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ammuzzi 입니다.
최근 글쓰기 이벤트 주제가 휴가였지요?
휴가에 대한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저도 한번 휴가관련 가족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합니다.
1.
저희 아버지께서는 참 활동적인 분이십니다.
어렸을 때부터도 마찬가지지요.
물도 좋아하시고 산도 좋아하셨기에 아주 어릴때부터 주말마다 틈만나면 다양한 곳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아버지 여행 스타일은 '뭘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한다'가 모토였습니다.
그래서 제 어린시절의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한여름 태양빛 그늘 한점 없는 호숫가에서, 텐트를 과감히 뚫고 들어오는 태양열에서 노릇노릇 낮내내 구워지며 쫄쫄 굶다 보면 (고기들 놀랜다고 뛰어놀면 안됨), 해가지고 벌레에 뜯기는 밤이 다 되서야 손가락만한 물고기 몇마리가 들어있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비 피할곳이라고는 없는 비바람 몰아치는 갯바위에서 비 다 들이치는 우비를 입고 쪼그려 앉아서 바들바들 떨다보면 (위험하다고 뛰어놀면 안됨) 입술이 퍼래질때 되서 횟집에서 저녁을 첫끼니로 먹었던,
배고픔과, 그것을 뛰어넘는 더위와 추위가 공존했던 기묘한 기억이 가득합니다.
초등학생때까지 아버지와 함께하는 휴가에선 떡밥 개서 경단만들기, 지렁이 꿰기, 수평선과 찌 바라보기 정도의 유흥거리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였는지 중학교때부턴 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하고 배웅을 나갔지요)
2.
어린 아이에게 낚시는 참 가혹한 유흥거리였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기억들도 공존합니다.
갯바위에서 파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다가 빛나고, 반짝반짝 은색으로 빛나는 파도들이 루비처럼 붉게 빛나기 시작하면, 회색의 칙칙한 바위들은 찬란한 선분홍빛으로 물들다가 연보라색에서 남색으로 잠이드는 광경이라던가,
초록빛으로 모든곳이 물들어 있는 계곡의 차디찬 개울에서 바위에 앉아 발을 담구면 느껴지는 뼛속까지 시렸던 한기. 그 청량감은 지금같은 더운날이면 그리워지네요.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서해의 어느섬 근해의 밤바다의 배위에서 보았던, 서울에선 상상도 못하는 찬란한 밤바다와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못했던 은하수.
그 어마어마한 별 빛이 그리워 지금도 한적한 곳에 가게되면 밤하늘을 바라보지만 그때의 하늘은 아직보지 못했습니다.
3.
물론 아버지와 등산도 자주갔습니다.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이랑 태백산 빼고 산도 유명한곳들은 꽤 다녔던것 같아요. 여행가는 길목에 유명한 산이 있으면 반나절 주차하시고 5시간이라도 내서 짧게(5시간이면 산책이라 하십니다) 올라갔다 오셨습니다.
등산도 아버지의 모토 대로 "제대로 해야한다" 였습니다.
산요? 즐거운 추억 없어요. 지금도 싫어요.
4.
어릴때 휴가뿐만이 아니라 주말에도 틈틈히 다녔던 아버지와의 여행은 저희가 중학생이 될 즈음부터 사라졌습니다. 딸들인 저희는 부모님 두분이 오붓히 다녀오셔라를 위쳤고 어머니도 아버지께 잘 다녀오시라 하고 배웅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여행을 정말 좋아하시지만 (친구분들과는 여전히 자주 다니십니다), 왠지 아버지와 여행은 피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낚시가 포함된 경우엔 말입니다.
어릴때도 낚시면 저희만 보내셨으니까요.
이런 연휴로 중학교 이후로는 가족여행을 다닌적이 드믈었습니다.
특히 어머니께서 함께 다니시기를 거절하십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아버지께서는 식도락도 안즐기시고 밥은 중요하지 않다는 파시라, 여행지에서도 외식은 거의 안하셨거든요.
5.
저와 동생이 결혼을 하고,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시댁과는 가족여행뿐만 아니라 해외여행까지 다녀올동안에도 친정과는 가족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자 딸들도 친정끼리 가족여행한번 하자 아우성을 치게 되었습니다.
hammuzzi: 우리도 가족여행 좀 갑시다.
동생: 맞아! 우리도 좀 가자. 시댁이랑은 많이 다녀왔단 말이야.
아버지: 그래, 좋다. 날을 잡아봐라.
어머니: 난 안간다. 요즘 바쁘다.
아버지: 너네들은 요즘같은 시기에 놀러가자니, 생각이 있는거냐!
hammuzzi: ....;;;
6.
몇년간의 시위끝에 작년 겨울에 겨우 온가족의 연차를 겨우 맞춰 2박3일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제주도 좋은 곳입니다. 산도좋고 물도 좋은 곳이지요.
남쪽이라 식물군도 확실히 다르고 관광지로 잘 가꾸어져있으니까요.
다만 저희가 간과 했던것은 제주도가 산도좋고 물도 좋은 곳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딸들이 제출한 여행 기획서는 맛집투어와 각종 예쁘고 좋은 곳들이 가득한 일정이었습니다만, 아버지께서 일정을 보시고 조심스레 한마디 하셨습니다.
"제주도라.. 한라산을 가보고 싶구나."
딸들은 무슨 한라산이라며 반대를 했지만 사위들이 아버님 가시고 싶은데 가자, 라고 말을 덧붙이더라고요.
물론 저는 나중에 조용히 남편에게 " 우리 아버지와 산에 같이 가고싶지 않을거다" 라고 설득했지만, 우리 착한 남편, 장인어른께 효도하겠다고 같이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제부 역시 체력은 자신있다고 그정도는 할수있다고 장담하더이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말로는 딱 진달래언덕까지만 올라가실거라고, 딱 4시간만 산책다녀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리고 아버지께서도 제주도 까지 오셨으니 바다낚시를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언제나 마찬가지로 혼자라도 가시겠다고는 했지만 사위들이 한번도 해본적 없는데 저희도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는 나중에 조용히 남편에게 " 우리 아버지와 같이 낚시를 가고싶지 않을거다. 지금이라도 빠져라" 라고 설득했지만, 우리 착한 남편, 장인어른께 효도하겠다고 같이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러니 제가 시댁에 못할래야 못할수가 없습니다. 제부도 당연히 낚시정돈 할수있다고 나서더라고요.
제주도 한라산에서 백록담보고와서 밤샘 갈치조업을 한 이야기는 길어질듯 하여 다음에 한번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7.
결론적으로 작년의 가족 여행은 좋았습니다만, 사위들과 딸들은 다음 여행에선 산은 못피하더라도 최소한 물은 피하자라고 결론은 내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어머니)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도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hammuzzi: 우리도 다같이 가족여행 좀 갑시다. 저번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잖아요.
아버지: 그래, 좋다. 날을 잡아봐라.
어머니: 난 안간다. 요즘 바쁘다.
아버지: 요즘같은 시기에 놀러가자니, 너는 생각이 있는거냐!
hammuzzi: ....;;;
그래도 계속 조르다 보면 조만간 가게되겠지요. 아마도 겨울이 되기전에는요.
PGR분들께서도 여름 여행계획들 다들 잘 세우셨는지요?
그리고 등산과 낚시를 피할수 있는, 부모님과 가볼만한 추천해주실만한 좋은 여행지 있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