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효과가 있으니까요.
wish burn
08/10/27 15:02
수정 아이콘
용하다는 병원,약국(의약분업이전까지 거슬러가서)을 보면 상당수는 약을 과용하는 축에 속합니다.
약을 많이 쓰더라도 효과를 단시간에 보는 걸 선호하시는 분들이 그렇지 않으신 분보다 꽤나 많습니다.

의사,약사들이 올바른 약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세상에 널려있는게 병원,약국인데... 정도를 걷을려면 밥술놓기 십상입니다...-__-;;
08/10/27 15:1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어른분들 약 정말 너무너무너무 많이 좋아하십니다.
어떤 할머니는 무료 진료소에 다니시는데,
거기 선생님께서 "할머니, 많이 좋아지셨네요. 이제 약 줄이셔도 되겠어요."
이랬더니 할머니께서 엄청 화내셨다고 하셨다네요..
약 안 먹어도 되니까 이래저래 하시고 푹 쉬고 그냥 가십시오, 이랬다가는 그 병원 순식간에 망합니다.
sometimes
08/10/27 16:08
수정 아이콘
전에도 올라왔던 류의 글이고 댓글도 비슷하네요.
다 알죠. 다 아는데 어쩔 수 없죠. 감기 때문에 푹 쉴 수도 없고 일은 해야하니까요.
그리고 전에도 달았던 댓글이지만 감기약은 분명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감기 걸리면 재채기와 눈물 콧물을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요.
재채기를 하루 종일 해대면 얼마나 지치고 힘든데요. 거기다 눈물 콧물 줄줄 흐르면 정말 뻗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가 허해진다고 할까요?
약을 먹고 증상을 완화하면 몸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약을 먹습니다. 물론 간은 못 쉬겠지만..
그래서 보통 해열제로 버티다가 항히스타민제 조금 먹어줍니다.
08/10/27 17:12
수정 아이콘
Timeless님//
환자가 선호한다는 사회 통념에 대한 부분...
또 우리와는 다른 의료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

다른 분들도 모두 이 두가지를 말씀하시는데...사실 이 두가지는 같이 방송을 보던 아내에게 제가 했던 말입니다
"제네와 우리는 의료체계가 다르다"
"당장 일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푹 쉬냐"
이렇게 얘기했더랬죠

이걸 모르고 글 올렸던건 아닙니다

약 처방 받고 덜 고생하겠다는 사회통념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이게 옳바른 방향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일반 감기증상에 항생제를 처방하는게 옳은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방송에선 상당히 부정적으로 나왔더랬습니다..약효가 없다는 식으로)
그리고 제가 제일 민감하게 받아들였던건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이야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소아과 진료시에는 뭔가 좀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특히 항생제)
소아의 일반감기 증상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까지 방송에서 나왔습니다
제 아들도 여러번 경험했지만 일반 감기증상이었는데 의사분의 말이
"요즘 중이염이 유행하니 항생제를 처방해주겠습니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헌데 제가 봤던 그 방송에선 이 경우(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정말 좋지 않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고 까지 말이죠

착잡했던 마음은 제 보잘 것 없는 몸뚱아리 때문이 아니고 제 아들이 그간 받았던 진료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서 였습니다

어쨌든 의견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가 쌀쌀하네요.... 감기조심 하세요 ^^;;
nicewing
08/10/27 18:13
수정 아이콘
어...님//
사실 항생제 자체가 소아에게 큰 악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소아에게 부작용이 있는 항생제는 당연히 소아과 의사들이 피해 쓰지요.

항생제 남용은 개개인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사용 빈도 증가로 인해 내성균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 꼭 필요할 때 항생제를 쓸 수 없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Timeless
08/10/27 22:43
수정 아이콘
어...님// 우리나라 항생제 오남용은 원래 수의학에서 나온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얼마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내성균들이 일본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내성균의 염기배열 일치 등을 증거로)

우리나라 의학계 항생제 오남용은 일반인이 알고 있는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이건 주관적인 것이라 다른 생각을 지닌 분들도 있을겁니다), 호흡기 계통 항생제인 베타-락탐계는 세균에만 있는 구조에 작용하기 때문에 항생제 중 인체에 가장 안전하며 특히나 소아는 용량을 철저히 쓰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 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중이염에 대한 예방적 항생제가 비용 대 효율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감기로 병원 내원 당시에 증상 발현 전의 중이염이 잠재되어있던 경우에는 도움을 줄껍니다.

이것이 싫으시면 의사가 항생제 준다고 했을 때 빼고 달라고하면 됩니다. 이런 항생제 사용에 대한 아이 부모님들의 니즈(needs)는 분명히 있고, 의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약을 하나 더 쓰면서 얻는 이익, 환자의 잠재적 감염의 치료로 인한 환자 만족도적 측면, 합병증 사전 방지로 잠재적 의료사고 대비 등)이므로 쓰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결론적으로 어...님께서 아이들 감기에 항생제를 거부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러셔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중이염이나 세균성 감염에 쓰는 항생제는 거부하면 안되겠죠. 앞에 말했듯이 우리나라 의료환경(저수가, 3분진료, 환자들 인식, 의료사고시 보험 부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압박 등)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런 부분은 소비자(환자)가 직접 챙기실 수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08/10/27 22:50
수정 아이콘
nicewing님// Timeless님//
자세한 답변 정말 고맙습니다
솔직히 전문가 입장에서 문외한인 사람 설득시키는게 적잔이 짜증 나는 것도 있고 답답한 부분도 있다는거 압니다
그럼에도 친절히 답변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가지 배우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Gun_PPang'-')
08/10/31 10:47
수정 아이콘
제가 모르고있던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감기약은 먹지 않아야겠군요 자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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