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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30 22:36:40
Name ArthurMorgan
Subject [일반] [개미사육기]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 (동영상도 있어요)
개미를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보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을 저의 개미제국 [플루온 제국]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_' ...죄송합니다. 빠르게 사과했으니 넘어가십시다.

[오늘의 사진과 동영상은 자극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습니다.]


18-1

이것은 제가 새로 분양받은 곰개미 고치 난민들입니다. 약 50개 정도의 고치가 들어있습니다.


18-2

하얀 개미가 보이시죠? 얘들은 택배 배송중에 우화한 갓난 워커들입니다. 며칠 차이로 고치 or 개미의 상태가 갈려서 도착한 것이죠. 고치는 어린 난민이었는데, 워커가 되었으니 외국갬 노동자군요. 과연 이 복선은 어떻게 작용할까요.




난민선 내부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시국이 이 모양이니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죠. 색이 옅은 워커들은 갓 우화한 아이들이고, 짙은 워커들은 배송중에 고치들 돌보라고 분양해주신 분이 넣어주신 보모들입니다. 그런데 신경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27초경에 보시면 고치에 붉은 진드기같은 것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저런 불결하기 그지없는 것을 저의 제국에 들일 수는 없습니다. 죄다 꺼내서 핀셋으로 적출, 꼼꼼하게 짓눌러서 사형에 처했습니다. 총 4마리의 진드기가 검열에 걸려 죽었습니다. 음훼훼훼훼. 검역 후에 보모 워커들은 자연에 방생했습니다. 군체를 떠난 워커들이라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겠지만, 수고해준 보답으로 바로 죽는 것 보다는 마지막 여행을 즐기게 해주려고 합니다. 문제는 갓 우화한 워커들입니다. 저는 얘들도 그냥 방생하려 했는데, 고치를 분양해주신 분이 갓 우화한 워커들은 받아들여줄 거라고 하시네요. 얘들도 함께 입국심사를 받게 해보기로 결정합니다. 어차피 방생해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라 곧 죽을테니까요.

이 고치들을 데려온 이유는 어제 소개해드린 분-곰 클랜을 위해서입니다. 동종의 고치를 투입하면 그대로 잘 돌보아서 갬구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개미 여왕 [에레로아]가 곰개미 클랜에 기생해서 만들어진 이 부족에 곰개미 고치를 투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 예상으로는 잘 돌봐서 노예 증식으로 이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워커들은 어떨지... 과연 그 분 말씀대로 외국갬 노동자로 받아들여 줄지요...


18-3

검역은 제가 하지만 출입국심사와 난민심사는 저들 콜로니의 몫입니다. 일단 고치들을 먹탐장 쪽에 반 투여했습니다. 자, 고치들의 운명은?


18-4

곰개미 노예 워커 한 마리가 먹탐장에서 고치를 발견합니다. 입국심사의 첫 관문이군요. 곰개미 워커는 일단 그대로 귀환하였습니다. 그리고 분개미 워커 하나가 달려오는군요.




재미있는 현상이 보입니다. 분개미 워커들은 고치를 발견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물고 육아방으로 옮깁니다. 그런데 곰개미 노예 워커들은 이걸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신중히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사육장에 직접 투입한 나머지 고치들도 마찬가지네요. 분개미들은 열심히 옮기고 곰개미들은 약간 고민합니다. 아마도 기생종인 분개미는 노예로 삼을 곰개미의 고치에 오히려 거부감이 없는데, 같은 곰개미는 다른 부족의 고치에 대한 거부감이 다 없어지진 않은 모양입니다. 곰개미 노예 워커가 먹탐장에 내다 버린 분개미 나용 하나를 분개미가 도로 가지고 들어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기생군체 특유의 아슬아슬함이랄까요?


18-5

함께 투입된 갓난 워커들은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군요... 같은 곰개미 워커들이 맹렬하게 공격합니다. 숫자가 우세할 때 개미들은 능지처참 공격법을 씁니다. 다리 하나씩을 물어서 서로 당기는 것이죠.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붙잡힌 채 무참하게 폭행을 당해 죽어갑니다. 갓 우화한 워커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도 자연의 본능은 잔인함을 거두지 않습니다.


18-6

여기저기에서 네 마리의 갓난 워커들이 모두 공격받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공격에 나선 것은 모두 곰개미 워커라는 점입니다. 고치와 마찬가지로 분개미들은 거부감이 없나봅니다. 만일 이 콜로니가 분개미로만 이루어진 곳이었다면 갓난 워커들의 운명이 좀 달랐을까요?


18-7

잔인한 맹공에 쓰러진 난민들을 먹탐장으로 끌고갑니다. 뭐가 그리 화가 나는지 버리러 가는 중에도 공격은 계속됩니다. 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난민 워커는 결국 절명합니다.


18-8

버려진 어린 워커의 시체가 너무 불쌍하네요. 우화를 조금만 더 늦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어쩌면 좋은 언니이자 보모가 되어주었을 개미들의 손에 목숨을 잃습니다.

결국 우화의 여부가 커트라인이었나봅니다. 우화한 워커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고, 우화하지 않은 고치들은 다 육아방으로 옮겨졌습니다. 고치들은 이제 새로운 곰개미 노예 워커가 되어서 에레로아의 부족에 봉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숙주 워커가 늘어날 경우에 가끔 [스파르타쿠스]가 탄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어나보니 나랑 영 다른 것들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서 열받은 나머지 공격을 하는 것이죠. 자연에서는 이런 개체가 빠르게 추방되거나 살해당하는데, 사육환경에서는 종종 군체 분열과 멸망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군요. 자, 에레로아의 콜로니는 과연 무사히 50의 새로운 노예를 품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침입자에 대한 개미들의 반응은 정말 격렬합니다. 자연상태에서 외부에서 마주친 적은 그저 견제후에 서로 갈 길 가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잠깐 한 번 붙어보고 서로 분쟁을 피하죠. 그러나 사육장은 다릅니다. 일단 도망갈 곳이 없는 밀폐 환경인 경우가 많죠. 그리고 사육장은 면적이 좁아서 직접 영토 침입이라고 인식합니다. 말하자면 공해상에서 마주친 것과 배타적 경제수역에 기어들어온 것의 차이가 있죠. 그래서 사육장 내에 다른 개미가 들어오면 아주 큰 소동이 벌어집니다. 발발성이 가장 뛰어난 숲곰개미 클랜 [갬철호드]에 자연에서 주워온 흑패 솔져 하나를 넣어보았습니다. 이 솔져에게 물려서 앙갚음 하는 것은 아닙니다. '_' 안아팠어요, 네.


달려들어서 공격하는 놈들 말고 주변의 모든 녀석들이 난리가 납니다. 불꽃놀이 같습니다. 흑패 솔져는 대형종답게 숲곰개미 워커 한 마리를 이미 살해하고 두번째 녀석을 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숫적으로 밀리니 능지처참 전술에 당해 꼼짝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우월한 피지컬로 열심히 반격을 하고 개미산도 쏴봅니다만, 역시 숫자가 최고군요. 약 10분을 이어진 사투는 숲곰개미 워커 2마리 사망, 1마리 부절의 갬명피해를 내고 침입자가 사살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쌈깨나 하는군요, 역시 [갬철호드].

분-곰 클랜의 후일담도 종종 올려드리겠습니다. 흙사육장으로의 이소후에 클랜의 활성도가 더욱 올라간 느낌입니다. 역시 개미는 흙에 살아야 하는 걸까요? 흐흐

다음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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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0 22:47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하십니다. 글도 참 잘 쓰시고요.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는 집에 못들이는 편이라... 개미나 외계인 같은 존재요.
ArthurMorgan
20/07/01 00:19
수정 아이콘
아니에요, 글 잘쓰시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요.. ^^;;

그렇죠. 말 못하는 것들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참 갑갑하지요. 저는 동물을 좋아해서 많이 데리고 있는데,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어요. 그걸 캐치하는 게 동물과 사는 맛이지요. 개미는 곤충이라 지능은 없지만, 사회성 곤충이라 그 모양을 보고 있으면 생각할 거리도 많고 재미도 있습니다. 키우는 데 드는 노력은 하기 나름이지만, 식물과 별 차이 없고요. 흐흐흐
valewalker
20/06/30 22:59
수정 아이콘
이만큼 자주 갬생활 연재를 하시는데도 매번 신선하게 꿀잼으로 읽고 있습니다.
어릴때 뒷산에서 놀다가 불개미한테 호되게 당하고 인상이 강렬하게 박혀서 오히려 불개미가 국산종 최애개미가 되었는데 아더님이 소개해준 개미들도 매력이 철철 넘치네요.
ArthurMorgan
20/07/01 00:22
수정 아이콘
제가 아니라 개미들이 자꾸 이슈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 군체를 이루어서 사회적으로 사는 애들이라 그렇겠지요. 그래도 군체가 한정적이라서 언젠가는 식상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_';;
20/07/01 01:16
수정 아이콘
우와.......갬파르타쿠스 기대해봅니다. 크크크크
ArthurMorgan
20/07/01 07:21
수정 아이콘
아니 크크크 그걸 기대하시면 어떡합니까; 걔 나오면 저 군체 망해욧!
20/07/01 08:09
수정 아이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리얼리티쇼인척하는 예능이어도 됩니다. 결국 재미는 ArthurMorgan님의 드립력에서 나오는 거라서요 크크크크
-안군-
20/07/01 02:10
수정 아이콘
외노자들의 운명이란... ㅠㅠ
ArthurMorgan
20/07/01 07:21
수정 아이콘
더군다나 어린 개미들을... ㅠㅠ
스위치
20/07/01 05:57
수정 아이콘
갬파르타쿠스는 신기하네요 크크크. 순종적으로 살던 종이 머릿수가 불어나니 반란이라..
저 진드기는 개미에 기생하는 건가요? 그대로 기생하도록 놔두면 개미에게 걸리지않고 피해를 끼치거나 하는 건가요?
ArthurMorgan
20/07/01 07:23
수정 아이콘
개미 사회에도 전쟁, 반란, 쿠데타, 암살, 잠입 같은 것이 있어요. 신기하지요?

일단 고치에서 붙어서 양분을 취하는 건 확인했습니다. 보통 응애라고 하는데, 붉은 Mite가 개미군체를 멸망시키는 영상도 있어요. 늘 조심해야지요.
스위치
20/07/01 13:56
수정 아이콘
개미들이 진드기를 잡아먹거나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딱봐도 크기가 상당해서 구분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ArthurMorgan
20/07/01 15:09
수정 아이콘
개미에 붙어 기생하는 응애의 경우, 개미들이 공격을 못하더군요. 일단 크기가 굉장히 작아서 개미 다리에 붙어 기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움직임도 재빠르고요. 그렇게 몇 마리가 달라붙으면 피를 빨리다가 쇠약해져서 죽어가기를 반복해서 거대 군체도 금방 멸망한답니다. 제가 잡아 죽인 애들이 그런 응애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수상하니 일단 처단했습니다. -_-+
쿠크다스
20/07/01 08:50
수정 아이콘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ArthurMorgan
20/07/01 08:59
수정 아이콘
성적은 후합니다.
20/07/01 10:31
수정 아이콘
매번 조용히 추천만 누르다가 댓글 답니다. 사회실험까지 하시고 몰입감이 장난 아니네요. pgr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글과 영상입니다.
ArthurMorgan
20/07/01 15:10
수정 아이콘
사회실험이라기엔 가당치 않죠.. ^^;; 다른 커뮤니티에선 활동을 잘 안해서요; 여기뿐입니다.
희원토끼
20/07/01 12:11
수정 아이콘
분개미주인? 곰개미노예? 그래도 노동강도는 둘 다 비슷하려나요?흐흐..
ArthurMorgan
20/07/01 15:11
수정 아이콘
네, 일단은 그렇죠. 차이점이라면 분개미는 여왕이 있어서 차차 늘어갈 것이고, 곰개미는 이번처럼 고치를 넣어주지 않는 이상 점점 줄어들 거라는 점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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