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1/29 14:12:58
Name ohfree
Subject [일반] 영화를 보는 방법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쫄딱 망하고 제빵 기술을 배우려다 살인의 추억으로 기사회생하여 괴물, 설국열차를 거쳐 기생충으로 완전체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아침에 본다고 하였다.

아침에는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요. 영화 감상하기에 딱 적합한 시간대죠.

라는 늬앙스로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혼자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했던 내 지론과 일치하였다. 옆자리에 누가 앉아 있던 큰 스크린의 화면은 내 눈으로 들어오는 거고, 귀신 나올것 같은 으스스한 음악도 다른 사람의 귀가 아닌 내 귀로 들어오는 것이기에… 옆자리엔 누가 있던 상관 없었다. 영화는 혼자 보고 혼자 느끼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도 영화 혼자 본다 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며 한동안 영화를 아침에 봤던 기억이 난다.






내 저 사람하고는 두 번 다시 영화 같이 안 찍는다 말했던 배우도 (양조위)
귀신같이 다시 영화를 찍게 만드는 마성의 감독 왕가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극장에서 누구랑 어떻게 보는가가 사실 영화의 완성 이거든요.
누구랑 어떤길을 걸어가서 어떻게 보고 나왔느냐 까지가 영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대충 이런 뉘앙스로 말했었다.


어? 아닌데. 어? 그런가?


사실 영화보고 느끼는 감정에 정답은 없고, 제각각 감상이 나오듯이…
봉준호처럼, 왕가위처럼, 또는 다른 방법으로든, 영화 보는 방법에도 정답이 있을까 싶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영화를 보는 거지.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니 과연 그러했다.

수년 전 봤던 그 영화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앉았던 그 장소가 떠오르고,
영화 중간 고개를 돌려 스크린 빛을 받았던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영화 끝나고 같이 걸어오며 했던 그 이야기들도 떠올랐다.
심지어 그날 공기의 냄새까지도 기억이 났다.


인터넷에 뭐 검색하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어? 내가 뭐 검색하려고 했지?’
라는 정도의 형편없는 기억력을 보유 하고 있던 나도 함께 영화를 봤던 그 날의 기억들은
시각 뿐만 아니라 후각, 청각… 그리고 그날의 기분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다시 봉준호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 하였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及時雨
19/11/29 14:21
수정 아이콘
ㅠㅠ...
공포영화 혼자 보면 아무리 B급이라도 오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줌마너무좋아
19/11/29 14:34
수정 아이콘
토닥토닥... 힘내세요 ㅠㅠ
로즈 티코
19/11/29 14:53
수정 아이콘
영화의 [모두의 경험]이라는 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 씨네마 천국이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같은 꿈을 꾸게 해주는 마법.

굵고 짧은 좋은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후치네드발
19/11/29 14:54
수정 아이콘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서로의 감상을 공유할 수 있으니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도 있겠죠.
아침에 데이트할 수 있는 분을 만나면 모든게 해결!! ㅠㅠ..
유리한
19/11/29 15:07
수정 아이콘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잔인해질 수 있는 저녁 8시..
안프로
19/11/29 15:50
수정 아이콘
마지막 줄이 핵심이군요 ㅠㅠ 연말의 쓸쓸함이 담겨있어 좋네요
티모대위
19/11/29 16:0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19/11/29 23:27
수정 아이콘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영화를 보는 거지.

- 각자 다르고, 동일인이라도 그때 그때 다른거죠. 로맨틱 코미디를 혼자보는거랑 애인이랑 보는거랑 마누라님이랑 보는거는 천지차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362 [정치] 李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불참 [447] 시린비25224 25/06/22 25224 0
104361 [일반]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것을 좋아해 [17] 흰둥5554 25/06/22 5554 14
104360 [일반] 취향저격 시티팝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한 충격 [46] 똥꼬쪼으기6886 25/06/22 6886 6
104359 [일반] 美, 이란 직접 타격 단행…트럼프 "3개 핵시설 성공적 공격" [186] 전기쥐14509 25/06/22 14509 3
104358 [일반] 고려양, 대륙에 유행했던 원조한류 [4] 어강됴리4735 25/06/22 4735 3
104357 [일반] 자본주의 의사이야기 [26] TheGirl5377 25/06/22 5377 43
104356 [일반] [웹소설] 회귀수선전 완결 [26] VictoryFood4481 25/06/22 4481 5
104355 [일반] 근거를 대지 말라 [10] 번개맞은씨앗4669 25/06/21 4669 8
104354 [일반] 영화 두 편, <엘리오>와 <퀴어> [4] aDayInTheLife2712 25/06/21 2712 2
104353 [정치] 지금 민주당발 검찰개혁안은 심각한 위험이 있다는 장애인권변호사의 지적. [199] 구경남b11312 25/06/21 11312 0
104352 [일반] 비가 오는 날에는 고양이죠. [8] 대단하다대단해3261 25/06/21 3261 1
104351 [일반] 28년 후...감상(스포) [22] 로각좁4261 25/06/21 4261 3
104350 [일반] 동화 슈렉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 [2] 오디세우스3332 25/06/20 3332 7
104349 [일반] [약하디 약한 스포일러] '케이팝 데몬 헌터스' 를 봤습니다. 재미있네요. [17] 카페알파6233 25/06/20 6233 5
104348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6 [7] Poe3704 25/06/20 3704 32
104347 [일반]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정강이뼈 무릎 통증, 희안한 수면장애, 치질 증세... [72] 모데나9781 25/06/20 9781 7
104346 [정치] 검찰, 김건희 육성 4년만에 ‘우연히’ 발견 [124] 전기쥐12503 25/06/20 12503 0
104345 [정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언제 합쳐질까요? [57] 베라히7016 25/06/20 7016 0
104344 [일반]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했습니다. [109] 물러나라Y7284 25/06/20 7284 6
104343 [일반] 경매에 대한 이론의 모든 것 [7] 오디세우스3540 25/06/20 3540 15
104342 [정치] 여러분의 눈에는 어떻게 보입니까? (feat. G7, 삿대질, 이준석) [139] 덴드로븀14192 25/06/19 14192 0
104341 [일반] [서평]《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왜 다들 “1부만 보세요”라고 할까 [13] 계층방정7269 25/06/19 7269 8
104340 [일반] 신세계는 광주에서 뭘 하려 하는 것일까? [23] leiru10297 25/06/19 10297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