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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8/29 12:52:57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묻어가는 色喜들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략 몇 년전 쯤으로 기억한다. 언제부터인가 '묻어간다'라는 말이 - 그것도 나쁜 뜻으로 - 쓰인다는 것이 내 귀에 들리게 된 것은 WOW가 소위 말하는 '레이드'를 대중화시키면서부터였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게임도 사람이 하는 이상 사회생활과 똑같은(어떻게 보면 더 가혹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레이드 중에 남들은 있는 물약 없는 물약 다 마셔가면서, 있는 기술 없는 기술 다 써 가면서 눈앞의 네임드 몬스터라는 도전과제를 넘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물약이고 기술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동료가 죽건 말건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어찌어찌 도전과제를 성공시키면 그 보상으로 떨어지는 아이템이나 골드만 챙겨가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묻어간다'고 말한다.


나는 가끔 수노원칼럼(http://cafe.daum.net/sunoweon)의 글들을 읽는다. 내 성향과 맞는 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글도 있지만 견문을 넓히기 위해 가끔 읽는데 거기 보니 '이게 21세기 이야기 맞나'할 정도의 황당한 이야기가 써져 있는 것이다. 무엇인고 하니 바로 올림픽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사실 여러 기사를 통해 보고 들은,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자의 말부터 어이없기는 했다. 여러 누리꾼들이 비판한 대로 국풍 81과 같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버리는 용도로 올림픽 선수단을 이용한 것도 모자라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하나가 되어 베이징 성공의 승인이 되었다" 따위의, 마치 대통령을 '수령님'이나 '지도자 동지'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공산주의적 화법과 언어를 사용한 것은 분명히 시대착오적인 일이었다.

그래도 이 회장의 경우는 예전부터 헛소리 지껄여대던 전력이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물론 내가 '그러려니'한 것은 그냥 넘어가겠다는 뜻이 아니다. 어느 집 개가 시끄럽게 짖어대는 것을 보면 처음에는 그것에 대해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두 번, 세 번 그런 일이 반복되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새겨 두고 분노는 갈무리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상식을 뛰어넘는 위정자들이 존재하는 지금의 시국이어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기에는 너무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 이후에 벌어졌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나 홍준표 원내대표가 747성장의 '7'을 스포츠가 이루었다는 식으로 제 논에 물대기식의 해석을 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그렇게 따지면 747공약은 이미 이루어졌다. 대통령 지지도 역대 최저 7.4%에 올림픽 세계 7위. 내 말이 틀렸나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그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었다.

어떤 생각없는 작자인지는 모르겠는데 문대성 IOC 선수위원의 순서에서 누군가가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거야"라고 추켜 세웠다 했다. 도저히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정신나간 작자들이라 해도 실제 그런가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그러했고 나만 그렇게 본 것도 아니었다.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 IOC 선수위원이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8년 임기의 선수 출신 IOC위원을 뽑는 제도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개입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기억하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한 짓거리라고는 경기장에 가서 거꾸로 된 태극기를 흔든 망령된 행동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인데, IOC 선수위원을 대통령이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소리가 가당키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선수위원이 되기 위해 문대성 선수거 행했던 노력은 뭐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지만, 그런 말로 문대성 선수의 노력의 '덕'을 보려는 위정자들보다 백배 천배 더 화가 난 것은 바로 올림픽의 정신을 그들이 모독했다는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장이 무엇인가. 정치, 이념을 초월하여 전 세계가 스포츠라는 하나의 공통된 콘텐츠 아래 4년마다 하나로 뭉치는 대회이다. 그래서 올림픽 기간 중에 테러행위가 일어나면 전 세계가 그 행위를 규탄했고,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나 84년 LA 올림픽과 같이 냉전시대로 인해 반쪽대회로 끝난 올림픽에 대해서는 정치, 이념으로 인해 올림픽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평하면서, 소위 말하는 미(美)·소(蘇)가 하나 된 88 서울 올림픽이야말로 세계가 다시 하나된 자리였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정치, 이념을 초월한 장(場)인 올림픽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선수들이 직접 선출한 IOC 선수위원의 자리에 대해 위정자들이 "나라의 이름을 빛내주어서 감사하네"라고 사의를 표하지는 못할지언정 그 자리를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 거야"라고 하다니 이 무슨 망언인가, 이 무슨 망발인가. 문대성이라는 선수의 노력과 열정을 보고 그를 향해 표를 던진 각 국 선수들이 이 소식을 듣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두렵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올림픽 정신을 이다지도 모욕하는 나라인 줄을 다른 나라에서 안다면 이 무슨 국제 망신일까 하는 생각에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이렇게 대놓고 묻어가는 것은 정말이지 WOW의 골팟에 존재하는 이른바 '손님'보다도 못한 존재들이다. 그나마 '손님'은 실력은 없는 대신 자기 먹을 것을 먹고 돈이라도 내지만, 이 자들은 실력도 없는 주제에 오히려 다른 이들의 돈을 갈취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지금의 위정자들의 기업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금의 위정자들은 장마로 인해 범람하는 하천에 공장 폐수를 흘려보내는 악덕 기업주와 같다는 혹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악덕 기업주'를 모독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조용히 묻어가면서 지지율을 올리고 언론 장악에 국민을 탄압하고 기만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4년 간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피땀 흘린 이들의 노력과 국가에 대한 순전한 애국심을 '대통령의 덕, 대통령의 힘'인 것처럼 말하고 그에 감사하라 말하는 이 공산주의만도 못한 천민 짓거리에 겨우 '악덕 기업주'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의 위정자들은 국민을 이끌려고만 해서도 안 되고, 국민이 하자는 대로만 해서도 안 된다. 때로는 이끌어야 하고, 때로는 국민을 따라가기도 해야 한다. 그런 상황을 잘 조율해야만 위정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내가 보기엔 지금의 위정자들은 위정자의 자격은 둘째치고서라도 위정자라는 위치에 걸맞은 능력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국민을 이끌지도 못하고, 국민이 하자는 대로 하지도 못하며, 오직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묻어가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못했다고 씌워진 굴레들만을 '묻어가며' 바보처럼 사는 위정자라면 국민에게 안주거리라도 되어 피가 되고 살이 된다지만 이건 국민을 한잔 술처럼 미혹시켜서 술술 묻어가다가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먹듯이 국민을 먹어버리려 하니,

그저 이런 것들은 적당히 마시고 신장(腎臟)을 통해 거름으로 뿌려버릴 수 밖에.


- The xian -

P.S. 제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해당 사항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글에서 불특정 다수의 '악덕 기업주'님들을 지금의 위정자들과 비교하여 본의 아니게 모욕한 것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 드립니다.

P.S. II. 본문 제목의 한자어는 이수광 님의 <기몽> 이라는 시의 "紫宮半夜群仙會  群仙色喜迎我拜"에서 인용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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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Yang
08/08/29 12:59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쓰러졌습니다.. 빛나는 저 센스..
08/08/29 13:00
수정 아이콘
제목이 참 거시기(?) 합니다.
얼마를 후퇴해야 다시 전진을 할 수 있을까요? 참...
The xian
08/08/29 13:06
수정 아이콘
음. 제목에 대한 첨언을 P.S. II 에 달아 놓았으니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오해'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요.
순수나라
08/08/29 13:07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介色器란 지금은 욕으로 불리지만 고사성어에도 나온 단어 입니다
즉! "싸움을 잘하는 병사", 또는 "전투를 빛나게 하는 병사" 란 뜻 입니다

제가 2년전에 모 사이트에서 한문으로 "개색기"란 단어를 썻다가 아이디 정지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그 "개색기"란 단어를 게시판에서는 잘싸우는 사람들이 실제 전투에 임할 때는 입 닦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였는데...

아무튼 개색기란 고사성어에는 좋은 뜻 입니다
사과나무
08/08/29 13:09
수정 아이콘
제목을 큰소리로 읽은 후에야 뒤를 쳐다 봤습니다.

다른건 다 필요 없구 "명문" 입니다.
순수나라
08/08/29 13:09
수정 아이콘
명분 입니다 추천 합니다
그리고 제 혜안을 넓혀주셔서 감사 합니다
상상초월
08/08/29 13:34
수정 아이콘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 거야" 저도 이 장면 봤는데요,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도대체 머리속에 뭐가 있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인생한방~
08/08/29 13:44
수정 아이콘
상상초월님// 대XX 이 세글자 밖에는 없는 듯 싶네요 참 대단하단 생각 밖에는 안듭니다.
물론 다방면의 노력이 있어야 IOC에서 한자리 할 수 있는거지만 이건 뭐.....
말로만 하는거면 이미 세계를 지배하셨을 글로벌 호X 입니다 --;;
담배피는씨
08/08/29 14:37
수정 아이콘
휴~ 이런 일도 있었군요.. 참..
GrayScavenger
08/08/29 15:30
수정 아이콘
선추게로클릭 후감상&리플입니다 <-
이젠 날카로운한자센스의귀재이신 겁니까 덜덜;
오소리감투
08/08/29 17:08
수정 아이콘
콘크리안이 수장이 되니 견공들이 왜 이리 판을 치는지 모르겠습니다.ㅡ.ㅡ;;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거야"
이거 유완장께서 하신 소리입니다.
돌발영상 보고 근래 가장 크게 웃었네요.
"*** ** 옆차기하고 자빠졌네"
그냥 이 한마디 밖엔 안 나왔습니다.
지금이 5공의 대머리각하 있는 시절로 착각하고 있나, 아니면 그 시절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의 과잉충성인가.
이연택과 유인촌의 뇌구조가 궁금해졌습니다.
08/08/29 17:17
수정 아이콘
오소리감투님// 돌발영상 링크좀 알려주세요 좀 보게... 좀 웃고 싶습니다. 비록 썩소이지만... --;
오소리감투
08/08/29 17:29
수정 아이콘
분수님// 헐 링크를 찾아보니 제가 말한 부분이 편집되어 있네요 ㅡ.ㅡ;;
http://www.ytn.co.kr/_comm/pop_mov.php?s_mcd=0302&s_hcd=01&key=200808271424090132
유튜브엔 다행히 어느 분이 편집해서 올렸네요.
보도통제한다더니 정말 이 정도 일 줄이야 ㅡ.ㅡ;;
http://kr.youtube.com/watch?v=GnI0BsujEGY
08/08/29 17:50
수정 아이콘
오소리감투님// 안 알려 주시길래 제가 찾아서 봤습니다.
ytn에서 자체적으로편집했나 보죠?
http://tvnews.media.daum.net/cp/YTN/popup/view.html?cateid=100053&cpid=24&newsid=20080827161507204&p=ytni
다음에 올라와있는 돌발영상에는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얼굴이 안 보이니 투명인간이네요. --;
오소리감투
08/08/29 18:24
수정 아이콘
분수님// 링크해주신 영상에도 잘려있습니다.
The xian님의 글에 나온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거야" 이 말은 문대성선수와 악수할 때 유인촌장관이 옆에서 거들면서 하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박태환 선수와 악수하는 장면 바로 전에 부분이 편집되어 사라졌습니다.
제가 링크한 유튜브영상에 나온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08/08/30 11:43
수정 아이콘
오소리감투님// 짤린 내용은 끝으로 옮겨져 있네요.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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