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8/26 17:50:17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1629109929
Subject [일반] 우리집 - '안다'는 것. (스포)
윤가은 감독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이 사건의 중심에 놓입니다. 이번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 소녀와 그보다 어린 두 여자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작이었던 <우리들>이 같은 반 내에서의 또래 관계에 관련된 이야기였다면, 이번 이야기에선 세 아이의 나이가 각기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뭐랄까, 이 아이들 사이에서의 관계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하나'는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결국 어린 소녀일 뿐이니까요.

비슷하게 영화 상에서 가장 귀를 잡아 끌던 단어는 (적어도 저에게는) '알다'라는 단어였습니다. '아이들도 알건 다 아니까', '언니가 다 알아서 할게' 같은 대사들요.

'하나'와 '유미'는 스스로의 방식대로 생활을 꾸려온 사람들입니다. 자기들 끼리 마트를 가고, 먹을걸 해먹고. 생활과 '집'이 갖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캐릭터들인거죠. 그렇기에 '알다'라는 단어는 1차적인 의미를 충족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방식을 알고 있다. 라는 의미를요.

그렇지만, 알다의 다음 단계에서, 문제의 본질과 직접적으로 충돌하기엔 아이들은 아직 어립니다. 유미, 유진 자매가 이사를 가야하는 것을 알려줄때, 주인 아주머니의 대사를 빌려 '어른들이 알아서 할게'로 아이들을 배제시켜 버리기도 하죠.

유미, 유진의 부모님을 만나러 알지 못하는 바닷가로 갈때, 결국 하나가 내세운 '언니가 알아서 할게'라는 단어는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결국은 길을 잃고, 알아서 할게라는 말은 견뎌내지 못하게 되니까요.

영화를 찬찬히 되새겨보면 참 서늘한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결국 어른들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무형의 폭력으로 다가오는 셈이니까요. 근데, 그러면서도 영화의 톤이 따뜻하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부재와 싸움은 영화의 중심에 놓지 않고, 반대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대체 가족'이 놓여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영화는 (대체) 가족의 힘으로, 아이들이 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대면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끝끝내 둘러 앉아 밥을 같이 먹는 것으로, 등장하지 않는 부모님과 삼촌 대신 '우리 언니'를 찾는 방식으로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Bartkira
19/08/26 21:2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시간 되면 보러가야 겠습니다
aDayInTheLife
19/08/27 01:31
수정 아이콘
일단 롯데 배급이라 그런지 롯데시네마에만 걸려 있더라고요. 지방이라 그런지 시간 자체도 많진 않았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456 [일반] 지정취소되었던 일부 자사고들이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25] 아유8756 19/08/28 8756 0
82455 [정치] [오늘의 조국] 조국 모친 + 부인 + 동생 + 처남 출국금지 外 [90] 차오루19463 19/08/28 19463 20
82454 [정치] 야, 그거 빼면 시체 아니냐? [64] 스토리북13619 19/08/28 13619 77
82452 [일반] [국제]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 외교 청사진 발표 [66] aurelius12690 19/08/28 12690 5
82451 [정치] 황교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평범한 학부모들 분노케 하고 있다" [246] 쿠즈마노프18463 19/08/28 18463 17
82448 [정치] 조국은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잘못하였는가? [180] 졸린 꿈20327 19/08/27 20327 13
82446 [정치] 조국 청문회 증인 채택 협의 실패 [220] Lovelyz17727 19/08/27 17727 1
82445 [일반] 나의 첫 게임커뮤니티... 나리카스 [31] LanceloT8253 19/08/27 8253 2
82444 [일반] 한국(KOREA)형 커피프랜차이즈모델 [33] 성상우7893 19/08/27 7893 6
82443 [정치] [잡상] 품격있는 정치와 공론장은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110] aurelius11957 19/08/27 11957 21
82442 [일반] 아버지께서 해임되셨습니다 [117] 삭제됨19006 19/08/27 19006 45
82441 [정치] 나경원 의원 '아들, 딸, 동생' 국제 스페셜올림픽 행사 참가 특혜 의혹 [52] 쿠즈마노프10470 19/08/27 10470 20
82440 [정치] 시국에 맞물려 다시보는 [비밀의숲] 명대사 [8] LanceloT7454 19/08/27 7454 10
82439 [정치] 대학교 집회에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 [38] 슈로더11245 19/08/27 11245 31
82438 [정치] 광화문 광장과 박원순의 꿈 [38] KOZE8887 19/08/27 8887 7
82437 [일반] 노트9으로 전자책을 편하게 볼 수 있었네요. [13] 고란고란12463 19/08/27 12463 3
82436 [일반] 사람이 살면서 참, 전환점이라는게 생길 수도 있네요. [8] 마스터리8067 19/08/27 8067 5
82435 [정치] 아고라 500만명 청원을 하면 FIFA 월드컵 재경기가 추진됩니다. [129] 킹보검15398 19/08/27 15398 24
82433 [일반] 커런트 워 보고 난 후기(최대한 스포 없게) [6] 치열하게6564 19/08/27 6564 0
82432 [일반] 운동 중에 물 이외의 음료를 먹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105] 대추나무13434 19/08/27 13434 1
82431 [정치] 비판적 지지자로서 그래도 아직은 민주당을 지지합니다. [88] 세인트8484 19/08/27 8484 11
82430 [정치] 국정원, 文대통령 뜻 거역하고 민간인사찰 이어왔다 [56] LunaseA20578 19/08/27 20578 4
82429 [정치]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jpg [65] Synopsis12005 19/08/27 12005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