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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3/13 19:05:03
Name love.of.Tears.
Subject [일반] [L.O.T.의 쉬어가기] 대통령께 드렸던 이메일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지금부터 제가 드릴 말씀이 지금처럼 난국인 시점에 통할 리 없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전락 할 수도 있으며 한 사람의 작은 외침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언어의 가치는 무한하며 그 무한함은 세상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믿기에. 1%의 가능성 아니, 0.001%의 가능성이라도 떠올리며 이 글을 드립니다.

저는 올해 25살이 되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두발로 걷는 자유 , 그로 인한 이동의 자유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꼭 이동 뿐 아니라 샤워를 하고 소 대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일인지 한 번 쯤은 고민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마도 없으실 것 같군요
예 그렇습니다. 저는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모두 저에게는 커다란 산이며 짐처럼 느껴집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콧방귀가 뀌어 질 이야기겠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일도 삶의 치열한 부분의 연장선입니다.

그런 터라 삶은 제게 많은 생각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할 수 없기에 타인에게 도움 받는 법을 깨우쳐야 했으며 내게 하나 남아있는 프라이드는 그나마 쓸 수 있는 오른 손과 생각 , 그리고 그 생각을 전할 수 있는 말 뿐이니 어떻게 보면 참 저는 쥐뿔도 없는 가난뱅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가 지나 12달이 되고 그렇게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20대의 중턱에 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느끼는 것은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다가서고 인생을 그들과 공유하며 사는 법을 익혔으나 그것보다 더 디테일하게 알아둬야 할 것이 어찌하면 내게 도움을 주는 이들의 몸과 맘을 헤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삶은 고통으로 시작해서 고통으로 끝난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태어나서는 부모님의 속을 애태우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속을 태우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장애인으로 사는 사람의 숙명일지라도 그것을 망각하고 싶을 만큼 그냥 겸허히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렇게 장애인들이 편한 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지하철역에 리프트와 엘리베이터 설치 그리고 휠체어를 배려한 장애인용 택시와 버스의 탄생. 참 감사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 그대로입니다 어느 정도 해 놓았으니 이제 됐구나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학생이 과제를 다 마쳤다고 공부를 안 하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지금 이 상태에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지금의 장애인 편의 시설 갖고는 복지 국가를 이룰 수 없습니다.
진정한 복지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선 현재에 있는 시설의 보수 뿐 아니라 확충이 절실 합니다. 제가 편의 시설이라고 칭했으나 이것은 사실 편의 시설이 아닌 험하고 냉정하며 치열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적 시설입니다. 저와 같은 중증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들이 종종 하는 말은 경험부족이란 말입니다. 예. 맞습니다. 인정 하겠습니다. 허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장애인들에게 경험부족이라고 말하는 것이 입만 아프고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혹 외출하는 장애인들을 보면 공중 화장실에 전동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렵기에 용변을 보지 못하고 참은 채로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용변을 본다는 뉴스 보도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오늘도 붉은 띠를 두르고 항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보기 안 좋은 광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 때문에 저리도 갈망하고 있을까요..
시간이 남아돌아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힘이 넘쳐서?
이것들 모두 아닐 겁니다.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느 곳으로 가려하고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 하지만 인간의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단칼에 승차거부를 당하는 뼈 속까지 오싹 하도록 시린 마음을 이해하십니까? 장애인 전용 버스나 택시가 생겼지만 그것 또한 많이 보급 되지 않아 골라서만 타야하는 씁쓸함을 아십니까?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서도록 세상과 맞서 저항하다 하늘 먼 곳으로 가는 영혼들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뜨거운 눈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한번쯤은 돌아봐 주십시오.
요즘 부동산 안정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말도 많고 그 말고도 국정을 처리하는데 난감 하시리라 생각이 듭니다만 이 일 역시 최선으로 생각하여 주십시오.
아울러 활동 보조인 제도 역시 적극 검토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시행하고 있지만 더 멀리 더 빠르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노 대통령님의 임기가 올해가 마지막 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말씀 드린 것은 한시가 급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정권에서 이루어 질 것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늦습니다.

사람이 성공하는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몸 불편한 장애인으로 태어나 이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희망을 가지고 산다면
문을 두드리면 언제나 열리듯이 성공의 길은 늘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며 정복할 수 있도록 부디 힘써주십시오.

가장 어려운 것은 초심처럼 행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당선이 되시기 전에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씀을 전 아직도 기억합니다. 부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서민의 대통령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리며 이 글이 어느 한 장애인의 푸념 섞인 넋두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 2월 12일 대한민국 국민 안지수 올림


곁가지. 제 개인의 이야기지만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논쟁이나 무조건적 비난은 없었으면 합니다..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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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13 19:46
수정 아이콘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은 모든 사람이 살기좋은 세상이죠.
무조건 떼쓰고 우기는 글도 아니고, 진심이 묻어나서 좋네요.
다만, 수천명이 이런글 쓸텐데 대통령께 까지 전달이 되기는 힘들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 특단의 조치라도 취한다면, 야당에게 또 한 소리 듣겠죠.
장애우 시설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갑자기 좋아지긴 힘들겠지만 님들과 같은 노력이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으니, 꾸준히 개선 되겠죠.
다만, 일부 분들의 출퇴근시간 전철 발목 잡는 식의 시위는 자제 했으면...
김밥천국라면
07/03/13 19:59
수정 아이콘
부모님이 항상 주위를 둘러보며 살라고 하셨는데 나이 먹어갈수록 맞는 말 같아요. 장애우가 살기 좋은 세상은 모든 사람이 살기좋은 세상이죠.(2) 빨랑 와야 될텐데...
이스트
07/03/13 20:54
수정 아이콘
제가 꼭 열심히 노력해서 장애우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에스메랄다
07/03/13 21:02
수정 아이콘
복지국가 참 좋은거죠.
그런데 그만큼 국민들이 엄청난 세금을 내야합니다. 이 상황에서 세금 더 내라고 한다면 난리가 나겠죠. 뭐 이것은 우리의 경제력이 복지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인 혹은 지배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한몫하고 있죠.
국민들의 사회지배층에 대한 불신도 이해됩니다만(그간 얼마나 헤쳐먹었습니까) 나라 일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도 국민들이 이해해줄 필요도 있지 않나싶어요
예를들어 월드컵같은 행사에 국민적 합의는 쉽게 이루어집니다만 장애인 복지 시설에 투자한다고 하면 쉽게 합의가 안됩니다.
그런 돈이 있다면 다른데서 끌어가려고 로비 엄청나게 할터이고 그 과정에서 복지는 항상 뒷전이 되죠.복지계 사람들이 실제 파워가 적기때문에 거의 밀리잖아요.
저 역시 월드컵보면서 큰 감동과 환희를 느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 유치비를 정말로 도움이 절실한곳에 투자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없어요.
나라살림하면서 국민 세금걷어 투자할데가 참 많겠지만 만약 복지가 제일순위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복지계 사람들도 파워가 세지고 그러다보면 보다 투자가 쉬워질거고 우리모두가 바라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 좀더 쉬워지겠지만
주위사람들만 봐도 복지를 일순위로 두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습니다. 발전과 개발에 무게를두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것같아요.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나랏일하는 사람들에게만 탓할문제는 아니라는거.. 나부터가 변해야한다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되는듯싶어요.
DeaDBirD
07/03/13 22:40
수정 아이콘
이 메일이 꼭 대통령께 전해졌으면 좋겠고, 답변이 돌아온다면 더 좋겠습니다.
정부에 따라 많은 국가 정책들 중 우선순위가 달라져왔지만, 장애 정책은 항상 뒤로 밀리곤 했습니다. 이건 성장이나 분배라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삶 자체의 문제일 뿐인데요..
07/03/14 00:19
수정 아이콘
장애우들이 살기 편한 세상은 모두가 살기 편한 세상일겁니다. 당연하죠, 몸이 불편해도 불편없이 다닐 수 있는 거리와 대중교통이라면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기엔 얼마나 편하고 안락한 공간이겠어요?
07/03/14 01:04
수정 아이콘
왜 그런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분단만 되지 않았더라도,,, 군사비용에 들어가는 돈이 복지에 쓰인다면
우리나라는 미국을 넘어선 복지국가될거라구요,,,^^;;;;
slowtime
07/03/14 03:09
수정 아이콘
예산안 심의하는 (삭감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면 더 효과적일텐데...
소한민수
07/03/14 13:19
수정 아이콘
근데요. 글에서 예로 든 지하철 엘리베이터나 공중화장실 휠체어출입이라든지 하는건 지하철공사나 자치단체 책임 아닌가요?
아니면 국회의원한테 보내서 법을 고치게 하던지요.
기껏 만든 복지예산도 특정정당이 단칼에 없애버리는 게 현재 상황인데
대통령한테 저런 편지를 보낸다고 임기말의 대통령이 무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음 대통령당선자한테 보내는 게 훨씬 낫겠네요.
여자예비역
07/03/14 13:44
수정 아이콘
힘내.. 지수군.. 더 나은 세상이 되어야지... 노력하는 모습.. 응원할게~
Love.of.Tears.
07/03/14 13:46
수정 아이콘
^^ 예비역누나 // 고맙소..... 계속 응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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