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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1/24 02:09:35
Name 펑리수
Subject 구형 통돌이 세탁기 V벨트 교체기

    작년에 구형 통돌이 세탁기의 탈수 기능 고장으로 V벨트를 자가 교체했다. 수리 전문 기사가 아닌 일반인도 충분히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검색해 보면 이에 대한 블로그 경험담, 동영상은 무척 많다. 실제적인 교체 과정은 그러한 내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그 과정에서 유의해야할 점들을 적은 것으로 V벨트 교체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고장 증상을 파악한다.

    세탁을 끝냈는데 뭔가 덜 짜진 느낌이 들거나, 빨래에 물이 흥건하다면 탈수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V벨트는 대략 너비 23cm, 두께 1cm 안팎의 동그란 고무 벨트인데, 이 벨트의 장력이 탈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 부품만 교체하면 탈수는 잘 된다. 세탁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이것은 다른 중요 부품이 고장난 것이므로 수리 신청을 해야한다. 오직 '탈수' 기능에만 문제가 있을 때 V벨트 교체가 의미가 있다. 요새 생산되는 신형 통돌이에는 이 부품 대신 다른 부품이 들어가 있으므로 신형 통돌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적어도 5년 이상이 된 통돌이라면 V벨트가 장착되어있을텐데,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서비스 센터에 해당모델에 대해 문의하는 것이 좋다). V벨트가 노후화 되어 탈수가 안될 정도라면 상당히 연식이 오래된 상태일 것이다. 교체를 하면서 놀란 것이 산업용 고무 벨트의 내구성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집 세탁기는 15년째 사용 중인데 이 부품의 교체는 처음이었다.

2. 부품의 정확한 규격을 확인한다.

    상당히 오래쓴 가전제품이 고장나면 돈을 들여 수리를 할 것인지, 버리고 새로 살 것인지 나름 고민하게 된다. 일단 수리 신청을 하게 되면 출장비+부품비+공임비가 합산된 금액이 나오는데, 이 금액이 높을수록 선택은 버리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예산에 여유가 있고 전부터 구매 계획이 있다면 새 제품을 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자가 수리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부품비가 저렴하고, 교체의 난이도도 일반인이 해보기에 그리 높지 않다. 부품은 오픈 마켓에서 배송비 포함 7천원 안팎의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치려는 세탁기에 장착된 V벨트의 정확한 규격을 확인하는 일이다. 제조사와 모델마다 이 규격이 다 다르다. 1mm, 2mm 정도의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제대로 확인을 안하고 대충 주문해서 교체했다가는 세탁기를 그냥 보내버리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벨트의 규격에 따라 작용하는 장력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맞지도 않는 벨트를 장착한다면 필연적으로 고장이 날 수 밖에 없다. V벨트의 규격을 확인하려면 직접 봐야한다. 이 부품은 세탁기 제일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확인을 위해서는 세탁기를 바닥에 눕혀야 한다. 사실 이 과정이 좀 번거롭기는 하다. 다용도실이 정말로 널찍하고 주변에 별다른 살림살이가 없다면 쉽겠지만, 많은 경우 이런 저런 살림살이로 세탁기 주변 공간에는 여유가 없을 것이다. 우선, 주변의 살림살이를 정리해서 세탁기를 눕힐만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다.          

    세탁기 자체의 무게가 상당해서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수월하다. 마동석이라면 혼자힘으로도 세탁기를 사뿐히 내려놓을지도 모르겠다. 세탁기를 바닥에 패대기칠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혹시 모를 부상의 위험도 막을 수 있다. 세탁기를 눕혔다면 기차 바퀴 모양의 레일에 감긴 검정색 고무벨트가 보일 것이다. 벨트의 겉면에 적힌 규격을 확인하고 부품을 주문한다. 부품은 대부분의 오픈 마켓에서 판매한다. 벨트 제조사는 산업용 고무 벨트를 생산하는 국내 D사가 유일하므로 선택의 어려움은 없다. 만약 세탁기의 제조사가 S사라면 규격을 확인하는 이런 번거로움을 줄일 수가 있다. 세탁기 모델명을 서비스 센터에 알려주고 부품 구매 신청을 하면 센터에서 수령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직접 수령이 원칙이므로 어떤 것이 자신에게 편한지 생각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3. 부품을 교체한다.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는 과정은 새 부품 구매-기존의 고장난 부품 제거-장착, 의 경로를 따른다. 이 점은 컴퓨터의 파워 써플라이, CPU팬을 교체하는 것이나 세탁기의 V벨트를 교체하는 것이나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익숙함의 정도이다. 컴퓨터 내부에 익숙한 사람들은 많지만, 대개의 일반인은 세탁기 내부를 들여다 본 적도 없고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약간의 겸허함이 필요하다. 겸허함, 정말 좋은 덕목이다. 변기가 막혔을 때 관통기로 대부분은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변기를 뜯기도 한다. 세면대의 고압 호스를 교체하는데, 잘 풀리지 않는 너트를 억지로 풀려다 세면대에 금이 가서 깨지는 일도 발생한다.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자각을 갖고 겸허함을 지니도록 하자. 그러한 마음 자세가 작업을 조금은 수월하게 해준다. 수리과정을 기록한 블로그나 동영상을 보면서 저렇게 다 쉽게 교체하는데 별 것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은 다 고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경험상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교체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자.

    교체를 진행하기 전에 목장갑은 필수다. 내부 부품이 날카로운 철제 구조물이기 때문에 다칠 수도 있다. 기존의 노후된 V벨트는 가위로 잘라서 제거한다. 새 벨트를 장착할 때 유의해야할 점은 그 주변의 구조물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V벨트를 장착할 바퀴 부분은 절반 정도가 그것을 지지하는 구조물에 가려져 있고 너트로 고정되어 있다. 너트를 풀고 벨트를 장착하는 것이 쉽기는 하다. 문제는 그 너트를 풀고 조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조차도 공장 출고 당시 최적화된 상태로 조여졌기 때문에 풀었다가 어느 정도로 조이는 것이 세탁기의 탈수 장력에 적당한지 비전문가인 우리는 잘 모른다. 그리고 웬만한 힘을 주어서는 스패너로 그 너트가 풀리지도 않는다. 좀 까다롭긴 하지만 지지대를 풀지 않은 상태로 V벨트를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CPU팬을 교체할 때 써멀 컴파운드를 방열판에 꼼꼼히 펴바르는 정도의 세심함이면 충분하다. 한쪽면에 벨트를 걸쳐두고 다른 한쪽에 힘을 주어 간격을 조절하면서 끼운다. 이 과정은 실제 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4. 마무리

    V벨트를 잘 끼웠다고 생각되면, 손으로 벨트가 장착된 레일을 돌려서 벨트가 돌아가는지 확인한다. 이제, 세탁기를 세운 후 탈수 기능을 확인해 본다. 물에 적신 행주를 탈수시켜보고 탈수가 잘 되었다면 교체가 끝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탁호스를 연결하고 세탁기 주변을 정리한다. 해보니 정말 별거 아니네, 라는 말은 이때 맘껏 할 수 있다.

   비전문가로서 가전제품의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전문기사가 해야할 영역이 대부분일 것이다. V벨트 교체의 경우에는 어쩌면 그 경계선에 있는 도전 목록일지도 모르겠다. 도전에 성공하게 되면 직접 해냈다는 나름의 작은 성취감도 딸려온다는 것도 이야기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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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했죠
20/01/24 05:39
수정 아이콘
근래 세탁기가 고장나서 사설 견적 받아보고 댐퍼 혹은 베어링 교체가 필요하다고 하여 그냥 바꾸는 게 낫겠다 싶어 산 중고세탁기도 세탁조 돌아갈 때마다 끼익끼익하는 문제가 있어 자체AS로 V벨트 교체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문외한 입장에선 고장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고, 기술자 부르면 그냥 부른 김에 교체하는게 나은 딜레마가 있네요.
펑리수
20/01/24 15:16
수정 아이콘
그런 면이 있긴 해요. 지금 쓰고 있는 세탁기도 V벨트 교체해서 그럭저럭 돌아가기는 하는데, 그 끼익끼익 하는 소리 때문에도 바꾸긴 해야겠다 싶죠. 새로 나오는 세탁기는 전력 효율도 더 좋겠지요. 그래도 수리해서 쓰는 데까지 써보고, 그런 것이 지구 환경에 좀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율리우스카이사르
20/01/24 22:10
수정 아이콘
드럼세탁기 사용하시나 보네요.
나름 이분야에서 굴러먹는 사람입니다.
베아링 교체는 제조사에 맡기시면
수조 뒷판까지 교체를 권하는데
20만원정도 책정됩니다.
사설부르시면 10만원쯤에 가능한곳 있을겁니다.
교체하실 생각없이 수리해서 쓰실거면
제대로 된 사설업체에 맡기시는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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