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5/26 23:11:16
Name i_terran
Subject [정치] 유사 시민단체에서 일했던 썰을 풀어봅니다. (수정됨)
정의연 문제가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삐딱하게 봐서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시민단체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쳐야 하는 것도 맞고요.
그냥 제가 겪었던 유사시민단체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보고자 합니다.


1. 장사를 배워야하는 매장 매니저에게 사상교육(?)을 먼저 시킨다.

저는 유사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매장의 매니저로 들어갔습니다.
장사를 할줄아는 경력도 없었지만, 다른 지원자에 비해서 젊었고 대졸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인맥이 있어서 면접에서 대답을 잘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간 매장에서 실상 시스템이 잘갖춰져 있더라도 고생을 할게 뻔한데
시스템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그런 부족한 시스템력을 개인기로 메꿔야 했습니다.
저는 제 장사가 아닌데도 하루 14시간 정도 일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매장 근처에 고시원을 잡아놓고 일했죠.
장사의 달인(?)들도 많이들 들어왔다가 많이들 도망가는데
저는 인맥으로 들어간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도망갈수가 없어서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쟁에 나가는 군인에게 총쏘는 법은 알아서 배우라고 하고
국사시험을 열심히 보는 그런 시스템이었습니다.
장사의 기본중의 기본인 재고관리 회전률 매대세팅 등등을 하나도 안알려주고
그 단체의 역사 의의 그런것을 특강하고 지역별로 모아서 시험을 보고 그랬습니다.

2. 위선일지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가려 한다.

지금은 제가 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매장에서 위생관리를 배웠던 감이 있어서
매우 수월하게 위생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 단체는 위생검사를 자체적으로 빡시게 합니다.
직접 소비자가 감시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을 잡아놨습니다.
그런 빡신 위생검사가 생긴건
일부지점에서 구청과 트러블이 생긴 것 때문이었는데
그런면에서 구청과 다른 방향으로 잘 풀어 볼 생각은 전혀하지 않고
<구청이 정면대결에서 견딜 수 있게 자체적 위생관리를 한다>는 걸로 정했습니다.
눈에서 피가나도록 유통기한 관리하고 딱고 쓸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엔 프랜차이즈에서도 자체적으로 많이 그러는 것 같지만,
대충 10년전에는 구청과 맞대결을 해보겠다는 건 이색적이었죠.

3. 그 단체도 회계 문제가 있었다.

제가 장사경험이 없었는데도 그 단체에 들어가서 일을 했던 것처럼
ERP를 모르는데도 그 지역단체(전체 단체는 따로 있고)에 들어가서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회계가 몇년째 꼬여 있었습니다.
중간에 ERP를 아는 사람이 들어왔어도 그걸 풀지못해서 도망가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다시 ERP를 모르는 사람이 들어가고요.
요컨데 급여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그런 시스템을 만들거나 운영할만한 사람이 있지 않고
그 급여를 받을만한 사람이 들어가서 점점 회계문제를 키우는 겁니다.
당연히(?) 크게 해먹은 사람도 없었지만 다같이 돈문제로 고통받았습니다.


4. 강도와 위선자는 구분해야할 것 같다.

이후 저도 그 단체를 나와서 다시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는 분야로 돌아갔습니다.
답답한 시민단체를 뒤로하고 정말 속도감있게 돌아가는 자본주의적 단체로 가니
처음엔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첨단을 걸여서 그랬던 것인지
전에 일하던 자리의 정규직 지위를 포기하고
들어간건데 가서 2달 일하다가 그냥 해고당했습니다.
프리랜서는 임시직이었기 때문에
그 전에 니가 뭘 포기했건 말건 언제나 해고당할 수 있었죠.
그 자본주의 단체가 개국을 할때 동원되었는데,
막상 개국하고 나서 큰리스크가 없어지니 그냥 해고 통보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나니 그 앞 시민단체의 병신같지만 끈끈한(?)정이 그리워지더군요.
아 객관적으로는 제가 그 시민단체에 있는동안 사회가 많이 변해서
제가 자본주의에 첨단에서 일할만한 능력이 안되었다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어쨌든 그 단체로 다시 돌아가진 않았고
또다른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는 곳으로 이직했다가 능력부족으로 은퇴했습니다.

5.시민단체는 스스로 이익창출을 못하기 때문에 모순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시민단체는 후원을 받아야하고
제가 일했던 곳도 수익사업이 주력이었지만,
엄밀히 말해서 수익사업만으로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100% 가성비만을 따진다면, 그 단체보다 더 나은 단체가 생기거나
수익이 나지 않으니까 그런 사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익에 최적화된 단체가 아니다 보니
프로파간다가 필요하고 그런 프로파간다가 운영자금을 만들어주고
그러다 보니 그 아래에서 소모품처럼 갈려나가는 부분도 있죠.

하지만 중간에 꼭 자본과 이익을 따라간다고 해서
소모품처럼 갈려나가거나 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아요.
요즘 시대의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모두 망하는 사업자가 되는것 처럼요.

결론을 말하자면, 시민단체들 미숙한 부분이 많은데
잘 따져보고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먹기 위해서만 한게 아니라면
전체를 부정하진 말자..... 가 제 의견입니다.

정의연이란 단체가 저는 제가 몸담았던 단체 정도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용수 할머니의 "해먹었다!"는 울분의 멘트를 보니까
큰 문제가 있어 보이더군요.
아마 이용수할머니가 비판한게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 단체에 대해서 비판하지 못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그랬고요. 그래서 더더욱 오래오래 곯아있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부디 새로운 단체가 출범해서 그 좋은 대의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05/26 23:24
수정 아이콘
5번의 경우는 비영리단체가 가지는 모순일것 같은데..
어떻게보면 1,2,3,4번 문제를 관통하는 주제일수도 있어서 좋은 경험담일것 같습니다.

2번의 경우는 케바케일것 같은데 대응방법이 군대에서 보던 [까라면 까라]식인것 같..
공기청정기
20/05/27 00:35
수정 아이콘
저는 몇다리 건너서 들은건데 뭐 이상한 단체에서 공사비를 기부로 처리 해 달라고 한적 있다더군요.(...)

뭐하는 애들인가 싶었습니다. 괜히 물었다 골치만 아파질까봐 그냥 넘겼는데 어딘가 한번 알아 볼걸 그랬어요.
20/05/27 00:54
수정 아이콘
저는 그쪽에서 실제로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그쪽 업계 사람들이, i_terran님이 언급하신 내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내가 일하는게 내가 생각하는게 옳은데 왜? 이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지금 정의연 공격 받는데 있어서 공격 받는 이슈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좋은 일 했는데 부정당한다... 이런식의 반응을 보이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Janzisuka
20/05/27 01:11
수정 아이콘
저는 유네스코브릿지사업단을 외부에서 도움드리던때가 있었는데 자금 문제는 어디나 있을듯해요 말씀하신것중에 그럼에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라는 부분은 많이 느꼈어요
불타는펭귄
20/05/27 01:16
수정 아이콘
사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냥 자기 사업을 하겠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은 시민단체의 비합리적인 열정페이를 못 견딥니다.
그러다보니 기업 마인드는 전혀 없지만, 젊은 사람들을 빨대로 잘 빨아먹는 사람이 대표를 하죠.
기업 마인드를 심지어 나쁘게 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용수 할머니가 일갈 했으니 악당 정의연이 검찰에 박살날 일만 남았군 하시겠지만,
이미 할머니께 들러붙은 사람이 많아서 헤피엔딩각이 안보입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정의연이 바뀌는 게 아니라 아예 없어져도 좋으니 이용수 할머니가 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20/05/27 09:13
수정 아이콘
본문만으로는 왜 시민단체가 있어야 하고 기부나 세금으로 지원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이 되긴 어려울 것 같네요. 정말 지원해야하는게 맞다고하면 정확한 회계감사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구요. 그리고 정말 자정노력이 있었다고한다면 정의연을 지지하는 성명 같은걸 내면 안되었다고 봅니다. 애초에 여기서 글러먹었어요. 끈끈한 정이라는거 외부에서 보면 그냥 카르텔입니다.
그럴듯하다
20/05/27 11:51
수정 아이콘
유사 시민단체가 아니라 그냥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셨던거 같네요 크크크
좀 그런게 있어요. 우린 이래도 돼. 시민단체니까.
뭔가 노동력과 자원을 투입했으면 다른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최소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버티기 힘들어하더이다.
metaljet
20/05/27 12:20
수정 아이콘
아이X 이라던가... 매장을 여러개 운영하는 생협 같은 쪽이었나 보네요.
건이강이별이
20/05/27 12:38
수정 아이콘
확실한건 밑에 잇는 사람들의 정은 잇을지 몰라고
그런 곳일수록 윗대가리나 요직은 해먹기(?) 쉬워요.
속칭 구멍가게죠. 사기업도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구멍가게냐고 까이고요. 100프로 문제 생기구요
그리고 사람은 해먹기 쉬운 위치에 노출되 잇으면 그 선을 넘어가는건 순식간입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고 하죠
처음엔 잘못된다 알다가 어쩔수 없지 기만하다 점점 이게 당연시 되면서 단위도 커짐

그래서 감사받고 상호견제 하고 등등 하는거죠 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961 [정치] '선진국 정반대 정책' 출퇴근 할인 없앤다…경차 할인도 축소 [51] 쿠보타만쥬5346 20/06/28 5346 0
86960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8 [8] PKKA751 20/06/28 751 11
86959 [일반] 일하면서 황당하며 불쾌했던 경험 [14] 시지프스3392 20/06/28 3392 8
86958 [일반] 출산율과 연애율. 이젠 연애도 장려해야 할 때 아닌가 싶습니다 [133] 보리밥7542 20/06/28 7542 24
86956 [일반] 6.25전쟁 70주년 행사 영상 [6] SaiNT1627 20/06/28 1627 6
86954 [정치] 정치 선전의 방법은 사실 다 50보 100보이긴 하죠. [45] kien3287 20/06/27 3287 0
86953 [정치] 김두관vs하태경 인국공 관련 설전이 점입가경입니다. [316] 파어11266 20/06/27 11266 0
86951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7 [8] PKKA1028 20/06/27 1028 10
86950 [일반] 조종사를 대하는 철학의 차이 (보잉 vs 에어버스) [31] 우주전쟁4483 20/06/27 4483 26
86949 [일반] [개미사육기] R.I.P. My friend [36] ArthurMorgan2026 20/06/27 2026 17
86948 [일반] COVID-19의 감염자가 오늘중으로 천만명을 넘길것으로 보입니다. [29] 어강됴리7113 20/06/27 7113 12
86947 [일반] 회사 카톡에 욕을 했습니다.(후기) [58] 삭제됨8433 20/06/27 8433 2
86946 [정치]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 만난 이용수 할머니 “수요집회 다시 참석” [59] 감별사6590 20/06/27 6590 0
86945 [일반] 걱정을 잊고 살고 싶습니다. [18] 헛스윙어2811 20/06/27 2811 9
86944 [일반] 나는 흙수저일까? 사실은 설사수저가 아닐까? [27] 영소이3875 20/06/27 3875 26
86943 [일반] 물가와 양극화 [11] LunaseA2766 20/06/27 2766 9
86942 [일반] [서브컬쳐] 만화의 여왕. 루믹 월드 애니 노래 특집(움짤용량주의) [52] 라쇼2546 20/06/26 2546 2
86941 [일반] 군장병 휴대폰 사용이 '정식'으로 시작 됩니다. [70] 길갈6345 20/06/26 6345 8
86940 [정치] [1보] 대검 수사심의위, '이재용 불기소' 권고 [56] 꿀꿀꾸잉5777 20/06/26 5777 0
86939 [정치] 중간층의 살을 떼어 하위층에게 줄 것. [53] 79년생6890 20/06/26 6890 0
86938 [정치] 부동산 부린이들을 위한 공급/수요/가격 [55] 79년생7706 20/06/23 7706 0
86937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6 [8] PKKA1078 20/06/26 1078 10
86936 [정치] 일부 현정부 극성 지지층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 - 모순론 [180] 종합백과7657 20/06/26 765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