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꼭두각시 서커스』는 일본에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연재된 만화이다. 발매된 지는 오래되었으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인공지능 논의와 관련하여 우리 시대에 던지는 의미 있는 물음들을 던지는 작품이다. 만화에는 인간, 인간의 감정을 잃어버린 인간, 인간 시절의 기억을 다운로드한 인조인간, 그리고 스스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자동인형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집단에 대한 강한 동질성을 가지고 있고 집단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동시에 집단 내에서 몇몇 특이한 존재도 눈에 띈다. 이들은 각자의 집단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 다른 집단의 특질들을 넘본다. 애초에 만화에 등장하는 이 여러 집단의 개체들은 명확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불명확한 많은 공통점들을 지닌 채이다. 여기에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이유가 있다.
1. 간단한 줄거리
만화의 배경은 현대의 일본이다. 주인공 가토는 무척 희귀한 조나하 병에 걸린 환자이다. 조나하 병의 정식명칭은 ‘타인부교감신경계우위 상태인식에 의한 생리기능영향증병’이며 만화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병이다. 조나하 병에 걸린 환자는 심호흡이 가빠오고 숨을 쉴 수가 없고 전신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조나하 병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때문에 가토는 자연스럽게 남을 웃기는 광대를 업으로 삼는다.
화창한 어느 봄날, 가토는 거리에서 광대복장을 하고 사람들을 웃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사람들이 전혀 웃어주지 않아 가토는 격한 고통을 겪는다. 다행히 한 어린아이가 가토를 보고 웃어준다. 이 아이의 이름은 마사루, 만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간단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가토는 마사루가 의문의 정장 사내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사루를 돕는다. 알고 보니 정장 사내들의 정체는 사람이 아닌 자동인형이었다. 마사루를 지키려는 싸움에 휘말린 가토는 싸움에서 한쪽 팔과 기억을 잃은 채 행방불명되어 버린다.
의문의 인물에 의해 구해져 프랑스에서 눈을 뜬 가토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류와 자동인형이 전쟁을 벌여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동인형의 출발은 사람이 손에 실을 연결해서 서커스 공연을 하는 꼭두각시 인형이었으나 모종의 사건과 수백 년 동안의 폭주로 그들은 이미 인형술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종의 인공지능 로봇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러나 한계는 존재했다. 자동인형의 시작은 어디까지나 서커스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꼭두각시 인형이었다. 때문에 자동인형에게는 로봇 3원칙과 비슷한 철칙이 있다. 서커스의 무대 위에서 사용하는 물품과 싸울 때는 모든 힘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가토를 구한 사람은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술사로 벌써 100년 전부터 자동인형을 파괴하는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자동인형 입장에서는 그 싸움을 일종의 서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신 서커스 자체를 파괴하려는 인류의 시도(전투기나 탱크를 몰고 오는 것)는 자동인형에게 서커스로 인식되지 않아 그들이 총력을 다해 싸울 수 있도록 만든다. 때문에 인류가 자동인형에게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목표는 자동인형이 공연하는 서커스에 같이 참가하여 그들을 파괴하는 것뿐이다.
2. 자동인형의 기원과 시로가네의 출현
호사가들이 언급하는 특이점 이론은 간단히 말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꼭두각시 서커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장 처음 만들어진 자동인형 프란시느는 어떤 천재 연금술사의 손에서 탄생했는데 그 연금술사는 잃어버린 자신의 아내 모습을 본따 프란시느를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한 미소가 가장 예뻤던 자신의 아내와는 달리 프란시느 인형은 전혀 웃지 않았다. 연금술사는 프란시느 인형에 실망해 인형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혼자 남은 프란시느 인형은 자신의 체액을 나누어 자신을 호위하는 가장 오래된 4인의 자동인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프란시느를 위시한 자동인형 일동은 수천, 수만대의 자동인형들을 생산해내며 한밤중의 서커스라는 거대한 집단을 형성한 채 인류와 전쟁을 벌여왔다.
자동인형의 목표는 생명의 물을 찾는 것이다. 이 생명의 물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어 자동인형이 생명의 물을 마시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된다고 전해진다. 즉 자동인형의 최종적인 목표는 프란시느를 웃게 만드는 것이다. 생명의 물은 인간에게도 강력한 힘을 부여해 생명의 물을 마신 이는 수백 년을 살 수 있으며 자동인형만큼이나 빠르고 강하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한쪽 팔을 잃고 다 죽어가던 가토 역시 생명의 물의 힘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생명의 물을 마신 자동인형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대신 생명의 물을 마신 인간은 인간의 감정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 점을 이용해 생명의 물을 마신 인간들에게 희노애락 대신 자동인형에 대한 강한 적개심만을 주입해 자동인형과의 전쟁에 이용한다. 이들은 시로가네라고 불린다.
3.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자동인형과 시로가네를 보다 보면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은 자꾸 어려워진다. 주인공 가토는 처음에는 인간의 감정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시로가네들에게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동인형과 오랜 사투를 벌이며 점차 자신도 다른 시로가네들처럼 자동인형들에게 강렬한 적개심을 품는다. 마침내 가토는 프란시느 인형과 대면하지만 프란시느를 지키는 가장 오래된 4인의 자동인형들은 너무나 강하다. 시로가네 측에서는 꾀를 내어 프란시느를 똑 닮은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어온다. 시로가네는 프란시느를 닮은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여 가장 오래된 4인의 자동인형들에게 복종하도록 명한다. 4인의 자동인형들은 머리로는 시로가네가 조종하는 꼭두각시 인형이 진짜 자신들이 충성을 맹세한 프란시느 인형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꼭두각시 인형의 말에 복종할수 밖에 없다. 그런데 4인의 인형들 중 하나인 드트레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명령에 강하게 반대하며 종래에는 머릿속에서 ‘프란시느같은 건 나와 아무 상관 없어!’라는 생각을 떠올리기에 이른다. 이 생각을 통해 드트레는 자신의 의지대로 꼭두각시 프란시느 인형을 움직이는 인형술사를 살해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후 자신의 존재 목표를 상실한 후유증인지 온몸에서 체액을 내뿜으며 처참하게 죽어버린다. 다른 3인의 자동인형들은 프란시느를 거역하고 죽어버린 드트레를 비웃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다른 자동인형들도 드트레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된다.
가토는 괴력을 발휘해 한밤중의 서커스단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나, 승리 끝에 마주한 프란시느 인형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자신은 본래의 프란시느 인형이 만든 가짜이며 진짜 프란시느 인형은 이미 100년 전에 행방불명이라고 말이다. 진짜 프란시느 인형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어디론가 떠나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다른 이야기에서 이 진짜 프란시느 인형의 과거가 드러난다. 진짜 프란시느 인형은 그녀의 마지막에야 비로소 진심을 담은 웃음을 짓는 데 성공한다. 드트레나 프란시느 인형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동인형들은 기본적으로 로봇과도 같은 강한 제약에 얽매여 있지만, 그들에게는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므로 상황과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이 제약을 넘어서기도 한다. 드트레가 프란시느 인형을 부정했던 것과 프란시느 인형이 결국에는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4. 웃음의 의미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비생명을 구분한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화 『꼭두각시 서커스』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웃음이라고 말한다. 웃음은 작중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동한다. 가장 최초로 만들어진 자동인형 프란시느가 만들어진 동기는 죽은 아내를 대신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죽은 아내처럼 활짝 웃음보를 터뜨릴 줄 모르는 프란시느 인형은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후 버림받은 프란시느 인형은 한밤중의 서커스단을 꾸려 웃음을 위해 생명의 물을 찾아다니지만, 곧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알고 혼자서 훌쩍 떠난다. 여행 속에서 프란시느 인형은 인간의 출생과정을 지켜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정을 주게 된다. 프란시느 인형의 최후는 고귀하다. 추적자를 피해 우물에 몸을 숨긴 프란시느 인형은 보호하는 아기가 울면 들킬까 봐 아기를 달랜다. 달래는 과정에서 프란시느 인형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짓는데 성공한다. 프란시느 인형은 ‘그래...내가 해온 일도, 조물주님이 하신 일도 모두 잘못되었다.’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작중에 등장하는 조나하 병은 증상이 격화되었을 때 웃는 표정을 보면 호흡곤란과 통증이 완화되는데 이를 통해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판별할 수 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자동인형의 웃음, 마치 서커스에서 공연하는 것과 같이 꾸며낸 거짓 웃음은 조나하 병의 통증을 완화 시켜주지 못한다. 그러나 자동인형, 혹은 인간의 감정을 잃은 시로가네의 웃음일지라도 그것이 진심에서 전해져오는 웃음이라면 조나하 병의 증상을 완화 시킨다.
프란시느 인형이 처음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4인의 자동인형 중 하나인 판탈로네는 프란시느 인형을 향한 충성심이 매우 강했다. 『꼭두각시 서커스』 마지막 막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사라졌던 연금술사가 돌아온다. 연금술사는 드트레를 뺀 가장 오래된 3인 대신 최후의 4인을 새로 만들어낸다. 최후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연금술사는 이들 강력한 인형들로 하여금 인류를 멸절하고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전쟁을 끝낼 생각이었다. 판탈로네를 위시한 오래된 인형들 또한 인류말살작전에 동참하도록 요구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프란시느 인형의 소식을 듣고 프란시느 인형을 바보취급하는 연금술사에게 반항심을 품는다. 결국 최후의 4인 대 가장 오래된 3인 간의 싸움이 벌어진다. 새로 만들어진 최신식 자동인형에게 판탈로네는 맥없이 당하지만 이내 최후의 자동인형의 인류를 몰살시킨 후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영원히 코미디를 하겠다는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웃지 않는 프란시느 인형을 위해 평생 코미디를 해왔던 판탈로네였다. 여기에 이미 100년 전에 진짜 프란시느 인형은 사라지고 없어진 채였다. 웃어줄 관객이 없는 코미디의 비참한 말로를 자신은 이미 경험하였는데 거기서 더 나아간 관객 자체가 아예 없는 영원한 코미디라니, 판탈로네는 이내 어깨를 실룩거리다가 끝내는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뜨린다. 그리고 곧 깨닫는다. 평생을 프란시느 인형을 웃기기 위해 보냈지만 한 번도 자신이 진정으로 웃은 적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프란시느 인형을 웃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어야만 했다는 사실도 말이다.
5. 인간에서 비인간으로
인간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작중에 등장하는 자동인형 들 중 몇몇은 적어도 인간에 준하는 무엇인가로 발돋움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인간의 몸으로 생명의 물을 마셔 시로가네가 된 인간들은 오히려 인간의 지위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장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시로가네-0의 지휘관인 나이아 스틸은 잘빠지고 건강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흑인 여성이다. 이 시로가네-0는 아바타와 흡사한 존재로서 강력한 인조 신체에 인간의 기억, 마음 등을 주입한 형태였다. 때문에, 육체는 전투 중에 피해를 입더라도 소모품처럼 다시 만들어 채워 넣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전투 중에 시로가네-0의 본체 보관실이 습격을 당하고 관처럼 생긴 보관함에서 진짜 나이아가 시로가네-0와의 연결이 끊어진 채 깨어난다. 알고 보니 진짜 나이아의 몸은 뚱뚱하고 늙고 보잘것없었다. 나이아는 독백하며 실제 인생에서도 패배만을 거듭했으며 즐거운 일이라고는 한 번도 없었다고 주억거린다. 보관함에서 깨어나 뛰쳐나온 나이아는 이것은 자신이 아니라며 자신의 진짜 몸을 다시 내어달라고 호소하다 비참하게 죽는다.
시로가네-0은 인간인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알고 보니 로봇에 훨씬 가까운 존재였다. 그렇지않아도 생명의 물을 받아들인 인간은 시로가네로 다시 태어나 인간의 여러 감정 들을 잃어버린다고 알려져있지만 시로가네-0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 시로가네-0와 자동인형간의 결투장면을 보면 자동인형 쪽이 훨씬 동료의 죽음에 슬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마음, 기억을 주입한 시로가네-0의 비정상적인 진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시로가네-0의 육체가 인간과 같은 모습 대신 깡통 로봇과 같은 것이라도 나이아 스틸은 새로운 육체에 자기동일성을 느꼈을까? 이런 점에서 보면 나이아는 자신의 원래 인생에서 이루지 못한 인간적인 여러 욕구들, 즉 명예, 미모, 젊음 등을 강하게 탐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들에 매몰되어 오히려 인간적인 웃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새로 만들어진 시로가네-0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들은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웃음을 지을 줄 모른다.
하지만 시로가네-0 중에서도 조지 라로슈와 같은 인물이 있다. 조지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전형적인 시로가네처럼 조나하 병에 걸린 아이들에게서 자동인형의 실마리를 캔답시고 학대하는 행동을 했지만 주인공 가토와 함께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시로가네가 되기 전 어린 시절의 꿈이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었음을 기억해낸다. 조나하 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쳐주는 조지 라로슈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정리하면 출발이 자동인형이었는지 시로가네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신 휴머니즘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따스한 마음이 꼭 필요하다.
6. 결론
마지막 싸움이 벌어질 때는 수천만의 자동인형들이 세계를 뒤덮지만, 마지막 싸움이 끝난 후에는 단 한 명의 자동인형도 남지 않게 된다. 주인공 일행과 같은 편으로 행동하던 자동인형조차 새로운 시대에는 자신이 없는 것이 낫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현 인류가 앞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강한 인공지능에 대하는 태도가 이 정도 위치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인류와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인간과 비슷한 높이까지 오른 존재. 의심할 나위 없이 인간, 혹은 최소한 인간에 준하는 무언가인 존재. 그렇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동질성에 비추어 봤을 때는 꺼림칙한 존재가 바로 작품에서 등장한 자동인형들이며 강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다. 작중에 인간에게 우호적인 자동인형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는 인류가 가진 배타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인간인가?’라는 물음보다도 ‘인간으로 받아들여지는가?’라는 물음일지도 모른다. 30만 년 인류 역사에서 흑인, 여인, 어린아이 등은 인간임이 분명함에 불구하고 한때는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편협하고 고루한 인간으로서 진정 필요한 것은 다른 존재에 대한 열린 마음일지 모른다.
동시에 시로가네-0과 같이 인간임을 포기하는 진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현시대의 많은 논의들은 새로 나타나는 인간처럼 보이는 무언가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대신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인간적인 무언가에 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인간을 개조한
트랜스 휴먼의 출현은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었지만 이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한 진화의 끝에 나타난 포스트 휴먼을 여전히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