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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23 10: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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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임원이란 무엇인가 (수정됨)

회사라는 곳은 참 다니기 나름인 곳입니다.
특별히 모나지 않고, 그럭저럭 출근만 잘하면 나름의 회사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돈, 명예, 개인의 성취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더없이 치열한 회사생활을 하기도 하지요.
후자의 경우 수많은 경쟁을 이기고 다양한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다보면 어느샌가 만랩을 찍게 됩니다.
만랩의 특전으로는 전직의 기회가 생기는데요,
바로 회사원의 별이라 일컬어지는 ‘임원’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대기업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그럭저럭 알만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인사/총무에서 쌓다 보니 임원들을 겪을 일이 많은데요,
나름 재미있는 분야이고 모르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되어, 임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물론 개인의 경험에 의한 것이고 사별로 다를 수 있어 절대적인 사실은 아니겠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대동소이하리라 생각됩니다.
회사별로 직급체계는 같지 않지만, 어쨌든 정규직의 마지막은 퇴사로 귀결됩니다.
임원도 마찬가지인데요, 임원으로 피선되면 먼저 정규직으로써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퇴직금을 정산받고, 년 단위 고용계약서를 쓰는 처지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임원은 ‘임시직원’이라고도 불리는, 고용이 불안한 직위입니다.

그럼에도 임원이 되려고 아등바등하는 데는 그만한 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임원이 된다는 것은 드라마틱한 신분 상승을 의미합니다.
평민에서 귀족이 되는 정도의 위상차가 있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을 것 같네요.
그럼 귀족으로 신분이 상승하면 어떠한 혜택을 받게 될까요?

주어지는 혜택을 정리하자면…


1. 차량이 지급됩니다.

    대개의 회사들이 초임 임원에게는 H사의 웅장한 차량 급을 지급합니다. 물론 유류비, 수리비, 톨비 등도 회사에서 부담하게 됩니다.
2. 개인 사무 공간과 가구들이 생깁니다. 

    개인 사무실 안에 자그마한 회의 테이블도 생기고, 뭐 갖가지 개인용품들이 생깁니다.
3. 최신형 스마트폰과(요금도 회사 부담) 테블릿 등이 제공됩니다. 

    이는 1년마다 신형으로 교체됩니다.
4. 밥과 술을 법인카드로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습니다. 비단 회사일 뿐 아니라 용돈처럼 쓰입니다. 

    뻘짓만 하지 않으면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사실상 면책권이 생깁니다. 물론 유흥 쪽 까지 가면 일부 제한이 있습니다.
5. 큰 폭의 연봉 상승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의 끝자락 정도라서 많은 편은 아닌데, 초임이 2억 원 가량입니다.
6. 성과급의 단위가 달라집니다.
7. 퇴직금이 3배로 쌓입니다. 

    보통은 1년에 1개월 치의 퇴직금이 쌓이지만, 임원은 3개월 치가 쌓입니다.  더 큰 대기업은 4배 5배도 쌓인다고 합니다.
8. 회사 내 경조사는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에서 경조비가 나갑니다. 

    주요 임원들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외부 경조사에도…
9.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권이 나옵니다. 연간 무료로 쓸 수 있는 쿠폰도 나옵니다.
10. 출장 시 국내, 국외 관계없이 비즈니스석에 앉습니다.
11. 퇴임 이후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 월급이 나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상무로 퇴임하면 년 1억이 좀 안되는 금액이 2년간 지급됩니다. 하지만 부사장, 대표이사 등 
      고위 임원으로 퇴임하게 되면… 퇴임 이후에 받는 돈이 제 전체 직장생활 연봉을 가뿐히 뛰어넘습니다)
12. 이 기간 또한 지난 이후, 사실상 회사 소유인 협력업체에 대표로 가거나 회사에 빨대를 꽂을 수 있는

     사업을 벌여 영생을 꿈꾸게 됩니다.

기타 자잘한 혜택이 더 있지만, 주요 혜택은 요정도 입니다.


초임 임원의 직급은 상무 혹은 상무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무보, 상무, 전무보, 전무, 부사장보, 부사장, 사장, 부회장, 회장 뭐 이런식인데, 기업에 따라 이사 등의 직책으로

불리기도 하고 전무가 없기도 하고, 뭐 각자 다릅니다.

아무튼 이렇게 임원이 되면 재무담당, 인사담당, 매입담당 이런 식으로 한 분야를 담당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 시기를 잘 헤쳐 나가면 몇몇 담당을 아우르는 중간관리자 (저희는 '본부장'으로 불립니다.)를 거쳐

하나의 회사를 다스리는 대표이사가 됩니다.


임원이 되면... 책임있고 능력있는 임원은 자신의 분야를 책임지고, 그렇지 않은 임원은 놀게 됩니다.

재밌는것은 '노는'임원들이 열심히 하는 임원들에 비해 수명이 짧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임원부터는 정치의 영역이라 인지도와 라인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적 좋은 임원이 잘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인지도와 라인이 약하다면 한해만 삐끗하면 바로 집으로 가게 됩니다.

반면 줄 잘서고 잘 노는 임원들은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라인에 기대여 살아남게 되지요.

그래서 임원들은 어떻게든 줄을 대려고 정치를 합니다. 술자리와 골프접대가 잦은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임원이 될까요?

1. 출신성분으로 따지면 대졸 공채출신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기수로 이어진 끈끈한 관계는 전후좌우 상하로 뻗은 튼튼한 인맥을 만들어주고, 이는 임원이 되는데 큰 동력이 됩니다.
2. 그룹 내 컨트롤타워 또는 주력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이 유리합니다. 

    비주력 사의 임원은 소수의 자사 출신 임원과 다수의 주력사 출신 임원으로 이루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물론 주력사의 임원은 대부분 자체 승진)  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에서 커리어를 쌓는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요.
3. 임원은 지원부서에서 많이 나옵니다.

    주요 커리어가 기획, 재무, 인사, 총무 등인 사람들이 임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영업 출신도 꽤 있지만, 

    모수에 비해 확률이 적고 영업 부문의 장까지는 가능하더라도 그 이상의 자리에 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4. 어떻게든 오너일가와 연줄이 닿아 있는 경우,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임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오너에게 임원은 수백을 헤아리는 장삼이사와 같은 사람들이고, 한자리 더 만드나 덜 만드나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오너일가와 줄이 닿아 있다고 알려지면, 기존의 임원들조차 설설 기기도하고요.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윈터 이즈 커밍)
각 기업의 임원 인사철 이지요. 올겨울에도 수많은 별들이 지고, 또 다른 별이 만들어질 겁니다.
이맘때부터 많은 임원들이 비루먹은 당나귀처럼 축 처지는 시기입니다. 계약직의 비애는 그들도 겪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그래도… 저도 별 한번 달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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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20/09/23 10:54
수정 아이콘
중견 or 대기업 임원을 친구로 둔 입장에서 보면..

저 임원을 목표치로 두고 그 아래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지..
임원이 무슨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비근한 예로
병원에 간호사들 수간호사만 달면 3교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목표로 참 열심히 일하죠.
This-Plus
20/09/23 10:56
수정 아이콘
임원 달면 초반 몇 달은 뽕이 진심 장난 아니겠네요.
興盡悲來
20/09/23 10:59
수정 아이콘
장인어른께서 국내 모 대기업에서 뭔가 임원이면서 임원이 아닌 직책에 계시다가 은퇴하셨는데.... 저는 회사생활은 잠깐만 하고 나온 자영업자라 회사 높은 직급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지라 무슨 자리였을까 좀 궁금하더군요.... 뭔가 라이센스를 갖고계신 기술자라서 70 다 되도록 현장만 줄창 돌아다니셨는데.... 와이프에게 대충 듣기로는(와이프도 회사알못...) 직급은 상무 내지 전무와 필적(?)하는 직급이라고 들었는데, 입버릇처럼 '나는 뒷방 늙은이야 내 친구들(사장, 부회장 등등)이 임원이지 나는 뭐 임원이라고 보기 힘들지'라는 얘기를 하셨던....
묵리이장
20/09/23 11:00
수정 아이콘
뭐 마스터다, 전문위원이다. 이런 임원 대우 해주는 직급이 있긴 합니다.
興盡悲來
20/09/23 11:07
수정 아이콘
아하... 그런게 또 있군요...
20/09/23 11:10
수정 아이콘
저희 삼촌이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kt 임원으로 마무리했는데 정년퇴임 할 때 남아있는 동기가 이석채(당시 대표)만 남았다는 말에 뭔가 찡하더라구요.
다만 부동산 투자를 정말 너무너무 못해서...흐흐
한국화약주식회사
20/09/23 11:22
수정 아이콘
그 뽕 빠지기도 전에 미국 출장 비행기에서 라면을 시키다가 망신 당한 일도 생겼었죠.
훌게이
20/09/23 11:23
수정 아이콘
자리 보장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오늘 통보받고 다음날 아침에 책상 빠지고 나가는 경우도 실제로 왕왕 있죠.
다만 그렇게 쫓겨 나가도 퇴직금 수 억~ 수십억, 몇년동안 월급 몇 천만원씩은 계속 나오고요.
차아령
20/09/23 11:31
수정 아이콘
폭군처럼 군림하던 임원 한놈이 하루아침에 보직 해임당해서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하고 부랴부랴 짐싸서 나가는거 보고 엄청 통쾌하게 생각했는데,
짤려도 받는 급여가 어마어마한가 보네요..
실제로 협력사 대표로 다시 재취업했다는 소문도 들리긴 했지만서도...
산밑의왕
20/09/23 11:32
수정 아이콘
어차피 회사 직급 체계라는게 거진 군대만큼 다양한지라...
임원쯤 되면 기본적으로 피플 매니져가 되어야 하지만 요샌 마스터니 뭐니 해서 해당 분야에 스페셜리스트로 남는 경우도 종종 있는것 같습니다.
전에 기사에서 보면 보통 신입사원에서 임원까지 가는 비율이 1:100 정도이던데 임원 달 정도면 최소한 어느 한분야에 (기술이 됐던 정치가 됐던) 남다른 면이 있다고 봐애죠.
신류진
20/09/23 11:36
수정 아이콘
대기업 1차 중견기업은 대부분 대기업 이사들이 임원으로 옵니다.

회사 다니면서 다들 알아요 자기들이 임원 못될거라는거 크크크크
훌게이
20/09/23 12:03
수정 아이콘
대기업도 자회사나 손회사는 모회사에서 내려와서 꽂히는 경우가 많죠 크크
그나마 본문에도 나왔듯이 재무, 기획쪽 공채순혈 정도가 회사에서도 키워주고 끌어주려는 분위기가 있는듯.
20/09/23 12: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전엔 상무 전무 하면 엄청 부러웠는데 지금은 머 그냥...지분없으면 일 더 잘하고 많이 하고 대우 더 받는 노예 딱 그정도 더군요.
끝까지 잘나가시는분들도 많지만 회사에만 희생하다 나와서 노년에 갈피 못잡고 헤매는 케이스도 많구요.
그냥 적당히 가늘고 길고 편하게 다니면서 회사일 보단 재투자 활동에 집중하는게 지금 시대에는 맞는거 같더라고요.
이혜리
20/09/23 13:12
수정 아이콘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느끼는 건데, 그들은 정말 저렇게 받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부럽다.
샤한샤
20/09/23 13:23
수정 아이콘
뭣도 모를때는 임원들이 참 좋아보였는데
회사에 찌들다보니 업무적으로든 핥핥이든 힘들게 사는 임원보다 그냥 땡보직에서 월급받으면서 아무걱정없이 사는 사람이 더 부럽더라구요
신동엽
20/09/23 13:41
수정 아이콘
회사생활을 좀 일찍 포기한 편인데(학벌, 나이)
젊은 시절에 저렇게 불태워 볼 수 있는게 부럽습니다.
20/09/23 13:49
수정 아이콘
예전에 2005~2010년 쯔음에 나왔던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에서 해당내용을 다뤘죠... 책 안이 소제목이 '내 상사가 하는 것은 없는데 나보다 연봉이 높은 이유'였나 그랬습니다...크크 해당 소주제 결론이 글쓴 분의 의견과 정확히 일치하더라구요. 임원급이 연봉이 높은 이유는 그 사람이 그 만한 생산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아래 직급 사람들한테 동기부여를 주는 용도라고...
하나둘셋
20/09/23 15:01
수정 아이콘
오히려 더 큰대기업으로 갈수록 그룹성향에 따라 혜택은 더 적어지기도 할껍니다.. (임금 외에)

저희의경우 1,3이 없고 , 4는 10년전엔 비슷했는데 감사받고 짤리고 반복하면서 투명해졌고 경조사 돈쓰는것도 비교적 투명해졌네요..
연필깍이
20/09/23 15:06
수정 아이콘
대기업 꼬리표만 달고 있는 중견기업 월급도둑입니다.
5, 6, 9, 12번만 봐도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 크흑 ㅡㅠ 부럽습니다.

아, 그리고 핏줄을 제외하면, 임원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너의 기분을 맞추는 방법을 아는것입니다.
그 방법이란건 보고서를 '원하는대로' 쓸수 있는 능력, 의전을 잘하는 능력, 법정공방의 돌격대장이 되는 능력 등 다양하죠
(지원부서에서 임원이 많이 나오는 이유중 하나라 봅니다. 이런 능력을 자주, 잘 보여줄수 있기 때문에...)
스타더스트
20/09/23 19:53
수정 아이콘
저희 그룹 기준으로는 전문위원이라고 칭합니다. 실질적 임원은 부하직원을 통솔하는 리더라고 볼 수 있지만, 전문위원은 한 분야의 마이스터급에 부여하는 경칭으로 보시면 됩니다.
20/09/23 19:54
수정 아이콘
모셨던 상사 중에 세분이나 국내 최고 수준 대기업의 (전 지금은 퇴사) 임원이 되셨는데 한분은 납득. 두분은 응? 했던 기억이 있네요. 역시 운칠기삼
20/09/24 15:37
수정 아이콘
많이 받는만큼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요?
20/09/24 16:12
수정 아이콘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확실한것은 그게 옳던 그러던 누군가는 결정을 해야하고, 임원은 그러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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