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4살입니다. 애교와 흥이 많아서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보통 아이들처럼 뽀로로, 코코몽, 타요 좋아하고, 꾸러기 상상여행도 좋아합니다.
작년 이맘때 제가 프로듀스48에 푸욱 빠졌습니다. 매주 금요일만 되면 밤늦게까지 티비 보느라 잠을 안자는 저를 요상하게 바라보더니, 같이 프듀에 빠져들었습니다.
프듀가 끝나자 아들은 여자아이돌의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프듀에서 나왔던 노래들로 시작해서 지금은 3대 기획사의 여돌 노래는 다 부릅니다. 좋아하는 멤버도 팀마다 한명씩 있습니다. 블랙핑크 지수, 레드벨벳 조이, 트와이스는 곡마다 다르지만 다현이 가장 좋은가 봅니다. 키즈카페 가서 신나게 놀다가 이 3팀의 노래가 나오면 홀린 듯이 뛰쳐나가 몸을 흔듭니다.
참고로 저는 아이돌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프듀에서 출연진들이 부른 아이돌 노래도 다 처음 들어 봤습니다. 트와이스가 몇 명인지, 레드벨벳의 손짱 손승완은 어디 갔는지, 블랙핑크가 에이핑크랑 크게 다른 건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들 때문에 하도 보니 이제 좀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몇 달 전에 티비를 돌리다 화면에 레드벨벳이 나왔고 멈추라는 아들의 다급한 외침에 리모콘을 내려놓았습니다. 전현무가 진행했던 스테이지K라는 프로그램인데 외국의 k-pop팬들이 한국에 와서 대결하는 포맷입니다. 1화가 레드벨벳편이어서 레드벨벳의 곡들로 외국 팬들이 대결을 했습니다. 1화 이후로 나름 재미가 있고 아이돌들만 나오는 프로그램이니 아들도 좋아해서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테이지K에서 이 무대를 아들이 보게 됩니다.
이 날부터 틀어 달라는 곡이 바뀌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늘 최신곡 위주였습니다. 팬시, Kill this love, 짐살라빔.
이제는 [내가 제일 장난감]이 1순위입니다. 1순위를 넘어서 하루에만 수십 번 듣습니다. 몇 번 듣다 보면 질리겠지 했는데, 거의 한 달째입니다.
후...
빰라라빠빠빠 빠빠빠빠
후....
너무 이 노래만 듣는 것 같아서(사실은 내가 미칠 것 같아서) 2ne1의 다른 노래를 듣자고 권했습니다. 간신히 허락 받고 다른 노래들을 듣는데,
이 노래가 제 귀를 사로잡습니다. 첫마디만으로 ‘응???’ 했습니다.
예전부터 잘한다, 유니크하다고 생각했지만
와.. CL은 진짜네
아들의 2ne1 사랑 덕분에 예전 추억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제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해진 나이라는 것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밴드의 멤버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새로운 음악보다 예전 음악만을 듣던 저에게는 더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날도 이 그룹의 노래를 차에서 들으며 흔들어 댔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나 간 것을 그리워하기보다,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평범하다 못해 진부한 말이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2ne1이 현역일 때 더 들어 볼걸, 내한 공연 왔을 때 무조건 갈걸. 후회뿐입니다. 저는 아들이 후회보다 현재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를 사랑하는 법을 제가 먼저 터득해야겠지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느끼는 건데, 왜 모르는 것들이 더 많아 질까요?
그리고 좋은 음악 소개 글을 쓰려했는데, 왜 글이 이런 방향으로 꺾어질 까요?
더하기: 제 아들이 얼빠인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2ne1에서 C누나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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