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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6 15:42
1, 누가 맞춤법 맞추라고 강요하나요? 맞춤법이 틀리면 정정해주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강제로 맞춤법을 맞추라고 하거나 맞춤법 틀리다고 벌주는 사람은 못 봤는데요.(공문서 같은게 아닌이상)..
2. 맞춤법은 기준이죠.. A라는 기준이 있고, 거기에 사람들이 맞춤법을 몰라 B로 쓸수는 있지만, A라는 기준이 있기에 B에서 C로는 넘어가지 않는거죠.. A라는 기준이 없으면 같은 표현이지만 사람들마다 다르게 쓰는 사태가 발생하여, 결국 의사소통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아무렇게 써도 알아들으니 별 상관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맞춤법이라는 기준이 있기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는거라고 볼 수 있죠..
20/02/26 15:53
또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한글이 있기 때문에 한국어가 이 난장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한글이 한국어를 다 표현하지 못했다면 한국어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없애고 사용하기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되지 않을까요?
20/02/26 15:46
짤을 보니 영어권 사람에게 성문기본영어 던져주고 싶네요 크크크... 영어 진짜 어렵게 배웠었는데... 사실 문법 다 필요없죠.
20/02/26 15:48
예를들어서 진행할거에요 vs 진행하겠어요 vs 진행할겁니다 vs 진행하겠습니다. 의 차이를 외국인에게 설명해야 할때 어떻게 설명해야 제일 명쾌할까요?
진행할거에요는 친근한 관계일시 사용하고, 진행하겠어요는 상대높임범+ 약간의 의지가 엿보일시 사용하고, 진행할겁니다는 상대 높임범 + 조금 어려운 관계일 때, 진행하겠습니다는 상대높임법에서도 격식을 갖춘 표현?
20/02/26 19:23
대충 그렇게 가르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영어 공부하실 때 will, shall, going to의 차이에 대해서 '원어민처럼 완벽하게 쓸 수 있게' 배우신 기억이 없을 겁니다. may와 might의 구별도, a와 the의 구별도 기초적인 내용만 가르쳐 주고, 나머지는 써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겠-', '-을 것-'의 차이라든지, 높임법의 구분은 잘 연구되어 있고, 나름 잘 가르쳐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20/02/26 16:01
예전에 공무원이나 해볼까 기웃거리다가 국어과목 문법파트 슬쩍 보고 때려친 기억이 있습니다.
나름 인서울 4년제 나왔는데 수능 때는 어떻게 공부한건지 의문입니다.
20/02/26 16:10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넷상에서 맞춤법 지적 진짜 이게 역관광 당하기 딱 좋아요.
띄어쓰기로 역공 들어오면 십중팔구는 걸립니다. 먼저 공격을 했기에 받아칠 명분도 없어요. 너도 틀렸는데? 너는 되고 나는 안됨? 내로남불임? 뭐 이런식으로 감정소모 하기 딱 좋습니다. 진짜 지적 당한 사람의 아량에 따라 걍 넘어가냐 키배냐가 갈립니다. 그리고 요즘은 핸드폰으로 많이 하다보니 인지하지도 못 하는 오타가 너무 많기에 대충 알아먹으면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20/02/26 16:15
맞춤법은 결국 웹표준이나 우측통행 같은 거죠. 다같이 잘 지키면 편리합니다.
언어는 언중의 일상적 의사소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 '뜻만 통하면 되지'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언어관을 가진 사람이 그런 말글을 쓰는 거까지는 자유지만, 그게 언어의 본질인 것처럼 말하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하네요. 한국어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0/02/26 16:35
사실 요즘엔 1.5세나 2세들도 많고 맞춤법이 힘든 사람도 많죠. 저도 그렇고.
근데 웹상에서는 이사람은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을 깔고 들어가니... 예를들어 외국웹에서는 영어를 단순하고 엉성하게써도 아 이사람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가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한국어 웹사이트에서는 그 경우의 수는 아예 제외시키는듯...
20/02/26 17:52
띄어쓰기의 그 딜레마죠
원래 중세국어에는 띄어쓰기가 없었죠 띄어쓰기가 생긴건 독립신문이 최초였고 이후 1933년에 정식으로 규정이 정해졌습니다. 띄어쓰기가 생기면서 읽기는 쉬워졌지만 그대신 규정이 복잡해서 문제입니다. 아마 띄어쓰기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짧은문장 여러개를 쓰는쪽으로 언어가 발달했을꺼라고 봅니다.
20/02/26 19:18
정서법과 문장의 길이 사이의 관계가 진지하게 연구된 적은 없지만, 대략 띄어쓰기 없는 일본어나 중국어, 태국어 등이 한국어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짧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세국어 문헌을 읽어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현대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 문장이 끝나지를 않습니다... 진짜 끝이 안 나요...
20/02/26 19:39
한국어가 두음법칙이 있다느니, 다양한 발음 변형이 있다느니 하면서 배우기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음운론적으로 봤을 때 한국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꽤나 단순한 언어입니다. 그러다보니 연구자의 입장에서 한국어의 음운론적인 현상이 언어학계에 이론적으로 기여하기가 쉽지 않기도 합니다. 그만큼 철자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띄어쓰기가 좀 짜증나는 부분이 많을 뿐..
그와는 별개로, 세종대왕은 맞춤법을 중시한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신하들은 [소리나는 대로] 적기를 원했는데, 세종은 [단어의 원형을 밝혀] 적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신하들은 '밭+도'의 경우 발음나는 대로 [받도](경음화 표기X)라고 적길 원했으나 세종은 원형을 밝혀 [밭도]라고 적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세종이 직접 관여한 초기의 문헌인 용비어천가에는 [밭도]와 같은 원형을 밝혀적은 표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하들의 반대가 심했던 모양입니다. 1447년 세조가 지어온 석보상절을 읽고, 세종은 그 내용을 요약하여 월인천강지곡이라는 노래를 만듭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발음나는 대로 적힌 표기가 채택됩니다. 그래서 세종이 어떻게 했냐구요? 자기가 원하는 맞춤법대로, 활자를 파다가 인쇄된 책 위에다가 덧찍었습니다(누가 수정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뭐.. 세종 이후 문헌에 이런 표기가 채택되지 않은 걸 보면 킹리적 갓심으로..). 티 안 나게 찍기 힘든 비읍 -> 피읍 같은 경우는 물로 글자를 씻어내고 찍기까지 했습니다. 이상을 봤을 때, 글쓴 분의 첫 번째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네, 화내셨을 것 같습니다.]
20/02/26 20:47
맞춤법이 어려운 이유는 한국어가 어려운 것도 있는데
맞춤법이 잘못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짜장면, 몇일 같이 맞춤법과 현실언어가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죠. 제대로된 맞춤법이라면 틀렸을때 직관적으로 어색함을 느낄 수 있거나 최소한 어원을 따져서 왜 틀렸는지를 설명할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안되는 맞춤법은 잘못된 맞춤법이고 억지로 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을 세종이 만들었다고 맞춤법도 세종이 만든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글 맞춤법은 일제시대에 처음 만들어서 88년에 한번 개정한 이후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급하게 만드느라 잘못된게 많은데 이후 개정 작업도 잘 안되고있죠.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가려고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해마다 만개가 넘는 단어를 수정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은 백개도 안됩니다. 안그래도 시대에 뒤쳐지던 사전이 날이 갈수록 더더욱 뒤쳐지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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