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9/13 23:27:34
Name 안유진
File #1 FB_IMG_1568384714440.jpg (178.0 KB), Download : 0
Subject [일반] 장미


5년 전쯤 앞 동 경비아저씨가 심어놓은 장미꽃.

우리 동 경비도 아닌데 의외로 안면이 있었다. 저 남자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했나 보다. 하수도 공사할 때 뭐 얘기하다 대뜸 물어보더라. 얘길 다 듣고 나더니, 아 그런 일을 하신다면...이라며 납득하고 뭔가 후련해진 모양.

그러더니 어느땐가 저 장미를 심었다.

"선생님 베란다에선 바로 보일 겁니다"

자꾸 날 선생님이라 불렀는데, 그 사람이야말로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교감으로 정년퇴임하고 경비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 나잇대 교사들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일정부분 권위의식들이 있어 그런 식 재취업 잘 안 한다고 들었는데, 뭔가 사정이 있거나 일 안 하고 가만 있는 걸 정말로 싫어하나 보다 싶었다.

그러다 올해 초 경비 일을 관두고 사라졌다. 건강이 안 좋아져 그만뒀단 얘기만 전해 들었다. 지난 1년간은 확실히 그렇게 보이긴 했다. 노인이 서서히 시들어가는 모습은 늘 지켜보기에 먹먹하다.

그리고 올해도 장미가 피었다.

사람을 꽃에 비유한 시는 많다. 내 누이를 닮은 꽃이니 접시꽃 당신이니 뭐 셀 수도 없지만, 정작 사람을 보고 꽃이 떠오른 적은 없다. 길바닥에서 꽃은커녕 가로수조차 보기 힘들었던 1970~80년대 강북키드란 대개들 비슷할 거다. 꽃 이름도 잘 모르고 애초 익숙지가 않다.

그런데, 장미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은 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펠릭스30세(무직)
19/09/13 23:58
수정 아이콘
잔잔하니 좋은 글이네요.

사실 오늘 저녁에 마당에 풀어서 키우는.... 도 아니고 그냥 사료만 먹고 지네끼리 잘 살고 있는 고양이 3가족을 보다와서 그런지 몰라도 더 와 닿습니다.
안유진
19/09/14 00:24
수정 아이콘
고양이 3가족이라니 귀엽겠네요 저도 예전엔 통조림 캔을 들고 다니면서 보이면 먹이를 주곤 했었는데
이런 행동이 경각심을 줄여서 고양이들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그 이후론 먹이를 들고다니진 않지만 가끔씩 챙겨주는 고양이가 있었는데 요즘은 도통 보이질 않네요.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되세요~
착한아이
19/09/14 00:44
수정 아이콘
시인이 적은 가벼운 단상만큼이나 글이 감성적이네요. 태교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592 [일반]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인구절벽의 미래, 일본 [140] 대항해시대6110 20/06/06 6110 1
86591 [일반] 조선건국은 역사의 발전인가, 퇴보인가 [64] 유대감3668 20/06/06 3668 6
86590 [일반] [팝송] 아담 램버트 새 앨범 "Velvet" [10] 김치찌개578 20/06/06 578 0
86589 [일반] 변방인들과 토사구팽의 역사 [20] Farce1912 20/06/05 1912 32
86588 [일반] 장르소설로 읽는 한국인의 대외관계 인식의 변화 [32] 트린다미어2915 20/06/05 2915 9
86587 [일반] 일본 보신전쟁 시기 막부파와 근왕파 번藩들의 지도 [22] 대항해시대1762 20/06/05 1762 3
86586 [일반] 간암 투병기와 안락사 반대론의 한심함에 대한 경멸 [88] 플레스트린4905 20/06/05 4905 75
86585 [일반] 흑인은 영어로? [32] 캠릿브지대핳생5840 20/06/05 5840 2
86584 [일반] 20여 년을 넘어서 레고를 구입한 후기 [24] 소이밀크러버3523 20/06/05 3523 4
86583 [일반] 역사 속에 등장하는 망나니, 야마다 아사에몬과 샤를 앙리 상송 전편 [10] 라쇼1434 20/06/05 1434 8
86581 [일반]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가들의 국명을 딴 학교들 [57] 대항해시대4831 20/06/05 4831 1
86580 [정치] 아내 구청장 당선 후 받은 3000만원 대가성 없다 [31] 치열하게6959 20/06/05 6959 0
86579 [정치] 김태년의 '법' 대 주호영의 '법' [173] 영양7433 20/06/05 7433 0
86577 [일반] 공적 마스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33] 탕웨이4606 20/06/05 4606 4
86576 [정치] 안철수 "국회 원 구성이 뒷골목 땅 따먹기냐..여당, 양보해야" [253] 감별사8738 20/06/05 8738 0
86575 [일반] 리튬 스토리 [26] 퀀텀리프4411 20/06/05 4411 1
86574 [일반] 이런 신발 [34] UMC4107 20/06/05 4107 3
86573 [일반] [개미사육기] 식사시간!! (사진 있어요) [45] ArthurMorgan2706 20/06/05 2706 27
86572 [일반] 가성비 맥주 추천 + 마트 다녀온 후기(사진 多) [36] 치열하게5145 20/06/04 5145 1
86571 [정치] 전범기업 자산매각절차 돌입. [168] 이니그마14578 20/06/04 14578 0
86570 [정치] 최순실 옥중 신작.jpg [58] 감별사9250 20/06/04 9250 0
86569 [일반] 제주 카니발 칼치기 폭행 사건 - 1심 1년6개월 법정구속 [35] 사업드래군6110 20/06/04 6110 4
86568 [일반] 옛날 검객들은 어떻게 결투를 했을까? 비검 키리오토시(切落) [43] 라쇼5217 20/06/04 5217 1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