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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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7/03/31 14:27:15
Name kama
Subject [일반] 나와 당신

  스타에는 크게 두 개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PgR21과 스갤. 둘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교가 될 정도로 차이가 발생하는 사이트입니다. 스갤을 자유롭고, 활기가 넘치죠. 다만 그래서 도를 넘어서가나 간혹 폭력적이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PgR은 격식있고 점잖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느낌도 들고 보이지 않는(혹은 그렇게 위장하며 대놓고 보이는) 속셈들이 오고가기도 합니다. 둘 다 장단점은 있고 결국 각각의 사용자는 그 장단점을 대조해보면서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물론 둘 다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죠.)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이런 차이는 주체가 누구냐, 하는 점에서 온다고 봅니다. 스갤의 주체는 '나'입니다. 거기에 올라오는 글들은 아닌 것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만족을 위한 글입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을 자유롭고 형식없이 기술하는 곳이죠. 스갤의 무규칙-짤방을 올려야 한다는 규칙과 알바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건 글에 대한 제약은 아니죠. 반드시 글과 일치하는 짤방을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은 이런 행동을 보장해줍니다. 그래서 개개인은 그 안에서 자신이 좋을 때로 가끔은 진중하게, 가끔은 찌질대면서 자신의 말을 늘여놓습니다. 스갤은 말을 듣는 장소가 아닌 말을 하는 장소입니다. 그렇기에 그 곳은 분주하고 생기가 넘칩니다. 무슨 일을 하던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행동력도 넘치죠. 다만 자기 할 말만 하여 너무 시끄러울 때도 있고 '나'가 아닌 '당신'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때가 생기고, '나'를 위해서'당신'을 희생시키는 그런 잔인함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PgR21에서의 주체는 '당신'입니다. 여기서 '당신'은 글의 내용에 따라 프로게이머들을 포함한 관계자들이기도 하겠고, 글을 보는 다른 회원들이기도 합니다. PgR에서는 단순히 '나'를 만족시키는 글을 넘어 '당신'을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합니다. 그래서 논리성을 중요시 여기고 구조적인 글을 환영하며 반말과 욕설을 엄금합니다. 그런 말은 이미 '당신'의 존재를 깎아내리고 상처를 입히겠다는 의미니까요. 잡담성의 짧은 글도 금지시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를 위한 글쓰기니까요. 결국 PgR21에서 글을 쓰는 목적은 자신이 쓰는 것이 아닌 다른 이가 읽고 듣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너무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고 차분하며 정돈된 분위기를 우선시 여깁니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당신'을 '나'보다 계속해서 중요시 여기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걸 알기에 스갤과는 달리 운영진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며 통제를 하는 것이죠. 결국 '당신'을 내세우는 형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니-벗어나면 벌점먹고 글 짤리고 하니까-그러는 척 포장을 하며 '나'를 주장합니다. 그래서 가식적이고 냉소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타협을 위한 토론이 아닌 이기기 위한 논쟁이 끊임없이 나타나기도 하죠.

  전 이번 사태의 주안점이 운영진들이 PgR폐쇄에 있어 '당신'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gR21이 가지고 있던 특수성과 매력이 부정된 것이죠. 제가 여기저기서 썼던 것처럼 PgR21은 개인사이트이고, 아무리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운영진의 관리하에 있는 공간일 뿐입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핑계나 변명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PgR21이란 사이트의 중심이었던 '당신'의 존중을 무너뜨린 행동이었고 이에 많은 회원들이 객관적인 사실 유무와 상관없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PgR의 운영이 아무리 운영자의 몫이고 마땅한 권리라도 갑자기 공지 하나와 함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타당한 이유와 설득을 통해서 운영진이 회원들의 의중을 물어보고 일을 결정하는 것이,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발로 협회와 음모론을 제기하고 팬심을 거부한 배신자라 매도하는 것이 아닌 이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제시하며 상황정리를 하는 것이 PgR21다운, 그리고 PgR21이기에 해야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사태에 대해 운영진이 사과하거나 해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운영진의 권리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이상 PgR21은 PgR21이 아니게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 사이트의 존재의미도 사라지는 것이겠죠. 이미 그 주체성에 대한 위기감이 생길 정도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전 그런 일이 또 발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마찬가지로 회원들 역시 이번 사건에 공격적이고 분노 어린 감정의 글을 삼가고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힌다음에 이번 일에 대응을 하였으면 합니다.

  그동안 많이 상처를 입고 변질되었다고 하지만 전 아직 PgR21이 '당신'을 위한 사이트라고 믿으며 앞으로도 이런 믿음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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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31 14:30
수정 아이콘
가라앉히고 싶은데.. 그게 쉽사리 되지가 않네요. Pgr이 잠시 문을닫을거라는 그 글을 처음 읽을때의 기분만 계속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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