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30 09:27:16
Name 현아추
Subject [일반] 삼국지 판에서 까이지만 학계에선 주목받는 인물 (수정됨)
[문장은 나라를 경영하는 대업이고 영구히 변치 않을 성대한 일이다. 사람의 수명은 때가 되면 다하고, 영예와 즐거움은 자기 몸에 그친다. 두가지가 반드시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도록 하는 데에는 문장의 무궁함보다 나은 것이 없다. 이런 까닭에 옛날의 작자들은 자신의 몸을 붓과 먹에 맡겼고, 자신의 뜻을 전적에 드러내었다. 좋은 역사가의 말을 빌리지 않고 힘 있는 자의 권세에 의탁하지 않았고도, 그들의 명성은 저절로 후대에까지 전해졌다.]
- 전론-


위나라 첫 황제 조비는 탁월함에 대한 심미적 이상을 신봉헇고, 이는 이후 수 세기 동안 유력가문이 주장하는 세습적 권리를 뒷받침했다. 조비는 사인士人의 품성에 관해 [사조士操]라는 책을 썻지만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비의 다른 글을 통해, 그가 인성은 문장에 드러난다고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조비가 시 짓는 능력을 관료 채용에 있어 기준으로 삼은 것도 당연해보인다.

(중략)

조비와 조식은 시단의 중심 인물이었고, 조비는 중국 문학 비평이론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그가 시를 판단하는 기준은 인성을 판단하고 청담을 평가하는데 적용하는 기준과 동일한 것이었다.

(중략)

조조의 지위를 계승한 큰 아들 조비와 작은 아들 조식 역시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 조비는 중국 최초의 주요 문학이론가였고,.

(중략)

서정 시가를 짓는 것이 문인의 지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던 바로 그때, 문인들은 문학적 글쓰기가 그 자체로 고상한 일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시도의 첫번째는 조비의 책 전론典論에서 문학을 논한 장인 논문論文중 현재 남아있는 일부분에서 확인된다. 여기서 조비는 문학이 도덕을 보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행위 중 최고의 형태이며 한 사람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문장은 나라를 경영하는 대업이고 영구히 변치 않을 성대한 일이다. 사람의 수명은 때가 되면 다하고, 영예와 즐거움은 자기 몸에 그친다. 두가지가 반드시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도록 하는 데에는 문장의 무궁함보다 나은 것이 없다. 이런 까닭에 옛날의 작자들은 자신의 몸을 붓과 먹에 맡겼고, 자신의 뜻을 전적에 드러내었다. 좋은 역사가의 말을 빌리지 않고 힘 있는 자의 권세에 의탁하지 않았고도, 그들의 명성은 저절로 후대에까지 전해졌다.
-조비, 전론-

이는 문학 사상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장이었다. 사후에도 변치 않을 명예를 이루는 일에 대한 이전의 논의에서는 덕을 세움(입덕), 공을 세움(입공), 말을 세움(입언)의 위계가 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말'은 성현의 정치적 발언 혹은 도덕적 가르침을 가르켰다. 사마천 같은 이전의 작자들이후세에 이름을 전하는데 있어 문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지만, 이는 성공적인 정치 경력이라는 이상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 대한 불충분한 대안이라 간주되었다. 시의 사교적 기능에 대한 조비 자신의 편지를 통해 알수 있듯이, 친구들이 모두 전쟁이나 전염병으로 죽었던 탓에 조비에게 있어 문학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관념은 특별한 절실함을 지녔다. 그의 문장은 삶의 덧없음과 친구들과의 이별에 관한 상념으로 마루리 되고 있다.

[논문]은 이처럼 문학의 중요성을 새롭게 주장하였을 뿐아니라, 어떻게 작자의 인성이 문학을 통해 드러나는지를 처음으로 분명하게 논한 글이기도 했다.

["글은 기氣를 중심으로 삼는다. 기의 맑음이나 탁함은 형체를 지니므로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음악에 비유하자면, 곡조가 동일하고 박자가 같더라도 끌어내는 기가 같지않으니, 재주가 있거나 서투른 것은 원래 타고난다. 아버지나 형에게 있다라고 해도 아들이나 동생에게 옮아갈 수 는 없는 것이다." -조비, 전론-]

기가 중심이라는 이 주장의 바로 앞에는 당시 유명한 문인들의 장점과 단점이 열거되어 있는데, 이들 문인의 성향은 빈번하게 기의 차원에서 설명되고 있다. 각 작가는 특유의 선천적인 기를 타고났고 그러한 기로 인해 각 작가는 시의 특정한 면을 발현시키고 다른 면에는 소홀하게 된다. 여기서 조비는 개인의 문학적 스타일을 타관 인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며, 그 결과 글쓰기는 한 개인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첩경일 뿐만 아니라 또한 그 본성의 궁극적 표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출처:

하버드 중국사 남북조 분열기의 중국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



하버드 중국사 남북조 편에서 에서 조비가 언급되는 부분만 모아봤습니다. 한국 삼국지판에선 그저 싸이코패스로만 알려져있는데  학계에선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나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20/12/30 09:33
수정 아이콘
"재주가 있거나 서투른 것은 원래 타고난다. 아버지나 형에게 있다라고 해도 아들이나 동생에게 옮아갈 수 는 없는 것이다."

조식 부들부들...
계층방정
20/12/30 10:30
수정 아이콘
저도 삼덕이지만, 학자나 예술가들은 보통 삼덕들이 다루기에는 쉽지가 않죠. 게임 봐도 시인이나 학자들 능력치는 대부분 개판이죠.
배고픈유학생
20/12/30 11:30
수정 아이콘
삼국지 시대에 제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죠. 아무래도 소설 위주로 인물, 전쟁위주로 접하다 보니, 중국 역사에 크게 영향을 끼친 변화가 있었다는 걸 종종 까먹게 되요.

1. 조씨 부자로 대표되는 건안문학. 당시의 문학 기조의 근본을 바꾼 중요한 부분이죠.
조식의 칠보시는 중국 소학교 교과서에 있을 정도. 우리나라 국어에 해당되는 '어문'에 실리죠.
2. 구품관인법, 이건 역사서술 파트와 별개로 '중국의 인재관리법' 파트에 맨 처음 나옵니다.
3. 둔전제 : 다들 아시다시피 조조가 제일 먼저 시작..
StayAway
20/12/30 11:37
수정 아이콘
황제가 되기 전까지는 막장기 풀풀 풍기는 인간이나
즉위 이후만 따지고 보면 의외로 훌륭한 군주..
계피말고시나몬
20/12/30 13:24
수정 아이콘
하지만 유비가 보낸 조문객들은 모두 죽였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984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가문의 영광 [39] 성상우10002 21/01/12 10002 8
89964 [일반] 흑인역사문화박물관 in Washington, DC [8] Ms.Hudson7887 21/01/11 7887 12
89953 [일반] 초강대국, 패권등 국제정치 개념 정리. [43] 아리쑤리랑15977 21/01/10 15977 41
89902 [일반] 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가? [39] 아리쑤리랑19788 21/01/07 19788 61
89705 [일반] 삼국지 판에서 까이지만 학계에선 주목받는 인물 [5] 현아추9178 20/12/30 9178 3
89663 [일반] [도서] 아시아를 둘러싼 강대국흥망사: 1902-1972 [2] aurelius7359 20/12/28 7359 10
89626 [일반] 브릿팝 4천왕 (+@) [16] 인민 프로듀서6830 20/12/27 6830 1
89601 [일반] 일본에서 선정한 2020 한국의 10대뉴스 [27] 어강됴리11500 20/12/26 11500 5
89405 [일반] [중국사] 마지막이 좋지 않았던 네 명의 장군들 이야기. [9] 성아연8227 20/12/19 8227 10
89326 [일반] [인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누구인가? [18] aurelius9655 20/12/16 9655 18
89197 [일반] 생존을 위한 패션, 군복 [18] 트린8811 20/12/11 8811 13
88674 [일반] [미국] 미국은 과연 대선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46] aurelius12777 20/11/06 12777 10
88497 [일반] 오늘 결혼합니다 [124] 신류진12513 20/10/24 12513 97
87858 [일반] 현대세계를 관통하는 2가지 : 세계체제 그리고 초양극화 [55] 아리쑤리랑58827 20/08/29 58827 72
87440 [일반] [번역] 일본 NSC차장 - 역사의 교훈 - 조선 식민 지배 [17] aurelius10468 20/07/30 10468 6
87293 [일반] 족보(?)가 없는 한국어 [71] 우주전쟁16553 20/07/19 16553 17
87118 [일반] 당나라에서 배향했던 역대 중국의 명장 75인. [55] Love&Hate15715 20/07/07 15715 6
87111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15 [3] PKKA6606 20/07/07 6606 12
87078 [일반] 후경의난 완결. [8] Love&Hate12653 20/07/05 12653 24
87071 [일반] 대만은 민족주의를 탈피한 아시아 민주주의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것인가? [31] metaljet10566 20/07/05 10566 6
87054 [일반] 을지문덕이 선비족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 부족 울지부. [7] Love&Hate13284 20/07/03 13284 24
86990 [일반] 후경, 마침내 남조를 무너뜨리다. [6] Love&Hate13238 20/06/30 13238 21
86970 [일반] 남북조시대는 어떻게 종결이 되었나. 후경의난. [17] Love&Hate13195 20/06/28 13195 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