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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1/12 22:32:34
Name aurelius
Subject [역사] 1873년 어느 일본인의 로마여행 후기 (수정됨)
본 글은 1871~1873년 유럽일주를 한 이와쿠라 사절단의 서기 쿠메 쿠니다케가 기록한 [미구회람실기] 로마 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
문장이 유려하고, 관찰력이 뛰어나 공유합니다. 참고로 소제목은 제가 임의로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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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개괄)

유럽 여러 나라들은 가는 곳마다 문명이 꽃피고 대지는 잘 경작되어 차바퀴 흔적이 없는 산이 없을 정도이다. 물자가 넘치고 부와 사치의 극치를 이루며 활기 넘치는 시민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의 고원 부근까지가 문명의 최전성기에 있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에 오면 토지는 비옥하나 사람들은 게으르고, 현재의 왕이 지도력을 발휘하여 국민의 기력을 진작시키려 하고 있으나 국민은 아직 일어서지 않고 있다. 이는 그 통치가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이나 대개 옛날에 한번 영화를 본 민족이 한번 쇠퇴하면 다시 일어나기가 힘든 것이다. 오늘의 이탈리아를 옛날 모습과 비교하면 이전의 권위는 어디갔는지 찾기 어렵다. 로마 시내에는 2000년이 넘는 옛 고적이 많다. 이를 돌아보면 감개무량하기 그지 없다. 

유럽문명은 반드시 남쪽에서 일어났다고 이전에 생각한 적이 있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문화가 북으로 올라가 유럽에서는 가장 오래된 나라로서 그리스가 건국되었다. 그리스는 지금 터키령이다. 이전의 그리스문명은 한번 쇠퇴해 버리자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로마문명이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2700년 전에 건국되어 1950년 전에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사방으로 무위를 떨쳐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을 모두 병합하고, 동남부로는 그리스, 아랍, 이집트를 정복하여 강대한 페르시아까지도 강화를 요청해올 정도였다. 카이사르는 로마의 제위에 올라 그 권위는 절대적이었으나 결국 원로원에서 브루투스일파에게 사살되었다. 이어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인 아우구스투스가 일어나 브루투스를 죽이고 제위에 올라 내전을 수습하고 로마의 통치를 안정시켰다. 그 후 칼리굴라나 네로 등이 등극하면서 사치와 부패가 심해졌다. 

(중략)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는 모두 야만족이 사는 곳으로 초목이 우거지고 습지가 널려있고 짐승들이 뛰어 다니던 상태였다. 

(중략)

로마에는 화려한 문화가 있고 웅대한 도시의 분위기로 가득차있었다. 그것을 본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깨닫고 자발적으로 로마의 뛰어난 기풍을 받아들임으로써 오늘의 발전을 본 것이다. 

유럽의 문화는 원래 로마의 문명에서 발전하였다. 당시의 모습을 오늘에 비추어보면 예를 들면 아메리카 인디언이 워싱턴에 가거나 북극의 원주민이 스웨덴이나 러시아의 도시에 갔을 떄의 느낌과 같을 것이다. 

(중략)

오늘날 번영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도 그 문화의 본질의 기원은 모두 로마에서 온 것이 많다. 그것은 현재의 로마를 보아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유럽문명을 논하는 자는 반드시 로마로 가서 그 역사를 연구한다고 한다. 나라의 문명의 집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천 년의 역사로 길러져 비로서 꽃이 피는 것이다. 

(로마시내에 대한 인상)

로마의 거리는 대개 불규칙적이고 협소하며 청소가 잘 안되어 먼지가 날린다. 건물은 크고 옛것이 많으나 아름답지는 않다. 주변부로 가면 잡초가 우거지고 집들은 지저분하며 길도 울퉁불퉁하다. 그 가운데 곳곳에 2000년 전의 유적이 있거나 땅 속에서 파낸 유물 등도 있어 지난 영화에 대한 감개가 무량하다. 이 도시는 1000년 동안 가톨릭의 본산의 자리를 지켜 왔으므로 전 시가 성당 투성이라고 할 정도로 교회가 많다. 저녁에 시계바늘이 시각을 가리키면 사방팔방의 종이 울려 시내에 울려퍼져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로마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거나 음악이나 직물등의 기법과 건축기술로는 유럽 제일로 사방에서 그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모여든다. 한편 거지들도 많다. 교회에 가 보면 수녀나 노파들이 다가와 향이나 양초를 사라고 한다. 떄로는 남자들이 팔기도 한다. 또 집이 꼭 가난하지 않더라도 수도를 위해 동냥을 하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 종교가 사람들을 동냥시키는 악습은 불교만이 아니다. 

(로마 가톨릭에 대하여)

로마가톨릭이 예부터 유럽의 정치상황에 얼마나 큰 관계를 맺어왔는지는 동양인들은 거의 상상도 못할 정도이다.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있다. 로마가 완전히 쇠퇴할 무렵 가톨릭은 한때 무지 암흑의 세계에서 밝은 빛이 되어 로마교황의 권위는 대제국의 제왕까지도 능가할 정도였다. 각국의 제왕이 국민들에게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황의 권위를 빌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프랑크왕국에서 피핀이 왕위를 뺴앗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서 봉건제도를 세운 것도 로마교황의 단 한마디의 허락을 얻었기 때문이다. 

(성베드로대성당)

성베드로대성당은 로마교황의 주거지에 딸린 교회, 즉 로마가톨릭의 대본산이다. 시의 서쪽에 있는 언덕 아래에 있다. 정면은 동쪽을 보고 있으며, 좌우로 흰 석조 기둥을 세운 높은 회랑을 반원형으로 둘렀고, 그 앞에 광대한 석조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완만하게 경사가 져 있다. 좌우로 분수가 있고 중앙에는 사각기둥의 높은 첨탑이 있다. 회랑의 지붕에는 석상이 늘어서 있다. 규모가 엄청난 대성당이다. 

높고 큰 교회건물은 구석구석까지 아름답고, 장엄함은 유럽 교회 중에서도 발군이다. 총면적이 약 2만 평방미터로 런던의 세인트폴대성당이 아름답다 해도 이에 비하면 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석주 수는 전부 748개, 그 중 어떤 것은 벽돌을 쌓아 돌로 표면을 붙인 기둥이지만, 어떤 것은 순수한 석주이다. 대리석이나 화강암 중 상처나 오염이 없는 완전한 것을 사용한 아름다운 기둥도 있다. 기둥 하나의 가격만도 싸지 않다. 높이 25미터에 달하는 248개의 기둥이 돔의 아치를 지탱하고 있다. 이 기둥의 직경은 약 2미터 50으로 계산하면 1개의 기둥은 135입방미터의 체적을 갖고 무게는 332톤이라고 한다. 

(로마의 대건축물에 대한 인상)

로마에 이 같은 대건조물의 유적이 많은 것은 왜일까.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고대세계에서는 지금의 바바리 해안에서 횡행하는 노예무역 같이 노예를 많이 가진 것을 자랑하고 또 맹수와 사람을 격투시킬 정도로 인심도 풍속도 사나워서 나라의 지배자가 권위와 폭정을 일삼는 일도 많았다. 원정이 승리로 끝나면 그 포로를 노예로 사역하고 그 재산을 탈취하여 토목건축에 탕진하여 멋진 거대 건축물을 세운 것이다. 이는 모두 국력을 과시하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유용한지 무용한지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상고의 이집트 왕묘에 피라미들르 높이 세운 것도, 근세 와서 흑인의 대추장이 조상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3,000명 노예의 목을 베어놓은 것도 그 심정은 다 같다. 로마 시내에 남겨져 있는 고대의 대건축은 도대체 몇 명의 피땀과 눈물을 흘리게 한 결과인가. 생각해보면 몸서리치쳐지는 일이다. 진시황제의 만리장성은 세계의 고적 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시황제의 행동을 이집트나 로마의 제왕들과 비교하면 참으로 인을 겸비한 뛰어난 통치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로마 인상 총평)

로마라는 옛 도시를 돌아보면 서양문명의 근원이 로마에 있고 오랫동안 영향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또 각국사람들의 지식의 근원이 얼마나 일찍부터 이곳에 집적되었는지 얼마나 오랜 동안 멸망하지 않고 또 그 흐름이 차단되었다가도 또 다시 부활했는지 알 수 있다. 서양인들은 수리에 밝다. 동양에서 사람들에게 수리에 대해 물어도 막연한 대답밖에 얻지 못한다. 고대 로마에서부터 도시에는 반드시 분수가 있었다. 로마인들은 분수를 매우 좋아하였다. 몇 킬로미터나 되는 수로를 3000년 전부터 건설하였다. 이 기술의 집적이 오늘의 서양의 각 도시의 수도를 탄생시켰다. 이것이 수리용 기술의 근원이다. 로마인은 돌을 잘 선택한다. 물이나 대기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 돌로 건조물들을 만들었다. 따라서 2000년 전에 만들어진 다리가 지금도 교통에 쓰이고 있고, 고대의 벽이나 기둥, 석상이나 석관 등이 지금도 여전히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는 광물학의 기원이다. 로마인은 벽돌을 잘 구워 이를 쌓아 벽을 만들고 가옥을 짓고 아치를 만들고 기둥을 만들어 대들보를 지탱해왔다. 이것이 지금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는 건축학의 기원이다. 또 로마인은 그림을 그리는 경우 콘트라스트를 확실히 내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조각도 육체를 충실히 표현하려고 하였다. 그 정밀한 기술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쳐 미술의 기원을 이룬다. 동양의 극장은 사각으로 시선이 중심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소리도 듣기 어렵다. 네 모퉁이는 필요 없는 공간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로마시대의 극장은 이미 원형의 건물을 채용하여여 관객의 주의를 하나로 모으고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같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건축물의 구조가 탄탄하여 오랜 세월 부서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진다. 이는 건축학의 기원이다. 이들 예로 보아 다른 것도 추측할 수 있으리라. 무엇이나 다 이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다. 

후한서의 [서역전]을 읽으면 이미 2000년 전에도 동양, 서양의 문명은 너무나 달랐다. 거기서는 로마의 상황을 서술하고 있는데 그것은 지금의 서양의 상황과 왠지 비슷하다. 동서의 문명 차이는 단순히 최근 수백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벽돌벽을 잘 쌓는다. 진의 시황제의 장성도 매우 견고하였다. 현재도 중국은 요업이 발달해 있다. 중국의 고대부터 옥세공이 발달하였지만 보석은 알지 못했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옥기를 좋아하면서도 보석에는 관심이 없다. 중국인은 우임금 시대부터 강을 도로로 사용해왔다. 현재도 운하의 운용에 관심이 많다. 안남 사람들은 배를 잘 몰아 중국남부에서는 오월시대부터 배를 많이 사용하였다. 현재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들은 남쪽 사람이 많다. 자연의 조건이란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특기를 준다. 그로 인한 이해득실도 생긴다. 풍습, 습속이 생겨 자라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예부터 독창성이 부족하다. 타자의 지식을 배우는 데는 능력을 발휘한다. 건축, 제출, 도자기제조, 섬유기술 등은 모두 중국과 조선에서 받아들여 지금은 일본이 좋은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에는 오래된 나라가 많지만 지금 우리나라만이 근대문명의 경지에 달해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이나 기풍을 살려 그 장점을 발휘하고 배운 바를 활용하면서 아직 배우지 못한 곳까지 넓혀갈 수 있다면 오늘은 아직 보잘것없는 분야여도 언젠가 반드시 몰라볼 정도의 성과를 올리 수 있을 것이다. 동서의 과학기술의 차이는 지금 매우 커서 조급히 따라잡는 것은 어려워도 진보, 퇴보가 하늘이 정해준 것은 아니다. 세계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고 장단점을 보완하여 서로 노력하려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면 여기서 말한 바가 식자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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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은 특히 오늘날에도 매우 시사하는 바가 많은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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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돌파그렌라간
20/01/12 22:33
수정 아이콘
저때에는 로마에 소매치기가 별로 없었겠죠? 흐흐흐
수부왘
20/01/12 23:24
수정 아이콘
이때 조선은 세도정치기였죠? 한국사 다시 배우면서 느끼는게 조선은 양난즈음에 진작에 망하고 다음 왕조로 바톤을 넘겼어야 하는 나라인데 쓸데없이 통치제도만 잘 정비되어있어서 의미없이 수백년을 연명한 느낌이에요
20/01/12 23:27
수정 아이콘
유럽의 문화는 원래 로마의 문명에서 발전하였다. 당시의 모습을 오늘에 비추어보면 예를 들면 아메리카 인디언이 워싱턴에 가거나 북극의 원주민이 스웨덴이나 러시아의 도시에 갔을 떄의 느낌과 같을 것이다.

이 문장은 시오노 여사가 참으로 잘 써먹었죠 크크
포프의대모험
20/01/12 23:33
수정 아이콘
총균쇠처럼 지리조건에 따라 문명의 발전방향과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얘기는 운명론으로밖에 안들리더라고요
독재에대한 환상이 있을수밖에 없는게 한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빠르게 진보(혹은 퇴보) 하려면.. 민주정에선 과반 시민의 계몽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독재정치는 독재자와 몇몇 지도자들만 확실한 비전이 있어도 끌고갈 수 있기 때문이겠죠

두산 박용만 회장이 어디 다큐같은데 나와서 했던 말이 있는데
고독한 영웅이 며칠 밤새워 내리는 의사결정같은것은 없고 대부분의 경우에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결정이 딱 하나만 존재한다고 하더군요.
11년째도피중
20/01/13 08:04
수정 아이콘
아니 뭐 저렇게 자세히 알지? 현재 중학생 수준은 간단하게 넘어서는데요?
언어의 장벽도 있었을텐데 저 정도로 빠르게 저 쪽 역사를 공부한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이 쪽은 저 이후로도 한동안 해국도지가 한계였는데 말이죠.
20/01/13 08:48
수정 아이콘
엘리트하고 그냥 중학생하고는 다르죠.

후한서를 읽는 중학생이 어딨어요.
20/01/13 10:11
수정 아이콘
진보, 퇴보가 하늘이 정해준 것은 아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플리트비체
20/01/13 12:42
수정 아이콘
일본의 위엄.. 현대의 교양서적들도 갖추지 못한 통찰력과 내공이 19세기 일본인 여행기에 있을 줄이야(물론 엘리트겠지만) . 저당시 조선은 뭐하고 있던걸까요. 유럽역사를 아는 조선인이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요. 좋은 글 읽으면서도 괜히 씁쓸해지네요
시나브로
20/01/13 15:25
수정 아이콘
자잘한 지식의 유무 말고 지각이나 지성, 의식이 대단하네요. 글 올려 주신 덕분에 이런 것도 접하고 도움 많이 돼요 감사합니다.
11년째도피중
20/01/13 15:30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중학교 교과서 내용을 말하는 거긴 했습니다만 말씀이 맞긴 맞아요.
동아시아 역사를 이미 섭렵했을텐데 기초는 탄탄하게 갖춰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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