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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7/23 23:34:56
Name 진선미
Subject [정치] 회원 진선미의 추천도서, <<인도 수구세력 난동사>>(1) (수정됨)

제가 피지알에 오고 나서 꽤 다양한 이슈들을 가지고 다른 회원분들과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면 대화가 꼭 좋은 분위기로만 끝났던 것은 아니고, 서로간에 입장차가 너무 명백하거나 혹은 감정적으로 틀어져서 그다지 뒷맛이 좋지 못했던 기억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승만 관련해서 자게에 올라왔던 어느 글에서의 대화 도중, 다른 분들이 저에게 하나의 작은 사례만을 가지고 사학계를 폄하하며 그 의견을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지적을 해주신 바가 있죠. 그때 당시에는 왠지 계속 이야기하면 오히려 분위기만 더 격앙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일단 침묵했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해명(?)하자면 저는 특별히 한국 역사학계 전체에 모종의 편견이나 악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때 제가 하려던 이야기는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역사학계에도 권력에 영합해 곡학아세하는 학자는 존재할 수 있고, 그러한 결탁이 부적절한 결과물을 낳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하는 정도였습니다. 만일 제 발언이 사학계 전체를 폄하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이는 전적으로 제 부족한 표현력 때문이며, 그로 인해 불편했던 분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아마 사학계 전체로 보면 연구에 매진하고 사회적 불의를 지나치지 않는 정의감을 가진 많은 학자분들이 계시겠지요.

특히 전우용 선생님 같은 분에 대해서는 제가 일종의 존경심마저 품고 있다는 점은 이미 몇 번인가 피지알에서도 밝힌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제 표현력 부족으로 인한 오해를 확실히 풀 겸, 전우용 선생님 외에 제가 존경하는 역사학자 중 한 분의 저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이광수 선생님이 한형식씨와 공저하신 <<인도 수구세력 난동사>>입니다. 저는 이걸 책으로 접했는데, 듣기로는 같은 제목의 시사인 칼럼도 연재된 바 있다고 하는 것 같더군요. 아마 지면상 칼럼이 더 간략화된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india0322.jpg




이광수 선생님께서는 부산외대 교수로 계신 인도사학자입니다. 역사학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과와의 간학문적 교류 확대를 지향하시며, <<역사는 핵무기보다 무섭다>>, <<현대 인도 저항운동사>>, <기억에 대한 담론을 통한 '5.18'의 사진 재현: 사진가 노순택의 '망각기계'를 중심으로> 등 다양한 책과 논문을 저술하신 바 있습니다.


한형식 저자는 맑스주의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모임인 '세미나네트워크새움'에서 공부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고, 특히 맑스주의 저작을 꼼꼼하게 읽고 대중적으로 전달하며, 제3세계 민중운동사를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맑스주의 역사 강의>>, <<현대 인도 저항운동사>>,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공저) 등등이 있다고 하네요. 이상 두 저자분들에 대한 약력과 간단한 소개는 책 바로 첫페이지에 나오는 소개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으로,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은 꼭!(^^) 책을 직접 구매해 주세요!



저자소개를 지나, 책을 쭉 넘기다 보면 목차를 지나 6페이지부터 들어가는 글이 시작됩니다. 제목은 '수구 세력 난동의 역사를 알아야 진보의 세상을 세울 수 있다'입니다. 여기서 저자분들은 인도 민족주의의 성립 과정과 그 특성, 인도 근현대사의 간략한 전개와 그러한 것들을 아는 것이 오늘날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를 다루고 있는데요. 전체를 소개하기는 분량이나 또 저작권상 곤란할 것 같고, 제가 인상깊게 읽었거나 저자분들이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부분만 약간 발췌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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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네루가 죽고 난 후 인디라 간디는 겉으로는 국가 자본주의를 국가 운영의 기조로 계승했으나 실제로는 철저한 보수 정치를 했다. 아버지의 후광을 적극 이용해 권력을 세습하더니 자신의 정적은 모조리 쫓아내고 당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는 등 정당 권력을 사유화했으며 결국 비상계엄을 선포해 인도사에서 헌정 중단이라는 유일한 비극을 벌이는 주인공이 되었다. 국민의 반대를 희석하기 위해 뻔잡Punjab 주의 시크 급진주의자들을 자극해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 소요를 일으키게 한 후 그들의 본거지인 사원을 중화기로 공격해 초토화해 버렸다. 한 종교의 성지를 군홧발로 짓밟은 대가는 분명했다. 인디라 간디는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시크교도 초병 두 사람에 의해 암살당한다. 인디라 간디가 암살당한 후 집권 여당은 그 큰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자 델리에서 힌두들을 자극 선동해 시크교도들을 학살하면서 추모의 동정표를 긁어모았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중략)...

 

  인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벵갈 West Bengal과 께랄라Kerala 등지에서 공산당이 선거를 통해 집권한 나라다. 한국의 진보 진영은, 인도의 진보 진영이 보수와 수구 난동 세력이 앞세우는 기만, 자극, 선동, 집단 광기 등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했고 종국에 어떻게 권력을 세웠으며 다시 권력을 잃고 또 재기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우리 저자들은 그 필요가 서구에서 수입된 좌파 이론을 통해 충족될 수 없는데다, 인도라는 나라가 좌파의 모든 저항 방식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인도의 진보 저항 운동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는 <<현대 인도 저항운동사: 거의 모든 저항 운동의 전시장>>(그린비, 2013)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정치와 사회 변혁이라는 것이 비단 진보 진영의 성과만을 토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은 반드시 수구 세력의 움직임을 알아야만 그 키를 잡아 대처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한국의 진보 진영이 사회를 변혁하고 권력을 잡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이루어내기 위해 또 다른 절반인 수구 난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인도인 것은 우선 진보 진영의 역사를 갈무리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도라는 나라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수구 난동의 역사가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인도라는 나라가 분단으로 적국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핵의 위협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보수 진영이 툭하면 들고 나오는 '빨갱이' 문제와 '종북' 구도는 인도에서 전가의 보도인 '무슬림' 카드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의 수구 세력보다는 인도의 수구 세력이 한국의 그것과 더 많이 닮았다. 이상이 우리가 인도를 택한 이유다.


...(중략)...

 

  이 대목에서 우리의 걱정은 인도 수구 세력의 난동이 그저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도에서 그들이 자행하는 학살과 테러의 집단 광기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그 조짐이 보인다. 그 과정에 권력과 결탁한 부패한 일부 기독교 광신도들이 보이는 파시즘적 행태가 매우 위태롭다. 원래 수구 난동 세력에게는 논리가 필요 없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감정의 자극뿐이다.


...(중략)...

 

  정치권력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력 없이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권력을 잡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시궁창에 발을 담가야 한다. 고담준론이나 구호만으로는 권력을 잡을 수 없다. 반동의 시대에 정치판은 시궁창이다. 보수 수구 세력이 저지르는 그 시궁창 난동의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인도 수구 세력 난동사>>를 집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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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혹은 일반적인 교양 수준으로 알 수 있는 아소카, 불교, 무굴, 간디 정도 수준을 떠나 인도 현대사에 있었던 거대한 질곡의 존재에 일단 한 번 놀랐고, 또 그 구조나 전개가 저자분들의 말대로 한국과 유사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었습니다.

  우선 책에 대한 오늘 소개는 여기까지로 하고, 만일 관심 있는 분들이 계시면 이 뒤로 본문 부분까지 차후에 요약 소개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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