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운동 후 샤워를 마치고 pgr에 접속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1년 쯤 전에 공부를 위해 서프림토스3를 마지막으로 잠시 사이트 활동 중단을 선언했었습니다.
그러다 중계권 사태를 접하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pgr이 폐쇄 결정을 내립니다.
솔직히 어이가 없고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원들에게 이러 저러한 이유로 협회와 방송국에 항의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침묵 시위'를 결정한다는 통보만 했더라도 그런 생각을 안했을 것 같습니다.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다 오늘 게시판을 다시 정성화했고 SKY92님이 올리신 글을 봤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어쩌면 군인 최초로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오를 지 모른다는 소식은 기쁜 것이었지만 폐쇄와 관련해서 저도 모르는 상처를 받았나 봅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도 도무지 흥이 나질 않더군요.
마치 너무도 사랑했던 여인이 어느날 딴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 여인과 다시 마주 앉은 기분이랄까요?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상처가 이렇게 큰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pgr을 아꼈던만큼 상처도 이렇게 큰 것이겠죠.
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요?
추스르기가 힘이 들 것 같습니다.
게시판 오픈 후 이런 우중충한 글을 적을 수밖에 없어 여러 회원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이런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이 상처가 언제쯤 치유될까요?
치유가 된다면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정든 이곳에서 여러 회원님들과 가슴두근대고 흥분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탄성을 지를 수 있을까요?
열심히 활동하던 회원님들의 대화명을 클릭해보니 '탈퇴한 회원'이라는 메시지가 뜰 때 마치 조지훈님의 '봉황수'를 읽을 때 느꼈던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벌레먹은 두리기둥,빛 낡은 단청(丹靑),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
(玉座)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
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우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및 추석
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
에서 정일품(正一品).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
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량이면,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
(呼哭)하리라.
흐르려는 눈물을 애써 추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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