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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27 00:34:10
Name 헤후
Subject [일반] 어떤 29살의 2020년 하반기
작년 로스쿨 면접을 준비하면서 어쩌다 자게를 보게되었고, 괜찮은 글들도 많아서 면접 준비하는 셈 치고 피지알을 살펴보다가, 피지알러가 되었습니다.

자게에는 처음 글을 쓰는데 우울한 글이 된 거 같네요.

이런 글이 불편하다면 뒤로가기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오늘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로또 5장을 사왔습니다. 다들 그러하듯이 큰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마음으로 샀습니다.

그러나 역시 꽝이더군요. 25개 숫자에서 맞은 숫자가 1개인 경우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텐데, 내가 그런 경우라니 기뻐해야하나 슬퍼해야하나 헷갈리는군요.

오늘 갔던 병원의 항문외과 의사는 저에게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항문 안 쪽에 치루가 생긴 것 같다고, 치루는 자연치료가 되지 않으니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고. 물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항문질환으로 엉덩이에 3번이나 칼을 댔으니까요.

일단 수술은 생각해본다고 하고 약만 받아 나왔습니다. 술도 안하고 담배도 안하고 매운음식 싫어하고 탄산음료도 안 마시는데 이 엉덩이는 항상 저를 고통스럽게 하네요. 원래 다니던 학교 근처에 있는 병원을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분도 같은 진단을 하시면 그 때는 수술을 준비해야겠죠.

저는 선천적으로 몸이 좀 약했습니다. 다행히 군대는 운전병으로 가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거기서 허리디스크와 치질을 얻었죠. 몇 번의 수술과 몇 번의 시술. 이제는 그냥 인생의 동반자가 된 고통들입니다. 죽지는 않을 정도의 고통과 불편함. 차라리 죽는 고통이라면 죽었을텐데요.

그저께는 저의 마지막 출근날이었습니다. 그곳의 분들은 다들 좋으신 분들이고 저를 아껴주셨지만, 저의 계약을 연장시킬정도로 힘이 강하신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돈은 벌었으니깐요. 1년을 더 공부할 수 있겠네요.

저의 옆자리는 저랑 처지가 같은 계약직 여직원이었습니다. 또 우연찮게도 저랑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후배였습니다. 나이가 꽤 차이나니 만난 일은 없었지만요. 우리는 대화가 꽤 잘 통했습니다. 듣기만 하는 것도 대화라면요. 저는 듣는 건 잘하거든요.

몇 번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그녀는 뭔가 저에게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여친이 딱 1명, 쑥맥인 저도 알아챌 정도로요. 하지만 제가 그만둘 때까지 결국 저는 그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기엔 제가 가진 게 너무 없었거든요. 첫 여친도 이렇게 보냈습니다. 세 번은 안 된다지만, 두 번도 안 되는 것이 있겠죠.

5개월 전은 제가 1년 동안 준비한 법학적성시험이 있던 달이었습니다. 1년간 준비해서 간신히 맞은 평균점수. 이걸로 쓸 수 있는 로스쿨은 없었습니다. 그 날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울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밥은 누가 그냥 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깐요.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이전은 기억이 안 나는 군요. 좋은 기억은 없었을 겁니다. 워낙 좋은 기억이 없어서 좋은 기억들은 대개 기억이 나니깐요.

5개월을 일하고 남은 500만원. 이걸로 뭘 할 지 결정해야 합니다. 나이가 있으니 돈은 벌어야 하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몸은 아프고. 먼저 공무원에 임용된 친구가 그럴 거면 같이 공무원을 하자고 꼬드깁니다. 몸이 자주 아프니 그런 걸 받아줄만큼 너그러운 직장은 공무원뿐이라고. 사실 저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내년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로스쿨입시는 3번 정도 했으니 할 만큼 한 거려나요. 미련은 안 남네요. 3번 열심히 했는데 떨어진거면 받아들여야 겠죠. 작년 면접장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거의 붙여달라고 빈 거 같은데요. 흐흐.

내년엔 덜 아파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래저래 참 살기 힘든 세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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