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8/17 16:28:54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시사] 벨라루스 집회 사상 최대, 러시아에 군사지원 요청
Belarus | History, Flag, Map, Population, Capital, Language ...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남은 [독재국가]로 알려진 나라입니다. 
구공산권 붕괴 후 소련에서 이탈하였으나, 다른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명목상 선거는 유지하고 있으나 사실상 가짜 선거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 루카셴카 부정선거(사실 이 나라의 부정선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와 그의 독재체제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 벨라루스 역사상 역대 최대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수도 민스크에서 수일간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데, 경찰과 행정부 관료들 일부가 시위대 편에 섰습니다. 루카셴카는 구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전면적인 도전을 받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동유럽 국가와 발트 3국 그리고 EU는 역대 최고 강경한 성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루카셴카는 러시아에 군사원조를 요청하였고, 오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자, 그런데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푸틴과 루카셴카는 사실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닙니다. 양국간의 "국가연합"이 수차례 논의된 적이 있는데, 루카셴카는 이러한 시도를 항상 막판에 뒤엎었습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 간 국가연합이 이루어지면 루카셴카는 일국의 수장이 아니라, 러시아의 지방관료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2. 러시아로서도 현재 워딩 수준 이상의 군사개입을 하기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문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너무 위험이 큽니다. 그리고 루카셴카가 폐위(?) 당하고, 벨라루스의 신정권과 교섭하는 게 러시아로서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벨라루스 시민들이 루카셴카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게 꼭 친서방 노선으로 기울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3. 서방으로서도 선뜻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핵심 이해관계 (Core Interest) 지역으로, 이곳은 모스크바에서 멀지 않습니다. EU나 NATO가 벨라루스에 영향을 행사하거나 작전을 하는 것은 러시아의 사활적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것으로, 러시아는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아마, 미국/EU나 러시아로서는 현재 상황을 계속 질질 끌면서 시위 동력이 상실되고 정부가 시위대를 해산할 수 있는 권력을 되찾아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윈-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서방세계의 이목이 벨라루스에 완전히 집중되어 있는 이상, EU로서도 벨라루스를 쉽게 방기하기 어려울 것이며, 한편 푸틴도 군사지원을 언급한 이상, 루카셴카가 맥락없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기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벨라루스에서 일이 잘못되면 어쩌면 우크라이나에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동년배
20/08/17 16:40
수정 아이콘
벨라루스 아마 제 기억에 코로나 시대에 유일하게 축구 리그 계속 해서 한동안 스포츠뉴스에 유일하게 나온 나라인데... 안보이는 동안에 이런 일도 있었군요
醉翁之意不在酒
20/08/17 16:43
수정 아이콘
러시앙는 유럽으로 안쳐주난요?
aurelius
20/08/17 16:46
수정 아이콘
마크롱은 포함시키고 싶어하는데, 러시아 스스로 이를 거부하네요. 그리고 전통적으로 유럽의 엘리트들은 러시아를 동방의 야만인 취급했습니다.
VictoryFood
20/08/17 17:14
수정 아이콘
전국시대의 진나라인가요? 크크크
어? 그럼 러시아가 유럽통일?
20/08/17 19:27
수정 아이콘
원래 러시아의 원류 생각하면 거긴 이미 우크라이나 크크크
우랄산맥 서쪽에 소위 발만 걸쳤다고 까기엔 인구 대부분이 유럽에 사는걸요. 그냥 모르는척 하는겁니다.
러시아는 유럽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이라고 주장중인거고..
20/08/17 16: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도 보자마자 폴란드 사람들 머리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적당한 회색지대가 있는 편이 폴란드한테(어쩌면 러시아한테도) 좋을텐데 말이죠.
독재가 옳다는건 아니지만 왜 정치가들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타국입장에서는 불안정해지는게 제일 싫죠.
그런면에서 우리나라는 참 신기합니다.타국에 비하면 나름대로 평화적으로 교체가 되었으니까요
20/08/17 17:06
수정 아이콘
유럽의 북한같은 나라군요.
20/08/17 17:00
수정 아이콘
지정학적 중요도가 장난아니네요. 모스크바 코 앞에다가 폴란드의 라인란트급이라니...
하심군
20/08/17 17:12
수정 아이콘
벨라루스 하면 모르는데 민스크 하면 딱 알겠네요. 이거 무슨 삼국지인가(...)
기도씨
20/08/17 17:18
수정 아이콘
폴란드랑 리투아니아 사이에 러시아가 있네요. 오류인가요? 아니라면 처음 안 사실입니다.
데브레첸
20/08/17 17:21
수정 아이콘
칼리닌그라드라고 실제로 있는 동네입니다.
기도씨
20/08/17 17:24
수정 아이콘
옆나라들 다 독립할 때 우리는 러시아 할래 한건가요? 신기합니다.
興盡悲來
20/08/17 17:30
수정 아이콘
소련...소비에트 연방시절에도 별도의 독립국가로서 연방을 구성하던게 아닌 그냥 러시아 땅이었습니다... 연방국가 시절에는 옆에 리투아니아 등이 있어도 어차피 한 국가니까 별 상관이 없었는데 연방해체 이후 연방을 이루던 국가들이 죄다 독립해버리는 바람에 월경지가 된.... 원래 러시아 땅이고 인구도 러시아인이 많고 하다보니 독립한다 그런 선택지는 아예 없었죠.... 무엇보다 러시아 해군이 발트해로 진출하는데 핵심적인 땅이라 러시아가 포기할리도 없는...
20/08/17 17:37
수정 아이콘
2차대전때 정당한 독일의 영토였던 곳이라 독립하기기 좀...
DownTeamisDown
20/08/17 17: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원래 저기를 러시아가 리투아니아한테 주려고 했었다죠...
문제는 저기가 구 프러시아(그러니까 독일) 땅이었었는데 독일인들은 2차세계대전 이후 쫒겨나고 대신 러시아인들이 대다수인 동네라
만약 저기가 리투아니아가 되었다면 리투아니아에 러시아인이 상당히 많아지는 현상이 생길꺼라 예상해서 (대략 30%정도 예상했다고...)
리투아니아에서 거부 했다고 하지요.
돌돌이지요
20/08/17 17:39
수정 아이콘
칼리닌그라드주라고 러시아의 발틱해 중요 거점지입니다
20/08/17 18:50
수정 아이콘
해당 내용에 대한 pgr글이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유럽글쓰시던분일텐게.
기도씨
20/08/17 19:00
수정 아이콘
오!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20/08/17 19:22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freedom/63980?page=4&sn1=on&divpage=17&sn=on&keyword=%EC%9D%B4%EC%B9%98%EC%A3%A0%20%ED%98%B8%ED%83%80%EB%A3%A8

이치죠 호타루님 글입니다. 링크 그림이 몇개없지만 보시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기도씨
20/08/17 19:23
수정 아이콘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17 21: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다른 분들께서 많이 설명해주셨으니, 저도 한번 껴보겠습니다.

프러시아는 원래 발트계 민족의 최서단으로, 지금 지도에서 보이시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연장선에 해당했습니다. 그러나 발트해 지역은 천년이 넘게 더 쎈 종족들인 게르만, 슬라브의 각축장이 되었고, 최서단이던 프러시아는 게르만의 대빵, 독일계에게 병합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이 '프러시아'라는 이름이, 수많은 독일계 국가들이 통합해서 '독일'이라는 통일제국을 만들었을 때, 30년 전쟁을 포함한 독일 내부의 종교전쟁 및 대전쟁의 아비규환에 비껴나가서, 동쪽 끝의 구-발트계 지역에서 '존버'하고 '왕귀'를 성공한 독일국가의 이름으로 쓰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독일어로 '프로이센'이라 불리는 이 왕국은 결국 '독일 제국'의 전신이 됩니다.

특히 베를린을 몇 번이나 손쉽게 말그대로 '따버리는' 나폴레옹을 상대로, 프로이센 왕국이 '독일계 국가의 최후 항쟁거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강인한 왕국을 일구어냈던 주변의 폴란드인들이나 리투아니아인들이 나라가 여러번 패망해도 다양한 외부세력과 내부의 결속력으로 지금까지도 큰 집단으로 살아남은 것과 달리, 부족 수준에 머물러있던 '옛 프러시아인 (Old Prussian)'은 이때 쯤에 정체성을 손실해버립니다.

물론 '독일 제국'은 자신들이 독일의 지배자가 될 수 있게 해준 '베를린'을 프러시아의 '쾨니히스베르크'보다 더 귀하게 여겼고, 본래부터 '원래 발트계 원주민의 피가 흐르던 농노들을 부리던 독일계 지주' 그러니까 독일말로 '융커'라고 불리던 기득권의 심장인 '쾨니히스베르크'는 독일 제국이 발달할 때, 퇴보로 가득찬 세월을 보냈습니다.

1차 대전의 패배에는 폴란드 및 리투아니아에 귀속된 다른 영토와는 달리, 프러시아는 '독일계의 고유 영토' 판정을 받아 살아 남습니다(?). 그러나 2차 대전은 게르만-슬라브의 인종 전쟁인 독소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인종청소를 피하기 위한 피란민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었으며, 결국 2차 대전 전후처리에서 '인구교환'이 정착되면서 독일인들은 프러시아에서 소멸하게 됩니다, 마치 옛 프러시아인들처럼요.

독일인들이 도망가고 퇴거된 전후에 이곳은 소련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당시 발트국가들을 소련의 일부로 흡수한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곳이 게르만-슬라브의 각축장이었기에...) 영토가 이어져 있기에 러시아의 직속 영토가 되어도 큰 문제가 없었지요. 그때 이름을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칼리닌그라드'로 바꿉니다. (그렇다고 소련 붕괴 당시 다른 세력에 귀속된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요) 이곳은 아직도 러시아 해군의 발트해 거점으로,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수호하고자 하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쾨니히스베르크' 시절에도 그랬듯이, 산업적으로 발전한 도시보다는, 발트해 해운을 통해 상업적인 이익만 보던 곳이라서, 지역 자체는 꽤나 동유럽스럽게(?) 낙후한 곳입니다.
20/08/17 17:48
수정 아이콘
오히려 이번 기회에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분리가 공고해질 것 같은 그림이네요.

우크라이나의 경우에는 동우크라이나 (노보러시아), 크림 반도는 서부 우크라이나 (갈리치아)와 구분되는 '러시아인 다수' 지역이니 실상 독립국 수립 및 괴뢰화를 해도 서부 우크라이나 자체가 완충지대가 되니, 궁극적으로는 크림이 그랬듯 '병합'까지 가도 서구 입장에서는 크게 무력시위를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벨라루스의 병합은 폴란드, 즉 나토의 최전선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는 행위라, 조용히 능구렁이처럼 세력권 확대가 아니라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통해서 어그로를 끌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우크라이나인들의 '차별'에 자신들이 러시아인이라고 각성(?)했던 동부 우크라이나의 주민들에 비하자면... 벨라루스는 아직까지 그런 '합병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아서 푸틴의 입장에서 그림이 아직 충분히 이쁘지 않습니다. 물론 이쪽으로 프레임 잡으려고 엄청 노력할 겁니다. 아마 이번 개입선언도 똑같은 의중일 겁니다, "혼란을 잘 해결해주면, 벨라루스에서 나라를 나에게 바쳐줄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뭐 아니면 말고, 수준으로요.
기사조련가
20/08/17 20:17
수정 아이콘
벨라루스 여자들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유혈사태는 없었으면.... 민주주의는 피로 얻는것이긴 합니다 ㅜ ㅜ
20/08/18 10:31
수정 아이콘
참고자료 :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544 [일반] 국익관점에서 바라본 시사 평론 [10] singularian11063 21/12/26 11063 0
92921 [일반] [외교] 환구시보, 러시아와 함께 리투아니아를 징벌해야 [26] aurelius13282 21/08/12 13282 4
91595 [일반]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가? [378] 아리쑤리랑37707 21/05/02 37707 168
91495 [일반] 시노팜, 시노백, 스푸트니크 V 관련 정보 [70] 여왕의심복16148 21/04/23 16148 81
90531 [일반] EU는 러시아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6] elaborate8782 21/02/21 8782 4
90457 [일반] CANZUK에 대한 자유주의적 입장 [3] elaborate7190 21/02/17 7190 1
90340 [일반] EU를 잃어 버린 영국, 앞으로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 [30] elaborate11724 21/02/08 11724 4
89392 [일반] 일본, 유럽과 비교한 한국 겨울의 추위 [41] 데브레첸13143 20/12/19 13143 0
88805 [일반] 권위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개편지 (번역) [12] 아난8946 20/11/17 8946 7
87824 [일반] 최근 서구권의 출산율 추이와 한국에 시사하는 점 [30] 데브레첸11639 20/08/27 11639 59
87679 [일반] [시사] 벨라루스 집회 사상 최대, 러시아에 군사지원 요청 [24] aurelius12377 20/08/17 12377 1
85084 [일반] 한 스웨덴인 개발자의 넋두리.. [102] 아난15393 20/03/14 15393 3
84979 [일반] [스연] WWE 관련 소식 이모저모 [5] TAEYEON5590 20/03/10 5590 0
84029 [일반] [여행후기] 이스탄불,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19] aurelius8500 20/01/14 8500 13
83365 [일반] 한국 저출산의 미래, 영향 그리고 대책. [519] 아리쑤리랑48743 19/11/06 48743 136
78616 [일반] 쌀쌀한 가을에 먹는 집밥 [42] 비싼치킨8519 18/10/23 8519 25
77037 [일반] 모스크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련의 흔적 [10] aurelius8498 18/05/21 8498 3
76651 [일반] (혈압주의) 네이버 뉴스 리플은 어쩌다가.... [123] 벨라도타14544 18/04/16 14544 1
75547 [일반] 평창올림픽 참가선수는 대마 성분을 복용할수 있을까? [49] kurt10229 18/01/23 10229 0
75400 [일반] 부동산과 어머니 그리고 문재인. [27] 벨라도타9922 18/01/12 9922 14
75242 [일반] 작전과 작전 사이 (0) - 프롤로그 [15] 이치죠 호타루7121 18/01/01 7121 19
75238 [일반] 옥타곤의 알리, 도미닉 크루즈의 재기를 바라며 [18] 돈키호테7920 18/01/01 7920 3
75014 [일반] 방중 기자 맞는거 원본 영상. [280] 벨라도타19455 17/12/16 19455 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