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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31 23:53:38
Name bos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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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숲속에 숨겨진 작은 공동묘지 이야기 (미국) (수정됨)




저희 동네에서 가까운 거리에 Western Greenway라는 숲이 울창한 산책로(트래일)가 있습니다. 이 트래일이 제가 사는 동네 Lexington/옆동네 Waltham/Belmont에 걸쳐서 있기에 꽤 사이즈가 되고, 그래서 저희 부부가 운동삼아서 자주 갑니다. 그곳에서 걷다보면, 숲 깊숙한 곳에 Metfern Cemetery라고 쓰여진 작은 공동묘지가 있는데, 한번 들어가서 묘비들을 둘러보았더니 좀 특이하더군요. 보통 묘비엔 이름과 생몰일자가 적혀있는데,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묘비들이 작은 콘크리트 블럭에 이름은 없고, P1234, C2345 이렇게 적혀있어서, 집에와서 좀 찾아보니, 좀 특이한 역사가 있는 곳이더군요.

이 묘지는 1947년부터 1979년까지 Fernald State School과 Metropolitan State Hospital의 레지던트(수용자?)들이 묻힌 곳이라고 써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Met-Fern. 호기심에 좀 찾아보니, 흠좀무한 과거가 나오더군요.

19세기 초반부터 1993년까지, 그 트래일을 캠퍼스 삼았던  Walter E. Fernald State School과 Metropolitan State Hospital이라는 학교병원 컴플랙스가 있었고, 주 수용대상자는 정신적문제자/유전질환자이 있는 소아부터 노인까지 숙식치료와 교육을 병행/빙자한 서방세계에서 가장 큰 수용시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고아들의 보호시설 이었다고 합니다. 70개가 넘는 건물들과 한때 2400명정도를 수용했었고, 1993년 대부분의 수용자들을 소규모 사립시설로 옮겼으며, 2003년 사이트를 닫을때도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2005년 현재 집으로 이사오기까지 2001부터 월땜에 살아서 이 시설있는 길을 자주 지나다녔었는데 이런 곳인줄은 꿈에도 몰랐었습니다.

이 Fernald 스쿨이란 이름은 이 곳의 교장이자 "우생학"을 지지해온 Walter E. Fernald에서 온것입니다. 이 시설이 미국내 우생학 연구에서 꽤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 우생학은 나찌의 미친짓으로 인해서 현재는 과학의 흑역사로 치부되고 있죠. 하지만 한때는 꽤나 "유망한" 분야였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먹는 모든것들은 자연적/인위적 우생학의 결과이거든요.

1940대 후반부터 1950년 초반까지 Harvard/MIT의 연구자들이 일부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 칼슘과 철분을 넣은 시리얼을 먹이는 실험을 했었고, 이 연구는 Quaker Oats 라고 미국 수퍼에 가면 흔하게 보이는 오트밀 만드는 회사에서 후원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서 칼슘과 철분의 대사를 규명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으로 "뭐 방사성 물질을 먹여?" 하듯이 그 당시에도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곳 수용자 학생들에게 과학클럽을 조직하면 보스톤 레드삭스 게임 보여주고, 등등으로 과학클럽 학생들을 꼬셔서 먹였다고 위키피디아에 나옵니다.

물론 이 연구의 대상자들에겐 무려 40여년이 지난 후인 1998년에 MIT와 Quarker Oats에서 $1.8M 배상을 했다고 합니다.

이 묘지 이름의 나머지인 Metropolitan State Hospital은 2000년대 초반에 건물의 대부분이 철거되고, 2000년대 중반엔 남아있던 시설들은 임대 아파트로 개조가 되어 랙싱턴에서 꽤나 인기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위에 그림에서 보이는 하얀 첨탑이 있는 행정빌딩은 지금도 그 아파트 가까이에 남아있는데, 이 건물을 그냥 방치해놔서 오밤중에 흉가체험하러가면 딱 맞는 곳입니다.

그 시설들에서 살던 수용자들중 어떤 이유로든 사망한 경우엔 이렇게 숲속에 있는 이름도 대충지은것 같은 작은 공동묘지에 묻혀 있고, 이름도 없는 묘비명에 있는 P는 Protestant, C는 Catholic을, 그리고 번호는 묻혀진 순서라고 합니다. 몇년전 월땜에 있는 유태인 사립학교 학생들이 이 묘지 매장자들의 "신원확인" 프로젝을 해서 묻혀진 분들의 전부는 아니고 일부 신원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아니 무슨 암매장한것도 아닌데, 신원확인을 해? 40-50년대까진 그럴수 있다고해도, 70년대후반까지 매장자의 신원을 단순히 숫자로 표현한게 이해가 안갑니다.

그 묘지를 지나는 길은 저의 선호하는 코스이기도 해서 이 묘지의 역사를 알게된 후로는 이곳을 지날때마다,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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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時雨
20/05/31 23:56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원한이 사무칠만하네요 ㅠㅠ
CapitalismHO
20/06/01 00:21
수정 아이콘
내용을 봐서 묘하게 분위기가 스산하네요, 블레어위치같은 느낌이라 해야하나...
그게무슨의미가
20/06/01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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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동네라.... 미국에 사시는군요. 부럽네요.
LAOFFICE
20/06/01 08:22
수정 아이콘
와 무섭고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찾아보니 MA에 계시군요. 감사합니다!
Ms.Hudson
20/06/01 09:58
수정 아이콘
Shot heard round the world 동네에 사시는군요!
20/06/01 10:27
수정 아이콘
참 미국은 이런일이 이 시기에 있었다고?? 하는 일들이 흔하게 있어서 가끔 놀랍니다. 그래서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이 많으가봐요.
이거봐! 이런일이 2000년까지 있었는데 이것도 있을법하지 않아??
고란고란
20/06/01 12:53
수정 아이콘
북미/유럽의 백인들이 나찌만 집중적으로 욕하고 있지만, 나찌가 괜히 생긴 게 아니고, 저들 역시 이런 불행한 과거에 책임을 져야죠. 아직까지 서구문명이 주류라 제대로된 평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20/06/01 13:10
수정 아이콘
막상 지나가면 자그마한 묘지라서 그렇게 스산하게 느껴지진 않아요. 그런데 저런 과거를 알고, 그 묘지의 묘비들을 볼적마다 안타까움..이런 감정이 느껴지죠. 몇몇 묘비에는 이름과 생몰연도가 있는데..특히 68년에 나서 70년에 죽은 여자아이가 눈에 띄더군요. 저랑 같은 나이라서 더욱 그런가봅니다.
20/06/01 13:12
수정 아이콘
네 보스톤 근처에서 삽니다. 아마 보스톤/보스톤 근교에 여기 보시는 분들 좀 될겁니다! 님은 아마도 엘에이 사시는분? 저는 엘에이/샌프란 자주 갑니다.
20/06/0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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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Hudson이란 동네도 있습니다!
20/06/01 13:19
수정 아이콘
저도 이 묘지를 보고 좀 찾아본후 알게된 사실이 좀 믿겨지지 않더라구요.
McClean Hospital이라고, 하바드 의대랑 연관된 정신병원이 벨몬트에 있는데, 여기에 있는 "뇌" 콜랙션이 세계에서 제일 크다라는 카더라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신병원이 바로 위에서 말한 Ferland, Metropolitan Hospital complex에 붙어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말이 되겠네 하네요. 여기도 한인 연구자들이 좀 계시죠. 혹시 이글 보시는 분들중에 맥린에서 연구하시는 분은 확인좀 해주세요.
20/06/01 13:30
수정 아이콘
항상 승자의 기준으로 쓰여진 역사를 통해서 후세들은 그렇게 배우고 알게되죠. 앞서 말한 우생학이 한때 "핫"했던 분야였기에 여러 나라들이 많은 연구를 했겠죠. 그리고 나찌의 악행들이 알려지니 아마 잽싸게 지웠을것 같습니다. 저도 이 묘지의 역사를 알고 좀 많이 깼습니다.
근데, 나찌들은 워낙 유태인들/집시들 상대로 말도 안되는 짓들을 많이 해서...2014년에 아우슈비츠에 가서 보고 느낀 생각은 참..그 당시 독일사람들은 사람들 죽이는것도 생각 많이해서 공장화 하여 죽였다 였습니다.
abyssgem
20/06/01 15:12
수정 아이콘
미국은 저것 말고도 앨라바마에서 취약계층을 상대로 끔찍한 생체실험을 자행한 적도 있죠. 터스키기 매독실험이라고 유명합니다. 음모론 중 하나로 치부되었으나 명백한 사실로 밝혀졌고, 나치와 일제의 만행 사례가 전세계에 공유된지 오래된 1970년대까지도 실험이 계속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클린턴 대통령때 공식 사과까지 이뤄졌습니다.

어쩌면 추축국 파시스트 진영과 영미프 등 자유 진영의 차이는... 저런 행태를 안면에 철판 깔고 대규모로 대놓고 해 먹느냐, 그래도 겉으로는 비난하면서 눈치 봐가며 뒷구멍으로 조금씩 하다가 사후에 밝혀지면 인정하고 사죄 및 보상 정도는 하느냐 그 정도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네요. 역사는 결국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는 것도 분명하고요.

뭐 요즘엔 '그냥 당당하게 대놓고 해 먹는 편이, 자기네는 안 하는 척 위선 떠는 역겨운 것들보다는 낫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물론 전 그런 말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 차이가 오십보백보 정도의 작은 차이는 절대 아니죠.
LAOFFICE
20/06/01 23: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LA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막 터전을 닦아 나가는 중입니다. :) LA에 자주 오시는 군요! 저는 MA의 경우 예~ 전에 2003년에 보스턴 여행갔던것이 마지막이라... 원래는 올 봄에 다시 보스턴에 가려고 했는데 코비드19으로 못 갔습니다.ㅜ
20/06/02 00:01
수정 아이콘
혹시 보스톤에 오실일 있으면 메세지 주세요! 밥한번 함께 하시죠. 오래전에 케텔에서 낯선 유저들끼리 채팅하다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밥먹고 술마시던 느낌한번 내고싶네요!
20/06/02 10:02
수정 아이콘
와 섬뜩하면서 재미있네요. 저는 바로옆 cambridge에 살고 있는데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LAOFFICE
20/06/0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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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역시 LA오시면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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