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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15 00:29:29
Name 사악군
Subject [일반] 드라마 삼매경. 리메이크에서는 보지 못할 리갈하이 명대사 (수정됨)
요새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명탐정 포와로, 한자와 나오키, 리갈하이, 모던패밀리, 로앤오더..허허허 참으로 생산적(?)입니다.

저는 형사사건을 좋아하는데요. 약간 추리소설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사건에 있어서 저는 주어진 상황과 증거를 보고 피고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서도,
현재의 이 상황과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죠. [시나리오]를 몇개 쓰는겁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 중 하나라도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검사가 그 시나리오의
모순이나 헛점이나 아무튼 시나리오가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는데 실패한 것이 되고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이고, 합리적의심배제의 원칙입니다.
검사의 공소장에 담긴 피고인이 유죄라는 결론을 나타내는 사건을 설명한 [유죄의 시나리오]와,
변호인의 [무죄의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더 훌륭한 이야기인가, 더 그럴듯한가, 더 개연성이 있는가
를 다투는 것이 아닙니다. 그 두 이야기를 비교해 어떤 것이 더 그럴듯한가를 가지고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유죄의 시나리오가 성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죄의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증이 필요한 겁니다. 두 시나리오가 나타난 증거를 통해
양립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무죄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드 로앤오더의 어떤 화에 강간무고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우선 파티에서 상대방과 데이트를 하면서 술을 좀 먹습니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데이트강간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 알약을 하나 먹습니다.
그리고는 방으로 가자고 하죠. 섹스를 하면서 이래야 흥분된다며 팔을 묶어달라,
욕을 해달라, 뺨을 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바로 신고해서 성범죄확인키트, 약물 검사를 받죠.

상대방은 술에 취한 것으로 보였던 건 맞다. 욕하고 때리거나 팔을 묶은 건
피해자가 요구해서 그런거다 라고 있는그대로 진술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보면서 생각하기를 정말 저런 상황이라면
내가 남자 변호인으로 선임되어도 나도 남자말을 안믿을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에서는 웃기게도 이 두 사람이 섹스하는 거를 불법촬영하려던
다른 변태가 카메라를 설치해놨어서 그게 나오고, 여자에게 마약을
판 딜러가 걸리면서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었다면
카메라도 없었을거고 과연 저 상황에 마약의 입수처를 확인하기 위해
여성의 주변을 수사해서 조사할 수사기관이 있을 것인가....
에 대해 yes란 답이 안나오더라고요.

드라마에서는 몰카를 통한 영상이라는 데우스엑스마키나를 이용하여 [무죄의 시나리오]를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그 영상이 없다면 저 상황에서 개연성 있는 무죄의 시나리오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피고인이 말하는 진실이 너무나도 개연성없이 들리기 때문에 말이죠....

리갈하이는 JTBC에서 리메이크했죠.

일드 리갈하이를 이야기하면서, 시즌2는 국내에서는 절대 방송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원작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 대사를 진구가 방송에서 내뿜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요. 없겠죠.
깁니다. 하지만 옮겨봅니다. 흥미가 생기신다면, 원작을 찾아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
만일 그렇다고 해도 그것도 민의다
민의라면 뭐든 옳은 겁니까?
그것이 민주주의다
재판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면 사법은 끝이다
과연 그럴까?
당연히 그렇지요
약간 사고방식이 오래됐군 법은 결코 만능하지 않다
그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것이 무언가 하면...
인간의 마음이다 죄를 짓는 것도 인간 심판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서
법이라는 무미건조한 것에 피를 통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올바른 길을 비춘다
배심원 재판은 그야말로 그 결실이다
그리고 본건에 대해 사람들이 내린 결정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이것이야 말로 민의다

훌륭하군
과연 민의의 대변인
실로 놀라운 주장입니다
좋습니다 사형시키면 되겠죠
확실히 A는 사회를 해치는 무서운 해충입니다 제거해야 합니다
다음에 빼앗기는 건
당신의 남편일 수도 있으니까요
당신의 애인일지도 모르고 당신의 아버지일지도 모르고
당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
혹은 당신 자신일지도 모른다
사형 시킵시다

현장 목격 증언은 애매모호하지만
사형 시킵시다
피고인의 방에서 압수 된 독극물이
범행에 사용 된 것인지 아닌지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사형 시킵시다
현장에 다른 독극물로 보이는 병이
떨어져 있었다는 증언이 있지만
신경쓰지 말고 사형 시킵시다
증거도 증언도 상관없습니다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명품 옷을 입고
상어 지느러미와 푸아그라를 먹었으니까요
사형 시킵시다
그것이 민의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민의라면 옳다
모두가 찬성하는 것이라면 모두 옳다

웃기지마....

진짜 악마는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을 때의 민의야
자신을 선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추레한 똥개가 하수구에 빠지면
일제히 모여서 뭇매를 때리는
그런 선량한 시민들이다

민의라는 것 따위에 의해서
사람 하나를 사형 시키자는 거라면
하면 됩니다
어차피 이 일련의 재판의 정체는
미워하는 자를 목매단다는
국민적 이벤트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자신의 하찮은 인생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 말이죠

당신들 대법관은 뭘 위해 거기에 있는 거죠?
민의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이렇게 격식차린 건물도 권위붙은 절차도 필요 없다
잘난 듯이 기대고 앉아있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필요없다!
판결을 내리는 건
결코 국민 설문조사따위가 아냐
부디 사법의 정점에 선 자의 긍지를 가지고
결단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무례에 마음을 언짢게 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어차피 돈의 망자에 미움 받는
썩을 변호사의 하찮은 소립니다
부디 흘려 들어주세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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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5 00:53
수정 아이콘
Q.E.D.라는 만화책에서도 유죄증명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왔었는데 진짜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심원으로서의 주인공은 유죄란걸 알아차렸지만,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검사가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판결이 맞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모의재판이라는 형식이었지만요..
세오유즈키
19/02/15 01:06
수정 아이콘
어제 그 부분 읽었는데 진짜 좋았습니다.주인공을 통해 다시한번 주제를 이끌어내는게 좋더라고요.
리만 가설 나온 에피소드도 좋더라고요.추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꼭 추천하고싶은 만화입니다.
사악군
19/02/15 01:31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에피소드 좋아합니다!
강미나
19/02/15 02:12
수정 아이콘
Q.E.D.는 정말 좋은 만화입니다.
19/02/15 01:10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지는 이해했고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만,

원문에서 언급하신 로앤오더 에피소드는 요즘 이야기되는 피눈증하고는 좀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저게 성범죄 무고라서 젠더 이슈랑 엮이다보니 좀 달라보이는 거지,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저를 상대로 저 정도로 치밀하게 가짜 범죄를 설계해서 무고를 한다면, 그냥 못 빠져나갈 것 같습니다. 동유럽 해커들이 $200 만 주면 아동 포르노 파일을 타겟 인물의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FBI 에 신고하는 것까지 해준다던데, 이런 일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요.
사악군
19/02/15 01:18
수정 아이콘
로앤오더 이야기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변호인이라도 안 믿겠다..-_-인데 그런게 무죄가 나올수는 없을 것이고 나와서도 안되죠. 앞에서 이야기한 '합리적의심을 모두 배제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요! 로앤오더 같은 상황에서는 유죄가 나오는게 정상입니다!

그 이야기는 일반적이라기보다는 제 직업적인 이야기에 가까운 겁니다.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 나는 믿어줘야겠구나...이 개연성없는 헛소리들도..-_-....라는 반성이랄까 멘탈관리입지요.

뭐 그런 상황에서도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나 조사를 꼼꼼히 해야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2차가해니까 하면 안된다 성범죄가 무죄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무고죄 수사는 하면 안된다는 건 진실을 가리는, 틀린 방향인거죠.
19/02/15 01:36
수정 아이콘
무고죄 수사를 하면 안된다는 방침은 저도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콰트로치즈와퍼
19/02/15 10:16
수정 아이콘
영화 데이비드 게일이 생각나네요.
이웃집개발자
19/02/15 10:28
수정 아이콘
한국판 리갈하이는 정말 다채로운 각도에서 두들겨맞기 좋은 소재라 벌써부터 걱정이 되요. 원작반영 안하면 그거대로 두들겨맞을거고, 원작반영 해도 불편하신분들 많아 얻어맞기 좋은 소재기도 하고.. 어떻게 제작방향을 잡았을지는 모르겠지만 큰 기대 말고 그냥 다른작품이라 생각해야죠
19/02/15 11:41
수정 아이콘
적어주신 저 부분은 개인적으로 시즌 1보다 별로라고 생각하는 시즌 2에서 시즌 1 포스가 나오는 몇 안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악군
19/02/15 12:08
수정 아이콘
시즌2가 시즌1보다 별로죠. 일단 하뉴라는 캐릭터 자체가 시즌1 마유즈미의 역할과 미키의 역할을 어중간하게 가져가 구도 자체가 흐트러집니다. 후반부에는 '악역'의 역할임을 명확히하며 좀 살아나는 셈이죠.

그런데 한국판에서는 처음부터 여주랑 하뉴가 같이나옴..그냥 망..
19/02/15 12:17
수정 아이콘
그럼 한국판은 그냥 망이네요...;;;; 애초에 시즌 2는 하뉴 빼고 다이고 VS 코미카도와 코미카도 VS 마유즈미로 갔어야 했다고 봅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역재도 그렇고 리갈하이도 그렇고 일본쪽 변호사물은 변호사 VS 변호사가 되면 뭔가 아쉽더라구요...ㅠㅠㅠ
튀김빌런
19/02/15 11:45
수정 아이콘
마지막 대사는 영화 헤이트풀8에서 나오는 개척지의 정의가 떠오르네요
와사비
19/02/15 12:07
수정 아이콘
리갈하이 저 장면은 꼭 나와야할텐데... 원작을 훼손시키지만 않는다면 작품성이든 이슈몰이든, 그자체로 상당한 폭발력이 있는 드라마죠
elegantcat
19/02/15 19:09
수정 아이콘
약간 다른 얘기긴 한데 아래쪽 저 대사(+짤방)들을 갖고 떼법이니 뭐니 하며, 최근엔 세월호 관련해서 조롱하는 양반들이 있더군요.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제 안에선 원작의 이미지가 굉장히 나빠졌습니다.
사악군
19/02/15 20:49
수정 아이콘
헐 그런건 못봤네요..원작의 저 장면은 갓갓인데..ㅜㅜ
헤헤헤헤
19/02/18 08:55
수정 아이콘
저 대사는 반말과 존댓말이 절묘한 비율로 섞여있어서 더 강렬해보이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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